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의 불펜 트리오 이영준-김성민-오주원(사진=키움)
키움의 불펜 트리오 이영준-김성민-오주원(사진=키움)

[엠스플뉴스=고척]

키움 히어로즈는 올 시즌 ‘좌완 불펜 왕국’을 구축한 팀이다. 지난해만 해도 리그 최하위권이던 좌완 불펜진이 올 시즌엔 완전히 달라졌다. 노장 오주원을 필두로 영건 김성민, 이영준까지 일제히 호투를 펼치면서 든든하게 뒷문을 지켜내고 있다. 좌완 불펜진 평균자책도 2.64로 삼성(2.18)에 이은 2위, 좌완불펜 WAR도 1.16승으로 한화(1.27승)에 이은 2위다.

이런 키움 좌완 불펜의 힘은 선발투수가 일찌감치 무너진 5월 21일 고척 NC전에서 잘 드러났다. 이날 키움은 2019 신인 우완 조영건을 ‘깜짝 선발’로 내세웠다. 제이크 브리검이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 말소되면서 대체 선발투수를 써야 하는 상황. 키움 장정석 감독은 기존 1군 마운드에서 선발을 찾는 대신, 2군에서 최근 컨디션이 좋았던 조영건에게 기회를 줬다.

신인투수의 패기있는 투구를 기대했지만, 데뷔 첫 선발 등판의 부담이 더 컸다. 1회초 첫 타자 박민우에게 안타를 허용했고, 이어 김태진에게도 유리한 카운트에서 안타를 맞고 도루까지 허용해 무사 2, 3루. 여기서 노진혁에 적시타를 허용해 2점을 먼저 내줬다.

이때부터는 볼볼볼의 행진. 크리스티안 베탄코트와 권희동을 차례로 볼넷으로 내보내며 상황은 무사 만루로 더욱 악화됐다. 삼진으로 간신히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았지만, 다시 김성욱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면서 3점째를 내줬다.

결국 웬만해선 선발을 5회 이전에 내리는 법이 없는(올 시즌 조기강판 7회, 최소 2위) 키움 벤치도 마운드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좌완 이영준이 1회부터 두번째 투수로 올라왔다. 1사 만루 대량실점의 위기. 그러나 이영준은 초구 패스트볼로 손시헌을 3루 땅볼로 잡아냈고, 5-2-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되면서 길었던 1회가 마침내 끝났다.

2회에도 올라온 이영준은 첫 타자 이상호에 우중간 안타를 맞았지만, NC의 1-2-3번 좌타 라인을 차례로 땅볼 아웃 처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3회에도 선두 베탄코트에 안타를 맞았지만 이번엔 권희동-강진성-김성욱 우타 라인을 뜬공 2개와 삼진으로 잡고 실점을 막았다. 140km/h 초중반대 패스트볼로 공격적인 승부를 펼친 게 주효했다. 2.2이닝 무실점. 이영준의 평균자책은 3.18이 됐다.

4회부터는 또 다른 좌완 김성민이 올라왔다. 첫 타자 손시헌 상대로 볼넷을 내준 김성민은 이상호를 투수앞 땅볼 병살타로 잡고 주자와 타자를 모두 지웠다. 이어 까다로운 타자 박민우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유격수 땅볼 처리, 무실점으로 4회를 막았다. 5회에도 김태진-노진혁-베탄코트를 공 7개로 삼자범퇴 처리,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6회에도 올라온 김성민은 1사후 강진성 유격수 땅볼 때 송구실책으로 타자주자가 살아나가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김성욱을 좌익수 뜬공으로, 손시헌을 헛스윙 삼진으로 막고 또 한번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냈다. 3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볼넷 하나만 내주고 무실점하는 완벽 피칭.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브레이킹 볼을 섞어 NC 타자들의 방망이를 절묘하게 피해다녔다. 김성민의 평균자책은 1.66으로 더 좋아졌다.

7회는 베테랑 오주원 차례. 오주원은 첫 타자 이상호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1사후 박민우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지만, 김태진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은 뒤 노진혁도 중견수 뜬공 잡고 역시 무실점을 기록했다.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평균자책도 2.30으로 끌어내렸다. 구속인 130km/h 후반대로 빠르지 않지만, 공격적인 승부로 NC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낸 오주원이다.

이날 키움 좌완 불펜 트리오는 1회 1아웃 만루부터 7회까지 6.2이닝 동안 합작 3피안타 1볼넷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비록 선발 조영건 카드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예정에 없던 ‘불펜 데이’를 완벽하게 소화한 세 투수 덕분에 키움은 초반 대량실점을 딛고 NC와 팽팽한 승부를 펼칠 수 있었다. 키움은 8회부터 올라온 윤영삼까지 불펜투수 4명이 8.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지만, 1회 3실점과 타선 침묵으로 1대 3으로 경기를 내줬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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