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내내 비가 내린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21일 경기가 우천 순연됐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오후 내내 비가 내린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21일 경기가 우천 순연됐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대전]

종착점을 향해 가는 KBO리그 순위싸움에 고춧가루보다 무서운 ‘마라소스’ 부대가 떴다. 리그 9위 한화 이글스가 최근 7경기에서 6승 1패로 질주하며 마라탕처럼 매운 맛을 선보이는 중이다. 한화는 올해 ‘포기하지 마라탕면’이란 한정판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한화 상승세의 중심엔 외국인 투수 채드벨이 있다. 시작은 9월 11일 청주 LG 트윈스전. 이날 한화는 채드벨의 7이닝 4실점 호투와 13안타로 9점을 뽑아낸 타선의 화력에 힘입어 9대 5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 전까지 3위 싸움을 포기할 뜻이 없었던 LG는 이날 패배로 3위 키움과 승차가 7경기까지 벌어져, 사실상 4위가 확정됐다.

이후 한화는 13일 삼성전에서 최진행의 결승 솔로포로 승리한 뒤, 14일엔 롯데를 상대로 워윅 서폴드의 역투로 승리해 3연승을 달렸다.

15일 롯데전 패배로 잠시 기세가 꺾은 한화는 16일 다시 만난 삼성 상대로 11대 1 대승을 거뒀다. 그리고 17일 대전 키움전. 2위 싸움에 한창 갈길이 바쁜 키움을 상대로 채드벨이 8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쳐 1대 0 승리를 거뒀다. 2위를 넘어 내심 1위까지 넘봤던 키움으로선 상처가 큰 패배였다.

이어 20일엔 삼성과의 최종전에서 5대 3으로 승리, 삼성 상대 3연승을 달렸다. 이로서 한화는 시즌 삼성전 상대전적을 3승 10패 절대 열세에서 6승 10패로 마무리했다. 최근 7경기에서 거둔 6승 중에 3승이 삼성을 상대로 챙긴 승리다.

최근 한화의 상승세는 마운드의 힘에서 비롯했다. 서폴드와 채드벨 듀오의 호투에 신예 김이환이 기대 이상의 안정감을 보여줬고, 마무리 정우람도 최근 22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상승세다. 여기에 베테랑 정근우가 중견수 자리에 잘 적응하며 공수에서 맹활약해 활력소가 되고 있다.

기세가 오른 한화는 주말 대전 홈에서 최근 연패 늪에 빠진 1위 SK를 상대로 또 한번 매운맛을 선보인다. SK는 8월까지 압도적인 선두를 질주하다 최근 키움과 두산에 1.5경기까지 따라잡혀 비상이 걸렸다.

시즌 11경기를 남겨둔 시점까지만 해도 여유가 있었다. 5승 6패만 해도 두산이 잔여경기 전승을 거둬야 뒤집을 수 있을 만큼 차이가 컸다.

그러나 15일 KT전 패배를 시작으로 NC전 패배, 두산과 더블헤더 전패에 키움전 패배까지 5연패를 당하며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제 SK가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하려면 남은 6경기를 모두 이겨야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최근 상승세인 한화와 만나는 건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한편 전국을 강타한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21일 경기는 우천순연됐다. 한화와 SK전은 일단 22일 더블헤더로 편성됐다. 그러나 태풍 영향이 일요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라 더블헤더 개최도 장담할 순 없는 상황. 만약 더블헤더까지 우천순연될 경우, 양팀의 대결은 예비일인 29일과 30일까지 밀릴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상황은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한화는 28일 2위팀 두산과 상대한 뒤 SK와 2경기를 치르게 된다. 한화는 두산전 선발로 채드벨을 내보낼 예정이다. 한화전 결과에 따라 두산과 SK의 선두 싸움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선두싸움 캐스팅보트를 손에 쥐게 된 한화. 포기를 모르는 마라소스의 진한 향이 시즌 막바지 KBO리그를 매콤하게 달구고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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