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에서 ‘린동원(린드블럼+최동원)’이라 불리던 조쉬 린드블럼. 린드블럼은 두산 베어스로 이적한 뒤 ‘린철순(린드블럼+박철순)’이란 새 별명을 얻었다. 린드블럼은 두산에서 새롭게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평균자책과 승리엔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린드블럼(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평균자책과 승리엔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린드블럼(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엠스플뉴스]

‘견고함’은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단어다.

린드블럼은 3월 30일부터 6월 13일까지 1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두산 입단 첫해, 2006년 맷 랜들이 세운 12경기 연속 QS를 넘어서는 ‘구단 최다 연속 QS’ 기록을 거둔 것이다.

꾸준함을 바탕으로, ‘KBO리그 장수 외국인 선수’를 꿈꾸는 린드블럼을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평균자책과 승리보다 중요한 건 공격적인 투구"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견고한 투구'로 팀 승리에 헌신하는 린드블럼(사진=엠스플뉴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견고한 투구'로 팀 승리에 헌신하는 린드블럼(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꾸준한 활약으로 두산 마운드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린드블럼을 수식할 만한 가장 정확한 단어가 있다면 견고함이 아닐까 싶은데요.

‘견고함’이란 표현이 참 마음에 듭니다(웃음). ‘견고한 투수’란 평가를 듣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고통을 참아내고, 묵묵히 견뎌온 것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합니다. ‘견고함’이란 말을 들을 수 있는 건 저 혼자 잘해서가 아니에요. 팀 동료 모두가 함께 노력한 결과입니다.

‘견고함’을 보여주는 첫 번째 기록이 바로 ‘소화 이닝’입니다. 6월 24일 기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닝(104이닝)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자부심을 가지는 기록입니다. ‘이닝을 많이 소화한다’는 건 효율적 투구와 맥을 함께 하죠. 팀 동료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헌신’을 나타내는 수치이기도 하고요.

린드블럼이 돋보이는 이유는 ‘이닝 소화 능력’뿐 아닙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함과 동시에, 상대 타자 출루를 최소화하는 투구를 펼치고 있습니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이 1.03으로 리그 1위입니다.

언제나 경기 전 ‘출루를 최소화하자’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요. 전 타자들이 공짜로 출루하는 걸 정말 싫어합니다(웃음). ‘공짜 출루’는 언제나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니까요. 앞으로도 타자들이 1루를 밟는 횟수를 줄이는 데 신경 쓸 생각입니다.

'전설을 따라가는 사나이'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사진=엠스플뉴스)
'전설을 따라가는 사나이'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사진=엠스플뉴스)

뛰어난 ‘출루 허용률’은 자연스레 좋은 평균 자책점(2.94, 리그 3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평균자책은 제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기록 두 가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뭡니까.

승리 투수 여부죠. 평균자책과 다승은 투수가 얼마나 많은 스트라이크를 던졌는지, 얼마나 효율적인 투구를 했는지 충분히 설명해줄 수 있는 기록이 아닙니다. 특히 ‘평균자책’이란 숫자는 투수의 성향을 표현하기엔 한계가 많아요.

그렇다면, 어떤 기록을 신경 쓰는 편입니까?

앞서 언급한 WHIP에 관심이 가장 많습니다. WHIP을 통해 제가 얼마나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닝’도 관심 있는 수치입니다. 팀을 위한 헌신을 투수 스스로 재확인할 수 있는 수치니까요. 두 기록을 중심 삼아 앞으로도 ‘견고한 투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웃음).

'린동원', '린철순'… 전설의 길을 따라가는 린드블럼

롯데의 '린동원'은 두산의 '린철순'으로 변신했다(사진=엠스플뉴스)
롯데의 '린동원'은 두산의 '린철순'으로 변신했다(사진=엠스플뉴스)

‘견고함’을 바탕으로, KBO리그 장수 외국인 투수로 거듭나는 중입니다.

오랫동안 KBO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영광입니다. 아시다시피 KBO리그에서 외국인 투수가 장수할 확률은 상당히 낮습니다. 오랜 시간 KBO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라이언 피어밴드, 더스틴 니퍼트(이상 KT), 메릴 켈리(SK), 브룩스 레일리(롯데)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롯데에서 ‘린동원’이란 별명으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두산으로 이적하면 별명이 ‘린철순’으로 바뀌었는데요.

맞아요(웃음).

KBO리그사를 대표하는 ‘레전드 투수’ 최동원, 박철순과 비교되는 기분이 남다를 듯합니다.

아직 KBO리그에서 4년밖에 뛰지 않은 제가 전설적인 투수들과 비교되는 건 부끄러운 일입니다. 동시에 큰 영광이기도 하죠. 최동원, 박철순은 오랜 시간 KBO리그 마운드를 지키며, 전설의 반열에 오른 투수들입니다. 저 역시 앞으로 더 오랜 시간 KBO리그에서 활약하며, 전설의 길을 따라가고 싶어요. 진심입니다.

‘전설의 길’을 따라간다는 것,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물론입니다. 분명 어려운 길일 거예요. 하지만, 그럴수록 너무 먼 곳을 바라보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미래보다, 현재에 초점을 맞추려고 해. 제 머릿속엔 ‘오늘 훈련을 어떻게 하고, 다음 등판에서 어떤 투구를 펼칠지’에 대한 생각만 가득합니다.

린드블럼은 경기마다 '모든 걸 쏟아붓는다'는 각오로 마운드에 오른다(사진=엠스플뉴스)
린드블럼은 경기마다 '모든 걸 쏟아붓는다'는 각오로 마운드에 오른다(사진=엠스플뉴스)

그렇게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한국인 투수들이 김드블럼, 박드블럼이란 별명으로 불릴 날이 찾아올 겁니다.

과연 그럴 날이 올까요(웃음)? ‘김드블럼, 박드블럼’이라,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저는 충분히 행복해요. ‘전설’이 되지 못하더라도, 제가 KBO리그를 사랑하는 마음엔 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KBO리그에서 받은 팬들의 사랑은 잊지 못할 거예요.

장수 외국인 투수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KBO리그에서 오랜 시간 활약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봅니까.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던 시절, 베테랑 투수 데릭 로우가 해준 말이 있습니다. 오늘 등판에서 준비해온 걸 쏟아부었나. ‘Yes’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후회하지 않아도 좋다란 말이었어요. 저는 언제나 이 말을 되새깁니다. 등판마다 마운드 위에서 모든 걸 쏟아붓는다면, KBO리그 팬들과 더 오랜 시간 동안 동행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감사합니다(웃음).

이동섭 기자 dinoegg509@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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