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박원순 서울시장 검찰에 고발

-“박 시장이 겸직 중인 서울시체육회, 노동법 상습위반”

-“법정 휴무일도 어기고, 노동자에게 월 6회 휴무만 허용”

-“월 8회 24시간 근무. 말로만 ‘수면 5시간 보장’, 실제론 3시간 휴식도 힘들어”

서울시체육회장을 겸직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엠스플뉴스)
서울시체육회장을 겸직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시민단체가 서울시체육회장을 겸직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한 사회와 체육을 바라는 ‘사람과 운동’ 대표 박지훈 변호사는 11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 시장과 서울시체육회 정창수 사무처장, 목동빙상장 유태욱 소장을 피고인으로 하는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2017년 1월부터 서울시체육회가 서울 양천구 소재 목동빙상장의 위탁 운영권자가 된 뒤 노동자 인권침해, 노동법 상습위반, 노동조합 탄압 등의 비정상적인 일들이 벌어졌다빙상장에서 발생한 비정상적 문제들을 서울시와 서울시체육회가 뻔히 알면서도 이를 계속 시정하지 않아 수사기관에 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목동빙상장에서 벌어진 노동자 인권침해의 대표적 예로 ‘CCTV 직원 감시’ ‘정규직 직원에게 1년 단위 계약 강요’ ‘근로계약서 미교부’ ‘노동조합 가입에 따른 부당해고’ ‘살인적 근로시간 강요’ 등을 꼽았다.

목동빙상장 노동자 "한 달에 8번씩 하루 24시간 근무해야 하는데 휴일은 단 6일. 서울시체육회가 꼼수 부린 통에 법정 휴무일이 사라졌다." 주장

목동빙상장 노동자가 정빙기 바퀴에 낀 눈을 녹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목동빙상장 노동자가 정빙기 바퀴에 낀 눈을 녹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CCTV 직원 감시, 정규직 직원에게 1년 단위 계약 강요, 근로계약서 미교부, 노조 가입한 수습직원 해고 등은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논란들이다.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논란 가운데 새롭게 제기된 사안이 있다면 살인적 노동 시간 강요다.

‘사람과 운동’ 대표 박지훈 변호사는 “목동빙상장 시설팀 직원들은 한 달에 8번씩 하루 24시간 근무를 하게 돼 있다”며 “반면 쉬는 날은 월 6일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과연 사실일까.

목동빙상장 시설관리팀에서 근무하는 A 씨는 “모두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목동빙상장 운영팀의 경우 주5일 근무를 철저히 지킨다. 반면 시설관리팀은 주5일 근무는 고사하고, 한 달 휴무일이 6일에 불과하다. 한 달에 8번씩 하루 24시간 이상 근무(야간조)를 서야 하는 시설관리팀 직원들은 법정 휴무일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A 씨의 하소연이다.

목동빙상장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A 씨는 “그나마 서울시체육회의 배려로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다소의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2016년까지 야간조는 한 달에 8번씩 오전 9시 출근-다음날 오전 9시 퇴근해야 했다. 그러다 2017년 서울시체육회가 새로운 위탁 운영권자가 되면서 ‘한 달에 4번은 기존대로 오전 9시 출근-다음날 오전 9시에 퇴근하고, 나머지 4번은 오후 1시 출근-다음날 오전 9시에 퇴근'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A 씨의 설명이다.

반전은 이 대목에서 나왔다.

A 씨는 나중에야 서울시체육회의의 배려가 휴일을 줄이려는 꼼수였다는 걸 알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A 씨가 ‘꼼수’라고 표현한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목동빙상장 시설 노동자의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이 원칙이다. A 씨는 한 달에 4번씩 기존 오전 9시 출근을 오후 1시로 늦추면 총 16시간이 ‘휴식 시간’으로 처리된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1일 8시간 근무가 기본임을 고려할 때, 16시간의 휴식 시간은 결국 이틀을 쉰 것과 다름없게 된다이런 꼼수로 16시간을 이틀 휴무로 처리하면서 현재 목동빙상장 노동자들은 월 6일밖에 쉴 수 없다고 폭로했다.

목동빙상장 노동자들 "우리에게 박원순 시장님은 '노동존중 시장'이 아니라 악덕 사용주일 뿐"

목동빙상장 시설 노동자의 근로계약서엔 “야간조에게 식사시간 3시간, 수면시간 5시간을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목동빙상장 시설 노동자의 근로계약서엔 “야간조에게 식사시간 3시간, 수면시간 5시간을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서울시체육회의 ‘꼼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목동빙상장 시설 노동자들의 근로계약서엔 ‘시설팀 야간조(24시간 근무)의 경우 식사 시간 3시간, 수면 시간 5시간을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목동빙상장 노동자들은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지는 얘기”라며 “실제 수면 시간이 2, 3시간 이하”라고 털어놨다. 과연 이 주장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목동빙상장은 오전 6시에 문을 열어 새벽 1시에 문을 닫는다. 이론적으로 새벽 1시부터 오전 6시까지 5시간의 수면시간이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목동빙상장 시설 노동자들은 새벽 1시에 빙상장 문을 닫아도 빙상장 정리 작업을 끝내면 새벽 2시를 넘기기 일쑤라며 오전 5시 30분에 문을 열려면 새벽 4시 30분엔 일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체육회가 전희경 의원실에 제출한 목동빙상장 대관일지. 06:00~07:00 시간대 옆에 '1.5'라고 표시돼 있다. 이는 '1시간 30분을 이용한다'는 뜻이다. 바로 새벽 5시30분부터 대관이 시작한다는 의미다. 서울시체육회는 의원실에 이 자료를 내면서 상세설명을 생략했다(사진=엠스플뉴스)
서울시체육회가 전희경 의원실에 제출한 목동빙상장 대관일지. 06:00~07:00 시간대 옆에 '1.5'라고 표시돼 있다. 이는 '1시간 30분을 이용한다'는 뜻이다. 바로 새벽 5시30분부터 대관이 시작한다는 의미다. 서울시체육회는 의원실에 이 자료를 내면서 상세설명을 생략했다(사진=엠스플뉴스)

여기서 주목할 단어가 있다. ‘새벽 5시 30분’이다. 서울시체육회가 한 의원실에 제출한 목동빙상장 자료엔 빙상장 대관 시작이 ‘새벽 6시부터’로 돼 있다. 목동빙상장 홈페이지에도 ‘새벽 6시부터’로 명기돼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목동빙상장 노동자들은 ‘대관이 새벽 5시 30분부터 시작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목동빙상장 시설 노동자들의 일지엔 대관 시작이 새벽 5시 30분부터로 돼 있다. 새벽 5시 30분부터 모 강사가 지도하는 쇼트트랙팀이 목동빙상장 트랙을 사용하는 것도 현장 확인했다.

목동빙상장에 근무하는 한 노동자는 서울시체육회가 의원실에 제출한 대관자료를 본 뒤 실제론 새벽 5시 30분부터 대관이 이뤄진다. 제부터인가 서울시체육회가 아무 상의없이 새벽 5시 30분부터 대관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의 수면 시간이 더 줄었다. 심지어 빙상장에서 CF 촬영을 했을 땐 새벽 3시 가까이 대기한 적도 있다 개인적으로 박원순 시장님을 지지했지만, 지금 우리에게 빙상장 고용주인 박원순 시장은 '노동존중 시장'이 아니라 노동법 위반 사업주일 뿐이라고 성토했다.

서울시체육회는 빙상장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비현실적인 ‘수면 시간 5시간 보장’을 근로계약서에 명기했다. 거기다 빙상장 노동자들에게 동의나 이해를 구하는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대관 시간을 앞당기거나 늘렸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강요했으면서도 일체의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YK 법률사무소 노동전문센터 조인선 변호사는 사용자(서울시체육회) 측이 근로자와 협의 없이 대관 시간을 연장하고,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휴게(수면) 시간에 근무가 이뤄졌다면 큰 문제라며 특히나 자정부터의 근로는 연장 근로일 뿐 아니라, 야간 근로다. 고용노동부에 진정하거나 민사소송을 진행하면 연장 근로수당과 야간 근로수당을 모두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노무법인 노동과 삶에서 근무하는 최은실 노무사 역시 산모들은 2시간에 한 번씩 아이에게 젖을 먹인다. 잠을 자지 않는 상태나 다름없다. 목동빙상장 노동자들야말로 산모와 가장 가까운 처지의 사람들이라며 사용자는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에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노동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는데 (목동빙상장에선)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목동빙상장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의혹에 대해 3달 전부터 조사를 시작했지만,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조사 결과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목동빙상장 유태욱 소장은 전·현직 직원들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가 자신들의 책임을 면하고자 조사 결과 발표를 하염없이 뒤로 미루고, 유 소장의 소송전만 지켜보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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