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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2018 KBO리그를 정의한 9가지 숫자들

| 막바지를 향해 가는 2018시즌 KBO리그. 올 시즌 나타난 리그 전체 트렌드를 9가지 숫자들을 통해 돌아봤다. 

 

2018시즌 KBO리그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2018시즌 KBO리그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야구는 수많은 숫자들로 정의되는 스포츠다. 오랫동안 3할 타자는 강타자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20홈런-20도루는 ‘호타준족’을 표상했다. 20승은 역사에 남을 에이스 투수를, 2점대 평균자책은 리그 정상급 투수를 가리켰다. 

 

야구의 숫자들은 리그 전체 트렌드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려준다. 고대 유물에 새겨진 문자처럼, 숫자 스스로가 의미심장한 뭔가를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 2018 KBO리그 트렌드를 보여주는 9가지 숫자가 있다. 숫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엠스플뉴스가 풀이해 봤다. 모든 기록은 10월 10일까지 경기 기준이다.

 

200 (한 시즌 팀 홈런 200개)

 

공포의 홈런타자 제이미 로맥(사진=엠스플뉴스) 공포의 홈런타자 제이미 로맥(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전까지 KBO리그 역사상 한 시즌 200홈런 이상을 기록한 팀은 단 6개 팀에 불과했다. 또 한 시즌 복수의 200홈런 팀이 나온 시즌도 1999년(해태, 삼성)이 유일했다.

 

올 시즌 이 기록이 깨질 전망이다. SK 와이번스가 2년 연속 230홈런을 돌파한 데 이어, 역대 한 시즌 팀 홈런 최다기록(234홈런) 셀프 갱신을 앞두고 있다. KT 위즈도 10일 롯데와 더블헤더를 통해 200홈런을 돌파했다. 물론 같은 200홈런 팀이지만 두 팀의 입지는 천양지차다.

 

여기에 롯데 자이언츠도 시즌 197홈런으로 조만간 200홈런을 넘길 기세다. 남은 4경기에서 홈런 3개만 추가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200홈런 팀이 세 팀 탄생한다. 올 시즌 리그 홈런 수는 1,731개로 37년 KBO 역사상 최다 기록이다.

 

69 (두 자릿수 홈런 타자의 수)

 

생애 첫 시즌 10홈런을 날린 김상수의 '빠던'(사진=엠스플뉴스) 생애 첫 시즌 10홈런을 날린 김상수의 '빠던'(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엔 40홈런 타자가 5명이나 나왔고, 30홈런 이상 타자도 11명이나 나왔다. 20홈런 타자도 35명이나 됐다. 

 

참고로 1993시즌 같은 경우 리그에서 단 두 명의 타자(김성래 28홈런, 양준혁 23홈런)만 20홈런을 넘긴 바 있다. 당시 둘의 홈런 경쟁을 다룬 한 신문기사에선 “‘홈런왕 야망’ 거포 경쟁 뜨겁다”란 타이틀을 달았다. 지금은 20홈런 정도론 거포로 쳐주지도 않는다.

 

더 놀라운 건 따로 있다. 올 시즌 10홈런 이상,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타자 수도 69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참고로 역대 최악의 타고투저로 꼽히는 2009시즌 두 자릿수 홈런타자는 48명, 1999년엔 39명밖에 없었다.

 

그간 단 한번도 두 자릿수 홈런을 친 적 없는 두산 베어스 김재호, 허경민, 삼성 라이온즈 김상수, 롯데 신본기 등이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다. 역사적으로 유격수가 주포지션 선수가 두 자릿수 홈런 때린 건 총 62회, 그 중에 6명이 올 시즌에 탄생했다. 

 

도루가 주무기인 삼성 박해민도 9홈런으로 남은 경기에서 1개만 추가하면 두 자릿수 홈런 타자가 된다. 두 자릿수 홈런이 파워의 상징이던 시대가 저물어 간다.

 

0.308 (두산 팀타율)

 

3할 5푼대 타율을 자랑하는 포수 양의지(사진=엠스플뉴스) 3할 5푼대 타율을 자랑하는 포수 양의지(사진=엠스플뉴스)

 

팀 타율 3할을 최초로 기록한 팀은 1987년 삼성 라이온즈(0.300). 그 이후 3할 타율 팀은 20년 이상 나오지 않다가 2014년 삼성이 0.301을 기록하며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

 

삼성은 이듬해 팀타율 0.302로 다시 한번 역대 기록을 셀프 갱신했고, 2017년엔 KIA 타이거즈가 0.302를 기록하며 ‘모’ 단위로 삼성을 제치고 역대 1위에 올랐다.

 

이 기록이 올 시즌 두산에 의해 다시 깨질 전망이다. 두산은 10일까지 팀타율 0.308을 기록했다. 팀내 100경기 이상 출전한 타자 중에 3할 타자만 6명이다. 외국인 타자 지미 파레디스가 0.138을 기록하고, 스캇 반슬라이크가 0.128을 기록하며 ‘밸런스 패치’를 시도했지만 두산의 역대 최고 팀타율 기록을 막지 못했다.

 

참고로 메이저리그의 경우 현대 야구가 정립된 1930년 이후 팀 타율 3할 이상 팀은 총 14팀이 나왔다. 이중 13팀이 1930년대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1950년 보스턴 레드삭스가 0.302를 기록한 이후로 올 시즌까지 팀 타율 3할은 78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444 (리그 희생번트 기록)

 

한용덕 감독은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만큼이나 희생번트를 멀리한다(사진=엠스플뉴스) 한용덕 감독은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만큼이나 희생번트를 멀리한다(사진=엠스플뉴스)

 

똑딱이 타자도 두 자릿수 홈런을 날리는 시대가 되면서, 감독들은 점점 더 희생번트 작전을 멀리하는 추세다.

 

10일까지 리그 전체 희생번트는 444개. 이는 지금보다 경기수가 훨씬 적고 투고타저 경향이 강했던 1982년(216개), 1984년(341개), 1983년(393개)에 이어 역대 최소 4위 기록이다. 경기당 희생번트 수로 따지면 0.3개 꼴로 역사상 가장 적은 희생번트를 기록했다.

 

특히 한화 이글스, 넥센 히어로즈, NC 다이노스가 이런 트렌드에 앞장섰다. 한화는 희생번트 31회로 역대 최소 5위, 넥센은 32회로 역대 최소 7위, NC는 35회로 최소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KT와 두산까지 역대 최소 20위 안에 5개 팀이 포함될 정도로 좀처럼 번트를 구경하기 힘든 게 요즘 야구다.

 

18.8% (리그 타석당 삼진 비율) 

 

데뷔 첫 30홈런을 기록한 이성열.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기에, 삼진은 더 이상 부끄러운 기록이 아니다(사진=엠스플뉴스) 데뷔 첫 30홈런을 기록한 이성열.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기에, 삼진은 더 이상 부끄러운 기록이 아니다(사진=엠스플뉴스)

 

홈런이 크게 늘어난 반대급부로 삼진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 시즌 10일까지 리그 삼진 수는 10,531개로 2015시즌(10,553개)에 이은 역대 최다 2위다. 남은 정규시즌 기간 타자들이 일제히 번트만 대지 않는 이상, 역대 최다 삼진 기록이 확실시된다.

 

타석당 삼진율은 이미 2015시즌 기록인 18.6%를 넘어섰다. 18.8%로 37년 리그 역사상 가장 높은 타석당 삼진이 나왔다. 그에 비해 볼넷 비율은 8.1%로 낮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볼넷/삼진 비율도 역대 최소인 0.43을 기록했다. 

 

반면 타석당 홈런 비율은 3.09%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전보다 덜 걸어나가고, 더 많이 헛스윙하고, 그러면서 더 많이 담장 너머로 공을 날려보낸 타자들이다. 언제든 담장을 넘길 수 있기에 굳이 걸어나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삼진을 두려워하지도 않는 요즘 타자들이다.

 

6.00 (평균자책 6점대)

 

리그 평균자책 꼴찌, 롯데 김원중(사진=엠스플뉴스) 리그 평균자책 꼴찌, 롯데 김원중(사진=엠스플뉴스)

 

홈런의 시대는 투수들에게 악몽을 뜻한다. 올 시즌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 중에 6점대 평균자책 투수가 2명(롯데 김원중 7.05, LG 차우찬 6.09)이나 나왔다. 

 

특히 김원중은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1982년 삼미 김동철(7.06)의 기록을 넘어 역대 최악의 평균자책을 기록할 수도 있는 위기다. KBO리그 역사상 규정이닝 6점대 평균자책 투수는 단 10명 밖에 나오지 않았고, 10명 중에 4명이 역대 최악의 야구팀으로 꼽히는 삼미 슈퍼스타즈 소속이었다.

 

100이닝 이상 투수로 범위를 넓히면 6점대 평균자책 투수는 더 늘어난다. LG 트윈스 김대현, 롯데 김원중, 삼성 윤성환, 두산 유희관, 넥센 신재영, KIA 타이거즈 임기영, 팻딘, LG 차우찬까지 총 8명이다.

 

역대 39명밖에 안 나온 100이닝 이상-6점대 평균자책 투수가 올해만 8명이 나왔다. 그것도 대부분 한때 리그 에이스로 활약한 투수들이 불명예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6점대 평균자책 투수를 왜 계속 내보내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투수를 내보낸다고 더 나은 피칭을 한다는 보장도 없다. 극심한 타고투저 흐름 속에, 비교적 검증되고 예측 가능한 투수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감독들의 고민이다.

 

4 (역대 최소 완봉) 17(역대 최소 완투) 

 

이제는 양현종도 벤치에서 불펜 투수들이 뒤를 책임지는 걸 지켜봐야 하는 시대다(사진=엠스플뉴스) 이제는 양현종도 벤치에서 불펜 투수들이 뒤를 책임지는 걸 지켜봐야 하는 시대다(사진=엠스플뉴스)

 

6점대 선발투수가 속출한 대신, 완투와 완봉승은 자취를 감췄다. 올 시즌 리그에서 나온 완봉승은 총 4회로 37년 리그 역사상 가장 적었다. 남은 시즌 누군가 1개를 추가하지 않는다면, 2014시즌(5회)보다 적은 최소 기록으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

 

완투도 마찬가지. 10일까지 총 17차례로 2014년(18회)보다 적은 역대 최소에 그치고 있다. 특히 삼성, 한화, SK, 롯데 등 4팀은 시즌 내내 단 한 차례의 완투승도 기록하지 못했다. 

 

엉덩이가 빠진 상태로도 담장을 넘기는 타자들의 등쌀에 투수들은 마운드에서 길게 버티는데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다 나중엔 완투, 완봉이 노히터만큼 희귀한 기록이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182 (리그 블론세이브 수)

 

심창민은 올 시즌 블론세이브 8개로 최다를 기록했다(사진=엠스플뉴스) 심창민은 올 시즌 블론세이브 8개로 최다를 기록했다(사진=엠스플뉴스)

 

선발투수가 버티지 못하고 일찍 내려가면, 불펜이라도 잘 막아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올 시즌 리그 블론세이브는 총 182회로 최근 5년 이내 최다를 기록했다. 타자들에게 먼지나게 두들겨 맞는데는 선발과 불펜이 다르지 않았다.

 

삼성 심창민은 8블론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고, KT 김재윤-넥센 김상수-NC 이민호 등 각 팀 마무리들도 7개의 블론으로 뒤를 따랐다. 이에 따라 리그 세이브 성공률도 62.2%로 최근 5년간 최소 수치를 기록했다.

 

9,662명 (7, 8월 리그 경기당 평균 관중)

 

롯데-KIA전 같은 빅게임조차 드문드문 빈 좌석이 보인다(사진=엠스플뉴스) 롯데-KIA전 같은 빅게임조차 드문드문 빈 좌석이 보인다(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KBO리그는 2017시즌 8,400,688명을 넘어 역대 최다 관중 동원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실패했다. 10일까지 총 7,921,529명 동원해, 800만 돌파는 가능할지 몰라도 신기록은 어렵게 됐다.

 

가장 큰 이유는 ‘날씨’였다. 6월까지만 해도 경기당 평균 12,090명으로 비교적 순항했지만 7월부터 기록적 폭염이 시작되면서 관중 수가 푹 꺾였다. 7월 평균관중 9,705명, 8월 9,974명으로 두 달 연속 평균 1만 미만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 7, 8월 평균 관중 수는 9,662명에 불과했다. 

 

9월에도 아시아경기대회 휴식기로 관심도가 떨어진 탓인지 좀처럼 관중 수를 회복하지 못했다. 첫 2주간 평균 8,813명으로 좀처럼 관중이 들지 않았다. 다행히 날씨가 풀린 9월 중순부터는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 9월 16일부터 10월 10일까지 평균 11,621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KBO는 내년에 창원 마산 새 야구장이 생기면 ‘새 구장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올해 개장 3년째인 넥센 히어로즈 홈구장은 평균 6,314명으로 10개 팀 중에 9위에 그쳤다. 서울 연고에 최신 야구장, 팀 성적도 좋고 날씨 영향도 안 받는데 관중 수가 급감한 미스테리다. KBO리그 흥행을 이어가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세밀한 진단과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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