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 주전으로 맞이하는 첫 시즌
-“항상 공격적인 리드 강조, 열심히 뛰고 달리고 던진다.”
-“홍상삼 첫 승 실패 미안해, 폭투 한 개만 더 막아줬다면…”
-“육체는 정신이 지배, 주전 포수 자리는 전혀 안 힘들고 행복할 뿐이다.”

두산 포수 박세혁이 공수 맹활약으로 올 시즌 광주 원정 첫 승을 이끌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 포수 박세혁이 공·수 맹활약으로 올 시즌 광주 원정 첫 승을 이끌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광주]

티는 안 내는데 본인도 당연히 힘들겠지.

최근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훈련 중인 포수 박세혁을 넌지시 바라보며 던진 말이다. 박세혁은 올 시즌 팀의 주전 포수로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선다. NC 다이노스로 떠난 양의지의 빈자리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잘 채우는 분위기다.

4월 1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은 말 그대로 박세혁을 위한 하루였다. 박세혁은 이날 2대 4로 뒤진 6회 초 2사 2, 3루 기회에서 좌중간을 뚫는 동점 적시 2루타를 날렸다. 9회 초 2사 2루 기회에서도 박세혁은 달아나는 1타점 적시 3루타를 때렸다. 이어진 오재일의 2점 홈런 때 홈까지 밟은 박세혁이었다.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박세혁의 단단함이 돋보였다. 선발 투수 유희관과 호흡을 맞춘 박세혁은 1회 말 무사 만루와 2회 말 1사 만루, 그리고 4회 말 2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겼다. 경기 후반 연이은 위기 상황에서 박세혁은 공격적인 볼 배합으로 KIA 타선을 틀어막았다.

타격과 수비 모두 OK, 양의지를 잊게 하는 박세혁의 활약상

발이 빠른 포수인 박세혁은 언제든지 도루와 3루타를 노릴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사진=두산)
발이 빠른 포수인 박세혁은 언제든지 도루와 3루타를 노릴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사진=두산)

9회 말 마지막 아웃 카운트도 박세혁의 손에서 나왔다. 박세혁은 8대 6으로 앞선 9회 말 2사 1, 3루 위기에서 1루 주자 이명기를 2루에서 잡는 날카로운 송구로 경기를 매듭지었다. 긍정적인 의미로 이날 경기를 완전히 지배한 박세혁의 활약상이었다. 김 감독도 승리 뒤 “어려운 경기였다. 경기 후반 기회에서 타자들이 집중타로 추가점을 뽑은 것이 승인이다. 특히 박세혁이 포수로 공·수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렇게 김 감독의 칭찬을 받은 박세혁의 표정은 밝았다. 박세혁은 “팀 승리는 항상 기분 좋은 일이다. 다른 건 신경 안 쓴다. 오로지 팀 승리만 생각하는 게 나에게도 좋고 팀에도 좋다.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 승리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타격감이 점점 올라오는 건 고무적인 신호다. 박세혁은 시즌 개막 뒤 3월(타율 0.182) 부진을 겪었지만, 4월(타율 0.364) 들어 예리한 스윙을 보여주고 있다. 4월 19일 기준으로 박세혁은 올 시즌 2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3/ 20안타/ 1홈런/ 11타점/ 8볼넷/ 출루율 0.373/ 장타율 0.470을 기록했다. 포수답지 않게 빠른 주력을 지닌 박세혁은 3루타 2개와 도루 2개까지 기록하며 팀 타선의 기동력 향상에 힘을 보탰다.

올 시즌 개막 초반 타석에서 타격이 잘 풀리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겨우내 준비했던 걸 그대로 잘 보여줬어야 했는데 조금씩 스스로 위축되고 있었다. (오)재원이 형과 (김)재호 형, 그리고 코치님이 그동안 연습했던 걸 믿고 하라며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셨다. 그 뒤로 연습한 대로 열심히 때리고 열심히 달리고 열심히 던졌다. 그랬더니 타격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 박세혁의 말이다.

주전 포수로서 투수들을 리드하는 것도 박세혁의 중요한 임무다. 박세혁은 최대한 공격적으로 리드하고자 애쓰고 있었다. 박세혁은 위기 상황에서 감독님이 항상 얘기하시는 게 도망가지 말라는 거다. 그래서 상대 타자들과 공격적으로 붙어보자고 거듭 생각한다. 우리 팀 투수들에게도 자신감을 강조한다. 우리가 잃을 게 없으니까 타자들과 정면 대결한다면 분명히 이길 수 있다며 고갤 끄덕였다.

박세혁, 홍상삼에게 미안했던 사연 “폭투 한 개만 더 막아줬다면

박세혁은 블로킹과 송구, 그리고 프레이밍 등 수비에서 뛰어난 평가를 받는 선수다(사진=두산)
박세혁은 블로킹과 송구, 그리고 프레이밍 등 수비에서 뛰어난 평가를 받는 선수다(사진=두산)

박세혁은 마음 한편으로 미안한 감정이 있었다. 4월 17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서 선발 등판한 투수 홍상삼이 그 미안한 감정의 주인공이었다. 이날 깜짝 선발 등판한 홍상삼은 4.2이닝 3실점으로 아쉽게 승리 투수를 놓쳤다. 박세혁은 이날 홍상삼의 폭투성 공을 온몸으로 받으며 홍상삼의 승리를 지키고자 했다. 김 감독이 경기 뒤 “박세혁이 다칠 뻔했다”며 우려할 정도로 위험한 순간들이 이어졌다.

그날 수비가 쉽진 않았다. 무엇보다 (홍)상삼이를 승리 투수로 꼭 만들어주고 싶었다. 오히려 경기 뒤 내가 더 미안했다. 폭투 한 개만 더 막아줬다면 승리 투수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상삼이가 열심히 준비했는데 주위의 걱정이 컸다. 우리 팀 투수는 내가 믿고 이끌어야 한다. 그런 게 힘들다고 생각 안 한다. 포수라면 당연히 그런 걸 다 챙겨야 하지 않겠나. 박세혁의 책임감이 느껴지는 말이다.

박세혁에게 주전 포수 자리의 부담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지금 마스크를 쓰고 그라운드에 나가는 것 자체가 박세혁에겐 행복이다. 팀 동료 내야수 류지혁이 이런 박세혁을 보고 “올 시즌 주전으로 마음껏 자기 야구를 하는 (박)세혁이 형을 보니까 기회가 왔을 때 무조건 내 것을 만들어야 하겠다고 느꼈다”라고 말할 정도다.

박세혁은 주위 사람들은 나를 보고 힘들지 않으냐고 얘기하지만, 육체는 정신이 지배하는 듯싶다. 몸이 힘들지 않고 정말 행복하다. 이렇게 뛰는 것 자체가 행복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쓰는 게 감사할 뿐이다. 이제 나를 포함한 ‘90년생’ 세대가 팀을 이끌어야 한다. 잘하든 못하든 팀 분위기를 밝게 잘 만들어야 하는 역할이다. 그만큼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두산은 시즌 초반 상위권 혼전 속에서 다시 1위로 치고 나갔다. 해마다 전력 유출이 있지만, 부정적인 예상을 비웃듯 항상 상위권 싸움을 펼치는 두산의 저력이 돋보인다. 박세혁은 “내가 주전 포수 자리에 앉았다고 팀이 1위를 못 하라는 법은 없다. 두산은 분명히 강팀이다. 두산 팬들이 더 응원해주시면 마지막 순간까지 꼭 가장 높은 자리에 있겠다. 앞으로도 팬들이 볼 때마다 기분 좋은 야구를 계속 보여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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