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로 이적한 전병우·차재용, 9일 고척돔에서 ‘옷피셜’

-청백전 출전한 전병우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손혁 감독이 주목한 차재용의 장점 “수직 무브먼트, 국내 10위 안에 든다”

-10위 롯데에서 2위 키움으로 이적…새로운 기회 혹은 치열한 생존경쟁

키움 유니폼을 입고 첫 선을 보인 차재용과 전병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키움 유니폼을 입고 첫 선을 보인 차재용과 전병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나도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키움에선 눈에 띄는 선수가 되고 싶다.”

키움 히어로즈 이적생 전병우와 차재용이 버건디 유니폼을 입은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전병우와 차재용은 4월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키움 자체 훈련에 합류했다. 두 선수는 지난 6일 2대 1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에서 키움으로 건너왔다. 대신 외야수 추재현이 키움에서 롯데로 둥지를 옮겼다.

이번 트레이드는 상시 전력보강을 추구하는 키움과 롯데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성사됐다. 키움은 외야에 신인 박주홍이 있고, 군입대한 예진원이 있어 좌타 외야수 추재현을 보낸 게 크게 아쉽지 않다.

롯데 역시 안치홍과 딕슨 마차도 영입, 전준우의 내야 전향, 김민수의 급성장으로 전병우가 뛸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지난 시즌 허리 통증으로 부진했던 점, 겨우내 호주 질롱코리아에서 크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전병우의 입지가 줄어든 원인이다. 차재용도 올 시즌 롯데 1군 전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이미 두 팀 다 2020시즌 전력 구상을 끝낸 가운데, 당장 1군에서 쓸 계획이 없는 자원끼리 교환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트레이드에 포함된 세 선수의 평균연봉은 2,833만 원으로 리그 최저연봉(2,700만 원)에 가깝다. 올 시즌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하고 진행한 트레이드는 아니란 평가다.

하지만 유니폼이 바뀌고, 주변 풍경이 바뀌면 거기에서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 열린다. 롯데에서 2군에 머물렀던 전병우는 키움 합류 첫날부터 바로 자체 청백전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결과는 4타수 무안타였지만, 청백전은 기록보단 내용이 더 중요하다. 이날 전병우가 공수에서 보여준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다. 적극적인 스윙으로 계속 타구를 외야로 날려 보냈고, 수비에서도 몇 차례 3루 방향 타구를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손혁 감독은 선수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지도 방향을 선호한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손혁 감독은 선수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지도 방향을 선호한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경기 후 손혁 감독은 전병우에 대해 “괜찮은데요”라고 운을 뗐다. 펑고 받을 때 보니까 수비도 좋고, 공격도 2군 기록이긴 하지만 지난해 출루율도 좋고 OPS도 좋았다. 2018년이 워낙 좋았던 해인데, 나도 SK에 있을 때 까다롭게 봤던 타자다.손 감독의 칭찬이다.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차재용에게도 잠재력을 증명할 기회가 주어질 예정이다. 손 감독은 “공을 안 던진 지가 일주일쯤 됐다. 여기서 바로 피칭하면 부상이 올 수 있으니까, 2군에서 피칭 한 두 번 하고 난 뒤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롯데 시절 차재용은 크게 두각을 드러내는 유망주는 아니었다. 2015 신인드래프트 높은 순위(2차 2라운드)에서 지명받았지만, 5년간 통산 1군 기록은 16경기 16이닝 동안 승패없이 평균자책 5.63에 그쳤다. 지난 시즌엔 퓨처스리그에서도 15경기에서 17이닝만 소화했다. 마른 체형(184cm/82kg)과 140km/h를 밑도는 평균구속도 롯데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다.

그러나 손 감독은 차재용의 단점보다 장점에 주목했다. 손 감독은 지금까지 한번도 언급된 적 없는 차재용의 장점을 거론했다. 수직 무브먼트가 좋은 투수다. 50센티미터 이상 나오는데, 수치로만 봤을 때는 국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수직 무브먼트를 갖고 있다.

수직 무브먼트가 좋은 패스트볼은 타자 입장에서 봤을 때 아래로 ‘덜 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공이 타자의 예상보다 덜 떨어지면 타자는 마치 공이 솟아오르는 듯한 착시를 경험한다. 흔히 말하는 ‘라이징 패스트볼’이 이런 현상이다. 구속만 놓고 보면 140km/h 안팎으로 ‘평범’한 차재용의 패스트볼을 손혁 감독이 경쟁력 있다고 보는 이유다. 차재용도 자신의 장점으로 “패스트볼에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패스트볼은 자신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롯데에서도, 키움에서도 목표는 하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

이적 후 첫 청백전에 선발 3루수로 출전한 전병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이적 후 첫 청백전에 선발 3루수로 출전한 전병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청백전 뒤 취재진과 만난 전병우, 차재용은 새 소속팀 키움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전병우는 좋은 팀에 와서 좋은 유니폼을 입게 돼 기분이 좋다. 여기서 이 유니폼을 입고 잘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차재용도 이적이란 걸 처음 해봤다. 조금 새로운 느낌으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병우는 “키움의 팀 분위기가 엄청 좋은 것 같다”며 “형들과 선배님들이 편하게 하라고 옆에서 말도 걸어주시고, 처음 와서 경기했는데도 그렇게 낯설지 않았다”고 했다. 전병우가 롯데에서 본 키움의 이미지는 “젊은 선수들이 잘하는 팀, 자유로운 팀”이다. 차재용도 “다른 팀보다 똘똘 뭉치는 팀플레이가 잘 되는 팀 같다”고 평소 생각했던 키움을 얘기했다.

개성고 선배 박동원, 박준태가 있는 것도 전병우에겐 새 팀 적응에 유리한 조건이다. 전병우는 “합류하기 전에 형들이 ‘와서 잘하라’고 얘기했다. 오늘 연습할 때도 박동원 형이 옆에서 ‘화이팅’ 해줬다”며 미소를 지었다.

물론 마냥 웃을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두 선수는 지난해 최하위팀 롯데에서 준우승팀 키움으로 이적했다. 냉정하게 보면 롯데보다도 더 치열한 내부 경쟁을 뚫고 살아남아야 한다. 키움 3루엔 외국인 선수 테일러 모터가 있고, 파워히터 김웅빈과 유망주 김주형이 버티고 있다. 1군 무대에서 확실히 검증된 선수는 없지만 만만찮은 경쟁이다. 좌완투수도 이승호, 이영준, 김성민, 오주원, 윤정현 등 1군급 전력만 다섯이나 된다.

전병우는 멀티 포지션을 자신의 경쟁력으로 언급했다. “저는 내야에서 유격수 외에 2루, 3루, 1루가 다 된다는 장점이 있다. 타격에서는 장타력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딸리지 않는 게 장점이라 생각한다.” 전병우의 말이다.

패스트볼의 ‘힘’을 장점으로 꼽은 차재용은 “볼이 빠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감독님이 믿어주시는 만큼 보답하고 싶다”며 “스피드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크다”고 했다. 차재용은 투구시 하체가 무너지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창 투구폼을 바꾸던 중에 팀을 옮기게 됐다. 현재 진행 상황은 7, 80% 정도. 투구폼 교정이 성공해 볼 스피드가 향상된다면, 장점인 수직 무브먼트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키움에선 롯데에서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는 게 전병우와 차재용의 공통된 소망이다. 전병우는 롯데에선 계속 2군에서 연습해서, 지금 롯데 감독님께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이 있다”며 여기서는 잘해서 3루나 1루로 나가갖고, 나도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말했다. 차재용도롯데에서 잘 던진 게 아니어서, 키움에선 눈에 띄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병우는 “3루나 1루나 다 경쟁”이라고 힘줘 말했다. “목표는 롯데에서나 여기서나 비슷하다. 경쟁에서 이기는 게 목표다.” 한편으로는 기회, 다른 한편으로는 전보다 더 치열하고 살벌한 생존 경쟁 앞에 선 이적생의 각오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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