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4년간 ‘재활용’ 외국인 투수만 활약, 자체 스카우트 외인투수는 실패 거듭한 KT

-성적 보장된 니퍼트, 피어밴드 대신 강속구 우완 라울 알칸타라 영입

-150km/h대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터가 주무기… 빅리그에선 고전

-알칸타라, KT 외인투수 스카우트 잔혹사 끝낼까

KT가 자신있게 영입한 새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KT가 자신있게 영입한 새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KT 위즈는 창단 이후 4년간 외국인 투수 영입에서 실패를 거듭해 왔다.

물론 돌아보면 좋은 성적을 거둔 외국인 투수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2015시즌 크리스 옥스프링처럼 두 자리 승수를 거둔 외국인 투수도 있었고, 2017시즌 라이언 피어밴드처럼 타고투저 환경을 뚫고 평균자책 3점대를 기록한 선수도 나왔다. 2018시즌엔 더스틴 니퍼트와 피어밴드 듀오가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 8.55승을 합작하며 팀의 탈꼴찌를 이끌었다.

문제는 이렇게 잘 던진 외국인 투수가 하나같이 다른 구단 출신의 ‘재활용’ 선수라는 점이다. 재활용이 아닌, KT가 자체적으로 스카우트해 KBO리그에 데뷔시킨 외국인 투수들(필 어윈, 요한 피노, 앤디 시스코, 조쉬 로위, 돈 로치) 중에선 성공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이 가운데 한 시즌 20경기 이상 선발-100이닝 이상-평균자책 5.00 미만을 기록한 투수는 로치 하나뿐이다. 그 중 제일 낫다는 로치는 2017시즌 4승 15패 평균자책 4.69로 ‘밉진 않지만, 굳이 다음 시즌에 다시 보고 싶진 않은’ 성적을 남기고 리그를 떠났다.

그랬던 KT가 2019시즌 새 외국인 투수로 라울 알칸타라(Raul Alcantara)를 영입했다. 이전까지 KBO리그는 물론 일본에서도 뛴 적 없는 ‘뉴페이스’ 외국인 투수를 데려왔다. 이는 2018시즌 무난한 성적을 낸 니퍼트-피어밴드 둘 중에 최소 하나가 KT를 떠나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알칸타라가 니퍼트-피어밴드 이상 가는 활약을 해줄 거란 자신이 있기에 가능한 영입이다.

오클랜드 팀내 ‘No.3’ 유망주였던 알칸타라

휴식 시간, 클럽하우스에서 성경책을 읽는 알칸타라(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휴식 시간, 클럽하우스에서 성경책을 읽는 알칸타라(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알칸타라는 1992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태어난 우투우타 투수다. 키 193cm에 몸무게 99kg으로 이상적인 신체조건을 갖췄다.

다른 도미니카 출신 선수들처럼 알칸타라도 10대 어린 나이에 메이저리그 구단의 눈에 들어 일찌감치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2009년 만 16세 나이에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을 맺었고, 2011년 만 18세 나이로 루키리그에 입성해 프로 경력을 시작했다.

당시 알칸타라는 어린 나이에도 최고 153km/h에 달하는 패스트볼과 고속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구사해 호평을 받았다. 간결하고 자연스러운 투구폼을 꾸준히 반복하는 능력,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도 알칸타라가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이다.

2011시즌이 끝난 뒤 알칸타라는 앤드류 베일리 트레이드 카드로 조쉬 레딕과 함께 오클랜드 애슬래틱스로 팀을 옮겼다. 이후 변화구 구사 능력이 향상되며 승격을 거듭했고, 2014시즌을 앞두고는 오클랜드 팀내 유망주 랭킹 3위까지 올랐다. 알칸타라 앞의 1, 2위 선수는 애디슨 러셀과 빌리 맥키니였다. 그만큼 알칸타라의 잠재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단 얘기다.

그러나 순항하던 알칸타라의 경력은 2014시즌 팔꿈치 인대파열로 토미존 수술대에 오르며 암초를 만났다. 1년 반의 재활기간을 거친 알칸타라는 2015시즌 후반 마운드에 돌아왔다. 다행히 150km/h대 빠른볼 구속은 여전했고, 알칸타라는 2016시즌 더블 A와 트리플 A를 차례로 통과해 시즌 후반 메이저리그 데뷔까지 이뤘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무대에서와 달리, 빅리그 타자들 상대로는 알칸타라의 빠른볼이 좀처럼 통하지 않았다. 2016년 선발 5경기 평균자책 7.25에 그친 알칸타라는 2017시즌에도 빅리그에서 8경기에 등판했지만 평균자책 7.13으로 부진했다. 2017시즌 트리플 A에서 평균자책 2.67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큰 성적이다.

2018시즌 알칸타라에겐 더이상 빅리그 등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내내 트리플 A에 머문 알칸타라는 32경기(10선발)에서 평균자책 5.29로 아쉬운 성적을 남긴 뒤,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로 풀렸고 KT 위즈 유니폼을 입게 됐다. 빅리그 재진입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 되자, 결국 KBO리그행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칸타라는 제 2의 소사? KT가 바라는 최상 시나리오

알칸타라의 주무기는 평균 150km/h대를 기록하는 강력한 패스트볼이다. 포심과 싱킹 패스트볼의 구속이 모두 평균 150km/h대로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140km/h대 하드 커터와 130km/h 후반대 체인지업, 커브가 알칸타라의 레퍼토리다.

다만 빠른 볼의 구속에 비해 무브먼트가 떨어진다는 게 알칸타라의 약점이다. 150km/h 초중반대 구속에도 빅리그 타자들 상대로 ‘배팅볼’ 신세를 면치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팔 스윙 동작이 긴 편이라, 구종이 타자들 눈에 쉽게 노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신 움직임이 좋은 체인지업은 수준급 구종이란 평가가 많다. 140km/h 초중반에 달하는 커터도 제구만 어느정도 받쳐주면 효과를 볼 수 있는 구종이다. 메이저리그 공인구보다 솔기가 높은 KBO리그 공인구는 커터, 싱커 등 변형 패스트볼을 던지기 유리하다. 알칸타라의 싱커와 커터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다.

기본적인 제구력도 나쁘지 않다. 투수 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 던지는 능력은 갖추고 있는 투수다. 9이닝당 볼넷도 거의 매 시즌 2개 이하를 기록했다. 다만 존 안에다 패스트볼을 밀어넣는 유형이라, 커맨드가 좋은 투수로 보긴 어렵다. 삼진보다는 그라운드볼로 타자를 아웃을 잡는 스타일의 투수라고 볼 수 있다.

신임 박승민 투수코치와 좋은 궁합을 기대해 볼만하다. 박 코치는 넥센 시절 투수의 여러 구종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구종 한 두가지에 집중해 장점을 이끌어내는 데 강점을 보였다. 그간 좋은 투구폼과 강속구, 체인지업과 커터 등 수준급 구종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았던 알칸타라도 이런 조정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외국인 투수들 중엔 빅리그 타자들 상대로는 약간 부족했던 구속과 구위가 KBO리그 타자들 상대로 위력을 발휘하며 성공을 거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LG 트윈스 헨리 소사다. 소사는 평균 150km/h대 빠른 볼과 싱커를 갖고도 빅리그 안착에 실패했지만, KBO리그에선 장수 외국인 투수이자 이닝 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알칸타라도 소사처럼 도미니칸 강속구투수 성공 사례로 남을 수 있을까. 일정 수준 성적이 보장되는 니퍼트-피어밴드를 포기하고 알칸타라를 영입한 KT가 간절히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알칸타라가 KT의 외인투수 스카우트 잔혹사를 끝내고, 내년 이강철호의 첫 시즌 성공을 이끌 수 있을지 기대감을 품고 지켜보자.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