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키움전에서 오프너로 좋은 피칭을 선보인 전유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18일 키움전에서 오프너로 좋은 피칭을 선보인 전유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오프너 등판은 프로 데뷔해서 처음 해보는 색다른 경험이잖아요.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까, 즐겁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던졌습니다.”

KT 위즈 불펜투수 전유수에게 6월 18일 고척 키움전은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으로 남을 것 같다. 전유수는 2005년 프로 데뷔 이후 15시즌 통산 335경기에 전부 불펜으로만 등판한 전문 불펜투수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선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1회 경기 시작부터 마운드에 섰다.

물론 전통적 의미에서의 선발투수는 아니다. 최근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오프너(opener)’가 전유수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KT 이강철 감독은 “길어야 2이닝 정도를 생각했다”고 했다.

전유수는 오프너 그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1회 키움 상위타순을 삼자범퇴로 틀어막았고, 2회도 순식간에 삼자범퇴 처리했다. 이어 3회까지 완벽하게 막아내며, 키움 타순 한바퀴를 3이닝 퍼펙트로 틀어막고 4회부터 김민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 감독은 “2회를 생각보다 너무 깔끔하게 막아냈다. 3회도 깔끔하게 막아내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마운드에 뒀다”고 했다. 비록 경기는 KT가 2대 3으로 역전패하긴 했지만, ‘오프너 전유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19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전유수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재밌게 던졌다.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많이 던져야 2이닝이라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어요. 불펜과 똑같다고 생각했죠. 생각한 것보다 너무 잘 되는 바람에, 저도 예상치 못한 3회까지 던졌네요.”

전유수는 오프너 등판 경험이 ‘재미있었다’고 했다. “어쨌든 선발 등판은 프로 데뷔 후 15년 동안 한번도 없었으니까요. 처음 해본 거니까, 색다른 경험이고 즐겁다는 생각이었죠. 어쩌면 은퇴할 때까지 다시 못해볼 수도 있잖아요. 즐겁게 던지려고 생각했습니다.”

선발 등판이라고 평소와 다르게 준비한 건 전혀 없었다. 전유수는 “무조건 불펜일 때와 똑같이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선발이라고 평소와 너무 다르게 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평소대로 안하고 다른걸 하면 흐트러질 수 있으니까요. 불펜등판과 똑같이 준비했습니다.”

전유수의 시즌 출발은 좋지 않았다. 첫 16경기에서 평균자책 7.30으로 아쉬운 결과를 남긴 뒤 잠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2군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5월 23일 다시 1군에 돌아온 뒤엔 연일 호투를 거듭하고 있다. 10경기 12이닝 동안 단 2점만 내주고 평균자책 1.50을 기록 중이다. 이에 대해 전유수는 “시즌 초반 결과는 좀 안좋았지만, 컨디션 자체는 처음부터 나쁘지 않았다”며 “2군에 내려간 건 머리를 식히는 차원이었다”고 밝혔다.

“12월부터 몸관리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그동안엔 웨이트 트레이닝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는데, KT 와서 만난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님이 ‘나 믿고 한번 해보자’고 믿음을 주셨죠. 저도 올 시즌 잘하려면 더 좋은 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웨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좋은 컨디션을 이어가고 있는 걸 보면, 괜찮은 판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유수의 말이다.

전유수는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구위와 컨디션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몸 상태엔 문제가 없었으니까요. 2군에 가서도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다시 1군에 가면 볼 배합을 어떻게 바꿔볼지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만약 다시 오프너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유수는 “우리 팀 선발진이 워낙 잘 돌아가서 과연 그럴 일이 있을까 싶다”면서도 “팀이 필요로 한다면 전 상관없다”고 힘줘 말했다. 팀을 위해서라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베테랑 전유수가 있기에, KT 마운드는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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