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내야수 오선진, 하주석 공백 메우는 알짜배기 활약
-“데뷔 첫 1군 캠프 탈락의 충격이 마음 다잡게 된 계기였다.”
-“부러운 후배 정은원, 나도 어렸을 때 저렇게 야구했다면…”
-“팀을 위한 야구가 먼저, 올 시즌엔 꼭 가을과 인연 맺고 싶다.”

한화 내야수 오선진은 올 시즌 주전 유격수로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하주석의 부상 공백을 잘 메워주는 분위기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한화 내야수 오선진은 올 시즌 주전 유격수로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하주석의 부상 공백을 잘 메워주는 분위기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1군 스프링 캠프가 당연한 게 아니더라고요. 저에겐 큰 충격이었죠.
한화 이글스 내야수 오선진은 데뷔 12년 차인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스프링 캠프 명단에서 탈락했다. 2군 스프링 캠프로 간 오선진은 ‘이대로라면 야구를 관둘 수도 있겠구나’라는 상상까지 했다. 그만큼 충격적이고 절망적인 순간이었다.
오선진의 야구가 끝나간다고 생각하는 순간 기회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주전 유격수 하주석의 장기 부상(무릎 십자인대 파열)으로 오선진은 그 빈자리를 메울 기회를 얻었다. 절박했던 오선진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앞으로 그 자리를 내가 차지해야 한단 생각도 아니었다. 그저 눈앞에 찾아온 출전 기회에 모든 걸 쏟아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 경기 한 경기가 쌓이자 오선진은 어느덧 주전 유격수의 자리에 올랐다. 유격수 출신답게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는 오선진은 올 시즌 5월 27일 기준 타율 0.263/ 45안타/ 3홈런/ 20타점/ 16볼넷으로 팀 테이블세터 역할까지 맡았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이제 오선진은 선발 라인업에서 뺄 수가 없는 선수다. 힘들겠지만, 선수가 버텨줘야 한다. 내구성이 강한 선수기에 믿는다”며 굳건한 신뢰감을 내비쳤다.
오선진은 지칠 수가 없다. 1군 스프링 캠프 탈락 순간의 절망감을 떠올린다면 없던 힘도 생겨나는 까닭이다. 2008년 입단 뒤 팀의 암흑기를 경험했던 오선진은 지난해 가을야구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지 못하며 진한 아쉬움을 삼켰다. 이대로 한 경기 한 경기 버티며 팀의 가을야구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는 게 오선진의 유일한 올 시즌 목표다.
힘든 것보다 경기에 나가는 행복이 더 와닿는 오선진

프로는 기회가 올 때 놓치지 않아야 한다. 오선진은 자신에게 온 갑작스러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사진=한화)
프로는 기회가 올 때 놓치지 않아야 한다. 오선진은 자신에게 온 갑작스러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사진=한화)

날씨가 벌써 여름이다. 주전 유격수로서 이제 힘들어질 때가 오지 않았나.
살짝 더워져서 힘든 것 같기도 한데 괜찮다. 풀타임 유격수가 정말 힘들단 걸 깨닫고 있다. 이것저것 움직이는 수비 상황도 자주 있고, 팀이 어려운 분위기라 긴장도 많이 된다.
그래도 경기에 나가는 행복감이 더 크게 보인다.
(고갤 끄덕이며) 당연하다. 벤치에 있을 땐 언제 한번 나가나 싶었다. 그런 절실한 기억을 떠올리면 쉬고 싶단 생각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앞으로 체력 안배를 잘해야겠다. 보양식은 특별하게 먹는 게 있나.
체력 안배는 생각 안 한다. 경기에 나가면 모든 걸 다 쏟아부으려고 한다. 경기 전 훈련 강도를 조절해주시니까 큰 문제는 없다. 도핑 때문에 한약은 먹기 힘드니까 좋은 보양식을 챙겨 먹으려고 한다. 부모님이 해주시는 낙지 삼계탕이 최고인 듯싶다(웃음).
하주석 선수가 다치며 주전 유격수로 그 빈자리를 메워야 했다. 당시 심정이 어땠나.
솔직히 (하)주석이가 다쳤을 때 내가 그 자리에 들어간단 생각은 전혀 못 했다. 그때 다른 선택지도 충분히 있었지 않나. 다행히 1군에 올라와 수비 실수를 안 하고 팀 배팅에 집중하니까 기회가 온 듯싶다. 나는 당장 눈앞의 경기에 출전하는 것에만 신경 썼다. ‘앞으로 주전 유격수 자리는 내가 차지해야지’라는 생각은 할 여유가 없었다.
꽤 오랫동안 유격수 수비를 하지 않았다. 어려움이 있을 법했다.
내가 신인 때 유격수로 입단했는데 그 뒤로 3루수나 2루수를 주로 소화했다. 물론 걱정이 됐다. 그래도 계속 유격수 자리에서 수비하다 보니까 감각이 살아나더라. 지금은 확실히 편해졌다.
입단 10년 차 후배 정은원을 향한 오선진의 시선 “참 부럽다.”

올 시즌 정은원(왼쪽)과 오선진(오른쪽)의 키스톤 콤비는 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오선진은 입단 10년 차 후배 정은원과 룸메이트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올 시즌 정은원(왼쪽)과 오선진(오른쪽)의 키스톤 콤비는 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오선진은 입단 10년 차 후배 정은원과 룸메이트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타격감은 5월 초 올라갔다가 최근 잠시 주춤한 분위기다.
잠시 타격감이 좋았는데 다시 조금 침체했다. 타격감이 안 좋아졌을 때 반등해야 하는데 약간 처진 느낌이 있다. 5월 초 좋았던 스윙 영상을 다시 보며 타격감을 되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약간 체력이 떨어지며 스윙이 늦어지는 듯싶기도 하다.
조급해지면 안 되는 듯싶다.
아무래도 빨리 안타가 나와야 한단 조급증에 쫓기는 느낌도 든다. 시즌 초반보다 여유가 없어졌다. 유격수에 테이블세터 자리까지 소화하지만, 힘들어해선 안 된다. 나보다 훨씬 어린 (정)은원이도 잘하고 있지 않나.
키스톤 콤비인 후배 정은원 선수의 올 시즌 활약이 정말 대단하다. 옆에서 정은원을 지켜보면 옛날 생각이 나지 않나(웃음).
그때 나보다 훨씬 잘하니까 전혀 옛날 생각이 안 난다(웃음). 나이에 맞지 않게 성숙한 플레이를 하는 친구다. 멘탈도 정말 훌륭하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어린 나이에 눈치를 보며 부담감을 느낄만한데 전혀 그런 게 없이 자기 할 일을 똑 부러지게 한다.
서로 대화도 자주 해야겠다.
룸메이트라 더 그렇다. 항상 방에 들어오면 (정)은원이가 ‘저 타격 어떻습니까’라고 물어보면 이렇다고 얘기해준다. 키스톤 콤비니까 수비에 관한 얘기도 자주 한다. 그라운드 위에선 눈으로 서로 얘길 나눈다. 은원이를 보면 참 부럽다. 나도 어렸을 때 저렇게 야구를 했으면 어떨까 싶어서. 성격도 밝은 아이다.
대전 아이돌의 명맥을 잇는단 얘기도 나온다(웃음).
우선 나는 대전 아이돌이 아니었는데 그런 얘기가 나오면 민망하다(웃음). 저번에 그라운드 위에서 은원이한테 ‘너는 대전 아이돌을 넘어선 충청 아이돌이니까 더 큰 꿈을 가져’라고 얘기했다. 은원이는 어디까지 클지 모를 정도로 가능성 충만한 친구다. 우선 도쿄 올림픽은 갈 수 있지 않을까(웃음).
“눈물의 어버이날 인터뷰, 나는 다시 못 보겠더라.”

오선진은 가을과 인연을 여전히 맺지 못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엔트리 탈락의 아쉬움을 꼭 씻고 싶단 오선진의 마음이다(사진=한화)
오선진은 가을과 인연을 여전히 맺지 못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엔트리 탈락의 아쉬움을 꼭 씻고 싶단 오선진의 마음이다(사진=한화)

다시 오선진 선수 얘기로 돌아가겠다. 벌써 프로 12년 차다. 그 세월을 돌이키면 어떤가.
(짧은 한숨 뒤) 아쉬운 마음이 가장 크다. ‘왜 그땐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라는 감정이다. 야구를 앞으로 얼마나 오래 할지 모르겠지만, 남은 시간 동안 그 아쉬운 부분을 조금이나마 채워가고 싶다.
올 시즌 어떻게 해야 그 아쉬움을 채울 수 있을까.
풀타임 시즌을 소화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올 시즌 1군 스프링 캠프 명단에서 탈락한 게 내겐 큰 충격이었다. 프로 데뷔 뒤 1군 캠프 명단 탈락은 처음 있는 일이었으니까. 2군 캠프에서 드는 생각이 올 시즌 이대로 1군에 못 올라가고 2군에만 있다가 야구를 그만둘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다시 드는 생각이 ‘프로에 와서 1군 캠프에도 못 오고 관둔 선수들이 많은데 나는 정말 소중한 기회를 계속 받았구나’였다. 1군 스프링 캠프가 당연한 게 아니었다.
그 절박함에서 나온 눈물의 인터뷰도 화제였다.(오선진은 어버이날 다음 날인 5월 9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에서 데뷔 첫 연타석 홈런으로 팀을 6대 1 승리로 이끌었다. 이날 수훈 선수 방송 인터뷰에서 오선진은 부모님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다)
전혀 울 생각이 없었는데 부모님 얘기에 갑자기 울컥하더라. 인터뷰하면서도 ‘이러면 안 되는데 왜 눈물이 나오지’라는 생각에 나도 당황했다(웃음). (다시 그 인터뷰 영상을 봤나?) 주위에서 하도 얘길 하니까 못 보겠더라. 나는 그 영상을 한 번도 안 봤다(웃음). 부모님께선 감동적이었다고 말씀하시더라. 아들이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고. 앞으로 야구를 더 잘해서 계속 효도해드리겠다.
오랜 기간 지켜본 한화 팬들도 올 시즌 애틋한 마음으로 오선진 선수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한화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잘 풀리나 싶을 때 다시 떨어지고, 내년이 기대된다고 하는데 실망을 드릴 게 그간 반복됐다. 죄송스러울 뿐이다. 올 시즌엔 그래도 기회가 계속 주어지니까 어느 정도 보여드리는 듯싶은데 아직도 부족하다. 보여드릴 게 더 남았으니까 안 다치고 팀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 야구를 하겠다. 한 번 더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한화 팬들이 원하는 ‘선진 야구’를 꼭 보여줘야겠다.
그래서 내가 잘해야 한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겠다. 타선의 연결 고리 역할로 팀 배팅을 하고 싶다. 개인 성적 목표는 전혀 없다. 팀을 위해 야구하겠다. 한화 팬들이 지금처럼 응원해주시면 팀도 꼭 반등할 수 있다고 본다.
올 시즌 가을야구도 여전히 포기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도 가을야구에서 꼭 풀어야 할 게 있지 않을까.
어떻게 내가 입단하자마자 팀의 암흑기가 시작된 탓에 가을야구를 계속 하지 못했다. 지난해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는데 정작 내가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정말 아쉬웠다. 가을도 내겐 정말 절박한 단어다. 올 시즌엔 꼭 가을과 인연을 맺고 싶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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