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친스키의 4승 기념 미소 발사(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루친스키의 4승 기념 미소 발사(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과거 박찬호가 한창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당시, 야구팬들 사이에선 독특한 성적 계산방법이 인기를 끌었다. 박찬호가 특정팀 상대로 크게 부진했던 경기, ‘천적’ 타자 상대 기록만 빼고 나머지 성적을 따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가령 만루홈런 두 방을 맞은 경기 기록만 쏙 빼거나, LA 에인절스 혹은 오클랜드 상대 기록만 빼면 실제보다 훨씬 성적이 좋아 보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천적 상대 경기, 부진했던 한 두 경기만 아니면 더 좋을 성적을 낼 수 있었다는 아쉬움과 애정의 표현이기도 했다.

NC 다이노스 외국인 투구 드류 루친스키도 딱 1경기가 아쉽다. 루친스키에겐 시즌 두번째 등판인 3월 30일 한화전이 돌이키고 싶은 1경기다. 그날 루친스키는 2이닝 동안 4안타 5볼넷으로 8실점(6자책)을 내주며 무너졌다. 성급한 사람들은 사이에선 ‘퇴출 대상’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크게 부진했다. 경기가 끝난 뒤 평균자책도 9.00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바로 다음 등판인 4월 5일 두산전부터 루친스키는 거짓말처럼 반등을 시작했다. 7이닝 무실점 역투. 이어 12일 롯데전도 7이닝 1실점, 18일 LG전에선 삼진 10개를 잡으며 7이닝 비자책 1실점으로 막았다. 24일 KT전도 7이닝 2실점하며 루친스키는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달성했다.

5월 들어서도 루친스키의 호투는 계속됐다. 2일 롯데전 6이닝 비자책 2실점, 8일 삼성전에서 올시즌 최다인 8이닝 동안 2실점으로 막아냈다. 14일 SK전도 7이닝 1실점하며 최근 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호투 행진을 펼쳤다.

5월 21일 전까지 9경기에서 루친스키의 기록은 3승 2패 평균자책 2.09로 그 자체로도 ‘특급’이다. 그러나 3월 30일 1경기를 제외하면 훨씬 더 아름다운 기록이 나온다. 평균자책 1.16에 WHIP 0.83, 9이닝당 볼넷 허용은 1.33으로 뚝 떨어진다. 최근 등판 경기만 놓고 보면 조시 린드블럼 등 리그 최고 외국인 에이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루친스키다.

21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루친스키의 위력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이날 루친스키는 키움 강타선을 상대로 7이닝 동안 단 3안타 2볼넷만 내주고 삼진 3개 잡으며 1실점으로 호투했다. 1회초 타선의 3점 지원을 업고 등판해, 1회와 2회를 연속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이날 경기 처음이자 마지막 위기는 3회말에 찾아왔다. 선두타자 볼넷 뒤 도루로 맞은 2아웃 2루. 여기서 이정후와 9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친 끝에 우중간 2루타를 맞고 1점을 내줬다(3대 1). 그러나 서건창 상대로 주무기 투심을 던져 2루수쪽 땅볼 아웃을 잡아내 추가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이후엔 탄탄대로였다. 4회엔 2사후 제리 샌즈에 볼넷을 허용했지만 장영석을 땅볼로 잡고 무실점. 5회에도 1사후 이지영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커터를 던져 임지열을 병살타로 잡고 승리투수 자격을 채웠다.

6회엔 1사후 서건창에게 안타를 맞은 뒤 김하성과 박병호를 커터 결정구로 범타 처리하며 또 무실점. 7회에도 올라온 루친스키는 세 타자를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이날의 임무를 마쳤다. NC는 8회부터 배재환-강윤구-원종현을 차례로 투입해 키움의 추격을 봉쇄하고 3대 1로 승리, 파죽의 4연승을 달렸다.

이날 루친스키는 투구수 100구로 7이닝 막아냈다. 최고 151km/h에 달하는 포심 패스트볼 외에도 커터와 투심을 적절히 섞어가며 적은 투구수로 효과적인 피칭을 펼쳤다. 특히 유리한 카운트에서 변형 패스트볼을 존 안에 꽂아넣는 공격적 투구에, 키움 타자들이 좀처럼 정타를 만들지 못했다. 아웃카운트 21개 중에 11개를 땅볼 아웃으로 잡아냈다.

이날 호투로 4승째를 챙긴 루친스키는 한때 9점대였던 평균자책도 2.00까지 끌어내렸다. 3월 30일 1경기를 제외하면 루친스키의 평균자책은 1.18로 린드블럼(1.48)에 버금가는 기록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루친스키는 “그 경기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야구에선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다. 오늘 잘 던졌지만, 다음 경기에서 못 던질 수도 있는 게 야구다.” 루친스키의 말이다.

루친스키는 호투의 공을 팀 동료들에게 돌렸다. 그는 “지난 일요일과 월요일 경기를 쉬고 등판해 경기 초반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1회부터 우리 선수들이 점수를 내주고 베탄코트 선수의 좋은 리드로 좋은 경기 했다”며 “베탄코트 선수와 캠프 이후 처음으로 호흡해봤는데 리드를 잘해줘서 7이닝을 던질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루친스키는 “항상 선수들을 믿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하고 다음 경기 때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이동욱 감독도 루친스키의 호투를 칭찬했다. 이 감독은 “키움이라는 강팀을 맞아 첫날부터 선수들이 잘 집중해 줬다. 루친스키와 베탄코트의 배터리 호흡이 좋았고 상대 강타선을 잘 막아줬다. 루친스키는 7이닝 1실점으로 더이상 바랄게 없는 피칭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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