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시즌 주전 도약한 노진혁, 2019시즌 주전 굳히기 나선다
-가장 편한 포지션은 유격수, 2018시즌 경험 통해 3루수도 적응 완료
-9년을 함께한 이동욱 감독 “올 시즌 야구 잘해서 당당하게 전화드릴 것”
-2019시즌 소원은 1군 경쟁 생존, 그리고 팀의 우승이다
[엠스플뉴스]
노진혁은 NC 다이노스의 역사를 함께한 선수다. 팀의 창단 첫 신인드래프트에서 20순위 특별지명으로 입단해, 창단 첫 캠프와 퓨처스리그 시절을 모두 경험했다. 1군 진입 첫해인 2013년엔 117경기에 출전해 1군 주전 선수로 활약했던 노진혁이다. 하지만 이듬해 FA(자유계약선수) 손시헌의 입단으로 주전 자리를 잃었고,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상무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 시즌, 노진혁은 6년 만에 다시 1군 주전 선수로 올라섰다. 12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3에 11홈런. 데뷔 후 처음 세 자릿수 안타를 때려냈고 타율과 홈런은 물론 출루율, 장타율, 타점 등 모든 기록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주 포지션인 3루와 유격수 모두 치열한 팀 내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진혁은 “경쟁자들을 '압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데뷔 2년 차 시즌 때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남다른 각오로 시즌을 준비 중인 노진혁을 미국 애리조나 투산 스프링캠프에서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유격수-3루수 멀티 포지션, 지난 시즌 경험으로 자신 생겼다
‘주전 선수’가 돼서 치르는 두 번째 스프링캠프입니다.
그렇게 되나요.
1군 데뷔 첫해인 2013년에도 한 시즌 주전으로 활약한 적이 있는데, 긴 침체기를 뚫고 지난 시즌 다시 주전 내야수로 자리를 잡았잖아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솔직히 부담이 많이 됩니다.
그런가요.
물론 작년에 주전으로 뛸 수 있었던 건 좋았죠. 하지만 올해는 감독님도 바뀌었고, 작년보다 더 잘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할까 봐 걱정도 돼요. 솔직히 지난 시즌엔 운도 많이 따라줬거든요. 올해도 그만큼 운이 따라줄지, 내가 건강하게 한 시즌을 날 수 있을지… 여러가지 걱정이 많아요.
아무것도 모르고 덤볐던 입단 2년 차 때와는 느낌이 다르겠네요.
KT 강백호가 느끼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겠죠. (웃음) 백호야 워낙 실력이 좋잖아요. 저 같은 경우엔 연차가 많이 쌓이긴 했지만 경쟁자들을 ‘압도’해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3루에는 박석민 형이 있고, 유격수 자리에도 손시헌 선배가 건재하시고. 경쟁에서 이겨야 주전이 되는 거기 때문에. 그게 또 걱정입니다.
대신 강백호에게는 없는 걸 갖고 있잖아요.
어떤?
노진혁 선수에겐 딸린 식구가 있지 않습니까.
맞아요. 그렇네요. (웃음)
작년 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어떤 점이 달라진 건가요.
상무야구단에 있는 동안 스윙에 변화를 줬어요. 박치왕 감독님과 이영수 코치님 덕분에, 마음 놓고 변화를 시도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바뀐 스윙으로 상무에서 경기를 해봤는데, 결과가 괜찮더라구요. 충분히 1군에서 경쟁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어떻게 보면 성균관대 시절과 비슷해졌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그 당시엔 홈런보단 2루타를 더 많이 치긴 했지만요. 제 스윙이 프로 와서는 ‘찍어 치는’ 타법이었는데, 살짝 올려치는 어퍼컷 스윙으로 바꿨습니다. 그랬더니 장타도 나오고, 홈런도 10개 이상 치는 비결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홈런 외에도 타율, 장타율, 안타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러운 한 해였을 것 같습니다.
타율 3할대를 치다가 시즌 막판에 타율을 많이 깎아 먹었어요. 욕심 같아선 타율 3할도 쳤으면 좋았겠지만, 아직 저는 3할을 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어느 정도는 만족합니다. 박민우도 나성범도 처음부터 3할을 기록하진 못했잖아요.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 올 시즌에 3할 타율을 기록하면 되겠네요.
그런데 솔직히 올해 우리 팀 타선 정도면, 굳이 저까지 3할을 기록하지 않아도 충분히 강할 것 같아요. 양의지 형도 있고, 나성범도 있고, 잘 치는 타자들이 알아서 해주지 않을까요. 물론 타격에 욕심은 있지만, 욕심처럼 되는 게 아니니까요. 수비 쪽에서 팀에 많은 도움을 주고, 중심타선 뒤에서 감초 역할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지난 시즌 유격수로 71경기 437.2이닝, 3루수로 72경기 467이닝을 출전했습니다. 두 포지션에서 거의 비슷한 경기와 이닝을 소화했는데, 둘 중에 더 편한 포지션은 어느 쪽인가요.
원래는 유격수가 좀 더 편하긴 했죠. 3루수는 사실 좀 무서웠어요. (웃음) 빠른 타구도 무섭고, 유격수로 나갈 때보다 좀 더 긴장도 됐구요.
보통은 수비 난이도를 따질 때 유격수가 최상이라고 얘기하는데, 의외네요.
그런데 1년 동안 양쪽 다 해보니까, 이제는 3루수도 조금은 익숙해졌어요. 캠프 와서도 3루와 유격수 둘 다 펑고를 받아봤는데, 양쪽 다 편하더라구요. 오히려 2루수를 보는 게 불편해요.
그러고 보니 작년에 2루수로도 9이닝 정도 출전했었네요.
수비 포지션이 3루수와 유격수는 2루 베이스 기준 왼쪽이고, 2루수는 오른쪽에 있잖아요. 볼을 보는 시야가 전혀 다르거든요. 2루수도 할 수는 있지만, 제 생각엔 아직 좀 어설프다고 느낍니다. 대학 때도 유격수와 3루수를 주로 봤고, 고교 때도 유격수와 3루가 주 포지션이었으니까요.
얘길 듣고 보니 여러 포지션을 오가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죠. 특히 경기 도중에 수비 포지션을 옮겨야 할 때가 힘들어요. 유격수 같은 경우 스텝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데, 3루를 보다가 유격수로 가면 스텝이 막힐 때가 많아요. 또 유격수에 있다가 갑자기 3루에 가면, 넓게 보다가 시야가 좁아지니까 어렵구요. 제가 원래 긴장하면 손에 땀이 잘 나는 편인데, 한번은 땀이 줄줄 흐르더라구요. (웃음)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는 어떤 포지션을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있습니까.
글쎄요, 마음 같아선 한 군데에만 있고 싶죠. 그런데 박석민 선배가 수술로 캠프에 못 오게 되면서, 3루수 경쟁이 굉장히 치열해졌습니다. 팀에 3루 수비 준비하는 선수만 8, 9명은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나 많은가요.
김태진, 유영준, 김찬형, 오영수에 이상호, 지석훈 형도 3루수가 가능하고 박민우까지 3루 수비를 준비하고 있어요. 저도 언제 나가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동욱 감독님이 나가라고 하시면, 그 자리를 언제든 채울 수 있게 준비해야죠.
“9년을 함께한 이동욱 감독님, 올해 야구 잘해서 전화드려야죠”
이동욱 감독 이름이 나와서 생각났는데, 2011년 NC 입단해서 코치와 선수로 만나서 지금까지 9년을 함께 했잖아요.
(미소지으며) 욕도 많이 먹고, 장난도 많이 치고 했죠.
친했던 코치님에서 이제는 감독님이 됐습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함께한 세월이 워낙 오래돼서… 그 차이는 있는 것 같아요. 전에는 장난도 많이 치고, 서로 놀리기도 하고 했는데 이젠 못 그러겠더라구요. (웃음) ‘급 공손’해졌다고 할까요.
그래도 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가 감독이 됐다는 건 선수 입장에서 좋은 일일 것 같습니다.
그럼요. 감독님이랑 워낙 사이가 좋았으니까요. 수비코치 하실 때 저랑 박민우랑 맨날 붙들려 가서 펑고 받고, 혼나고 그러다 장난치고 했으니까요. (웃음)
이 감독님 코치 시절 들었던 얘기가 생각나네요. 박민우가 신인 시절 스프링캠프 때 펑고를 하도 계속 놓쳐서, 정규구장 뒤편에 있는 작은 구장으로 데려가서 하루종일 일대일 훈련을 시켰다고 하더라구요. 훈련하다 한 시간 동안 펑펑 울기도 하고, 목이 쉴 정도로 소리도 지르면서 ‘눈물의 펑고’를 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선수들 사이에선 그 구장을 ‘박민우 필드’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그 구장 저도 알아요. 민우가 옛날에는 수비를 더럽게 못 했거든요. (일동 폭소) 그래서 거기를 자주 갔죠.
노진혁 선수는 어땠나요.
저도 그 구장에 가긴 갔는데, 그래도 민우보다는 수비를 잘해서 거기 감금당할 정도까진 아니었어요. 저 같은 경우엔 지금 KT 캠프장인 키노 스포츠 컴플렉스를 훈련장으로 사용하던 시절에 이 감독님과 추억이 있어요. 신인 시절이었는데 백핸드로 펑고를 받다가 한 30번을 연속으로 못 잡았거든요. 결국 펑고를 치다 치다 나중엔 감독님이 ‘가자!’고 하시더라구요. (웃음)
이 감독님은 ‘취임한 뒤 친했던 선수들이 갑자기 나를 어려워한다’며 서운해하시던데요.
작년에 잔류군으로 옮기셨을 때도 전화드려서 안부도 묻고, 농담도 하고 했는데… 막상 감독님이 되시니까 전화드리기가 왠지 겁나더라구요.
앞으로 자주 전화하면 되지 않습니까.
못할 것 같아요. (웃음) 앞으로 좀 더 잘하면. 나성범처럼 잘하는 선수가 되고 나서 꼭 전화드리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호준 코치도 원래는 선배였다가 이제는 코치가 됐습니다. 코치님, 선배님, 형님 사이에서 호칭이 오락가락한다고 하던데 노진혁 선수와 관계는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사실 이호준 코치님은 저를 잘 모르실 것 같아요. (웃음)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주전으로 활약한 1군 진입 첫 시즌엔 이호준 코치가 없었고, 1군 주전으로 활약한 작년 시즌에도 일본에 코치 연수를 가 있었으니까요.
제가 야구 못할 때 모습만 보셨잖아요. 경기도 거의 못 나가고 타격도 잘 못 할 때 함께 뛰었거든요. 어쩌면 ‘수비는 좀 하는데 타격은 못 하는 애’로 기억하고 계실지도 몰라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캠프 와서는 가만히 지켜보면서 제 스타일을 파악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뭘 주문하거나 강요하기보단 제가 하는 모습을 쭉 지켜봐 주십니다. 코치님도 저도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노진혁의 2019시즌 4단계 소원, 그 마지막은 ‘우승’
화제를 좀 바꿔보죠. 원래 별명이 ‘노검사’잖아요. 같은 검찰 출신인 KIA 문선재는 안경을 벗은 뒤로 검사 별명이 사라졌는데, 똑같이 안경을 벗었는데도 여전히 노검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불만 없습니까.
마땅히 붙일 만한 별명이 없나 봐요. 아직 별명을 지어줄 만한 임팩트가 없는 거겠죠.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별명 있습니까.
저는 듣기 좋은 별명, 멋진 별명보다는 뭔가 재미있고 놀리는 느낌의 별명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미 응원가 때문에 충분히 놀림당했을 것 같은데.
응원가로 놀림당하는 건 하루 이틀도 아니잖아요. 보면 제 응원가는 항상 웃긴 걸 사용해갖고. (웃음)
그래도 멋진 별명이 낫지 않습니까. ‘멍게’보다는 ‘무등산 폭격기’가 훨씬 멋있잖아요.
재밌으면 그걸로 될 것 같아요. 야구 잘하면 팬들이 하나 만들어 주시겠죠.
어느새 올해 서른 살입니다. 프로 입단 8년 차, NC에 입단한 지는 벌써 9년째가 됐습니다.
저는 서른 살 안 넘을 줄 알았는데, 벌써 서른이네요. 자식도 안 낳을 줄 알았는데 애도 생겼고요. 함께 입단해서 강진 캠프(2011년 창단 첫 캠프) 때 함께 고생했던 친구들이 지금은 팀의 주축이 돼서 뛰고 있어요. 볼 때마다 제 입단 동기들이 참 대단한 기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시 1군 주전으로 올라서기까지 참 오래 걸렸습니다. 입단 동기들이 먼저 프로 무대에서 성공을 거두고 스타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한편으로는 부러웠죠.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도 컸구요.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다른 선수들은 다들 잘하고, 연봉도 높고 인지도도 높은데, 자기가 선택한 남자가 그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아내도 마음이 좋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항상 제게 잘 될 거라고 힘을 주고, 좋은 생각 하면서 야구에 전념할 수 있게 도와줬어요. 지난 시즌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서 다행이죠.
노진혁에게 NC 다이노스란 어떤 의미입니까.
애증의 대상인 것 같아요.
애증이라.
처음 팀에 왔을 땐 정말 기쁘고 설렜어요. 하지만 나중에 좌절을 겪는 동안엔 팀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다시 1군에 자리를 잡으면서부터는 또 애정이 샘솟기 시작했구요. 비유하자면 엄마와 딸 같은 관계랄까. 항상 위에서만 머물던 선수들은 잘 모르겠지만, 밑바닥을 경험해본 선수들은 다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요.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진심에 가깝습니까.
제게 ‘프로’를 제일 먼저 선물해준 팀이 NC니까요. 정말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올 시즌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면?
제일 첫 번째는 경쟁에서 살아남는 거에요. 살아남아서 한 시즌 더 1군에서 뛰는 게 첫 번째입니다. 두 번째는 아프지 않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좋은 성적을 내는 겁니다.
소원이 단계별로 있군요.
노트에다 ‘나의 목표’라는 제목으로 다 적어놨어요. 아, 그리고 네 번째 소원도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양의지 형이 온 뒤에 ‘우승’까지 적어뒀습니다.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