-야구장 여성 아르바이트 직원 “KBO 경기감독관으로부터 ‘안마’ 요구 받았다.”

-LG 구단 '성희롱' 경위 파악 후, KBO에 바로 보고

-KBO “논란 경기감독관 업무 배제. 조사 진행 중”

-B 경기감독관 "오해였고, 사과했다."

KBO 경기운영위원이 관련된 '성희롱' 의혹이 제기됐다(사진=엠스플뉴스)
KBO 경기운영위원이 관련된 '성희롱' 의혹이 제기됐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최근 야구장에서 일하는 여성 아르바이트가 KBO(한국야구위원회) 경기운영위원(경기감독관)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야구장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는 여성 A 씨는 최근 업무를 위해 서울 잠실구장 경기운영위원실에 들어갔다가 'KBO 경기운영위원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소속 외주업체에 이 사실을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잠실구장 경기운영위원실엔 KBO 경기운영위원 B 씨와 야구인 C 씨가 함께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엠스플뉴스에 이 사실을 알린 구장 아르바이트 직원은 “경기운영위원 B 씨가 여성 아르바이트 직원 A 씨의 손목을 억지로 잡은 뒤 'C에게 씨 안마를 해 드리라’고 요구했다”며 “격리된 공간 속에 남성 두 명과 있던 A 씨가 B 씨의 요구에 상당한 성적 수치심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A 씨가 경기운영위원실을 나와 자신과 계약한 외주업체에 이 사실을 알리자 외주업체는 계약관계인 LG 트윈스 구단 관계자를 찾아가 ‘성희롱’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LG 구단 관계자는 “엠스플뉴스가 파악한 내용이 사실”이라며 외주업체로부터 해당 내용을 전달받고서 바로 KBO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LG는 외주 업체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전달받은 뒤 곧바로 KBO에 상황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B 경기운영위원과 함께 있던 C 씨도 안부 인사차 잠시 경기운영위원실에 들렀다가 B 씨의 즉흥적인 행동을 보고서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6월 7일 잠실구장을 찾았을 때 이날 KBO 경기운영위원인 B 씨는 자리에 없었다. 경기운영위원실엔 B 씨 대신 도상훈 전 심판위원장이 앉아 있었다.

도 전 위원장은 B 경기운영위원이 개인적 사정이 있어 오늘 못 나왔다. 내가 대리로 나왔다”며 B 씨의 정확한 사정은 잘 모르겠다. KBO 쪽에서 내게 전화가 와서 나왔다고 밝혔다.

B 경기운영위원 "성희롱? 오해다. 여성 아르바이트생에게 사과했고, 사과 받아줬다.", KBO "B 경기운영위원 업무 배제 상태. 현재 진상조사 중"

B 경기운영위원 대신 7일 잠실구장 경기감독관실을 지킨 도상훈 전 심판위원장(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B 경기운영위원 대신 7일 잠실구장 경기감독관실을 지킨 도상훈 전 심판위원장(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최근 야구선수들의 성폭력 사건이 큰 파문을 빚는 가운데, KBO 경기운영위원까지 성희롱 사건에 연루됐단 점에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한 야구 관계자는 야구장 내에서 구단과 외주업체의 관계는 ‘절대 갑’과 ‘절대을’의 관계다. 특히 외주업체 소속의 아르바이트생이라면 을도 아닌 ‘병’, ‘정’에 해당한다. 아르바이트생이 실수 한번 했다가 다음날부터 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아르바이트생은 부당한 일을 당해도 마음 놓고 알리기 힘든 처지라고 밝혔다.

야구장에서 일하는 여성 인력에 대한 성희롱은 과거에도 종종 제기됐던 문제다. 그러나 야구단과 KBO가 워낙 ‘갑’인 데다가 사회적 분위기 탓에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은 채 그냥 덮이는 일이 많았다. 2017년 한국에서 열린 한 국제대회 때도 여러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성희롱, 성추행 피해를 호소했지만, 이는 외부로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에서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야구장 여성 인력에 대한 성피해 문제를 공론화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KBO에 관련 사건을 보고한 구단 관계자는 “최근 미투 등 성 관련 문제가 심각해지고, 뉴스도 많이 나오는데 왜 그런 행동을 하셨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 간다”며 고갤 갸웃했다.

B 경기운영위원은 8일 엠스플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여성 아르바이트생 성희롱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다.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옆에 있던 원로 야구인의 팬일 것으로 생각해 '안마 해드려'했던 것 뿐"이라며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 아르바이트생에게 사과했고, 제 사과를 받아줬다" "어떤 의미에서든 구설에 올라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KBO는 해당 '성희롱' 논란과 관련해 "일단 B 씨를 경기운영위원에서 배제한 상태"라며 "관련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지헌, 김근한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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