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포수 조인성과 아베 신노스케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다시 만났다? 두 베테랑 포수들에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었을까.

(좌로부터) 요미우리 자이언츠 포수 아베 신노스케와 현역 은퇴를 선언한 베테랑 포수 조인성(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좌로부터) 요미우리 자이언츠 포수 아베 신노스케와 현역 은퇴를 선언한 베테랑 포수 조인성(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엠스플뉴스]

야구엔 국경이 없다. 상대로 맞닥뜨렸을 땐, 최선을 다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엔 좋은 친구가 된다. 오랜 시간 라이벌로 날을 세웠던 한국과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두 나라의 슈퍼스타들은 혈투 속에서 새로운 우정을 꽃피웠다.

일본을 대표하는 포수이자 요미우리 자이언츠 차기 감독으로 꼽히는 아베 신노스케가 11월 29일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한(訪韓)은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외부엔 전혀 알려지지 않은 방문이었다. 이를 아는 이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한 관계자는 “아베는 일본 최고의 야구스타다. 그가 움직이면 전 일본이 움직이는 것과 같다. 아베의 요청으로 이번 방한은 비밀리에 진행했다. 이번 방문의 의미가 흐려지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아베가 이토록 조심스레 한국은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베는 오랜 친구이자 존경하는 포수 조인성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프로 선수로 꼬박 20년을 버틴 베테랑 조인성의 은퇴를 축하하기 위함이었다. 아베는 “직접 만나서 축하해 주고 싶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조인성도 “일본에서 여기까지 찾아와줬다. 정말 고맙다”고 미소로 화답했다.

아베 “조인성은 내 야구 인생의 또 다른 목표였다”

국경을 초월한 조인성과 아베의 우정은 야구의 또 다른 효과를 증명했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국경을 초월한 조인성과 아베의 우정은 야구의 또 다른 효과를 증명했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두 선수의 인연은 기구했다. 언제나 적으로 만났고, 승리를 위해 싸웠다. 한·일전이란 부담감 속에서도 서로의 나라를 위해 포수 마스크를 썼다.

조인성과 아베에겐 공통점이 많다. 조인성은 올해로 만 42세, 아베는 만 38세다. 서로 비슷한 나잇대에 같은 포지션이란 점이 같다. 국가대표 단골이었고,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아베는 조인성이 부상을 당하자 자신이 잘 아는 일본 병원을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두 선수의 우정은 그렇게 삭을 피웠다.

사실 조인성의 은퇴는 아베에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조인성의 현역 연장 의지는 일본인 아베에게도 강한 여운을 남긴 터다. 더욱이 ‘꼭 한 번 같은 팀 선수로 뛰어보자’는 두 선수의 약속은 더는 지킬 수 없게 됐다.

아베는 “내 목표는 조인성 선수보다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조인성의 강한 의지를 느끼며 ‘나도 아직 더 잘할 수 있겠구나’하는 마음을 가지곤 했다. 개인적으론 경험 많은 베테랑 포수의 은퇴가 아쉽기만 하다”고 밝혔다.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아베도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고민했다. 한때 일본프로야구(NPB)에서 가장 비싼 선수였던 아베는 다음 시즌 연봉 협상에서 5,000만 원이 삭감되며 자존심을 구겼다. 2014년 6억 엔에 달했던 그의 연봉은 2018시즌 2억 1,000만 엔으로 떨어졌다. 4년 연속 연봉 삭감이었다.

올 시즌엔 NPB 통산 2,000안타에 성공했지만, 전체적인 면에선 예전만 못한 성적이었다(2017시즌 타율 0.262/ 15홈런/ 76타점). 한 시대를 풍미한 포수 아베에게도 세월이란 강하고, 거센 방해꾼이었다.

이날 조인성과 아베는 온종일 함께했다. 서울 시내를 누비며 소소한 쇼핑과 식사를 나눴다.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베는 조인성에게 공약 하나를 내걸었다. 그는 “다음 시즌엔 요미우리를 반드시 우승시켜 그 영광을 조인성에게 선물하겠다”며 힘줘 말했다.

조인성은 일본 포수들에게 인기가 많다. 올해 스프링캠프 땐 라쿠텐 골든이글스 주전 포수 시마 모토히로가 조인성을 찾아와 포수 관련 기술들을 배워갔다. 조인성도 흔쾌히 자신의 기술을 전수했다.

두 선수는 서로에 대한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먼저 아베가 운을 띄웠다.

“조인성 선수 은퇴 축하합니다. 오랜 세월 선수로 맹활약해줘서 너무 감사해요. 이제 지도자로 변신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국야구뿐만 아니라 아시아 야구를 더욱 성장시켜 주길 바랍니다.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아베의 말이다.

조인성도 아베에 대한 소회를 남겼다.

“아베 선수는 배울게 참 많은 선수였습니다. 꼭 한 번은 아베와 함께 땀 흘리며 훈련하고 싶었는데, 이뤄지지 않아 아쉬워요. 아까 아베가 제가 한 만큼만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전 반대예요. 저보다 더 오랫동안 선수로 활약했으면 하고요. 몸은 떨어져 있지만, 늘 응원하겠단 말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국경을 초월한 두 전설의 야구 우정은 이제 막 시작됐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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