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즌 연속 ‘수비형 외국인 타자’ 뽑은 롯데, 올해는 딕슨 마차도와 함께 한다

-캠프에서 본 마차도, 수비는 명불허전…관건은 타격 능력

-“지난해 빅터 마르티네스 도움으로 타격 발전…타격도 잘할 수 있다”

-허문회 감독도 긍정 평가 “생각했던 것보다 타격 괜찮아”

천하제일 수비수, 딕슨 마차도(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천하제일 수비수, 딕슨 마차도(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호주 애들레이드]

올 시즌 KBO리그 외국인 타자 영입은 ‘수비형 선수’가 트렌드다. 딕슨 마차도를 영입한 롯데 자이언츠를 비롯해 삼성(타일러 살라디노), 키움(테일러 모터)이 수비력에 강점이 있는 선수를 영입했다. 지난 시즌 공인구 교체 여파로 타고투저가 투고타저로 뒤집힌 데 따른 방향 전환이다.

사실 수비형 외국인 타자 영입은 롯데가 먼저 시작했다. 롯데는 2017년과 2018년엔 앤디 번즈를, 지난해 카를로스 아수아헤를 영입해 팀의 약점인 2루를 채운 바 있다. 결과적으로 번즈의 첫 시즌은 성공적이었지만, 지난 2년은 실패로 끝났다.

생각해볼 점은 2017시즌 ‘성공 버전’의 번즈가 오로지 수비만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단 점이다. 그해 번즈는 타석에서도 타율 0.303에 홈런 15방을 때려내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줬고, 덕분에 2루에서 보여준 명품 수비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반면 2018년 타격 생산력이 하락하자 번즈를 바라보는 부산 민심도 차갑게 식었다. 그해 번즈는 홈런 23방을 때렸지만 낮은 타율과 많은 삼진으로 고전했다. 장점이라던 수비에서도 실책 22개로 부진했고, 결국 재계약에 실패했다.

지난해 타율 0.252 홈런 2개에 그친 아수아헤 역시 중도 퇴출을 면하지 못했다. 롯데의 지난 3년은 아무리 수비형 외국인 타자라도 일정 수준은 타격이 돼야 살아남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마차도 “난 만능선수…타격도 잘할 수 있다” 자신

마차도는 뛰어난 수비력으로 정평이 난 선수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마차도는 뛰어난 수비력으로 정평이 난 선수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롯데 새 외국인 타자 마차도는 어떨까. 호주 애들레이드 웨스트 비치 파크에서 진행 중인 롯데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마차도는 소문대로 천하제일의 수비수였다. 짧은 수비 훈련에서도 부드러운 몸놀림, 풋워크, 강한 어깨로 A급 수비수의 능력을 보였다. 허문회 감독도 “생각했던 대로 수비를 참 잘한다”고 평가했다.

마차도는 이런 평가에 대해 선수마다 타고나는 장점이 다르다내 경우엔 수비에서 타고난 장점이 있고, 그 장점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아주 어릴 때부터 날마다 연습했다. 그 결과 지금의 내가 됐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의 성공을 좌우하는 적응력도 합격점이다. 마차도는 동료들에게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고, 안 통하는 말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먼저 다가갔다. 동료 중에 누구와 제일 친한지 묻자 “(김)민수, (강)로한”의 이름을 또박또박 발음했다. 다만 김대륙은 발음하기 어려운지 ‘더락’이라 불렀다. 지성준을 향해선 ‘뚱뚱이’라고, 긴 머리를 휘날리는 김원중에겐 영화배우 같다고 놀리기도 했다.

같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훌리오 프랑코 코치와 대화하는 마차도(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같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훌리오 프랑코 코치와 대화하는 마차도(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역시 관건은 타격 능력이다. 수비는 스탯으로 정량화하기 힘든 영역이다. 반면 타격은 타율, 장타율 등 각종 지표로 결과가 한눈에 보인다. 아무리 수비에서 ‘외야의 천사들’급 플레이를 펼쳐도, 타격이 아수아헤 수준이라면 부산 거리를 당당하게 활보하기 어렵다.

일단 마차도는 수비만큼 타격도 잘할 수 있다며 강한 자신을 보였다. 마차도는 지난 시즌 트리플 A에서 17홈런에 장타율 0.480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번즈, 아수아헤는 KBO리그 진출 직전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최근 폼이 좋아졌다는 건 올 시즌 KBO리그에서 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이에 대해 마차도는 지난해 빅터 마르티네스, 루이스 로드리게스 선수에게 타격 지도를 받은 게 도움이 됐다스윙하는 방법이나 멘탈적인 면에서 도움을 받았다. 타석에서 집중하는 법을 배우면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했다.

성냥개비처럼 말랐던 프로 데뷔 초기와 달리, 꾸준한 벌크업을 통해 몸을 키운 것도 장타력이 좋아진 비결이다. 마차도는 “꾸준히 건강을 챙기면서 운동하다 보니 점점 몸도 커지고 힘이 좋아졌다”며 “내 생각엔 나이를 먹고 몸이 성숙해지면서, 섭취하는 모든 영양분을 잘 흡수한 게 이유인 것 같다”고 했다.

더 좋은 선수가 되려는 항상심도 있다. 마차도는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새로운 야구를 경험하는 게 선수로서 나 자신을 향상해줄 거라 믿었다. 그래서 한국행 제의를 받고 굉장히 흥분됐다”며 “한국야구를 배우고, 많은 경험과 함께 새로운 야구 스타일을 배우면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 캠프엔 타격 코칭의 달인 허문회 감독 외에도 라이언 롱 타격코치, 래리 서튼 2군 감독, 훌리오 프랑코 잔류군 총괄 등 화려한 외국인 코치진이 있다. 특히 서튼과 프랑코는 선수 시절 KBO리그를 평정했던 ‘외국인 타자 선배’다.

마차도의 타격 훈련 때는 같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프랑코 코치가 도움을 주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마차도에겐 최상의 조건이다. 마차도도 “팀에 외국인 코치가 많다 보니 팀에 더 쉽게 녹아들 수 있었다”며 “코치들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한국 선수들과도 친해지면서 함께 많은 활동을 하다 보니 팀 적응이 수월했다”고 밝혔다.

마차도는 수비형 선수에 머물 생각이 없다. 타격도 수비만큼 잘하는 선수로 평가받고 싶은 마차도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마차도는 수비형 선수에 머물 생각이 없다. 타격도 수비만큼 잘하는 선수로 평가받고 싶은 마차도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마차도는 ‘수비형 선수’란 평가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나도 좋은 타자다. 타격도 자신 있다”며 “파워히터는 아니지만, 컨택트 히터로서 어디로 공이 오든 때려서 어디든 보낼 수 있다. 홈런을 칠 힘도 있다. 결코 못하는 타자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타격에서도 훌륭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나 자신을 정의한다면,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만능선수라고 말하고 싶다. 반쪽 선수를 거부하는 마차도의 말이다.

허문회 감독도 “캠프에 와서 지켜본 결과, 마차도의 타격이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애초엔 수비력에 초점을 맞춘 선수여서, 타격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캠프에 와서 하는 걸 보니 타격에서 기대치를 조금은 높여도 될 것 같다.” 허 감독의 말이다.

마차도는 “올해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며 “팀이 우승해야 나는 물론 팀원들도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다. 그게 가장 큰 소망”이라 했다. 외국인 타자 번즈가 공수에서 맹활약한 2017년, 롯데는 오랜 부진을 깨고 가을야구에 성공했다. 마차도가 수비는 물론 타석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준다면, 올해의 롯데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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