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야구 감독들이 공동 성명서를 발표한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아마추어 선수를 한 명도 선발하지 않은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대한 성토가 중심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관심과 냉대 속에 고사 위기에 빠진 대학야구(사진=한국대학야구연맹)
무관심과 냉대 속에 고사 위기에 빠진 대학야구(사진=한국대학야구연맹)

[엠스플뉴스]

“한국 대학야구는 지금 고사 위기에 몰렸습니다. 말로만 아마야구 발전을 얘기하고, 실제론 대학야구를 등한시하는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변화를 촉구하고자 성명서를 발표하게 됐습니다.”

대학야구 감독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한국 대학야구 감독자 협의회'는 6월 19일 KBO(한국야구위원회)와 KBSA(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향한 강도높은 비판이 담긴 공동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성명서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 아마추어 선수를 한 명도 선발하지 않은 KBO에 대한 비판과 대학야구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KBSA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룰 것'이란 전망이다.

대표팀에 대학 선수 ‘0’ 최소한의 배려조차 안 했다

대학야구 경기 장면(사진=한국대학야구연맹)
대학야구 경기 장면(사진=한국대학야구연맹)

한국 대학야구 감독자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경희대 김도완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아마추어 선수가 철저히 배제된 게 대학감독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KBO와 KBSA는 6월 11일 전원 프로 선수로 구성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24명의 대표팀 가운데 아마추어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대표팀 최종 명단 기자회견장에서 선동열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은 아마추어 선수를 배제한 이유를 묻자 “김응용 협회 회장께 ‘저희 이번에 꼭 금메달 따야 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는 답변을 내놨다. 선 감독의 요구에 한국 아마추어 야구의 수장인 김응용 KBSA 회장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원 프로’로 구성된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자 아마야구계에선 ‘주객이 전도된 결과’란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다른 참가국은 국제대회 선수 선발과 운영을 아마추어 야구협회가 주도한다. 반면 한국은 KBO가 대표팀 구성부터 운영까지 전권을 쥐고, 명단만 KBSA에 제출하는 기형적 구조다.

그나마 아마추어 선수 1명을 선발하던 것도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땐 아예 건너 뛰었다. 'KBO가 아마야구에 대한 배려가 없다'며 불편한 심경을 나타냈던 대학감독들의 분노가 마침내 폭발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성명서 발표, KBO와 야구협회 변화 계기 되길”

대표팀 선동열 감독을 향한 대학야구계의 비판이 거세다(사진=KBO)
대표팀 선동열 감독을 향한 대학야구계의 비판이 거세다(사진=KBO)

대학감독 협의회 회장인 김도완 감독은 “아시안게임은 어차피 한국과 일본, 타이완 3개국이 우승을 겨루는 대회”라며 “아마추어 선수 한 명을 데려간다고 금메달 획득에 지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8월에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일본은 프로선수 없이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타이완은 왕웨이중(NC)까지 차출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과거보다 팀 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게다가 타이완은 아시안게임 기간에도 CPBL(중화봉구직업연맹) 리그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한 대학야구 관계자는 “이런 대회에 한국이 금메달을 못 따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라며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잔뜩 들고가는 게 한국 대표팀의 행태라고 꼬집었다.

김 감독은대학야구가 지금 굉장히 힘든 처지다. 일부 대학에선 야구부를 없애고, 동아리 야구로 전환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대학 선수들이 외면받는 마당에 국가대표마저 제외되면, 대학 선수들이 어디서 목표와 동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은 “아마야구가 없으면 프로야구도 없다”며 “KBO와 야구협회가 대학야구의 안타까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더 나은 환경에서 야구할 수 있게 고민해주길 바란다. 이번 대학 감독 성명서가 KBO와 야구협회가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야구 감독들은 이번 성명서 발표를 계기로 아마야구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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