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끝내기 보크 패배 여파로 3위까지 추락
-보크 인정한 배영수의 사과 “순간적으로 착각, 명백한 내 실수다.”
-끝내기 보크 패배에 가려진 두산의 가을 뒷문 불안
-PS 선전 위해선 김승회 복귀와 불펜진 재구성 필요

두산 베테랑 투수 배영수는 9월 14일 문학 SK전에서 KBO리그 사상 최초 무투구 끝내기 보크를 기록했다(사진=두산)
두산 베테랑 투수 배영수는 9월 14일 문학 SK전에서 KBO리그 사상 최초 무투구 끝내기 보크를 기록했다(사진=두산)

[엠스플뉴스]

참 좋은 승부였는데…

9월 15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둔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연신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전날 나온 KBO리그 사상 최초 무(無)투구 끝내기 보크 패배 탓이었다.

두산은 14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에서 6대 7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1위 SK와 경기 차를 2.5경기로 줄일 기회를 한순간에 놓친 셈이었다. 9회 말 시작 전까지만 해도 경기 분위기는 두산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경기 초반 난타전 끝에 5대 4 한 점 차 리드를 계속 가져간 두산은 9회 초 상대 마무리 하재훈을 상대로 밀어내기 볼넷으로 6대 4로 한 발짝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8회 말 2사 만루 위기를 헛스윙 삼진으로 탈출했던 마무리 이형범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형범은 선두 타자 제이미 로맥과 이재원에게 각각 중전 안타와 좌익선상 2루타를 맞으며 무사 2, 3루 위기를 맞았다. 이어 베테랑 김강민에게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맞고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연속 안타로 무사 1, 3루 끝내기 위기까지 자초한 이형범은 베테랑 투수 배영수에게 공을 넘기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두산 벤치의 판단은 허망한 결론을 낳았다. 배영수는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단 한 개의 투구도 없이 1루 견제를 시도했다. 팀이 전진 수비를 시도한 상황에서 배영수는 투구판에서 오른발을 뒤로 빼지 않은 채 두 발을 거의 동시에 1루 방향으로 돌리며 견제 시늉을 했다.

중심 발을 뒤로 빼지 않고 견제 시늉, 명백한 보크였다

배영수의 끝내기 보크가 선언되자 3루 주자 김강민(오른쪽)이 기쁜 표정으로 홈으로 달려가고 있다(사진=SK)
배영수의 끝내기 보크가 선언되자 3루 주자 김강민(오른쪽)이 기쁜 표정으로 홈으로 달려가고 있다(사진=SK)

배영수의 이 견제 동작에 관해 그라운드에 있던 4심이 모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보크로 판정했다. KBO 야구 규칙 8.05(b)에 따르면 투수가 투수판에 중심 발을 대고 있을 때 주자가 있는 2루에는 그 베이스 쪽으로 똑바로 발을 내디디면 던지는 시늉만 해도 괜찮으나 1루와 3루, 타자에게는 던지는 시늉에 그쳐서는 안 된다. 투수가 중심 발을 투수판 뒤쪽으로 빼면 주자가 있는 어느 베이스에도 발을 내딛지 않고 던지는 시늉만 해도 괜찮으나, 타자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적혀 있다. 배영수는 중심 발인 오른발을 투구판 뒤쪽이 아닌 3루 쪽으로 살짝 빼며 동시에 견제 시늉만 했기에 명백한 보크였다.

KBO 역대 끝내기 보크 기록(표=KBO)
KBO 역대 끝내기 보크 기록(표=KBO)

배영수의 끝내기 보크는 KBO리그 통산 6번째 기록이다. 특히 KBO에 따르면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가 단 한 개의 투구 없이 끝내기 보크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배영수는 끝내기 보크 판정을 받은 뒤 오른발을 뒤로 제대로 뺐단 어필을 했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배영수는 끝내기 보크와 관련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배영수는 9월 15일 경기를 앞두고 내가 해선 안 될 실수를 했다. 순간 팀의 전진 수비가 아닌 거로 착각했다. 1루 주자가 뛰려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했다. 팀 순위 싸움에 중요한 경기였는데 감독님과 팀 동료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고갤 숙였다.

‘커리어 이닝 하이’ 이형범을 향한 불안한 시선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 중인 두산 마무리 이형범은 최근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다(사진=두산)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 중인 두산 마무리 이형범은 최근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다(사진=두산)

두산은 여러모로 최악의 흐름으로 가는 패배였다. 끝내기 보크 풍파는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두산의 한 선수는 9월 15일 경기를 앞두고 어제(14일) 문학 원정 패배가 아쉬웠다. 경기 초반 외야 그라운드 상태가 안 좋아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가운데 어쨌든 승기를 잡았는데 마지막 순간에 허망한 패배를 당했다. 1위 자리를 뒤집을 수 있단 기세로 가다가 힘이 다소 풀린 느낌이다. 그래도 어제 일은 잊고 오늘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하지만, 이 선수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두산은 15일 잠실 LG전에서 4대 10으로 대패했다. 이날도 5회부터 조기 가동한 불펜진이 무너지며 승기를 내줬다. 두산은 2연패로 1위 SK와 경기 차가 4.5경기로 유지되는 동시에 2위 자리를 0.5경기 차로 키움 히어로즈에 내줬다. 이제 두산은 1위 추격이 아닌 2위 재탈환을 노려야 할 3위의 처지가 됐다.

사실 끝내기 보크 패배 자체보단 불펜진의 불안함이 두산에 장기적으로 더 큰 불안 요소다. 전반기까지 맹활약해준 마무리 이형범의 팔꿈치가 좋지 않은 까닭이다. 이형범은 9월 16일 기준으로 올 시즌 56.2이닝으로 커리어에서 한 시즌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상태다. 첫 불펜 풀타임 시즌이라 과부하가 올 수밖에 없었다. 끝내기 보크 패배 경기에서도 실질적인 패인은 이형범의 9회 무사 3연속 안타 허용이었다.

이형범은 전반기(48G 5승 1패 1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 1.87)와 비교해 후반기(14G 1승 2패 6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 5.40) 흐름이 다소 떨어졌다. 김태형 감독은 최근 이형범의 팔꿈치가 좋지 않았다. 사실 구위가 나쁘진 않은데 공을 던질 때 힘이 들어가니까 제구가 높게 형성된다. 그래도 이형범을 믿고 마지막에 올려야 한다. 7~8회 위기 때 최근 흐름이 좋은 윤명준과 권 혁을 올리는 게 낫다고 바라봤다.

강속구 불펜에 목마른 두산, 김승회 복귀와 불펜진 재구성이 관건

베타랑 투수 김승회는 올 시즌 두산의 가장 믿을 수 있는 계투 요원이었다. 포스트시즌 맞춰 100% 컨디션을 되찾아야 할 상황이다(사진=엠스플뉴스)
베타랑 투수 김승회는 올 시즌 두산의 가장 믿을 수 있는 계투 요원이었다. 포스트시즌 맞춰 100% 컨디션을 되찾아야 할 상황이다(사진=엠스플뉴스)

만약 이형범이 전반기 좋았던 흐름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두산의 가을 뒷문은 비상에 걸린다. 지난해 필승조였던 함덕주와 박치국이 동시에 흔들린 가운데 그나마 올 시즌 버텨줬던 베테랑 김승회는 팔꿈치 골 멍 증상으로 2군에서 재활 중이다. 포스트시즌까지 윤명준과 권 혁만으로 버티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두산과 포스트시즌에 맞붙을 가능성이 큰 A 구단 관계자는 두산의 약점을 하나 꼽으라면 강속구 불펜의 부재다. 그나마 김강률이 그 역할을 맡아줬는데 올 시즌엔 아킬레스건 부상 여파로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을 만날 다른 팀들은 150km/h 이상을 던질 강속구 불펜 투수를 최소 한 명 이상 보유했다. 현재 불펜진 상황에선 힘으로 제압할 필요가 있을 때 두산 벤치가 내릴 선택이 마땅치 않다고 귀띔했다.

결국, 김승회의 복귀 시점과 포스트시즌에서 선발진의 불펜 투입 가능성이 두산의 가을 뒷문 강화의 중요 점이다. 김태형 감독은 김승회는 정규시즌 마지막 두 경기 정도 등판을 목표로 재활 과정을 소화하고 있다. 김승회가 포스트시즌에 100% 몸 상태로 던지는 상황이 와야 베스트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불펜 경험이 있는 이용찬 혹은 이영하가 포스트시즌 때 불펜으로 이동하는 선택지도 있다. 4선발 체제로도 포스트시즌 일정 소화가 가능하기에 뒷문 불안 해소를 먼저 택할 수 있다.

두산은 최근 가을장마로 연이은 우천 취소를 겪으며 좋았던 흐름이 끊겼다. 여기에 뒷문 불안까지 가중되며 잔여 경기 일정이 가장 많은 남은 상황이 오히려 불안 요소로 바뀌었다. 이제 2위 재탈환과 수성이 두산의 현실적인 목표가 됐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두산이 남은 시즌 가을 불펜 재구성과 관련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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