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수비형 포수 김태군, FA 시장에서 가치 인정받을까

-역대 스토브리그, 타 구단 이적한 포수 FA는 6명...공격력 갖춘 포수 우대
-10구단 가운데 8개 구단은 주전 포수 보유, 운신의 폭 넓지 않다
-롯데, 최근 외국인 포수 영입 가능성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수비력 좋은 포수 김태군은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수비력 좋은 포수 김태군은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수비형 포수’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김태군은 대표적인 수비중심 포수로 통한다. 방망이 실력은 평범하다. 통산 타율 0.243에 OPS 0.603, 11시즌 동안 홈런은 14개 뿐이다.
대신 포수 수비는 믿음직하다. 통산 894경기 출전이 말해주는 풍부한 경기 경험에 한 시즌 전경기 출전을 할 정도로 강한 체력도 갖췄다. 준수한 송구능력, 안정적 포구능력, 서글서글한 성격에 넉살도 좋다. 공을 잘 받는 게 포수의 첫째 임무라는 점을 생각하면, 김태군은 분명 좋은 포수가 맞다.
김태군은 2013년 NC 다이노스로 이적해 5시즌 연속 주전 포수로 활약했다. 김태군의 존재는 신생팀으로 부족한 점이 많았던 NC가 포수 구멍 없이 리그에 연착륙하는데 큰 힘이 됐다. 팀의 첫 포스트시즌 진출, 한국시리즈 진출, 노히터 달성 등 영광의 순간도 함께 했다.
그러나 군복무를 위해 경찰야구단에 다녀온 2년 사이 많은 것이 달라졌다. 2019시즌을 앞두고 국가대표 안방마님 양의지의 합류로 하루아침에 주전 자리를 잃었다. 이제 김태군은 자신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평가받기 위해 FA 시장의 문을 두드릴 참이다.


역대 팀 이적한 포수 FA는 6명, 수비형 포수에겐 만만찮은 시장

김태군은 공격보단 수비력이 강점인 포수다(사진=엠스플뉴스)
김태군은 공격보단 수비력이 강점인 포수다(사진=엠스플뉴스)

현실적으로 김태군이 NC에 남아 주전포수 자릴 차지하긴 쉽지 않다. 주전으로 많은 출전 기회를 보장하는 팀으로 이적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문제는 FA 시장이 ‘수비형’ 선수에겐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곳이란 데 있다. 역대 스토브리그에서 포수 FA가 팀을 옮긴 사례는 총 6번 나왔다. 2000년 김동수를 시작으로 박경완, 조인성, 정상호, 강민호, 양의지까지. 거액을 받고 팀을 옮길 기회는 공격력을 겸비한 ‘국가대표급’ 포수들에게만 주어졌다.
반면 신경현, 최기문, 김상훈, 차일목 등 수비형이거나 공격력이 쇠퇴한 포수들은 원소속팀 잔류를 택했다. 은퇴시기가 가까웠던 2012년 진갑용도 원소속팀 삼성에 계속 남았다.
현행 FA 규정은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다. 보상금과 보상선수 출혈 때문에 대어급 선수가 아닌 이상 새 팀을 찾기가 쉽지 않다. 팀내 ‘21번째 선수’를 포기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이적을 꿈꿀 수 있다. 수비에 비해 공격력이 떨어지는 선수에겐 불리한 조건이다.
올겨울 시장 상황도 만만치가 않다. 현재 리그 10팀 중에 8개 구단은 확실한 주전 포수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 박세혁, LG는 유강남, 키움은 박동원, SK 이재원, KT 장성우까지 수도권 5개 팀은 다 주전 안방마님이 있는 팀이다.
물론 이미 주전포수 있는 팀에서 포수 보강을 시도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백업포수나 주전 경쟁자를 영입하기 위해 거액과 보상선수를 내주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김태군으로선 수도권 팀 이적이 쉽지 않은 환경이다.
지방구단으로 눈을 돌려도 한화 최재훈, 삼성 강민호, NC 양의지 등 3개 팀은 주전 포수 자리가 공고하다. 확실한 주전포수가 없는 팀은 KIA와 롯데 두 팀 정도다.
이중에 KIA는 외부 영입 이전에 ‘집토끼’ FA 안치홍과 김선빈부터 잡겠단 자세다. 집토끼 계약부터 해결한 뒤 팀에 필요한 부분을 보강해 나갈 공산이 크다. 수비력이 좋은 한승택을 보유하고 있어 크게 포수 보강이 급한 상황도 아니다.
결국 남는 팀은 롯데 뿐이다. 롯데는 강민호가 떠난 뒤 지난 2시즌 동안 포수 문제로 큰 고통을 겪었다. 그나마 주전포수에 가까운 역할을 해준 안중열은 상무 입대가 예정돼 있다. 아직 성장할 시간이 필요한 나종덕, 정보근, 김준태만으로 시즌을 맞이하긴 불안한 게 사실이다. 롯데가 김태군의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거론되는 이유다.
걸림돌은 경쟁자 이지영의 존재다. 이지영은 올해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 특히 큰 무대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신임 허문회 감독과 키움에서 함께 뛰었고,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관을 잘 안다는 것도 장점이다.
롯데가 포수 약점을 FA 외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는것도 변수다. 롯데는 최근 외국인 선수 영입을 준비하면서 포수가 주포지션인 선수들도 리스트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2019시즌 NC의 크리스티안 베탄코트를 통해 ‘외국인 포수’는 불가능이 아니란 게 입증됐다. 미국 무대에서 활약 중인 포수 중엔 송구는 물론이고 포구 능력도 오히려 국내 포수들보다 뛰어난 선수가 적지 않다. 외국인 포수를 기용하면 포수 수비는 물론 공격까지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롯데 관계자도 미국 무대에서 뛰는 포수 중에 괜찮은 선수들이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만약 롯데가 실제로 외국인 포수를 영입하고 젊은 포수들을 백업으로 활용하는 길을 택할 경우, 김태군과 이지영 등 포수 FA들에겐 기회의 문 하나가 닫힌다. 물론 FA 시장에서 전략의 일환으로 외국인 포수 가능성을 언급했을 가능성도 있다. 분명한 건, 처음 FA 시장이 열렸을 때 나왔던 예상처럼 시장 상황이 마냥 장미빛은 아니란 점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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