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윌슨이 억세게 승운 없는 투수 맞대결에서 승리를 챙겼다(사진=엠스플뉴스)
LG 윌슨이 억세게 승운 없는 투수 맞대결에서 승리를 챙겼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잠실]

제이크 브리검과 타일러 윌슨. KBO리그를 대표하는 ‘승운 지지리도 없는 투수’ 맞대결에서 윌슨이 마지막에 웃었다. 4이닝 3실점으로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간 브리검에겐 승리투수 기회가 없었지만, 윌슨은 6이닝을 2자책 3실점으로 막고 타선 지원과 불펜 호투에 힘입어 시즌 3승째를 챙겼다.

4월 2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시즌 3차전. 이날 키움은 4월 5일 엔트리 말소 후 16일 만에 1군에 돌아온 브리검을, LG는 개막 2연승 이후 3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한 윌슨을 선발로 내세웠다.

브리검과 윌슨은 지난 시즌 리그에서 가장 억센 불운과 싸운 투수들이다. 브리검은 30경기에서 19번이나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고 경기당 평균 6.56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 3.89를 기록했지만 승수는 11승에 그쳤다. 퀄리티스타트를 하고도 승수를 못 챙긴 경기만 5경기나 됐다.

윌슨의 등판 기록은 더 심한 짠내로 가득하다. 26경기 170이닝 동안 경기당 6.54이닝을 던지며 3.07의 뛰어난 평균자책을 남겼고 퀄리티스타트도 20차례나 했다. 그럼에도 9승 4패, 두 자리 승수를 거두지 못했다. 윌슨은 작년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6.31승으로 조시 린드블럼에 이은 선발투수 2위, 브리검은 5.59승으로 3위에 오른 바 있다.

짠내나는 대결에서 먼저 눈물을 흘린 쪽은 브리검. 이날 브리검의 3실점은 전부 실책에서 나왔다. 1대 0으로 앞선 3회말 2사 1, 2루에선 1루 견제 악송구로 동점을 내줬다. 4회에도 선두타자 김현수의 1루수쪽 타구가 선상으로 빠져나가는 2루타가 됐고, 1사 1, 2루에선 김민성의 유격수쪽 깊은 땅볼 때 실책이 나오면서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여기서 김용의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 이어 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 1점을 내주며 점수는 1대 3. 오지환을 2루 땅볼로 잡고 어렵게 4회를 마치긴 했지만, 투구수가 훌쩍 늘어나면서 브리검은 4회를 끝으로 마운드에서 내려가야 했다. 4이닝 비자책 3실점, 투구수는 83개를 기록한 브리검이다.

물론 브리검에게 이날 경기는 승리투수 자격보단 컨디션 점검의 의미가 더 컸다. 4월 4일 NC전 이후 근육에 힘이 빠지는 증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돌아온 첫 경기. 최고구속 148km/h를 던지면서 정상적인 구위를 회복했다는 점은 고무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실책으로 3점을 내주면서 투구수가 늘어나고 5회를 채우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윌슨도 5회까지는 지난 시즌의 불운을 되풀이하는 듯했다. 3회초 3루수 실책으로 비자책 선취점을 내줬고, 3대 1로 앞선 5회엔 1사 만루에서 대타로 나온 이정후에게 중견수앞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올 시즌 첫 2자책점 이상 경기. 이날 전까지 윌슨의 시즌 한 경기 최다자책점은 3월 29일 롯데전에서 기록한 7이닝 1실점이었다.

3대 3 동점을 이룬 6회말 LG 공격. 1사 1, 3루에서 투수 땅볼 때 3루 주자 유강남이 태그 아웃당해 2아웃 1, 2루가 되면서 찬스가 무산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여기서 이천웅이 초구에 유격수 맞고 빠져나가는 적시타를 때려 2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점수는 4대 3. 다시 윌슨에게 승리투수 기회가 주어졌다.

7회부터는 불펜투수들의 시간. 7회 진해수-8회 정우영-9회 고우석이 차례로 등판해 1이닝 씩을 책임졌다. 8회말에는 김용의의 적시타로 1점을 더해 리드를 두 점차로 벌렸다. LG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마무리 정찬헌이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지만, 나머지 투수들이 뒷문을 완벽하게 틀어막고 윌슨의 승리를 지켜냈다.

윌슨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6이닝을 5피안타 2자책(3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했다. 5안타는 모두 단타 혹은 내야안타. 4경기 연속 피장타 ‘0’의 행진도 이어갔다.

5회 1아웃 때 0.23까지 떨어뜨렸던 평균자책은 0.66으로 살짝 올라갔지만 여전히 0점대 평균자책이다. 또 최근 3경기 연속 무승에서 벗어나 시즌 3승째를 챙겼고, 팀을 3연패 위기에서 구했다. 14승 11패를 기록한 LG는 키움과 공동 3위로 올라섰다.

경기 후 류중일 감독은 “윌슨이 6이닝을 잘 던져주었고 이어서 던진 불펜진 진해수, 정우영, 고우석이 오늘도 역시 잘 막아주었다”고 투수들을 칭찬했다. 윌슨은 “오늘 좀 피곤하고 컨디션은 안좋았는데, 포수 유강남과 수비수, 중간계투 투수들이 모두 잘 해줘서 승리할 수 있었다. 동료 모두에게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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