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새 외국인투수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깜짝 영입

-기존 알칸타라, 쿠에바스 중에 최소 1명 교체 확실…2명 다 바꿀 수도

-변칙 투구폼과 다양한 구종이 장점, 경험 풍부한 투수

-빅리그에선 안 통했던 스터프, KBO리그에선 통할까

KT의 새로운 모험, 데스파이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KT의 새로운 모험, 데스파이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더 강력한 외국인 투수를 향한 KT 위즈의 모험은 계속된다.

KT는 2015년 1군 진출 이후 거의 해마다 외국인 투수를 갈아치운 팀이다. KT 소속으로 2년 연속 풀시즌을 소화한 투수는 2016~2018 라이언 피어밴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 외엔 매년 새로운 외국인 투수와 함께 개막전을 맞이했다.

2017시즌까지만 해도 지지리 못해서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첫 시즌 영입한 필 어윈, 앤디 시스코, 저스틴 저마노를 시작으로 요한 피노, 조쉬 로위, 존 로치 등이 교대로 등장했지만 그 옛날 전설의 외국인 투수 탐션이 가면을 쓰고 돌아온듯 형편없는 성적만 남겼다.

2018년부터 조금 양상이 달라졌다. 그해 KT는 피어밴드 재계약과 함께 두산과 재계약에 실패한 더스틴 니퍼트를 영입했다. 니퍼트-피어밴드 듀오는 KT가 이전까지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강력한 외국인 원투펀치로 소임을 다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나이와 몸값 때문에 재계약은 불발. 2019시즌을 앞두고 또 한번 외국인 투수를 물갈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2019시즌 영입한 라울 알칸타라,윌리엄 쿠에바스는 좋은 외국인 투수였다. 시즌 내내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고, 창단 첫 외국인 10승 듀오로 이름을 남겼다. KT도 리그 6위로 창단 후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이 정도면 당연히 재계약 각도기를 재야 할 것 같지만, KT는 여기서 만족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11월 11일 KT는 새 외국인 투수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총액 90만 달러에 영입했다고 깜짝 발표를 냈다. 이는 알칸타라와 쿠에바스 둘 중에 최소 하나는 KT를 떠나게 된다는얘기다. 또 데스파이네가 10승 듀오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둘 거란 자신이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데스파이네, 변칙 투구폼과 다양한 구종이 강점

데스파이네의 빅리그에서 시작은 창대했지만, 뒤로 갈수록 미약해졌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데스파이네의 빅리그에서 시작은 창대했지만, 뒤로 갈수록 미약해졌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1987년 쿠바 하바나에서 태어났다. 2005년 10대 나이에 쿠바의 세리에 나시오날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첫 8년간 평균자책 3.65를 기록하는 대활약을 펼쳤고,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쿠바 국가대표 에이스로도 활약했다.

쿠바에서 더 이상 이룰 게 없었던 데스파이네는 2014년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100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27살 나이에 빅리그 진출을 이뤘다. 계약 한 달만에 곧장 빅리그로 승격, 데뷔전에서 샌프란시스코 상대 7이닝 무실점의 인상적인 피칭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후 5경기 연속 6이닝 이상-2실점 이하 호투 행진. 금방이라도 빅리그 무대를 씹어삼킬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때 찍은 사진이 SI와 ESPN 메인을 장식하는 일은 없었다. 초반 반짝 이후 데스파이네는 거짓말처럼 내리막을 탔고, 2015시즌 평균자책 5.80을 기록하는 평범한 투수가 됐다. 평균 148km/h의 패스트볼 구속과 구위가 빅리그 타자들을 압도할만큼 뛰어나진 않았던 까닭이다.

데스파이네는 2016년 볼티모어 오리올스, 2017년 마이애미 말린스, 2019년 신시내티 레즈와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거치며 빅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르락 내리락했다. 최근 3년은 빅리그보다 마이너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빅리그 진입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마침내 KBO리그 행을 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데스파이네의 장점은 다양한 구종과 변칙 투구폼이다. 쿠바 시절부터 팔 각도를 다양하게 바꿔가며 던지는 피칭으로 재미를 봤다. 포심 패스트볼과 싱커, 커터 등 패스트볼 종류도 다양하고 좋은 체인지업과 높은 회전수를 자랑하는 슬로 커브까지 던진다.

같은 구종도 전혀 다른 팔각도와 투구폼에서 나오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선 상대하기 껄끄러운 투수다. 빅리그 통산 109경기에 등판한 풍부한 경험과 마운드 운영 능력도 강점. 다만 팔각도를 수시로 바꾸는 투수답게 커맨드의 안정성은 다소 떨어진다.

모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 담당자는 데스파이네의 스터프는 빅리그 타자들을 압도하기엔 다소 부족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KBO리그에선 통할 만한 스터프와 구속을 자랑한다. 또 패스트볼을 받쳐줄 확실한 변화구가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 소개했다.


KT 이강철 감독의 ‘피치디자인’, 데스파이네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릴까

변칙 투구폼과 키킹 동작만 보면 엘 듀케(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변칙 투구폼과 키킹 동작만 보면 엘 듀케(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직 KT가 알칸타라와 쿠에바스 중에 누굴 포기할지는 확실치 않다. KT는 둘 중 하나만 포기할 수도 있고, 새 외국인 투수 영입이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둘 다 포기할 수도 있단 입장이다. 다만 알칸타라가 시즌 후반 뚜렷한 한계를 노출한점을 고려하면, 알칸타라의 대체제가 될 가능성이 좀 더 높아 보인다.

관건은 데스파이네가 기존 외국인 투수보다 나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다. 일단 최근 트리플A 레벨에서 기록만 보면 데스파이네가 알칸타라, 쿠에바스보다 좀 더 낫다. 올해 화이트삭스 트리플A 소속으로 16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 3.25에 9이닝당 탈삼진 9.11개로 준수한 성적을 남긴 데스파이네다. 반면 알칸타라는 KT와 계약 직전인 2018시즌 트리플A에서 32경기 평균자책 5.29에 그쳤다.

패스트볼 구속은 알칸타라(평균 150km/h)보다 2km/h 정도 떨어지지만, 대신 MLB 평균 수준의 RPM을 자랑한다(알칸타라는 하위권). 다만 수시로 팔각도를 바꾸는 투수의 특성상 포심 회전축이 일정치 못하고, 이 때문에 회전효율이 좋지 못하단 약점도 있다.

데스파이네는 포심보다는 커터, 싱커 등 낮은 쪽으로 공을 떨어뜨리면서 다양한 구종을 동원해 범타를 유도하는 스타일의 투수다. 피치디자인에 강점이 있는 KT 피칭 스태프가 데스파이네의 다양한 구종 중에 어떤 공을 살리고, 어떤 공을 봉인해 더 효과적인 피칭을 유도할지 주목된다.

KBO리그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투수 대신 새로운 선수, 특히 메이크업에 의문점이 있는 쿠바 투수를 선택한 건 분명 모험적인 시도다. 모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 담당자는 KT의 데스파이네 영입 소식을 접한 뒤도전 혹은 도박이라고 평했다. 과연 데스파이네는 10승 듀오도 보장받지 못한 KT의 ‘외국인 투수 재계약’을 이뤄내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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