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기회를 잡은 롯데 양상문 감독 “일 한 번 내겠다.”
-‘투수 전문가’ 양상문 감독의 자신감 “오프너 전략도 가능하다.”
-“보이지 않는 7할이 중요, 한 점 싸움 집중력 더 키워야 한다.”
-“롯데의 최동원상 수상과 KS 진출 소망, 27년 묵은 숙원 풀겠다.”

양상문 감독은 15년 전 아쉬움을 남기고 물러난 롯데 감독 자리에 다시 올랐다. 두 번째 기회에선 꼭 27년 묶은 우승 숙원을 풀겠단 양 감독의 다짐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양상문 감독은 15년 전 아쉬움을 남기고 물러난 롯데 감독 자리에 다시 올랐다. 두 번째 기회에선 꼭 27년 묶은 우승 숙원을 풀겠단 양 감독의 다짐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부산]

인생에서 첫 번째 기회를 놓친 곳에서 두 번째 기회를 잡긴 쉽지 않다. 야구 감독 자리라면 더 그렇다. 웃으며 떠난 게 아니라면 같은 팀에서 두 번째 기회를 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힘든 두 번째 기회를 잡은 이가 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이다. 사실 첫 번째 기회는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찾아왔다. 양 감독은 2004년 롯데 제11대 감독으로 취임했다. 2004시즌 4년 연속 최하위의 불명예를 이어갔지만, 2005시즌엔 5위까지 팀 순위가 올라갔다. 당시 강민호·이대호·장원준·박기혁 등 유망주들을 파격 기용했지만, 그 성과는 양 감독이 떠난 뒤에야 빛을 발했다.

분명한 건 양 감독은 자리에 상관없이 친정인 롯데 사랑을 이어갔단 점이다. 양 감독은 2009년 롯데 2군 감독으로 다시 친정으로 돌아온 뒤 2010년엔 제리 로이스터 감독 체제에서 투수코치를 역임하기도 했다.

항상 롯데 유니폼을 다시 입는 꿈을 꾼 양 감독은 결국 지난해 가을 두 번째 기회를 잡았다. 양 감독은 설레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벌써 그 순간이 27년 전인 까닭이다.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이 나온 1992년 양 감독은 친정을 떠나 태평양 돌핀스 유니폼을 입고 롯데의 정상 등극을 지켜봤다. 그래서 양 감독에게 한국시리즈가 더 절박하다. 인생 마지막 롯데 유니폼을 입고 부산 야구팬들의 숙원을 꼭 풀겠단 양 감독의 각오다.

양상문 감독의 새해 다짐 ‘그래 일 한 번 내보자’

현역 생활을 롯데에서 시작한 양상문 감독은 롯데 팬들의 간절한 소망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지도자다(사진=엠스플뉴스)
현역 생활을 롯데에서 시작한 양상문 감독은 롯데 팬들의 간절한 소망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지도자다(사진=엠스플뉴스)

201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기대와 걱정 둘 가운데 어떤 감정이 클까요.

선수들이 비시즌 동안 자발적으로 열심히 운동하는 걸 보면 기대가 더 큽니다. 해보겠단 마음가짐을 행동으로 옮기는 거죠. 저도 새해가 밝으니 뭔가 더 새로운 좋은 기운이 느껴지네요. 개인적으로 최근엔 ‘그래 일 한 번 내보자’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웃음).

15년 전 첫 번째 롯데 감독 재임 시절과 비교하면 상황이 어떻게 다르게 느껴집니까.

당시엔 제가 그렇게 감독 자리에 오를지 예상을 못 했어요. 감독이 되면 이런 방향의 야구를 하고 싶단 철학은 있었지만, 그걸 행동으로 어떻게 옮길지는 부족했죠. 또 당시 롯데는 팀 전력 자체가 너무 약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어도 되는 팀이었죠.

당시 강민호·이대호·장원준·박기혁 등 유망주를 비난 속에서도 기용한 건 감독직을 떠나고 나서야 빛을 발했습니다.

선수단 구성상 리빌딩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 몇 년 동안 성적이 정말 안 좋았죠. ‘어어’ 하다가 2년이 확 지나갔습니다. 그때 키운 선수들이 대부분 떠났네요(웃음). 그래도 (이)대호가 남아 있어서 다행입니다.

롯데 팬들이 정말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책임감도 느껴질 듯싶어요.

저는 부산 롯데 야구팬들의 열정을 누구보다 잘 아닙니다. 선수 때부터 느꼈지만, 보통 열정이 아니잖아요. 그런 기대를 충족하자는 다짐을 최근엔 몇 번씩이고 해요. 14년 전보다 더 책임감을 크게 느끼죠.

걱정은 안 하시나요.

‘못 할 건 없다. 한 번 해보자’고 결의를 다지는데 또 밤에 누워 있으면 ‘아 잘해야 하는데’라는 걱정도 들죠(웃음). 그래도 올 시즌 롯데가 그렇게 위축돼서 시작할 팀은 아니라고 봅니다. 자신감이 더 커요.

LG 트윈스 감독 재임 시절과 지난해 단장 업무 수행이 좋은 경험으로 작용하겠습니다.

감독도 그렇지만, 모든 분야가 다 배우며 성장하는 거잖아요. LG에서 감독 4년 단장 1년을 보내며 성과가 있었지만, 부족한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만큼 경험이 쌓였으니 롯데에선 부족한 부분을 반성하고, 잘한 부분은 더 발전하려고 해야죠. 야구는 평생 배워야 할 일인 듯싶어요.

양상문 감독 “마운드 물량 공세 자신 있다, 오프너 전략도 가능”

양상문 감독은 LG 감독 재임 시절부터 마운드 운영 전문가로서 투수 전력 향상을 이끌었다(사진=엠스플뉴스)
양상문 감독은 LG 감독 재임 시절부터 마운드 운영 전문가로서 투수 전력 향상을 이끌었다(사진=엠스플뉴스)


이제 올 시즌 팀 전력 얘길 시작하겠습니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를 지켜봤을 텐데 전문 분야인 마운드 전력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될까요.

그럼요(웃음).

마운드는 전혀 걱정이 안 됩니다. 1군에서 제대로 던질 수 있는 투수 숫자가 정말 많아요. 한 달마다 투수들을 돌아가며 던지게 해도 빈틈이 없을 정도예요. 그만큼 어깨가 싱싱한 젊은 투수들이 많습니다.

마무리 캠프부터 젊은 투수진이 눈에 들어온 거군요.

투수 숫자가 부족하진 않아요. 선수들이 돌아가며 1군 경험을 쌓을 시즌이 될 듯싶습니다. 물론 스프링 캠프에서 더 성장해야겠지만요.

자랑을 조금 부탁드립니다.

먼저 윤성빈·김건국·장국헌·이승헌·정성종·차재용·최하늘 등이 정말 좋아졌어요. 신인 투수들도 지난해 LG 단장 재임 시절 마음에 둔 투수들이 롯데로 왔더라고요. 당시 김현수(서울고)를 뽑고 싶었는데 롯데가 먼저 뽑았죠. 박진(부산고)은 고졸 신인답지 않은 싸움꾼입니다. 서준원(경남고)은 말할 필요도 없죠. 사이드암 신인 투수가 구속 150km/h 속구를 던지는 건 대단한 겁니다. 마지막으로 히든카드는 박시영입니다.

자랑이 끝이 없을 듯싶습니다(웃음). 사실 지난해 토종 선발에 대한 고민은 분명히 있었어요.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발전도 중요한 분위기입니다.

토종 선발은 어느 팀이든 숫자가 부족한 게 사실이에요. 그래도 다행인 점이 한 가지 있다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오프너’ 개념이 정착됐잖아요. 우리 팀도 그런 야구를 해도 비난은 안 받지 않을까요.

(새로운 투수 운영 전략인 오프너(Opener)는 팀의 첫 번째 이닝을 책임지는 투수를 가리키는 말이다. 가장 강력한 구위를 지닌 투수를 1회부터 앞세워 경기 초반 실점을 제어하고, 그 뒤로 긴 이닝을 소화하는 롱릴리프를 올리는 전략이다)

‘오프너’ 전략도 활용 가능하단 뜻인가요.

(고갤 끄덕이며) 우리 팀도 투수층만 보면 ‘오프너’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첫 번째 투수 뒤로 바로 붙여서 기용할 인원이 충분해요. 물론 선발 야구가 가능하면 그게 먼저지만, 상황에 따라 그런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봅니다.

외국인 투수진인 브룩스 레일리와 제이크 톰슨의 활약이 관건이겠습니다.

레일리는 처음부터 무조건 재계약을 생각했어요. KBO리그 경험이 풍부한 투수잖아요. 우타자에게 약한 부분은 구위보단 패턴이나 심리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스프링 캠프에서 대화하며 그런 부분에서 변화를 줘야 합니다. 톰슨은 1994년생 젊은 투수니까 이닝 소화에 기대하고 있죠. 무엇보다 한국에 오고 싶은 열망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양상문 감독이 강조한 보이지 않는 ‘7할’

양상문 감독은 손아섭의 악착같은 눈빛을 높이 평가하고 주장직을 제안했다(사진=엠스플뉴스)
양상문 감독은 손아섭의 악착같은 눈빛을 높이 평가하고 주장직을 제안했다(사진=엠스플뉴스)

팀 타선으로 눈을 돌리겠습니다. 분명히 리그에서 수준급 타선인 건 맞습니다.

전반적으로 괜찮은 타선인 건 맞아요. 그런데 여기서 더 전력을 극대화하려면 눈에 드러나지 않은 ‘7할’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합니다.

‘7할’이요?

보통 평균 타율은 3할 정도가 나오잖아요. 그 말은 즉 7할 정도는 범타로 나오는 건데 소리 없이 사라지는 그 타석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지 선수들이 고민해야 합니다. 주자 3루에서 안타가 나오는 게 베스트지만, 희생 뜬공이나 땅볼도 있잖아요. 상황에 따라 볼넷으로 나가서 더 많은 득점을 기대할 수도 있죠.

한 점이 중요한 상황에서 집중력을 강조하는 거군요.

그래야 상대 에이스가 나왔을 때 극복할 수 있는 거죠. ‘7할’을 의미 없이 보내면 안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타점을 위해 노력해야 상대가 더 큰 압박감을 느낄 거예요.

외야는 ‘국가대표’들로 포진됐지만, 내야는 아직 고민거리가 있습니다.

결국, 내야에선 ‘키스톤 콤비’ 수비가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2루수인 카를로스 아수아헤를 외국인 타자로 영입했습니다. 내야 수비를 리드해줄 수 있는 선수에요. (신)본기도 유격수 수비로 고정되면 타격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겁니다. 1루수는 말할 필요가 없죠(웃음).

3루수는 경쟁이 필요하겠습니다.

한동희와 전병우가 자기 자리를 차지하려고 노력해야죠. 동희는 시즌 초반 수비 실책을 범하고 얼더라고요. 어깨가 강하고 앞으로 오는 타구 처리는 괜찮다고 봐요. 동희와 병우 모두 타격은 마음에 듭니다. 병우는 3루수를 중심으로 유격수와 2루수도 맡게 할 계획입니다.

가장 큰 고민은 결국 포수군요.

포수 얘기가 나올 줄 알았습니다(웃음). 솔직히 포수 육성은 시간이 오래 걸려요. 키운다는 표현보단 경험이 쌓이며 자연스럽게 성장하도록 해야죠. 포수가 아쉬운 부분을 투수들이 조금 더 도와줄 필요가 있어요. 투수가 자기 힘으로 잘 던지면 포수도 덩달아 좋은 영향을 받거든요.

딱 점찍은 주전 포수는 없는 분위기입니다.

포수들이 각자 장점이 있더라고요. 스프링 캠프부터 무한 경쟁에 돌입해야죠. 최기문 배터리코치에게 기본기부터 철저하게 지도하자고 했어요. 볼 배합이나 프레이밍을 강조하기 전에 공부터 정확히 잡아야 합니다.

공을 잡는 게 포수의 기본이니까요.

지난해 폭투와 포일 숫자가 많았어요. 그만큼 허무하게 진루와 실점을 허용한 거잖아요. 그것만 줄여도 돼요. 스프링 캠프 때도 기본기 쌓기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자 합니다.

(지난해 롯데는 폭투 65개로 리그 팀 최다 폭투 5위, 포일 14개로 리그 팀 최다 포일 3위에 올랐다)

유망주 키우기는 이제 달인이지 않습니까(웃음). 꾸준히 출전 기회를 줬던 LG 외야수 채은성 선수도 지난해 리그 최고의 외야수로 거듭났습니다.

저도 될 선수를 밀어주는 거지 아무나 밀어주진 않습니다(웃음). 솔직히 믿고 끝까지 기용하는 게 정말 힘든 건 맞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성적도 그렇지만, 유망주를 키워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그다음 해를 준비하는 거죠. 유망주들이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건 꼭 필요합니다. 그래야 팬들도 재밌잖아요.

주장 완장은 손아섭에게 맡겼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감독으로 부임한 뒤 (이)대호를 만났는데 야구에 전념하고 싶다고 간곡하게 부탁하더라고요. 롯데하면 (손)아섭이의 눈빛이 떠오르잖아요. 그래서 아섭이한테 ‘너밖에 없다’고 부탁한 거죠. 아섭이도 흔쾌히 주장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어떤 순간에도 악착같이 하는 주장을 보면 후배 선수들에게 분명히 좋은 영향이 미칠 겁니다.

양상문 감독이 바라는 롯데 투수의 최동원상 수상과 KS 우승

양상문 감독은 롯데의 달라진 로고와 유니폼이 다소 어색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한국시리즈를 향한 간절함과 절박함은 그대로라고 강조한 양 감독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양상문 감독은 롯데의 달라진 로고와 유니폼이 다소 어색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한국시리즈를 향한 간절함과 절박함은 그대로라고 강조한 양 감독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1992년 당시 롯데 우승의 순간이 기억납니까.

너무 오래전인데(웃음). 태평양 유니폼을 입고 롯데 우승을 지켜봤죠. 솔직히 같이 있지 못해 아쉬웠어요. 그때 염종석·전준호·이종운·박정태·김민재·공필성 등 젊은 선수들이 정말 잘했습니다. 사실 (염)종석이가 다했죠. 종석이 슬라이더는 아무도 못 치더라고요. 그렇게 터지는 선수가 있으면 우승하는 거죠(웃음).

1992년 얘길 꺼낸 이유가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리빌딩’보단 이제 롯데는 ‘윈 나우’를 해야 할 때라는 기대가 큽니다.

맞습니다. 지금 롯데는 리빌딩보단 성적을 내야 할 팀이에요. 마지막 한국시리즈도 벌써 20년 전입니다. 우승은 하늘이 내려주는 거지만, 우선 팀 전력이 탄탄해야 해요. 포스트시즌에만 진출하면 일을 낼 수 있는 팀 구성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도 한국시리즈를 향한 간절함이 크겠습니다.

코치로서 롯데 유니폼을 입고 두 번 한국시리즈 준우승(1995년·1999년)을 했어요. 그때를 돌이키면 너무 아쉽습니다. 그래서 한국시리즈를 향한 마음이 더 절박해요. 사실상 인생 마지막으로 입는 롯데 유니폼이잖아요. 저도 친정에 돌아오고 싶었으니까 정말 입고 싶었던 이 유니폼을 마지막까지 잘 입고 싶습니다.

만약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 어떤 팀이 붙으면 좋을까요.

LG와 붙으면 대박이 나지 않을까요(웃음). 대한민국이 들썩들썩할 한국시리즈가 되겠죠. 정말 해보고 싶은 꿈의 대결입니다. 무엇보다 롯데 야구가 잘해서 부산 경제에 활력소 역할을 맡았으면 해요. 부산 시민들에게 기쁨을 주려면 많이 이겨야겠습니다. 저부터 책임감이 느껴지네요.

새해 소망을 더 절실하게 빌었겠습니다.

굳이 말을 안 해도 되겠죠(웃음). 부산 롯데 팬들의 기대가 뭔지 제 머릿속에 박혀 있습니다. 최소한 그것만은 꼭 이뤄야겠다고 매일 다짐합니다. 제가 감독으로 오고 팬들이 기대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 기대에 보답하도록 잘 준비하겠습니다. 아 또 한 가지 소망이 더 있어요.

어떤 소망인가요.

새해에 열리는 제6회 최동원상 시상식에선 꼭 우리 롯데 투수가 ‘최동원상’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최동원 기념사업회 강진수 사무총장이 정말 고생해서 시상식이 잘 개최되고 있잖아요. 이제 (최)동원이 형의 고향 팀 후배가 처음으로 상을 받을 때가 됐어요. 저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거죠. 동원이 형이 하늘에서 그걸 보고 웃으실 때 롯데의 숙원도 함께 풀리지 않을까요.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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