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열리는 2020 KBO 신인 2차 지명, 좌완투수 강세 예상

-1순위 정구범 비롯해 김윤식, 홍민기, 이종민 등 좌완투수에 군침

-유신고 2관왕 주역 강현우 비롯해 전의산, 장규빈 등 포수도 주목

-국외파 중에는 손호영만 상위 지명 대상…‘제2의 이학주’ 나오기 어려울 듯

2차 신인 드래프트가 8월 26일 열린다(사진=엠스플뉴스)
2차 신인 드래프트가 8월 26일 열린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혹시 영화 ‘엑시트’ 보셨습니까. 지금 우리 스카우트들 상황이 딱 그 영화 같습니다.”

8월 26일 열리는 2020 KBO 신인 2차 드래프트 판도를 묻자, 모 구단 스카우트는 대뜸 최근 개봉한 영화 얘길 꺼냈다. 영화 속 가상의 도시에 독가스 테러가 발생한다. 안개처럼 자욱한 가스가 빌딩 숲을 뒤덮은 가운데, 한 치 앞도 보이질 않는 상황.

그만큼 이번 신인 지명 판도가 ‘안개 속’이란 얘기다. 한 지방 구단 스카우트는 모 매체가 구단의 지명 회의 전략을 대놓고 공개하는 바람에, 스카우트들이 전부 입을 닫았다. 어떤 구단에선 외부에 스카우트 정보를 이야기할 경우 불이익을 준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다들 비슷한 분위기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다른 지방 구단 스카우트 역시 “모 구단 스카우트 팀의 지명전략이 날 것 그대로 노출되면서, 스카우트 팀원들이 구단 수뇌부로부터 크게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안다. 연고지 1차지명이 아닌 전면 드래프트 방식에서 지명전략이 사전에 노출되면 타격이 크다. 이전까지는 팬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차원에서 언론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곤 했지만, 올해부턴 그러기 어려울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흔히 신인드래프트를 가리켜 ‘달빛 아래 미인 찾기’라 부른다. 지명 회의를 앞두고 ‘독가스’가 살포된 올해 드래프트는 극도의 경계와 보안 속에 ‘안개 속 미인 찾기’가 된 분위기다. 짙은 안개가 깔린 가운데, 이틀 앞으로 다가온 2020 신인 2차 드래프트 전망을 엠스플뉴스가 살펴봤다.


정구범, 김윤식, 홍민기 등 좌완투수가 1라운드 판도 좌우한다

NC 다이노스의 2차 1순위 지명이 유력한 정구범(사진=조문기 작가)
NC 다이노스의 2차 1순위 지명이 유력한 정구범(사진=조문기 작가)

야구 격언에 ‘좌완 강속구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야구에서 좌완투수가 귀하고 값어치가 큰 존재란 얘기다. 이는 올해 신인 2차 지명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스카우트와 구단 관계자가 적어도 4명 이상의 고교 좌완투수가 1라운드에서 이름이 불릴 것으로 예상한다.

덕수고의 고교 좌완 최대어 정구범을 비롯해 진흥고 김윤식, 대전고 홍민기, 성남고 이종민이 ‘빅 4’로 꼽힌다. 김윤식은 140km/h 후반대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투수로 최근 주가가 급상승했다. 아직 세기 면에선 정구범보다 부족하지만, 프로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고 불펜투수로 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민기와 이종민은 6월 열린 신인 1차 지명 당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투수들이다. 홍민기는 뛰어난 신체조건에 힘있는 패스트볼이 장점이다. 이종민은 제구력과 풍부한 경기 경험, 게임 운영 능력이 장점인 투수다. 여기에 전주고 좌완 박재민이 최근 열린 대회에서 급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몇몇 구단에서 상위 지명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투수는 물론 타격 재능도 뛰어난 남지민. 1라운드 지명 대상인 유일한 우완투수다(사진=조문기 작가)
투수는 물론 타격 재능도 뛰어난 남지민. 1라운드 지명 대상인 유일한 우완투수다(사진=조문기 작가)

반면 우완 쪽엔 부산정보고 남지민 외엔 확실한 1라운더감이 없다는 게 중평이다. 부산고 한승주, 개성고 최세창이 있지만 1라운드에 이름이 불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1라운드에서 지명받을 만한 우완투수는 남지민 하나”라고 단언했다.

좌완투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2차 전체 1순위 지명의 영광은 정구범이 유력하다. 이는 지명권을 가진 NC 다이노스도 부정하지 않는 사실이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정구범은 올해 고교 투수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은 투수다. 제구력과 경기운영 능력이 뛰어나고,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사용할 줄 안다”며 높게 평가했다.

3순위 LG 트윈스와 4순위 롯데 자이언츠 역시 투수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1차 지명에서 우완 강속구 투수 이민호를 뽑은 LG는 2차 지명에선 좌투수 쪽을 선호하는 가운데, 내야수 쪽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역시 투수 유망주 2명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는 중이다. 현재 단장이 공석인 롯데는 내부적으로 연고지 투수 유망주를 뽑아야 한다는 의견과, 좌완 유망주를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반면 일각에서 예상한 지역 연고 내야수 지명은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고의 좌완 강속구 투수 홍민기(사진=조문기 작가)
대전고의 좌완 강속구 투수 홍민기(사진=조문기 작가)

7순위 키움 히어로즈와 8순위 한화 이글스도 야수보단 투수 쪽을 눈여겨보는 중이다. 키움은 1차지명에서 좌투좌타 외야수 박주홍을 지명했다.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포수도 2명 보강해 포수가 급한 상황은 아니다. 내야수 자원 역시 김혜성이 급성장하고, 군복무를 마친 김웅빈(상무)이 돌아오는 만큼 여유가 있다. 투수 쪽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변우혁-노시환-유장혁까지 상위 지명권을 야수에 털어 넣은 한화 역시 올해는 투수 보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명 순서가 8순위인 만큼 앞의 구단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순 있지만, 기본적으론 좌완투수를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 1차 지명 당시 북일고 신지후를 선택한 것도, 2차에서 좌투수를 뽑을 기회가 돌아온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포수 강세, 최대어 강현우 포함 최소 2명 1라운드에 이름 불릴 듯

유신고를 전국 2관왕으로 이끈 포수 강현우(사진=조문기 작가)
유신고를 전국 2관왕으로 이끈 포수 강현우(사진=조문기 작가)

특출한 투수가 없다는 얘기는, 상대적으로 야수 쪽에서 1라운드 지명 선수가 여럿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많은 스카우트는 올해 2차 지명에선 포수를 비롯한 포지션 플레이어 강세가 예상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리그 전체 포수난을 떠나, 올해 지명 대상 중에 좋은 포수 자원이 여럿 눈에 띈다”고 했다.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유신고를 전국 무대 2관왕으로 이끈 포수 강현우다. 수도권 구단 스카우트는 “강현우는 수비에 강점이 있는 포수로, 프로에서도 빠르게 1군 무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다. 송구 능력도 좋고 투수 리드 면에서도 강점이 있다”고 칭찬했다. 고교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알려진 경남고 전의산, 어깨가 좋은 경기고 포수 장규빈도 1라운드에서 이름이 불릴 수 있는 후보다. 전의산과 장규빈은 연고 구단인 롯데와 두산의 1차 지명 후보였다.

내야수 중엔 좋은 신체조건에 야구 센스를 겸비한 야탑고 유격수 박 민이 최대어다. 여기에 1차 지명 당시 롯데의 후보로 거론된 경남고 이주형도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 능력을 앞세워 1라운드 후보로 거론된다. 경기고 내야수 김성민도 스카우트에 따라선 상위 지명 후보로 이름이 나온다. 외야수 중에선 KIA의 1차 지명 후보였던 광주일고 박시원이 유일하게 ‘1라운더’ 감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2순위 지명권을 가진 KT 위즈의 선택이 관건이다. 스카우트들의 의견은 둘로 갈린다. 한 지방구단 스카우트는 “정구범을 NC가 지명해도 김윤식, 홍민기 등 뛰어난 좌완투수가 여럿이다. KT로선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수도권 구단의 한 관계자는 KT가 포수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KT는 장성우의 뒤를 받칠 만한 포수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해창, 안승한으로 포스트 장성우를 준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인 드래프트는 선수의 자질도 중요하지만, 구단의 필요에 따라 지명이 이뤄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KT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성남고 박성균 감독의 아들인 야탑고 유격수 박 민(사진=조문기 작가)
성남고 박성균 감독의 아들인 야탑고 유격수 박 민(사진=조문기 작가)

5순위 삼성 라이온즈와 6순위 KIA 타이거즈의 선택도 눈여겨봐야 한다. 앞순위 지명권을 가진 구단의 선택에 따라 삼성, KIA의 선택도 달라질 수 있다. 특급 좌완 유망주가 차례까지 돌아온다면 고민을 해볼 만하지만, 앞에서 빠져나갈 경우엔 야수를 선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삼성은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내야수와 포수를 대거 보강했다. 점찍어둔 투수를 지명할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외야수 보강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KIA 역시 수비력에 더해 강타자로 성장 잠재력이 있는 내야수를 충원할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물론, 두 팀의 선택은 당일 지명회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한편 9순위 지명권을 가진 두산 베어스는 투수와 포수를 놓고 고민하는 중이다. 강력한 투수 자원이 두산 차례까지 돌아온다면 고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선수단 구성을 놓고 볼 때 포수 보강도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 어떤 선택을 할지 두고 봐야 한다. 그간 두산은 포수 지명 시 타격보다는 수비력에 초점을 맞춰 왔다.

10순위 SK 와이번스의 선택은 예측 불가다. 앞의 구단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경우의 수가 무한대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다른 구단이 지명전략을 전혀 공유하지 않아, 우리 차례까지 어떤 선수가 돌아올지 알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SK는 가장 보강이 시급한 내야수를 중심으로, 포수와 투수도 눈여겨보는 중이다.

한편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선 ‘국외 유턴파’ 선수 중에 1라운드 지명자가 나오긴 어려울 전망이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가장 상위 지명에 근접한 선수는 연천 미라클 내야수 손호영이다. 강한 어깨가 장점이고, 고교 시절보다 전체적인 체격과 힘이 좋아졌다. 빠르면 2라운드에도 이름이 불릴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주요 2차 1라운드 대상자(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주요 2차 1라운드 대상자(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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