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엠스플 탐사] 또 불거진 KBO 입찰 논란…“입찰 특혜” VS “역차별”

-KBO, 입찰 1순위 대신 2순위 업체와 우선협상하며 논란

-다른 업체들 “1순위 업체 대표가 프로스포츠협회 사무총장,

발표자는 KBO 상벌위원. 전형적 입찰 특혜“ 주장.

-1순위 업체 “사무총장과는 무관. 지분 정리됐다.

KBO가 아무 설명없이 우선협상 자격 박탈했다.“

-KBO “1순위 업체가 모 대학과 공동 수급한 게 문제.

재입찰 없이 2순위 업체와 계약 맺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주최단체지원금을 사용하는 KBO 입찰이 올해도 논란을 빚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문화체육관광부의 주최단체지원금을 사용하는 KBO 입찰이 올해도 논란을 빚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또 한 번 ‘입찰 시비’에 휘말렸다.

 

‘입찰 시비’는 KBO가 입찰로 결정한 연구용역 계약을 예정보다 한 달 뒤로 미룬 데 이어, 1순위가 아닌 2순위 업체와 계약을 추진하면서 벌어졌다.

 

KBO는 “1순위 업체와 계약할 경우 입찰 특혜 등 각종 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했다”는 설명이지만, 1순위 업체는 “정상적으로 진행한 입찰 계약이 정당한 이유 없이 무산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총재와 사무총장 등 수뇌부가 바뀐 뒤에도, 여전히 입찰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KBO를 엠스플뉴스가 취재했다.

 

KBO 입찰에서 최고 점수 받았던 S사. 갑자기 '입찰 포기'한 이유

 

입찰 결과 1순위에 선정된 S사. 하지만 KBO는 우선협상을 2순위 업체와 진행했다(사진=엠스플뉴스) 입찰 결과 1순위에 선정된 S사. 하지만 KBO는 우선협상을 2순위 업체와 진행했다(사진=엠스플뉴스)

 

KBO는 5월 15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KBO리그 중장기 전략 안정화 사업 연구 용역입찰공고를 올렸다. 일종의 ‘컨설팅 업체’ 선정 입찰이었다. KBO 관계자는 “2013년 한 차례 진행했던 중장기 전략 연구를 변화한 리그 환경에 맞게 업데이트하는 게 사업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KBO가 배정한 연구용역비는 총 3억 원. 하지만, 이 돈은 KBO가 대는 게 아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주최단체지원금’으로 진행되는 사업이었다. KBO는 5월 23일 사업설명회를 열고, 6월 26일까지 제안서를 접수한 뒤, 29일 기술평가회를 개최했다. 취재 결과 총 7개 업체가 참가해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술평가회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업체는 스포츠경영 컨설팅 전문기업인 S사였다. 예정대로라면 KBO는 7월 2일 S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했어야 했다. 하지만, 발표는 미뤄졌다.  

 

입찰에 참여한 복수의 업체 관계자는 2주 넘게 발표가 미뤄져 KBO에 진행 상황을 문의했지만,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계속 시간을 끌었다 8월이 돼서야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됐다고 전했다. 

 

예정보다 한 달이 지난 8월 1일에 발표된 우선협상자는 예상대로 기술평가회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S사였다. S사는 입찰가격 점수 17.4019점, 기술평가점수 77.35점을 합한 종합평점 94.7519점을 기록하며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S사는 최근 KBO에 ‘입찰 포기’ 신청서를 제출했다. KBO 관계자는 1순위 업체인 S사가 우선협상 기간에 입찰 포기를 했다 “조만간 2순위 업체와 우선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예정보다 한 달 뒤로 미뤄지고, 1순위 업체가 아닌 2순위 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1순위 S사, 프로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이 올 초까지 운영한 업체로 밝혀져. 오00 총장 "지분 정리 끝나 지금은 나와 상관없는 회사"

 

S사 설립자인 오00 사무총장은 3월 12일자로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그러나 아내인 양00 씨는 계속해서 사내이사로 머물렀다. 여전히 S사가 오00 사무총장의 소유라는 문제가 제기된 배경이다(사진=엠스플뉴스) S사 설립자인 오00 사무총장은 3월 12일자로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그러나 아내인 양00 씨는 계속해서 사내이사로 머물렀다. 여전히 S사가 오00 사무총장의 소유라는 문제가 제기된 배경이다(사진=엠스플뉴스)

 

취재 중 만난 한 야구계 관계자는 1순위 업체인 S사가 현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사무총장과 깊은 관련이 있는 회사란 게 문제가 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S사는 프로스포츠협회 오00 사무총장이 2013년 설립해 올해 초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한 회사로 밝혀졌다. 나라장터 개찰 순위에도 S사 대표자명이 ‘오00’으로 표기돼 있었다. 

 

이 관계자는 “프로스포츠협회는 7개 프로스포츠 단체가 모여 만든 협회다. 문체부를 대신해 프로단체 공통 사업 수행은 물론, 각 단체와 구단의 성과 평가 등을 하는 곳이다. 문체부가 지원하는 주최단체지원금에도 깊숙이 관여한다”며 “이런 협회의 실무 수장이 대표로 있는 회사가 가맹단체인 KBO 입찰을 따낸다면 그게 특혜가 아니고 무엇이겠냐”고 반문했다. 

 

문체부 관계자도 “프로스포츠협회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가 주최단체지원금 정책”이라며 “프로스포츠협회가 각 프로단체와 구단이 지원금을 얼마나 받아갈지 평가하는 업무를 수행한다는 걸 고려한다면 주최단체 지원금 사업과 프로스포츠협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라고 설명했다. 

 

문체부 산하 기관의 관계자는 “문체부에서 오00 사무총장 선임 때부터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싶어 우려가 많았다”며 “문체부가 오 총장이 프로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이 되기 전까지 스포츠 컨설팅 관련 사업을 하던 분이라, 이해관계가 겹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프로스포츠협회 오 총장은 “내가 S사 대표였던 건 맞지만, 지금은 S사를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 3월 16일 사무총장 취임 전에 모든 지분을 정리하고 프로스포츠협회로 왔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오 총장은 “사무총장 선임 조건 가운데 하나가 회사 지분 정리였다”고 강조했다.

 

S사의 설립 초기 주주구성. 오00 사무총장과 아내인 사내이사 양00가 대부분의 회사 지분을 보유했다(사진=엠스플뉴스) S사의 설립 초기 주주구성. 오00 사무총장과 아내인 사내이사 양00가 대부분의 회사 지분을 보유했다(사진=엠스플뉴스)

 

그러나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입찰 참가 당시 S사엔 오 총장의 아내 양00 씨가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양 씨는 2013년 회사 설립 이후 줄곧 사내이사를 맡아왔다. 2014년 이후 법인 등기부등본상 S사의 임원은 오 총장과 양 씨 둘 뿐이었다. S사 지분 가운데 35%도 양 씨 몫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오 총장은 “입찰 당시 아내가 사내이사로 있었던 건 맞다”면서도 현재는 아내 지분도 다 정리된 상황이다. KBO 입찰 때문에 논란이 많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오 총장과 가까운 야구계 관계자는 “S사는 오 총장이 손 털고 나온 뒤 겨우겨우 적자를 면하면서 유지돼왔다. 오 총장 아내도 실제 회사 일에 관여하는 건 전혀 없다. 한번은 S사와 일하고 싶어 오 총장에게 연락했더니 '이제 나와는 무관한 회사'라며 선을 긋더라”며 S사와 오 총장의 관계가 정리됐음을 시사했다. 


상대 업체들 "S사 PT 발표자가 현 KBO 상벌위원. 심판이 선수로 뛴 것이나 다름없다." 주장 

 

KBO 중장기 전략 컨설팅 입찰이 논란을 빚은 데는 현직 KBO 상벌위원이 '선수'로 참가한 것도 한몫을 했다(사진=엠스플뉴스) KBO 중장기 전략 컨설팅 입찰이 논란을 빚은 데는 현직 KBO 상벌위원이 '선수'로 참가한 것도 한몫을 했다(사진=엠스플뉴스)

 

KBO가 1순위 업체 선정 발표를 미룬 또 하나의 이유는 기술설명회 당시 S사 발표자로 나온 교수와 S사가 객원 연구원으로 소개한 이들의 면면 때문으로 알려졌다. 

 

S사 발표자로 나온 이는 현직 KBO 상벌위원인 J 교수였다. J 교수는 스포츠 관련학과 교수로, 지난해까지 KBO 야구발전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이다. 올해부턴 상벌위원을 맡고 있는데 야구계에선 잘 알려진 인물이다. 한 야구계 인사는 “J 교수는 야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높은 교수로, 그간 야구계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한 분”이라고 평했다.

  

S사는 과업수행에 참여할 객원 연구원으로 전 프로야구단 대표이사, 전직 야구기자, 포털사이트 스포츠 이사(정직 중으로 알려짐) 등 총 15명의 야구 관계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S사를 제외한 ‘KBO 중장기 전략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대부분 경영 컨설팅 회사나 대형 회계법인으로 스포츠와는 관련성이 크지 않은 회사들이었다. 처음부터 현직 KBO 관계자와 유명 야구계 인사가 총출동한 S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KBO 운영팀 관계자는 “상벌위원은 KBO 직원이 아닌 자문 역할만 담당하는 비상근 외부직”이라며 “상벌위원의 (입찰 참가가) 된다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KBO "S사가 J 교수가 소속한 대학과 공동수급한 게 문제"

 

KBO는 1순위 업체 S사와 우선협상을 하지 않는 이유로 '공동수급 불가' 조항을 들었다(사진=엠스플뉴스) KBO는 1순위 업체 S사와 우선협상을 하지 않는 이유로 '공동수급 불가' 조항을 들었다(사진=엠스플뉴스)

 

그렇다면 KBO가 공식적으로 밝힌 1순위 업체 S사와 우선협상을 진행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KBO 운영팀 관계자는 “(입찰 참가자격에) 공동수급에 대한 조건이 있었다”며 “컨소시엄으로 들어올 수 없단 규정이 있었는데, (S사는) 공동수급으로 볼 만한 상황이 있어서 (우리 쪽에서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실제 KBO가 입찰공고 당시 발표한 제안요청서의 ‘입찰참가 자격’엔 ‘공동수급(공동이행방식) 불가’라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KBO 관계자는 KBO 상벌위원 J 교수가 S사 직원이 아닌데도 기술설명회에 발표자로 나왔다. ‘사외이사’ 자격으로 나왔다고 했는데, 자료를 들여다보니 J 교수가 속한 모 대학 스포츠경영학과와 S사가 공동수급한다고 볼 여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J 교수는 “KBO 입찰 참가를 위해 여러 업체와 접촉했지만, 제한된 공고 기간 안에 서류를 준비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명칭은 S사지만 실제로는 S사가 아니다. 실제 참가한 업체는 S사를 인수·합병할 예정인 회사다. 이 회사가 합병 작업 때문에 서류를 제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합병대상인 S사 이름으로 입찰에 참여한 것”이라며 공동수급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S사 관계자는 “우리가 우선협상자로 일찌감치 정해졌는데도 KBO가 차일피일 발표를 미뤘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턴 KBO 팀장들이 우리 쪽에 계속 입찰 포기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실제로 KBO는 S사를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KBO 내부는 물론 야구계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엠스플뉴스를 비롯한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기류가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KBO 운영팀을 중심으로 팀장급에서 뒤늦게 S사와의 계약 체결을 반대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란 지적이다.

 

KBO 사정에 정통한 모 야구인은 지난해 KBO가 중국 진출 사업 과정에서 입찰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큰 홍역을 치렀다. 문제가 된 팀장은 자리에서 물러난 뒤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KBO 팀장들로선 어떤 형태로든 입찰 관련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사 관계자는 “만약 오 총장이나 상벌위원 J 교수 등이 문제가 됐다면, 왜 입찰 참가신청 당시에 KBO가 우릴 걸러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릴 높였다. 

 

스포츠 산업계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업체가 입찰에 참여해 기술평가회 1순위까지 차지한 덴 안이하게 입찰을 진행한 KBO의 책임이 크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현직 스포츠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뒤늦게라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KBO가 나섰다면 이는 비판보단 칭찬을 해줘야 할 일이라며 오 총장이 정운찬 총재의 서울대 후배임을 알고서도 KBO 팀장들이 S사와의 계약 체결을 반대했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칭찬해줘야 일이라고 강조했다.  

 

S사 “재입찰해야”. KBO “2순위 업체와 협상 시작”. 스포츠계 "문체부 지원금을 눈 먼 돈으로 인식하는 프로단체에겐 한 푼도 지원하지 말아야"

 

반복되는 입찰 논란을 피하려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단체지원금 지원사업을 좀 더 꼼꼼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엠스플뉴스) 반복되는 입찰 논란을 피하려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단체지원금 지원사업을 좀 더 꼼꼼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엠스플뉴스)

 

S사는 재입찰을 주장하고 있다. S사 관계자는 “국가기관 진행 사업의 경우 1순위가 빠지면 재입찰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만약 KBO가 재입찰을 하는 대신 2순위 업체와 우선협상을 진행한다면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KBO는 예정대로 2순위 업체인 F사와 우선협상을 진행할 방침이다. KBO 관계자는 “재공고 입찰이나 신규입찰은 심사결과 적격자가 없는 경우 또는 모든 협상적격자와 협상 결렬 시에 하게 돼 있다. 조달청에서도 차순위 업체와 협상하는 게 맞다는 답변을 줬다”는 말로 S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우선협상대상자 협상이 한달 뒤로 미뤄지면서, KBO의 중장기 전략 사업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원래 사업계획상으론 7월부터 분야별 연구를 한 뒤 11월 KBO 임직원과 리그 관계자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게 돼 있다. 

 

입찰 논란이 불거지며 KBO의 중장기 전략 사업 추진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입찰 논란이 불거지며 KBO의 중장기 전략 사업 추진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취재 중 만난 모 대학 교수는 “문체부 지원금을 눈 먼 돈으로 생각하는 프로단체가 많다. 상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단체도 있다. 이런 단체엔 지원금을 정확히 따져주거나 문제를 반복 시 징벌적 차원에서 아예 주지 않아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KBO가 어떻게 주최단체지원금을 쓰는지, 어떤 사람들이 정부 돈을 차지하려고 혈안이 돼 있는지 문체부가 자기 통장을 관리하듯 철저히 살펴봤으면 좋겠다. KBO가 발주한 중장기 전략 사업은 전형적인 페이퍼 워크다. 이런 사업을 위해 3억 원을 쓸 여유가 있다면 차라리 유소년이나 사회인 야구장을 건립하는데 쓰는 게 훨씬 더 ‘중장기적’으로 좋다는 생각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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