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야구협회 비자금 의혹 관련 7명의 전·현직 협회 관계자를 경찰 수사 의뢰했다. 하지만 당시 KBO 자금 관리를 맡았던 '장00 팀장'이 수사 대상에서 제외돼, 실체적 진실을 밝혀낼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야구협회 차명계좌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은 야구협회와 KBO가 모두 관련된 사건이다(사진=엠스플뉴스)
대한야구협회 차명계좌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은 야구협회와 KBO가 모두 관련된 사건이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4월 3일 대한야구협회(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전·현직 이사와 직원 7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야구협회 차명계좌 및 비자금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려면 수사기관의 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사건을 경찰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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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수사 의뢰 대상엔 양해영 전 KBO(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과 장윤호 현 KBO 사무총장을 비롯해 윤00 전 운영부장, 이00 전 이사, 윤00 전 전무 등이 포함됐다. 또 차명계좌에 명의를 도용당한 피해자인 전직 프로구단 트레이너 A 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KBO 자금 책임자, 양헤영 전 총장 친인척 '장 팀장'이었다

양해영 전 사무총장의 친인척인 장00 팀장은 양 전 총장 관련 각종 의혹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사진=KBO)
양해영 전 사무총장의 친인척인 장00 팀장은 양 전 총장 관련 각종 의혹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사진=KBO)

하지만 문체부의 수사 의뢰 대상엔 중요한 인물 하나가 빠졌다. 사건 발생 당시 KBO에서 자금 운용을 담당한 장00 관리팀장(현 KBO 육성팀장)이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야구협회 차명계좌엔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3억 원에 가까운 협회 자금이 흘러 들어갔다. 입금내역을 살펴보면 대부분 입금자가 대한야구협회, 혹은 야구협회의 영문 약자인 ‘KBA’로 돼 있다.

자생력이 부족한 야구협회는 1년 예산에서 KBO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단체다. KBO가 지원한 돈이 차명계좌를 통해 제삼자에게 건너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2012년엔 KBO가 차명계좌로 돈을 보낸 내역도 발견됐다.

KBO 관계자는 “2012년 당시 KBO 자금은 양해영 전 사무총장의 친인척인 장00 관리팀장이 담당했다”고 밝혔다. 장 팀장은 자신을 "양 전 총장의 이종사촌 남편"으로 소개한 바 있다.

장 팀장은 그간 엠스플뉴스가 보도한 양해영 전 총장 관련 각종 의혹에 단골로 등장했다. 엠스플뉴스는 양 전 총장이 KBO 차량 보험을 자신의 친형이 운영하는 보험 영업소에 몰아준 의혹을 비롯해, KBO 팀장들이 여성 지원자를 고의로 떨어뜨리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해 전직 KBO 직원은 “면접 당시 장 팀장을 포함한 팀장 서너 명이 면접관으로 들어간 뒤 며칠 후 특정 여성 지원자를 떨어뜨리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했다"는 증언을 한 바 있다.

KBO에 한 자동차회사가 협찬한 고급 승용차. 양해영 전 총장은 퇴임 이후 이 차를 헐값에 사들였다가, 논란이 커지자 반납했단 의혹을 받는다(사진=엠스플뉴스)
KBO에 한 자동차회사가 협찬한 고급 승용차. 양해영 전 총장은 퇴임 이후 이 차를 헐값에 사들였다가, 논란이 커지자 반납했단 의혹을 받는다(사진=엠스플뉴스)

장 팀장은 양 전 총장의 ‘셀프 총재 특보’ 시도를 지원한 의혹도 받는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신임 정운찬 총재 업무보고 때 장 팀장은 ‘20년 이상 장기 근속자는 총재 특보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을 내세워 양 전 총장의 특보 기용 정당성을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 전 총장의 KBO 관용차 헐값 매입 과정에도 장 팀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 양 전 총장은 총장 시절 협찬받은 9천만 원 상당의 관용차를 퇴임 이후 2, 3천만 원의 저렴한 가격에 매입해 타고 다니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장 팀장은 관리팀장 시절 KBO 관용차 관리 업무를 맡았다.

전직 KBO 인사는 “KBO 관리팀은 청와대로 치면 비서실”이라며 “KBO 관리팀장이 총재를 수행하고, 사무총장과 함께 주요 정보를 관리한다.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겸한 위치라고 보면 된다. 웬만한 직원들은 관리팀 내부 정보엔 접근조차 할 수 없다”며 양 전 총장 시절 장 팀장의 위세가 어느 정도였는지 설명했다.

“문체부 TF 조사 기간, 윤00 전 부장과 장 팀장 여러 차례 만났다”

사건의 열쇠를 쥔 윤00 전 운영부장(사진 왼쪽). 윤 부장은 2014년 협회 자금 횡령으로 1년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번 차명계좌 사건에서도 윤 부장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윤 부장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의원 시절 측근으로, 김 전 실장이 특검에 출두할 때 보디가드 역할을 수행했다(사진=MBC)
사건의 열쇠를 쥔 윤00 전 운영부장(사진 왼쪽). 윤 부장은 2014년 협회 자금 횡령으로 1년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번 차명계좌 사건에서도 윤 부장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윤 부장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의원 시절 측근으로, 김 전 실장이 특검에 출두할 때 보디가드 역할을 수행했다(사진=MBC)

엠스플뉴스는 “문체부 ‘체육 분야 정상화 특별전담팀(TF)가 한창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사건의 키를 쥔 윤00 전 야구협회 관리부장이 KBO 회관에 자주 방문했다. 방문할 때마다 장00 팀장과 만나 모종의 대화를 나눴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윤00 부장과 양해영 전 총장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밑에서 일한 전력이 있다. 윤 부장은 2014년 8월 협회 자금 횡령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야구협회 차명계좌 사건의 ‘윗선’을 밝힐 핵심 인사로 지목받고 있다.

엠스플뉴스는 장 팀장에게 ‘윤 전 부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사실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장 팀장은 “개인적인 일을 왜 물어보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엠스플뉴스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장 팀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계속된 질의에 "개인적인 일을 물어보지 말라"고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7명의 수사 의뢰 대상 선정 기준에 대해 “당시 실무자와 야구협회 상임이사로 일한 이들을 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건 당시 KBO 돈이 차명계좌로 입금됐다는 사실, 당시 KBO 자금 관리 업무를 장 팀장이 맡았다는 걸 상기할 때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장 팀장 역시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이 반드시 처음 수사 의뢰받은 대상만 수사하는 건 아니다. 수사를 진행하면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수사 대상 범위는 더 넓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 지원자를 고의로 떨어뜨리기 위해 KBO 팀장들이 면접 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현재 경찰은 이 사건을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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