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트레이드 요구한 이용규에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철퇴

-KBO 규약 아닌 구단 내규 따른 징계…한화 “내부 검토 결과 문제없다 판단”

-전례 없는 중징계에 선수협 “실제 내규 살펴봐야…선수 동의 여부도 확인 필요”

한화 이글스가 이용규에게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자체 징계를 내렸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 이글스가 이용규에게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자체 징계를 내렸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한화 이글스가 시즌 개막을 하루 앞두고 초강수를 뒀다. 트레이드 요구로 논란을 빚은 이용규에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철퇴를 휘둘렀다. 한화는 “KBO 규약이 아닌 구단 내규에 따른 징계”를 주장하지만, 징계 근거와 수위를 두고 ‘무리한 제재’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한화는 3월 22일 “트레이드 파문을 일으킨 이용규 선수에게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용규가 트레이드를 요청한 시기와 진행방식이 ‘팀의 질서와 기강은 물론 프로야구 전체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향후 이 같은 유사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일벌백계 차원에서 구단 자체 징계 중 최고 수위인 무기한 참가활동정지를 결정했다”는 게 한화의 입장이다.

한화는 21일 구단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처분을 결정한 뒤, 미디어데이가 열리는 21일과 개막일인 23일을 피해 22일 구단 결정을 공개했다. 한화는 이날 오후 3시 20분 이용규를 구단 사무실로 불러 10분간 면담을 가진 뒤, 13분 뒤에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중징계를 발표했다.

이용규 중징계에 선수협 “구단 내규에 근거 있는지, 선수에게 동의 구했는지 확인 필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기간 MBC SPORTS+와 인터뷰한 이용규. 당시 그는 “10년 만에 댓글을 읽어봤다. 팬들 생각이 어떤지 알고 깜짝 놀랐다“며 이번 시즌 선전을 다짐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를 마친 뒤 이용규는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그 사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이용규와 감독, 단장만이 알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기간 MBC SPORTS+와 인터뷰한 이용규. 당시 그는 “10년 만에 댓글을 읽어봤다. 팬들 생각이 어떤지 알고 깜짝 놀랐다“며 이번 시즌 선전을 다짐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를 마친 뒤 이용규는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그 사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이용규와 감독, 단장만이 알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2018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한 이용규는 1월 30일 계약 기간 2+1년, 최대 26억 원의 조건으로 한화에 잔류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계약에 성공해, 정상적으로 스프링캠프를 치렀다.

그러나 이용규는 시범경기 첫날인 12일 한용덕 감독과 면담에서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15일에도 구단 석장현 운영팀장과 만나 재차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용규는 16일 팀 훈련에 불참한 뒤 뒤늦게 경기장에 나타났고, 이를 ‘무단결근’으로 판단한 한화는 이용규를 육성군으로 내려 보냈다.

이후 이용규에 대한 처분을 놓고 트레이드, 방출, 임의탈퇴, 육성군 강등 등 다양한 예상이 쏟아졌지만 한화는 ‘무기한 참가활동정지’를 선택했다. 구단이 징계를 철회하기 전까지 경기 출전과 팀 훈련은 물론 타 구단 이적도 불가능하다. 사실상 선수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중징계로 볼 수 있다.

‘무기한 참가활동정지’는 KBO 규약에는 없는 징계다. 규약 제5장 제33조 [제한선수] 항목에 ‘구단은 소속선수가 개인적인 사유로 참가활동을 중지할 경우 당해 선수를 제한선수로 지정해 줄 것을 총재에게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긴 하지만, 한화의 징계는 여기 해당하지 않는다.

한화 관계자는구단 내규에 따라 징계를 결정했다. 따로 KBO에 이용규에 대한 처분을 요청할 계획은 없다. 구단으로서도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충분한 내부 검토를 거친 만큼 처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프로야구선수협회 김선웅 사무총장은 실제 구단 내규에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만일 실제 그런 조항이 있다면, 선수가 충분히 인지하고 동의하는 내규인지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 지적했다.

이어 김 총장은 “구단 자체적으로 선수에게 벌금이나 출전정지 등 일정한 제재를 내릴 수는 있지만, 무기한 참가활동정지는 통상적인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처분이 아닌가. 보통 참가활동정지는 범죄 혐의가 있는 선수에게 KBO가 내리는 징계다. 구단의 감정적인 대응이 아닌가 우려스럽다”는 생각을 밝혔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이용규의 행동이 시기적으로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트레이드 요구가 이렇게 중징계를 내릴 만한 일인지 의문이다. MLB나 NBA에서 선수가 트레이드를 요구했다고 구단이 징계를 하는 경우는 없지 않나”며 “사실상 선수에게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번 중징계가 선수단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이용규는 아직까지 트레이드를 요구한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포지션과 타순, 옵션 때문은 아니란 게 지금까지 알려진 이용규의 입장이다. 일각에선 “감독, 단장과 관계에서 외부에 밝히기 곤란한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화 감독, 구단과 베테랑 선수가 마찰을 빚은 게 이용규가 처음도 아니다. 남아있는 베테랑 선수들에게 끼칠 영향도 생각해야 한다. 강도높은 징계로 일단 봉합은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시즌이 진행되면서 또 다른 마찰이 불거질 위험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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