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야구 대부' 한국리틀야구 한영관 회장

-"'프로 선수 됐다'는 꼬맹이들 소식 들으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 "리틀야구 했다고, 모두가 야구를 꿈꿔야 하는 건 아니다."

-"지더라도 웃을 수 있는 승부, 그게 바로 리틀야구의 본질이자 매력"

한국리틀야구연맹 한영관 회장은 아이들이 그라운드를 떠날 때까지 함께 한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리틀야구연맹 한영관 회장은 아이들이 그라운드를 떠날 때까지 함께 한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화성]

한국리틀야구연맹 한영관 회장은 한국 리틀야구 대부로 불린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고사 상태에 빠졌던 ‘한국 리틀야구’을 되살려냈기 때문이다.

한 회장은 한국 리틀야구 시스템을 재정비했고, 지금 한국 리틀야구는 ‘클럽 스포츠’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뿐 아니다.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의 야구를 표방하는 한 회장의 리틀야구 철학은 유소년 야구뿐만 아니라 한국 유소년 스포츠의 전체 판도를 통째로 뒤집어놨다.

"꼬맹이들이 '프로선수 됐다'고 하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한국리틀연맹 직원이 건넨 메모를 확인하는 한영관 회장. 메모엔 '리틀야구 출신 프로 지명 선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리틀연맹 직원이 건넨 메모를 확인하는 한영관 회장. 메모엔 '리틀야구 출신 프로 지명 선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사진=엠스플뉴스)

지난해 9월 ‘2019 KBO리그 2차 신인지명회의’가 열렸을 때다. 같은 시간 서울 장충리틀야구장에선 ‘용산구청장기 리틀야구 선수권대회 결승전’이 벌어졌다.

한국리틀야구연맹 한영관 회장은 ‘멀티 태스킹’에 돌입했다. 한 회장은 눈 앞에 펼쳐진 ‘어린이들의 야구 축제’를 관전하면서, 신인지명회의 결과를 수시로 확인했다. 리틀야구 출신 아마추어 선수들의 지명 여부가 궁금한 까닭이었다.

또 누가 뽑혔어요?

한 회장의 질문에 리틀야구연맹 관계자가 힘찬 목소리로 답했다. 남양주 리틀에 있던 이교훈, 3라운드에서 두산 베어스 지명받았습니다.

한 회장 입가에 지문처럼 작은 미소가 번졌다.

꼬맹이였던 친구들이 ‘프로 선수가 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납니다. 야구소년들이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게 된 거잖아요. 이번 신인지명회에서 프로 지명받은 선수 110명 가운데, 18명이 리틀야구 출신입니다. 정말 자랑스러울 따름입니다. 한 회장이 말이다.

“야구보다 우선하는 가치, 어린이들의 꿈”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는 야구 소년들(사진=엠스플뉴스)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는 야구 소년들(사진=엠스플뉴스)

리틀야구 출신이라고, 모두가 야구 선수를 꿈꿔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한영관 회장의 시선은 야구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 회장은 “야구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바로 어린이들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야구와 더불어 꿈을 키웠으면 합니다. 모두가 야구선수가 될 필욘 없어요. 그럴 수도 없고요. 야구가 아니라도 좋아요. 오히려 ‘야구소년’들이 사회에서 더 다양한 꿈을 이룬다면, 그게 훨씬 더 기쁜 소식이 아닐까 싶어요. 한 회장의 진심이다.

한 회장이 아이들과 학부모, 지도자들에게 수시로 강조하는 건 간명하다. ‘정직함’이다.

아이들이 야구하면서, 배울 게 참 많습니다. ‘정직함’이 그중 하나에요. 아이들이 리틀야구를 통해 ‘정직한 어른’으로 성장한다면, 그보다 기분좋은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 환경을 조성하려면 어른들이 먼저 정직하게 행동해야 해요.

‘정직’이란 가치 아래 한 회장은 3무(無) 원칙을 내세웠다. 3무 원칙은 리틀야구연맹 기틀을 세우는 주춧돌이 됐다.

한국리틀야구연맹은 '선수 폭행, 금전 청탁, 지도자와 학부모의 사적인 만남.' 이 세 가지 비위행위에 대해선 단호하게 조치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꿈을 키울 수 있으니까요.

한 회장은 “‘어른들의 행동’이 ‘아이들의 꿈’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확신에 찬 어조였다.

“지더라도 웃는 승부, 그게 바로 리틀야구”

경기에서 패했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경기 안성시 리틀야구단 선수들. 그리고 한영관 회장(사진=엠스플뉴스)
경기에서 패했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경기 안성시 리틀야구단 선수들. 그리고 한영관 회장(사진=엠스플뉴스)

그래서일까. 한 회장은 어느 팀이 우승했는지를 크게 중요시 하지 않는다. 우승한 팀 아이들에게 건네는 첫 마디도 "재밌었어?"다.

승부에서 이기는 것?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지요. 바로 야구를 즐기는 겁니다. 한 회장의 야구 철학이다.

저길 보세요. 준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의 표정이 밝지 않습니까? 지더라도 웃을 수 있는 승부, 그게 바로 리틀야구입니다.

한 회장은 자신을 “리틀야구에 봉사하는 할아버지“라고 소개하는 이다(사진=엠스플뉴스)
$ 한 회장은 자신을 “리틀야구에 봉사하는 할아버지“라고 소개하는 이다(사진=엠스플뉴스)

말을 이어가던 한 회장의 시선은 다시 야구 소년들을 향했다. 소년들을 바라보는 한 회장 눈빛엔 진심이 가득했다. 왜 한 회장이 '리틀야구 대부'로 불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작 한 회장은 ‘리틀야구 대부’란 평가에 손사래를 친다. “저는 그저 어린이들이 웃는 걸 보고 싶은 할아버지일 뿐입니다.”

리틀야구 대부라니요(웃음). 저는 그저 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그저 ‘리틀야구에 봉사했던 할아버지’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리틀야구 할아버지’ 한 회장의 봉사는 수많은 어린이의 꿈으로 자라난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리틀야구 대부’가 느끼는 가장 큰 행복이다.

취재 중 만난 아마추어 야구 관계자는 "한국 아마추어 스포츠에 한 회장 같은 이가 몇 명만 있었어도 지금처럼 아마추어 스포츠가 성폭력, 폭행, 각종 비리로 몸살을 앓진 않을 것"이라며 "대한야구협회가 수뇌부의 무능과 각종 의혹으로 야구계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데 반해 산하 단체인 리틀야구가 아마추어 스포츠의 훌륭한 롤모델로 자리잡았다는 건 크나큰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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