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비리 은폐에 급급했던 KBO(사진=엠스플뉴스)
입찰 비리 은폐에 급급했던 KBO(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KBO의 중국 진출 사업 입찰 비리의 진실이 드러났다. ‘엠스플뉴스’가 긴급 입수한 문화체육관광부의 'KBO 입찰 비리 보고서'에 따르면 KBO 강00 기획팀장이 '중국 진출 입찰 비리'를 진두 지휘했음이 사실로 밝혀졌다. KBO 수뇌부가 이를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문체부는 사실로 판단했다. 문체부가 확인한 KBO 입찰 비리의 자세한 내막을 공개한다.

KBO(한국야구위원회) 중국 진출 사업 입찰 비리의 진실이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최근 ‘엠스플뉴스’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작성한 'KBO 입찰 비리 보고서'를 입수했다. 문체부는 이 보고서에서 'KBO 중국 진출 사업의 입찰 비리가 어떻게 진행됐고, KBO가 이를 어떻게 축소·은폐했는지' 구체적으로 명기했다.
‘엠스플뉴스’는 7월 5일 ‘야구 한류 망친 KBO 입찰 비리 의혹’이란 제목으로 KBO 입찰 비리 기사를 최초 보도한 바 있다. 그간 KBO가 야심 차게 추진한 중국 시장 진출 사업과 관련한 입찰이 실제론 KBO 입찰 담당 내부 직원의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진행됐다'는 내용이었다.
[엠스플 탐사보도] ‘야구 한류’ 망친 KBO 입찰 비리 의혹
http://www.mbcsportsplus.com/news/?mode=view&cate=1&b_idx=99936820.000
[엠스플 탐사보도] 총체적 입찰 비리, KBO 팀장 ‘모의 PT’까지 했다
http://www.mbcsportsplus.com/news/?mode=view&cate=1&b_idx=99936108.000
[엠스플 탐사보도] KBO, 입찰 비리 알고도 꼬리만 잘랐다
http://www.mbcsportsplus.com/news/?mode=view&cate=1&b_idx=99935418.000
'중국 입찰 비리' 사실이 밝혀지고서도 변명으로 일관했던 KBO. 문체부 조사 결과 KBO의 변명, 거짓으로 밝혀져

KBO는 KBO 브랜드의 글로벌화를 위한 첫 정책으로 2017년 3월 9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중국야구협회(CBAA) 사무국에서 CBAA 및 헝달연합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해각서 체결 당시 서로 악수하고 있는 CBAA 레이쥔 회장, KBO 구본능 총재(사진=KBO)
KBO는 KBO 브랜드의 글로벌화를 위한 첫 정책으로 2017년 3월 9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중국야구협회(CBAA) 사무국에서 CBAA 및 헝달연합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해각서 체결 당시 서로 악수하고 있는 CBAA 레이쥔 회장, KBO 구본능 총재(사진=KBO)

KBO는 2015년부터 ‘KBO 브랜드 세계화’를 목표로 중국 진출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쳤다. 지도자 교류와 심판 파견, 야구장 건설 기술 등 한국야구의 노하우를 중국에 전수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양국 리그 소속팀 및 국가대표팀 경기 개최, KBO 영상 콘텐츠의 중국 내 보급, KBO 브랜드 관련 상업 활동도 사업 계획에 포함했다.
원활한 중국 진출 사업 진행을 위해 KBO는 2016년 중국 시장 사업을 담당할 대행사를 선정했다. 나라장터(국가종합전자조달)를 통해 ‘중국 시장 개척 마케팅 및 홍보사업’과 ‘중국 시장 진출 실행계획 수립 및 시범 운영 사업’이란 입찰 공고를 냈고, 두 건의 입찰에서 모두 ‘페럼’사가 최종 낙찰자가 됐다.
상기 두 건의 입찰 낙찰가를 합하면 8억 3,000만 원이 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금이 8억 원 이상이나 들어가는 대규모 규모의 사업을 페럼이 따낸 것이었다. 문제는 2011년 5월 18일 설립된 페럼이 이전까진 야구나 중국 시장 진출과는 무관한 회사였다는 데 있었다.
‘엠스플뉴스’ 탐사보도팀은 페럼이 KBO 강00 기획팀장의 가족 기업을 넘어 본인 소유의 회사이며, 강 팀장이 입찰 비리에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KBO는 보도 후 "올 초 강 팀장의 비위사실을 알고 직무에서 배제했다. 강 팀장은 퇴사 상태가 아닌 현재도 조사를 받는 입장이다.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일 때 (엠스플뉴스) 보도가 나왔다"란 말로 마치 자신들의 내부 조사가 엠스플뉴스 보도 때문에 혼란에 처한 것처럼 표현했다.
하지만, 엠스플뉴스 추가 취재 결과 KBO 양해영 사무총장의 발언은 모두 사실과 달랐다. 우선 KBO는 강 팀장의 비위사실을 알고도 양 총장은 그에게 계속 관련 업무를 맡겼다. 두 번째로 강 팀장은 보도대로 6월 30일자로 퇴사 처리됐다. KBO가 "아직 퇴사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건 강 팀장이 6월 30일자로 퇴사했지만, 그가 사용하지 않은 연차 휴일을 7월 1일부터 열흘 정도 '휴가'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엠스플뉴스 취재에 응한 한 세무사는 "퇴직 시, 사용하지 않은 연차 휴일을 돈으로 환산해 받곤 한다. 아니면 연차 휴가를 합산해 퇴직일을 계산할 때도 있다. 어쨌거나 이런 건 모두 정상적인 회사 생활을 하고서, 퇴직 절차를 밟을 때 가능한 일"이라며 "KBO 설명대로라면 강 팀장은 비위사실이 드러난 '문제 직원'이었다. 만약 KBO가 자신들의 주장대로 '조사를 위해 강 팀장을 퇴직 처리하지 않고 대기시켰다'면 연차 휴일을 휴가로 처리하는 배려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KBO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솔직히 말해 엠스플뉴스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윗선에선 강 팀장을 조용히 내보내려 했다. 그러다 보도가 나오자 양해영 사무총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늘어놓은 게 사실"이라며 "보도 전까지 KBO 직원들은 강 팀장이 '개인 사정으로 6월 30일자로 퇴직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문체부의 'KBO 입찰 비리 보고서' 입수, KBO 수뇌부의 비리 은폐 사실로 드러나

스포츠계 적폐 청산에 나선 문체부 도종환 장관(사진=문체부)
스포츠계 적폐 청산에 나선 문체부 도종환 장관(사진=문체부)

‘엠스플뉴스’의 KBO 입찰 비리 보도 후 문체부는 KBO를 상대로 조사와 회계 감사를 병행했다. 그리고 최근 'KBO 입찰 비리 감사 결과서'를 마무리했다.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문체부의 KBO 입찰 비리 감사서에 따르면 조사는 7월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진행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이뤄진 KBO의 문체부 보조금 사업 가운데 외부 계약 40건을 감사 대상으로 삼았다.
문체부의 감사 결과 2016년뿐만 아니라 2015년에도 강 팀장과 연관된 입찰 비리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2015년 KBO가 진행한 ‘프로야구 저변 확대를 위한 한류 마케팅 활성화(2억 2,300만 원)’와 ‘중국시장 개척을 위한 연구(4,100만 원)’가 그것이었다. 두 사업 모두 페럼이 따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니까 페럼의 입찰 비리가 2015년부터 시작했다는 뜻이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당시 KBO 기획팀장이던 김00 씨는 페럼이 강 팀장의 가족 회사(실제론 본인 회사)임을 인지하고도 일반적인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사업을 넘겨줬다. ‘엠스플뉴스’의 취재 결과 강 팀장과 김 전 팀장은 KBO에서 한솥밥을 먹기 전부터 동갑내기 친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문체부 'KBO 입찰 비리 보고서' 일부 내용(사진=엠스플뉴스)
문체부 'KBO 입찰 비리 보고서' 일부 내용(사진=엠스플뉴스)

문체부는 감사 보고서에서 "2016년 KBO가 진행한 ‘중국시장 개척 마케팅 및 홍보사업(5억 8,700만 원)’과 ‘중국시장 진출 실행계획 수립 및 시범 운영 사업(2억 7,100만 원)’도 감사 결과 강 팀장과 관련한 입찰 비리라는 게 밝혀졌다"며 "강 팀장은 제반 입찰 업무 수행과 평가위원 선정 과정에 참여함과 동시에 강 팀장 자신을 평가위원 5인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특히나 문체부는 "페럼이 '중국 진출 사업'과 관련해 계약업을 불이행했음에도 KBO가 페럼에 잔금을 전액 지급했다"는 추가 사실을 밝혀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체부 감사 결과 KBO는 강 팀장의 입찰 비리 사실을 알고도 축소·은폐했음이 드러났다. 문체부 보고서에 따르면 KBO는 2017년 1월 국고보조금으로 진행되는 중국 진출 사업 입찰 비리를 인지하고서도 3월까지 조사를 보류했다. 게다가 비위사실을 인지했음에도 강 팀장이 중국 진출 사업 담당 업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방조했다.
문체부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7월 14일 검찰에 입찰 비리와 관련한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은 KBO 입찰 비리 건을 형사2부(부장검사 이철희)에 배당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문체부는 법원 확정판결 시 훈령에 의거 KBO에 대한 주최단체 지원금을 감액할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감액 규모와 관련해 "기존 지원금의 60%까지 감액할 수 있다"고 알렸다. 만약 주최단체 지원금이 60%까지 깎인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야구계가 떠안아야 한다.
한 야구인은 "구본능 총재는 'KBO 사장단 미국 시찰'을 딸 졸업식에 맞춰 진행하며 'KBO를 사유화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양해영 사무총장 역시 최규순 사건과 입찰 비리 의혹을 축소·은폐한 '몸통'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여전히 책임지는 자세 대신 '남 탓' 혹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안이한 자세로만 일관하거나 여론 잠재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만약 주최단체 지원금이 감액돼 야구계가 타격을 입는다면 야구계 전체가 합심해 '책임질 자리에 있으나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KBO 사람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엠스플뉴스 탐사보도팀
박동희, 배지헌, 김원익, 전수은, 강윤기, 김근한, 이동섭 기자
dhp1225@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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