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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이슈] ‘토미존 수술’ LG 이정용은 국제대회 혹사의 희생양?

  • 기사입력 2019.04.19 10:54:28   |   최종수정 2019.04.19 10: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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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1차지명 신인 이정용, 오늘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받는다

-‘즉시 전력감’ 기대 모았지만 결국 공 1개도 못 던져보고 수술대 올라

-신인 지명 이후 전국체전과 야구월드컵에서 많은 등판과 투구 수 기록

-아마추어 유망주, 국내 대회뿐만 아니라 국제 대회 혹사도 문제

 

1차 지명 당시 이정용(사진=엠스플뉴스) 1차 지명 당시 이정용(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한국 아마야구 투수가 프로야구에 데뷔하기까지 거치는 몇 가지 절차가 있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고, 입단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을 받고, KBO에서 개최하는 신인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고, 스프링캠프에서 신인왕 후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1군에 데뷔할 날만 기다리다가……불현듯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대에 오른다.

 

해마다 입단하는 신인 선수 중에 몸이 성한 선수가 별로 없어요.지방 구단 스카우트의 말이다. 특히 좀 던진다고 하는 투수들은 수술부터 받는 게 마치 통과의례처럼 돼 버렸습니다.

 

신인선수 수술 잔혹사를 LG 트윈스 1차지명 신인 이정용도 피해 가지 못했다. 이정용은 오늘(4월 19일) 서울 김진섭 정형외과에서 오른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지난해 대학야구 에이스로 활약하며 ‘즉시 전력감’ 극찬을 받았고, 캠프 때도 류중일 감독이 ‘마무리 투수 후보’로 언급할 정도로 큰 기대를 모았던 이정용이지만, 프로에서 공 하나도 던져보지 못한 채 수술부터 하게 됐다.

 

이정용의 10월 강행군…3연투, 12일간 6경기 15이닝 투구

 

동아대 시절의 이정용. 팀 에이스로 많은 등판을 소화했다(사진=LG) 동아대 시절의 이정용. 팀 에이스로 많은 등판을 소화했다(사진=LG)

 

시계를 앞으로 돌려보자. 이정용은 2018년 6월 25일 LG 트윈스의 신인 1차지명 선수가 됐다. 이후 7월초에 서울 모 병원에서 메디컬테스트를 진행했다. 

 

올해부터 LG 단장직을 맡은 차명석 단장은 지난해 메디컬테스트 당시에도 (팔꿈치에) 조금은 이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재활이나 보강을 통해 쓸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정식 입단한 뒤 구단에서는 생각보다 (상태가) 좋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고, 스프링캠프에서도 훈련조가 아닌 재활조로 분류했다. 2차 캠프 막바지 이정용은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고, 병원 검진 결과 팔꿈치 인대의 50%가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신인 지명 직후엔 ‘조금 안 좋은 정도’였던 팔꿈치가 불과 반년 뒤 수술이 필요할 정도까지 손상된 셈이다. 이정용의 수술 소식을 접한 다른 구단 스카우트 사이에서 “신인 지명 이후 아마추어 경기에서의 무리한 투구가 원인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신인 지명과 입단 사이 이정용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가장 눈에 띄는 건 지난해 10월 이정용이 소화한 스케줄이다. 지명 이후 7, 8, 9월 3개월간 단 3경기만 출전한 이정용은 10월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서 부산 대표(동아대)로 참가해 2경기에 등판했다.

 

이정용은 10월 13일 단국대 상대로 등판해 4이닝 동안 62구를 던졌다. 그리고 하루 쉰 뒤 15일 건국대 상대로 6이닝 동안 77구를 던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77구를 던진 바로 다음 날 이정용은 성균관대 이연수 감독이 이끄는 U-23 야구월드컵 대표팀에 합류해 출국했다. 대표팀은 미국 애틀랜타를 경유해 18일 콜롬비아에 도착했고,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군용기를 타고 예선전 장소인 몬테리아로 이동했다. 

 

그리고 20일(한국시간) 바로 예선 첫 경기 체코전에 등판해 1이닝(10구)을 던졌다. 이튿날에는 도미니카전에서 1이닝(10구)을 던졌고, 22일에도 푸에르토리코전에서 2이닝(26구)을 던져 세이브를 기록했다. 시차 적응이 되기도 전에 ‘3연투’를 소화한 것이다. 

 

이정용은 하루를 쉰 뒤 24일 베네수엘라전에서 또 1이닝(15구)을 던졌다. 13일 전국체전부터 시작해 12일 사이 6경기에 등판해 15이닝을 던진 강행군이다. 28일 멕시코전까지 이정용은 대표팀 소속으로 5경기에 등판해 총 6.2이닝을 투구했다. 지명 직후 메디컬테스트 때 ‘염증’ 정도였던 부상이, 10월 강행군으로 ‘인대 손상’으로 이어진 게 아닌지 의심해볼 만한 대목이다.

 

이정용 2018년 10월 등판 일지

10월 13일 전국체전 단국대전 4이닝 62구

10월 14일 휴식

10월 15일 전국체전 건국대전 6이닝 77구

10월 16일 U-23 야구월드컵 대표팀 미국 출국

10월 17일 비행

10월 18일 콜롬비아 입국 뒤 군용기로 이동

10월 19일 휴식

10월 20일 U-23 야구월드컵 체코전 1이닝 10구

10월 21일 U-23 야구월드컵 도미니카전 1이닝 10구

10월 22일 U-23 야구월드컵 푸에르토리코전 2이닝 26구

10월 23일 휴식

10월 24일 U-23 야구월드컵 베네수엘라전 1이닝 15구

 

물론 무리한 등판 일정과 팔꿈치 수술 사이의 인과관계를 뚜렷하게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 다른 구단 소속 트레이너는 “수술로 이어지는 부상 원인은 다양하다. 무리한 투구로 데미지가 누적된 탓일 수도 있지만, 투구하다 한순간에 갑자기 부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뭐가 원인이라고 콕 짚어 지목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이 트레이너는 “아마추어 유망주 대부분이 부상을 달고 입단하는 게 현실”이라며 아마야구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우리 구단 입단 신인도 수술이 필요할 정도의 부상을 갖고 팀에 합류했다. 구단에서 관리해서 어떻게든 수술을 피하게 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차명석 단장도 신인 선수의 수술 소식에 큰 아쉬움을 표했다. 차 단장은 “아마추어에서 오는 투수들의 몸 상태가 대부분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올해 신인 중에도 몸 상태가 좋은 선수는 사실 정우영 하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다른 구단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정용 수술, 국내 경기 아닌 국제대회 혹사가 원인이었나

 

이정용은 LG 입단 전 모교와 지역사회에 활발한 기부 활동으로 야구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프로 입단 뒤 활약을 기대했지만, 수술로 데뷔 첫 시즌을 아쉽게 날리게 됐다(사진=동아대) 이정용은 LG 입단 전 모교와 지역사회에 활발한 기부 활동으로 야구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프로 입단 뒤 활약을 기대했지만, 수술로 데뷔 첫 시즌을 아쉽게 날리게 됐다(사진=동아대)

 

구단 스카우트와 트레이너들은 하나같이 “프로 구단이 신인 선수를 지명한 뒤 입단 전까지 혹사 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수도권 구단 스카우트는 교육부의 제도 변경으로 이제 신인 선수의 팀 합류는 해가 바뀌어야 가능하게 됐다. 입단 전까지는 엄연히 아마추어 팀 소속이라며 구단에서 선수의 훈련이나 몸 관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렵고, 해서도 안 되는 구조가 됐다. 구단 트레이너가 훈련 지침 정도를 전달할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세심한 관리까지는 어렵다고 했다.

 

서울 구단 스카우트도 “구단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입단 전까지는 주로 구단 스카우트들이 관리 책임을 맡는다. 하지만 계속 아마추어 경기를 지켜보면서 상태를 체크하고, 선수에게 조언하는 것 정도가 한계다. 감독이 많은 경기에 내보낸다고 스카우트가 지적하기도 어렵다. 선수에게 ‘몸 관리를 잘하라’고 당부하는 정도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이 스카우트는 “신인 선수 부상 방지를 위해 프로와 아마야구 간에 원활하고 유기적인 협력 관계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용의 경우 신인 지명 이후 국내 경기에선 그리 많은 경기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U-23 야구월드컵에서 힘든 일정과 많은 등판을 감당해야 했다. 다른 구단 트레이너는 익명을 전제로 메디컬테스트 때 팔꿈치 이상이 발견된 선수가 전국체전과 국제대회에서 많은 투구를 했다면, 대회 이후에라도 구단에서 면밀한 관리를 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런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실제 몇 해 전 국제대회 당시 상위지명 유망주가 혹사를 당하자, 해당 선수를 지명한 구단 최고위 인사는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2년 전에도 세계청소년대회에서 몇몇 투수가 많은 경기에 등판하자 입단 예정 구단 관계자들이 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선수들은 모두 프로 입단 뒤 수술대에 올랐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는 구단과 언론, 여론의 지켜보는 눈 때문에라도 무리한 기용을 자제하게 마련이지만 대학경기나 콜롬비아에서 열린 작년 U-23 대회처럼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열리는 경기는 감독의 ‘인류애’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아마추어 국가대표팀 트레이너 권한을 강화하고, 대표팀 감독 선발시 지도자로서 소양을 보다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차명석 단장은 “이정용의 수술을 결정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주사치료나 보강으로 올 시즌 던지게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도 내년에 수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 지금 상태에서 수술받는 것과, 인대가 완전히 찢어진 뒤에 수술하는 것은 재활 기간이나 회복 가능성 면에서 차이가 크다. 선수 생명을 위한 결정이었다.

 

‘즉시전력감’ 1차 지명 유망주가 입단 첫 시즌을 날리는 건 구단에게나 선수에게나 큰 손실이다. 특히 대졸 투수인 이정용의 1년 공백은 고졸 투수의 1년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신인 선수라면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라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제 국내 경기는 물론 국제대회에서 혹사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프로와 아마추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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