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김광현, 올 시즌 제 2의 전성기 활짝 열었다

-최고의 활약과 함께 커지는 빅리그 구단 관심…14일 인천에 7개 구단 스카우트 집결

-복수의 구단이 김광현 영입 염두에 두고 면밀히 관찰 중…“시장 나오면 영입전 뛰어든다"

-FA 계약 2년 남은 김광현, ML 도전하려면 구단의 ‘대승적’ 결단 필요

김광현은 올 시즌 등판하는 경기마다 빅리그 구단 스카우트를 몰고 다닌다(사진=엠스플뉴스)
김광현은 올 시즌 등판하는 경기마다 빅리그 구단 스카우트를 몰고 다닌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SK 와이번스 김광현은 올 시즌 새로운 전성기를 보내는 중이다.

모든 면에서 ‘커리어 하이’ 수준이다. 8월 16일 현재 23경기에 선발등판해 144이닝을 던졌고 14승 3패 평균자책 2.44를 기록 중이다. 다승은 2015년(14승)을 뛰어넘어 2010년 세운 개인 최다승(17승)을 뛰어넘을 기세다. 평균자책도 전성기인 2008년(2.39)과 2010년(2.37) 다음으로 좋은 기록이다.

‘공인구 효과’를 감안해도 김광현의 올 시즌은 특급에 속한다. 리그 환경 차이를 반영한 조정 평균자책이 179.0으로 2010년(191.9) 다음으로 좋은 기록을 내고 있다. 수비무관 평균자책을 중립화한 조정 FIP 역시 147.0으로 데뷔 이래 최고 기록. 개인 최고 2위인 23.2%의 타석당 탈삼진율을 기록하면서 4.9%로 데뷔 이후 가장 적은 타석당 볼넷을 허용하고 있다.

건강이 비결이다. 2017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대에 오르기 전까지 김광현은 어깨와 팔꿈치 통증으로 고전했다. 그러나 토미존 수술을 받은 뒤 고질적인 팔꿈치 통증에서 해방돼 자기 공을 마음껏 던질 수 있게 됐다. SK는 수술 복귀 첫 시즌인 지난해 김광현을 무리하지 않고 철저하게 관리하며 ‘예열’하는 과정을 거쳤다. 덕분에 올 시즌엔 꾸준히 5인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선발투수로 제몫을 다하고 있다.

복귀 이후 김광현은 더욱 완성도 높은 투수로 올라섰다. 올 시즌 전까지만 해도 김광현은 ‘투 피치’ 투수였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의존도가 높았다. 올해는 서드피치 커브에 더해 투구추적 시스템상 투심으로 분류되는 스플리터까지 장착했다.

올해 김광현은 네 가지 구종을 모두 10% 이상 구사율로 던지고 있다. 손 혁 투수코치는 조만간 스플리터가 커브를 앞지를 것으로 본다. 슬라이더가 워낙 좋기 때문에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스플리터의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포 피치’ 투수로 진화하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김광현이다.

복수의 메이저리그 구단 “김광현에 관심 있다” “시장 나오면 영입 뛰어들 것”

김광현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국외 무대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광현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국외 무대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사진=엠스플뉴스)

이런 김광현의 활약에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8월 14일 우천순연된 인천 삼성 전. 이날 인천엔 좋지 않은 날씨에도 김광현을 직접 보기 위해 MLB 7개 구단 스카우트가 출동했다.

이날 인천을 찾은 한 내셔널리그 A 구단 스카우트는 우리 구단도 김광현에 관심이 많다고 인정했다. 이 구단은 김광현이 토미존 수술을 받기 전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이 스카우트는 우리 구단 외에도 여러 구단이 꾸준하게 김광현을 지켜본 것으로 안다. 과거 계약 직전까지 갔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도 여전히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한국에서 활약 중인 외국인 투수, 스타 플레이어, 아마추어 유망주를 체크하는 건 일상적 활동이다. 그러나 최근 김광현을 지켜보는 MLB 구단들의 행보는 단순한 ‘체크’ 차원이 아니다. 그보단 실제 영입을 위한 준비 작업에 가깝다.

내셔널리그 B 구단 스카우트는 이미 김광현에 대한 상세한 리포트를 작성해 구단에 보냈다. 앞으로 두 세 경기 정도를 더 지켜본 뒤 최종 보고서를 제출해 영입을 건의할 생각이라 했다. 또만약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진출 결심만 한다면, 우리 구단에서도 영입에 뛰어들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올 시즌의 김광현이라면 빅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한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아메리칸리그 소속 C 구단 스카우트는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통하는 투수”라며 “패스트볼 구속은 물론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충분히 타자들에게 통할 만한 경쟁력이 있다. 미국에서도 김광현 같은 좌완투수는 귀한 존재”라 했다.

A 구단 스카우트 역시 김광현이 지금 같은 컨디션이라면 충분히 통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보직은 선발보다는 불펜이 적합하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이 스카우트는 “앞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메릴 켈리와는 다른 유형이다. 메릴 켈리는 다양한 구종을 던지고 완급조절을 하는 스타일이지만, 김광현은 아직 슬라이더 의존도가 높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타입”이라며 “물론 우리 구단과 달리 다른 구단 중에는 김광현을 선발로 평가하는 구단도 있을 것”이라 했다.

B 구단 스카우트는 우리 구단은 선발로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한국에서 김광현을 지켜본 구단들은 대부분 그가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스카우트는김광현이 무조건 선발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구단의 관심을 받으면서 빅리그 진출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어차피 처음 국외 무대에 진출하면 생활과 문화, 리그 타자들, 언어까지 적응하는 기간을 거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부담이 적은 불펜에서 출발하면서, 점차 리그에 적응하면서 능력을 보여준 뒤 선발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요즘엔 ‘오프너’라는 개념도 있지 않나. 빅리그 적응만 잘 하면 김광현으로선 선발로서 역량을 보여줄 기회가 얼마든지 있을 것으로 본다.” 이 스카우트의 말이다.

‘빅리거 김광현’ 성사되려면 SK의 ‘대승적 결단’ 필요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나성범 부상으로 당분간 빅리그 진출이 가능한 선수는 김광현 하나만 남았다“며 소속 구단이 김광현 영입 의사가 있다고 설명했다(사진=엠스플뉴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나성범 부상으로 당분간 빅리그 진출이 가능한 선수는 김광현 하나만 남았다“며 소속 구단이 김광현 영입 의사가 있다고 설명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런 ‘뜨거운’ 반응은 보통 국외진출 자격 취득을 앞둔 선수에게 향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김광현은 아직 FA(자유계약선수)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선수다. 올 시즌이 끝나도 2시즌을 더 뛰어야 다시 FA 자격을 얻는다. FA 계약 자체는 2017시즌을 앞두고 체결했지만, 그해 토미존 수술로 한 시즌을 날리면서 자격 취득도 한 해 미뤄졌다.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당장 국외 진출이 가능한 대상은 아니다.

김광현이 국외리그에 진출하려면 소속팀 SK가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야 가능하다. 여기서 ‘대승적’이란 말은 여러가지 조건에 해당될 수 있다. 만약 김광현이 최고의 성적으로 올 시즌을 마치고, 소속팀 SK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면 ‘대승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지난 시즌 SK가 우승을 차지한 뒤에도 메이저리그 일부 구단이 김광현 영입을 염두에 두고 움직임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엔 못 먹는 감을 찔러보는 수준에 그쳤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물러나고 염경엽 감독이 새로 부임한 팀내 변화로 국외진출을 거론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SK가 올 시즌 또 한번 우승을 차지한다면 새로운 상황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대승적’ 차원은 선수 개인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 C 구단 스카우트는 이제 김광현의 나이가 32살이다. 지금보다 더 늦으면 국외진출이 쉽지 않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갈 수 있을 때 국외 진출을 추진하는 게 맞다고 본다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좋은 계약 조건을 제시한다면 SK 구단으로서도 명분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 스카우트는 구체적으로 2년 이상 계약기간에 500만 달러 이상, 그리고 오승환의 일본 진출 당시와 비슷한 수준의 포스팅비를 언급했다.

A 구단 스카우트는 “김광현이 빅리그에 진출해 과거 데뷔 초기처럼 류현진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다면 야구팬들에게는 큰 흥미를 제공하지 않겠느냐”며 “미국 무대에 진출한 뒤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한 류현진처럼, 김광현도 지금보다 더 큰 무대에서 더 좋은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와 관련 김광현은 아직까지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전하겠단 원론적인 입장이다. 여론을 무기로 구단과 맞서거나, 무리해서 국외진출을 강행할 의사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정규시즌 순위싸움이 한창 진행중이란 것도 ‘MLB 도전’을 마음껏 크게 소리낼 수 없는 이유 중에 하나다.

소속팀 SK 역시 아직은 조심스럽다. SK 고위 관계자는 “우리 구단은 김광현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꿈을 응원한다”면서도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야길 하긴 이르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하진 않았다.

염경엽 감독 역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선수의 꿈을 반대하지 않는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것”이란 언급만 했다. 최고의 활약과 무르익은 조건 속에, 시즌 끝날 때까지 김광현을 향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뜨거운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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