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꼴찌대전’ 펼치는 9위 롯데 자이언츠·최하위 한화 이글스
-상위권 향한 고춧가루와 내년 위한 실험 사이에 서다
-‘14번째 선발’ 내세우는 한화, 선발 실험은 언제까지?
-수비 체질 개선 및 오프너 실험, 롯데의 잔여 시즌은 바쁘다

한화 한용덕 감독(왼쪽)과 롯데 공필성 감독대행(오른쪽)은 내년 시즌을 향한 실험에 중점을 두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롯데)
한화 한용덕 감독(왼쪽)과 롯데 공필성 감독대행(오른쪽)은 내년 시즌을 향한 실험에 중점을 두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롯데)

[엠스플뉴스]

멀어질 만하면 다시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이 서로를 당기는 그림이다. 어느새 경기 차도 0.5경기까지 좁혀졌다. ‘탈꼴찌대전’을 펼치는 9위 롯데 자이언츠와 최하위 한화 이글스의 얘기다.

광복절 ‘탈꼴찌대전’에서 사이좋게 1승씩 주고받은 롯데와 한화는 최근 각각 2연패와 2연승을 기록하며 서로 다시 가까워졌다. 30경기 정도가 남은 가운데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NC 다이노스와의 격차는 10경기를 훌쩍 넘어간다.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은 좌절된 가운데 남은 시즌 얼마나 내년을 위한 희망을 보여줄지가 두 팀의 관건이다.

이제 내년 시즌을 위한 실험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이 실험과 동시에 팬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기 위한 고춧가루 뿌리기도 필요하다. 실험과 고춧가루 사이에 서 있는 양 팀의 상황을 엠스플뉴스가 진단해봤다.

한화의 ‘14번째 선발’, 의미 없는 선발 돌리기는 안 된다

한화의 올 시즌 14번째 선발 투수의 주인공은 1848일 만에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좌완 투수 송창현이었다(사진=한화)
한화의 올 시즌 14번째 선발 투수의 주인공은 1848일 만에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좌완 투수 송창현이었다(사진=한화)

한화는 올 시즌 2연전 체제 시작 뒤 LG 트윈스를 제외한 상위권 4팀을 만나 1승 1패로 한 차례씩 고춧가루를 뿌렸다. 팀 타선이 2연전 가운데 한 경기에선 5점 이상의 다득점으로 승리의 밑바탕이 됐다.

한화는 8월 들어 베테랑 선수 위주의 타선 라인업을 계속 내세우는 가운데 경기당 평균 4.62득점으로 시즌 전반기 경기당 평균 득점(4.39득점)보다 다소 높은 득점 생산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견수 전향을 시도했던 정근우의 1루수 출전이 가장 눈에 들어오는 요소다. 결국, 시즌 전 야심 차게 내세웠던 ‘중견수 정근우’의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리빌딩을 명분으로 무리한 어린 선수 기용 없이 베테랑과 중간급 선수들을 고루 섞어 기용하자 팀 타선의 응집력이 조금이나마 살아난 분위기다.

그래도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선발진이다. 외국인 투수 채드 벨이 허리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더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한화는 8월 18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선발 투수로 좌완 투수 송창현을 내세운다. 송창현의 선발 등판은 2014년 7월 27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 이후 1,848일 만이다. 지난해 상무야구단에서 제대한 송창현은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9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 2.97을 기록 중이다.

송창현은 올 시즌 한화의 14번째 선발 투수다. 송창현이 선발 마운드에 오르면 올 시즌 한 차례 이상 선발 등판한 투수 숫자는 롯데 자이언츠(13번) 다음으로 한화가 리그에서 가장 많아질 예정이다. 외국인 투수 워윅 서폴드(25번)와 채드 벨(23번), 그리고 장민재(19번)를 제외하곤 안정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선발 자원들이 없는 셈이다.

결국, 최하위로 처진 팀 상황상 내년 시즌을 바라본 선발진 실험에 나서야 한다. 현재 송진우 2군 투수코치가 젊은 투수들의 조련에 힘쓰고 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새로운 얼굴의 투수가 공을 한 번 던지게 하려고 준비시켰다. 많은 선수를 활용해 보려고 한다. 2군 투수들을 올려 선발 로테이션을 돌려보려고 한다. 2군 투수들이 보통 한 번 이상 선발등판 경험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젊은 투수들에게 단순히 선발 등판을 맛보게 해준단 상황에서 그치면 안 된다. 올 시즌 시작부터 한 감독의 국내 선발진 플랜은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진득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젊은 선발 투수의 성장 토대를 만들어주지 못했다. 한두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 곧바로 선발 기회를 잃는 흐름이 시즌 내내 반복됐다. 아무리 선발 마운드에 올라가는 투수들의 숫자가 가장 많더라도 그게 선발 투수들의 질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얼마나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시선으로 선발 투수 육성의 밑그림을 짜느냐에 이 실험의 성공 여부가 달린 셈이다.

수비 체질 개선과 오프너 실험, 롯데의 잔여 시즌은 바쁘다

롯데 외국인 투수 다익손은 남은 시즌 오프너 역할을 포함해 불펜에서 공을 던질 예정이다(사진=엠스플뉴스)
롯데 외국인 투수 다익손은 남은 시즌 오프너 역할을 포함해 불펜에서 공을 던질 예정이다(사진=엠스플뉴스)

롯데는 공필성 감독대행 체제 시작 뒤 8승 10패를 기록 중이다. 후반기 직전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팀 흐름을 어느 정도 끌어올렸단 평가다. 공 감독대행은 취임 뒤 베테랑 선수들의 마음을 달래는 움직임을 보였다. 베테랑 타자 채태인과 문규현을 1군 엔트리에 곧바로 등록했고, 베테랑 투수 손승락을 마무리 보직으로 복귀시켰다. 그리고 공 감독대행은 선수들에게 소통과 스킨십의 리더십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워졌기에 팀 체질 개선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8월 1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나온 한 장면이 화제였다. 이날 경기 3회 말 1루수 이대호가 상대 타자 정수빈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뒤로 빠뜨리며 위기를 자초했다. 이 위기에서 롯데는 연이은 실점으로 0대 7까지 끌려가게 됐다. 이대호는 4회 초 타석에서도 삼진으로 물러났고, 공 감독대행은 4회 말 시작과 함께 이대호 대신 정 훈을 1루수 대수비로 투입했다.

사실상 문책성 교체였다. 롯데 관계자는 경기 중반 이대호 선수가 부상 때문에 교체된 건 아니다. 감독대행의 판단에 따라 교체된 것이라고 밝혔다. 올 시즌 롯데는 포수 폭투 문제를 포함해 야수진 수비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팀의 기본 조건인 탄탄한 수비가 완성되지 못한다면 남은 시즌 실험의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 포수 및 내야진의 수비 퍼즐을 잘 맞춰야 할 롯데다.

롯데 선발진에서도 ‘오프너 실험’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공 감독대행은 8월 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외국인 투수 브록 다익손의 승리를 챙겨주고자 박시영이 먼저 2이닝을 소화하게 한 뒤 다익손을 두 번째 투수로 올렸다. 다익손은 3회부터 9회까지 삼성 타선을 막으며 롯데 이적 뒤 첫 승리를 거뒀다.

공 감독대행은 이닝 소화력이 떨어지는 다익손을 오프너로 활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13일 사직 KT WIZ전에서 오프너로 나선 다익손은 2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남은 시즌에서도 다익손은 오프너를 포함한 불펜에서 공을 던질 예정이다. 우선 다익손은 18일 잠실 두산전 선발 투수로 예고된 상태다.

사실 외국인 투수가 선발이 아닌 불펜에서 뛴다는 건 고육지책에 가깝다. 결국, 서준원·박세웅·장시환·김원중 등 국내 선발진들이 남은 시즌 얼마나 안정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해주느냐에 롯데의 남은 시즌 실험의 성과가 달렸다. 이 과정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야구로 롯데 팬들의 마음을 얼마나 달래줄지도 관건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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