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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기획] '폭력 감독'은 어떻게 다시 야구부 감독이 됐나

  • 기사입력 2017.08.08 10:50:41   |   최종수정 2017.08.08 12: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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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뉴스]

 

운동부 지도자의 폭력, 폭언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와 체육계는 틈만 나면 ‘폭력 근절과 폭력 지도자의 퇴출’을 공언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체육 현장에선 지도자의 폭력과 폭언이 ‘사랑의 매’로 둔갑해 횡행하고 있다. 언제쯤 우리 체육계가 이런 악습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아이들을 폭행한 가해자가 ‘영전’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돼 비난받는 현실을 엠스플뉴스가 취재했다.

 

2016년 5월. ‘아동폭력 사건’에 연루된 전남 화순초등학교 야구부 심00 감독이 전격 사임했다. 

 

당시 지역 야구계는 “언젠가 이런 일이 터질 줄 알았다. 그렇게 아이들을 패고도 지금까지 감독직을 유지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며 심 감독의 사임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심 감독 사임 배경엔 ‘야구부원 폭행 사건’이 숨어 있었다.

 

화순초 복수의 학부모는 심 감독이 아이들에게 일삼던 폭력을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심 감독이 자주 야구부 아이들을 주먹으로 때리거나 걷어찼어요. 욕설은 일상에 가까웠죠. 심지어는 학부모가 지켜보는 와중에도 폭력과 폭언을 행사했어요. 한번은 아이에게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스윙을 한다'는 이유로 야구공을 집어 던지며 위협을 가했어요. ‘세상에, 어떻게 저런 지도자가 있나’ 싶을 정도였죠.”

 

심 감독의 폭력은 훈육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폭력에 살의가 느껴졌다는 게 많은 이의 공통된 증언이다. 화순초 야구부원 C 모 군이 대표적인 피해자다. C 군은 심 감독에게 맞아 온몸에 멍이 들고, 발목을 다치는 부상을 당했다. 2016년 3월 28일의 일이다.

 

화순초 심00 전 감독에게 폭행 당해 멍으로 얼룩진 C 군의 몸. 당시 C군 11살의 초교 5학년생 아동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화순초 심00 전 감독에게 폭행 당해 멍으로 얼룩진 C 군의 몸. 당시 C군 11살의 초교 5학년생 아동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날 화순초 야구부는 방과 후인 오후 4시부터 교내 실내연습장에서 번트 훈련을 진행했다. C 군이 3루 쪽으로 번트를 잘 대지 못하자 심 감독의 폭언이 시작됐다. 평소 한번 화가 나면 폭언에 이어 폭력을 행사했던 심 감독은 이날도 자신의 감정을 폭력으로 드러냈다.

 

C 군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당시를 떠올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증언했다.

 

“감독님이 제게 욕을 하시다가 바닥에 있던 공을 절 향해 집어 던지셨어요. 감독님이 제 팔과 다릴 향해 공을 던지셨는데 머릴 보고 던지셨을 땐 정말 무서웠어요. 그때 전 헬멧을 벗은…상태였거든요. 너무 무서워 공을 피했는데 감독님이 그때 제 발목을…걷어차셨어요.”

 

당시 C 군은 초교 5학년생이었다. 10살의 어린이였다. 감독의 지도를 능숙하게 받아들이기엔 너무도 어린 나이였다. 애초부터 그런 상황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욕심일지 몰랐다. 하지만, 심 감독은 “내가 지도한 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1살 어린이에게 잔인한 폭력을 행사했다.

 

C 군은 육체적 고통도 고통이지만, ‘좋아하는 야구를 당분간 쉬어야 한다’는 진단 결과로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더 큰 충격은 수치심이었다. 

 

“아이들이 ‘빙’ 둘러 서 있는 상황에서 감독님께 맞았어요. 너무 창피하고, 서러웠어요.” 그날의 악몽을 회상하는 C 군의 목소리가 ‘바르르’ 떨렸다.

 

폭행 당한 아이 아버지가 '용서' 대신 '용기'를 낸 이유. "아이를 그렇게 무참히 때리고도 사과 한마디 없이 감독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화순초 C군이 칠판에 그린 폭행 당시 장면. C 군은 감독 폭행으로 온 몸에 멍이 들고, 발목을 다쳤다. 하지만, 정작 C 군을 힘들게 한 건 폭행이 친구들 앞에서 벌어졌다는 '수치심'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화순초 C군이 칠판에 그린 폭행 당시 장면. C 군은 감독 폭행으로 온 몸에 멍이 들고, 발목을 다쳤다. 하지만, 정작 C 군을 힘들게 한 건 폭행이 친구들 앞에서 벌어졌다는 '수치심'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아버지 C 모 씨는 아들이 다쳤다는 소식을 출장지에서 들었다. 

 

“평소처럼 집에 전활했는데 ‘아이가 다쳤다’는 거예요.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왔죠. 집에 오니까 아이가 이불을 싸맨 채로 울고 있는 거예요. 알고 보니까 아이가 심 감독한테 폭행 당하고서 속옷에 변까지 지렸더군요. 그 상태로 아이 혼자 버스를 타고 집에 온 거였어요. 분노요? 기자님이 제 입장이라면 단순히 분노만 하셨겠습니까? 기자님이 아이 아버지였다면 이성에만 의지했겠습니까?” 아버지 C 씨의 말이다.

 

그럼에도 C 씨는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들었다. 

 

“아이가 그러더군요. ‘아빠, 정말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까지 맞으면서 꼭 야구를 해야 해요? 야구 그만두고 싶어요’라고요.”

 

아이를 진정시킨 C 씨는 다음날 오후 학교를 찾았다. 

 

“아이를 꼭 그렇게 무자비하게 때려야만 했는지 묻고 싶었어요. 학교에서 만난 심 감독이 그러더군요. ‘아이를 조금만 더 채근하면 잘할 거 같아서 그랬다. 아이들이 내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 때릴 수밖에 없었다’고요. 놀라운 게 뭔지 아세요? 그렇게 애를 패고도 심 감독은 단 한 번도 ‘미안하다. 잘못했다’라는 사과나 용서를 구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C 씨는 심 감독에게 ‘미안하다. 다신 그러지 않겠다’는 사과와 다짐을 받아내고 싶었다. 그게 그가 듣고 싶던 대답의 전부였다. 어쩌면 그때까지도 그 역시 ‘때려야 말을 듣는다’는 운동부 지도자들의 궤변을 믿고 싶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심 감독은 사과 대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발언만을 내놨고, C 씨는 이윽고 궤변의 허상을 깨닫게 됐다.

 

발목에 깁스를 한 상태로 누워 있는 C 군(사진=엠스플뉴스) 발목에 깁스를 한 상태로 누워 있는 C 군(사진=엠스플뉴스)

 

심 감독과의 대면을 끝으로 C 씨는 ‘용서’ 대신 ‘용기’를 냈다. 그 길로 전라남도 교육청에 진정서를 냈다. 전남 교육청은 화순초에 해당 내용을 전달했고, 화순초는 ‘학교폭력위원회’를 소집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C 씨는 심 감독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 건은 ‘아동폭력 사건’으로 검찰로 송치됐다. 학폭위 조사와 검찰 송치 등이 이어지며 심 감독은 5월 말 화순초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C 씨는 아이에게 ‘승리’보다 더한 ‘정의의 결과’를 선물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심 감독이 물러나자 C 씨 부자는 더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바로 협박과 따돌림의 2차 피해였다.

 

협박·따돌림 등 2차 피해로 또 한번 가슴이 멍들었던 피해자 아동 가족. 폭력 지도자에게 법원이 내린 결정은 '상담'뿐

 

피해자 C 씨 부자는 폭행 사건 이후에도 협박·따돌림 등 ‘2차 피해’와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사진=엠스플뉴스) 피해자 C 씨 부자는 폭행 사건 이후에도 협박·따돌림 등 ‘2차 피해’와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사진=엠스플뉴스)

 

C 군 사건을 잘 아는 김00 씨는 엠스플뉴스에 “심 감독 사퇴 이후에도 C 씨 부자가 2차 피해로 꽤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2차 피해에 관련한 자세한 내용을 제보했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김 씨의 제보는 대부분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C 씨 부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한 이들은 누구였을까. 우선은 지역 야구계 인사들이다.

 

지역 야구계 인사들은 C 군 사건이 불거지자 C 씨에게 “이 일에 대해선 앞으로 함구하는 게 아이 미래를 위해 좋다”는 말을 들려줬다. 한 인사는 “아이가 중·고교에 진학해서도 계속 야구를 한다 치면 지금 보는 심판, 야구 관계자들을 앞으로도 쭉 봐야 한다. 그 사람들한테 찍히면 아이한테 좋지 않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라”는 얘길 들려주고 사라졌다. 말이 ‘조언’이지, 듣는 이 입장에선 압력이나 다름없었다.

 

일부 학부모는 더했다. 심 감독을 옹호하던 일부 야구부 학부모는 “맞으면서 운동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그게 마음에 안 들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야구부를 떠나야지, 왜 감독이 떠나야 하느냐”라는 발언으로 C 씨 부자에게 큰 상처를 줬다.

 

경기 중엔 다른 학교 학부모가 C 씨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감독을 잘랐다. 감독을 잘라놓고 저렇게 당당히 야구장에 나온 것 좀 보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엠스플뉴스에 이 같은 상황을 제보한 김 씨는 “남의 아이가 다쳤으면 그걸 내 아이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되레 몇몇 학부모는 피해자인 아이 가족을 가해자로 둔갑시켰다”며 “어떻게 아이들을 수시로 폭행한 심 감독을 옹호할 생각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고갤 갸웃했다. 

 

때리는 지도자는 ‘사랑의 매’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맞는 아이에겐 ‘평생의 상처’다. 이제 우리 사회와 스포츠계가 ‘폭력 지도자들’에게 사랑의 매를 돌려줄 차례다. 사진은 야구부 아이들에게 상시 폭력, 폭언을 일삼던 심00 감독이 화순초 야구부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때리는 지도자는 ‘사랑의 매’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맞는 아이에겐 ‘평생의 상처’다. 이제 우리 사회와 스포츠계가 ‘폭력 지도자들’에게 사랑의 매를 돌려줄 차례다. 사진은 야구부 아이들에게 상시 폭력, 폭언을 일삼던 심00 감독이 화순초 야구부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2차 피해가 이어진 걸까.

 

전남 지역 각종 야구부 비리 사건을 파헤쳤던 A 씨는 “지역 야구계의 학연 카르텔이 매우 견고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심 감독 폭행 사건이 터졌을 때 심 감독 구명운동을 펼쳤던 이들은 화순 지역 야구인이 아니라 심 감독의 모교 선배인 00상고(현 광주00고) 출신 야구인들이었다. 그들이 앞다퉈 심 감독을 보호했다. 아마 C 씨 부자에게 그런 압력을 넣었다면 심 감독 모교 출신 야구인들과 연결된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 00상고 출신의 모 야구인 두 명이 심 감독 보호를 위해 가장 앞장섰던 걸로 기억한다.”

 

A 씨가 지목한 ‘야구인 두 명’은 00상고를 졸업하고서 해태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유명 야구인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두 이는 모두 엠스플뉴스에 “심 감독을 알긴 알지만, 그를 보호하려 노력한 사실은 일절 없다”고 심 감독 비호 의혹을 부인했다.

 

A 씨는 일부 학부모가 심 감독 편에 선 이유에 대해서도 발언을 이어갔다.

 

“학부모 사이에서 심 감독은 ‘투구 교정을 잘해주고, 팀 성적을 잘 내는 지도자’로 알려졌다. 결국, 이러한 평가가 아동 폭행을 ‘내 아이가 좋은 선수로 성장하고, 팀 성적만 좋아진다면 어느 정도 때리는 건 눈감아줄 만한 문제’로 둔갑시켰다. C 씨가 아들을 위해 목소릴 냈을 때 주변 학부모들이 곱지 않은 눈으로 쳐다본 것도 ‘성적 잘 내는 감독을 왜 쫓아내느냐’는 그릇된 생각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아이들의 교육권과 인권보다 실력과 성적을 우선하는 부모들이 2차 가해자가 된 셈이다.”

 

2차 피해의 마지막 가해자는 법이었다. 2016년 7월 광주가정법원은 ‘아동학동범죄의 처벌 등에 관란 특례법’으로 기소된 심 감독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바로 ‘상담위탁 40시간’을 결정한 것이다. 

 

"경찰 조사 때 형사분이 그러셨어요. '사안이 중대하고, 폭행의 정도가 심한 만큼 법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하지만, 법원에서 내린 결정은 고작 40시간 상담위탁이었습니다. 법원이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했으면서도 '상담'으로 폭력 감독의 죄를 퉁쳐준 이 현실이 믿어지십니까?" C 씨의 분노다.

 

법원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스포츠계에선 “자기 아들이 두들겨 맞았어도 판사가 한가롭게 상담 명령을 내릴지 의문”이라며 “운동부 폭력에 면죄부를 주는 건 죄다 법원”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C 씨는 “재판 결과를 듣고, ‘이게 과연 정의인가’란 생각이 들었다”며 “아들이 ‘아빠, 재판 어떻게 됐어요’하고 물어보는데 대답할 말이 없었다”고 고갤 떨궜다.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광주가정법원의 결정문 내용 가운데 일부. 화순초 심00 전 감독은 지난해 여러 아이들을 상대로 폭력을 가했다. 이는 법원도 인정한 사실이다. 하지만, 법원이 내린 결정은 '상담 40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아동을 '훈육'이란 이름 아래 무자비하게 폭행하고도 '상담'만 받으면 죄가 면제되는 세상.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광주가정법원의 결정문 내용 가운데 일부. 화순초 심00 전 감독은 지난해 여러 아이들을 상대로 폭력을 가했다. 이는 법원도 인정한 사실이다. 하지만, 법원이 내린 결정은 '상담 40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아동을 '훈육'이란 이름 아래 무자비하게 폭행하고도 '상담'만 받으면 죄가 면제되는 세상.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사진=엠스플뉴스)

 

법원의 상담 명령은 심 감독에겐 면죄부나 다름없었다. 심 감독은 엠스플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만약 아이에게 강한 폭행을 가했다면 징역형이나 벌금형 등 더 센 처벌을 받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하며 법원의 상담 명령이 자신의 ‘약한 폭력’을 인정해준 것이란 식의 입장을 내놨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당당한’ 이상한 현실 속에서 C 씨 부자는 괴로워하고, 또 괴로워했다. 아이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밤마다 계속되는 악몽을 스스로 이겨내야 했다. 다행히 많은 학부모가 C 군을 위로해주며 C 씨 부자는 힘을 내기 시작했다.

 

여기다 야구부 사령탑이 신해수 감독으로 바뀌며 화순초 야구부는 빠르게 정상화했다. 신 감독이 아이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야구부 폭력'은 소멸됐고, 팀 성적 역시 좋아졌다.

 

이런 와중에 C 씨는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됐다. 바로 ‘당당한 가해자’ 심 감독이 고교 야구부 감독으로 영전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폭력 감독 빈자리에 또 다른 폭력 감독이', 기가 막힌 청주고 야구부의 '폭력 감독 돌려막기'

 

청주고 '폭력 감독 돌려막기' 상황 개요(사진=엠스플뉴스) 청주고 '폭력 감독 돌려막기' 상황 개요(사진=엠스플뉴스)

 

C 씨가 심 감독을 다시 만난 건 올해 4월 초 장례식장에서였다. 화순초 야구부원 학부모 가족의 장례식장을 방문한 C 씨는 우연히 조화를 보고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조화엔 ‘청주고 심00 감독’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처음엔 화순초 심 감독과 동명이인인 줄 알았어요.  잠시 후에 심 감독이 장례식장에 들어오더군요. 그때까지도 ‘설마’했어요. 심 감독이 테이블을 돌며 ‘좋은 아이 있으면 우리 학교에 보내주세요’하고 영업하는 걸 보면서 좀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앉아 있던 테이블에도 명함을 돌리면서 같은 말을 하더군요. 그래 명함을 집어 봤어요. 세상에. ‘청주고 심00 감독’이라고 적혀 있지 뭡니까.”

 

감독은 떠났지만, 감독이 남긴 폭력의 잔흔은 여전히 아이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걸 극복하려고 아이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었다. 하지만, ‘가해자’인 감독은 상담 40시간만 받은 채로 평화롭게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것도 초교가 아닌 고교 야구부로 영전한 상태로.

 

C 씨 부자 사건을 제보한 김00 씨는 “아이들을 때려 큰 문제가 됐던 사람이 채 1년도 되지 않아 고교 야구부 감독으로 영전했다는 사실을 듣고, ‘이게 정상적인 야구계인가’ 싶었다”며 “그래도 이때까진 참으려 했으나, 심 감독이 어째서 청주고 감독이 됐는지 추가 소식을 들은 뒤 이대로 가만둬선 안 된다고 생각해 엠스플뉴스에 제보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여기서 주목할 말이 있다. ‘심 감독이 어째서 청주고 감독이 됐는지와 관련한 추가 소식’이다. 도대체 이건 무슨 말일까.

 

화순초에서 물러난 심 감독이 청주고 감독으로 영전한 건 2017년 3월 1일이었다. 심 감독 부임 전 청주고는 한바탕 ‘지도자 폭력 사건’이 터지며 큰 홍역을 앓았다. 빙그레 이글스 투수 출신의 장00 청주고 감독이 야구부원 5명에게 폭력을 가한 게 발단이었다. 

 

장 감독이 감독직에서 물러나며 ‘청주고 폭력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폭력 감독’의 후임 자리로 또 다른 ‘폭력 감독’인 심 감독이 청주고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한마디로 청주고가 ‘폭력 감독 돌려막기’를 한 것이었다.

 

충북 체육회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청주고 감독 교체 건과 관련해 “학생선수 폭행으로 자격정치 2년 처분을 받은 장 전 감독이 자신의 후임으로 심 감독을 데려왔다”며 “심 감독을 앉혀놓은 뒤 장 전 감독은 ‘인스트럭터’라는 이름으로 청주고 야구부에 전권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청주지역의 한 야구인은 “이런 반(反)사회적, 반(反)교육적인 ‘폭력 감독 돌려막기’가 가능했던 건 학교 측의 안이한 자세와 장 전 감독에게 힘을 몰아준 일부 동문, ‘내 자식만 잘되면 그만’이란 의식으로 똘똘 뭉친 일부 학부모의 연대가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라며 “‘폭력 감독’들이 지배한 청주고 야구부를 보면서 야구부 학생선수들이 도대체 뭘 보고, 배울지 눈 앞이 깜깜했다”고 털어놨다.

 

엠스플뉴스는 심 감독의 청주고 행과 관련해 곧바로 탐사취재에 들어갔다. 그러던 6월 27일, ‘오늘 심 감독이 청주고 감독직에서 자진 사임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이 소식을 알린 청주 지역 야구인은 “심 감독이 사임한 배경을 두고 몇몇 소문이 있긴 하지만, 보복이 두려워 말하지 못하는 걸 이해해달라”며 “이번엔 폭력이 아닌 다른 문제가 걸려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아동 폭행' 감독이 청주고 사령탑에서 자진해 물러난 이유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사진 속의 심00 감독은 광주 서석초 감독 재직 중일 때도 '야구부원 상대 폭력'으로 물의를 빚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서석초 야구엔 이정후(넥센)가 뛰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사진 속의 심00 감독은 광주 서석초 감독 재직 중일 때도 '야구부원 상대 폭력'으로 물의를 빚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서석초 야구엔 이정후(넥센)가 뛰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는 심 감독에게 전활 걸어 ‘청주고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심 감독은 “그냥 그만두고 싶어서 그만뒀다”는 짤막한 대답만을 내놨다.

 

과연 심 감독은 ‘그냥 그만두고 싶어서’ 청주고 감독직에서 물러난 것일까.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는 달랐다. 심 감독이 그만두고 싶다고 해서 그만두게 놔둬선 안 될 중요한 문제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충북지역 야구 관계자는 “심 감독이 대학 입학을 조건으로 학부모들에게 브로커를 소개해주고 돈을 받으려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이 일로 야구부 내 잡음이 생겨 심 감독이 자진해 청주고 감독직에서 물러난 것”이란 새로운 사실을 전해줬다. 

 

엠스플뉴스는 심00 감독이 청주고 사령탑으로 선임된 경위와 청주고에서 벌어진 비위 의혹과 관련해 추가 탐사보도할 예정이다.

 

이동섭, 박동희 기자 dinoegg509@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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