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투수 김원중(사진=엠스플뉴스)
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투수 김원중(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양떼 불펜보다 강력한 ‘갈떼 불펜’이 뜬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롯데 자이언츠는 이른바 ‘양떼 불펜’으로 불리는 강력한 구원진을 자랑했다. 오승환이나 손승락 같은 특급 마무리는 없어도, 개성 넘치는 투수들을 적절히 조합해 탄탄한 뒷문을 구축했다. ‘1이닝 마무리’ 김사율을 축으로 최대성, 김성배, 이명우, 강영식으로 이어지는 물량공세가 돋보였다. 안정적인 불펜은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난 뒤에도 롯데가 꾸준히 가을야구에 진출한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올 시즌, 롯데는 다시 강력한 뒷문 구축에 성공했다. ‘장발 마무리’ 김원중을 중심으로 오현택, 박진형, 진명호, 구승민 등으로 구성된 승리조 불펜이다. ‘불펜 대방화 시대’에 승리조 불펜을 5명이나 보유한 건 큰 강점이다. 23일 현재 롯데의 불펜 평균자책은 4.17로 LG에 이은 2위. 불펜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는 1.68승으로 10개 구단 1위다.

개개인의 성적도 뛰어나다. 오현택이 7경기 평균자책 0.00, 박진형이 8경기 0.00으로 한 점의 자책점도 내주지 않았다. 구승민도 7경기에서 평균자책 1.23, 김원중도 7경기 1.23으로 다른 구단 승리조들보다 월등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진명호가 다소 흔들리고 있지만(ERA 10.13), 커리어가 있는 투수인 만큼 시즌을 치르면서 제 자릴 찾아갈 가능성이 크다.

22일 사직 키움 전은 롯데 ‘갈매기떼’ 불펜의 위력을 보여준 경기다. 이날 선발 노경은이 4이닝만 던지고 내려가면서 롯데는 5회(박시영)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5대 5 동점을 이룬 6회. 4일을 푹 쉰 박진형이 먼저 올라왔다. 박진형은 최고 148km/h 강속구에 힘있게 떨어지는 포크볼로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았다.

8대 5로 앞선 7회에 잠시 사고가 날 뻔했다. 영점이 흔들린 진명호가 4타자 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 실점을 내줬다. 그러나 여기서 오현택이 등판해 이지영을 병살타로(3루 주자 홈인), 대타 김하성을 내야 땅볼로 잡고 한 점 리드를 유지했다(8대 7).

8회엔 역시 나흘을 쉰 구승민이 올라와 붙같은 강속구로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그리고 9대 7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온 김원중이 키움 상위타선(서건창-박동원-이정후)을 3자 범퇴로 막아내 프로 데뷔 9년 만에 첫 세이브를 거뒀다. 최고 151km/h의 광속구를 앞세워 타자를 윽박지르는 피칭이 돋보였다. 야구만화에 나오는 이상적인 마무리투수의 모습을 빚어낸 듯한 투구였다.

막강 불펜진을 앞세운 롯데는 올 시즌 5회 이후 리드한 경기 승률 100%를 기록 중이다.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2승 무패, 6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4승 무패, 7회까지 앞선 경기 6승 무패, 8회까지 앞선 경기도 7승 무패로 단 한 번도 경기를 내주지 않았다. 7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 0.875로 꼴찌, 8회 리드 경기 0.915로 꼴찌였던 지난해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롯데의 2020시즌 ‘갈떼 불펜’은 과거 양떼 불펜과는 스타일이 다르다. 양떼 불펜이 양털처럼 가벼운 공에 제구와 변화구를 앞세웠다면, 지금의 롯데 불펜은 강력한 구위로 윽박지르는 피칭이 특징이다.

사이드암 오현택은 우타자를 잡아내는 능력이 압권이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터널링이 좋아 우타자들의 배트가 알면서도 헛나온다. 박진형-구승민-김원중은 강력한 패스트볼과 포크볼 콤보가 무기다.

승리조 전원이 우완이지만 좌타자 상대 능력도 발군이다. 좌타자 상대로 구승민이 피안타율 0.071을, 박진형이 0.100을, 김원중이 0.154를 각각 기록 중이다. 롯데 관계자는 역회전성 포크볼이 있어, 좌완투수보다 오히려 좌타자를 더 잘 잡아내는 선수들이라 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강력한 승리조가 위력을 100% 발휘하려면, 벤치의 적절한 기용과 관리가 중요하다. 박진형은 어깨 부상에서 막 돌아온 투수다. 시즌 초반에는 일주일에 4차례 올라올 정도로 등판이 잦았다.

22일 박진형, 진명호, 오현택, 구승민, 김원중의 등판은 17일 경기 이후 무려 5일 만의 실전 등판이었다. 주중 KIA 3연전에서 선발이 일찍 무너져 등판 기회가 없었던 탓이다. 롯데 벤치가 승리조를 철저하게 이기는 경기에만 투입하는 원칙을 고수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22일 진명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불펜투수의 장기 휴식은 투구 밸런스를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성도 있다. 철저한 관리와 운용의 묘 사이에서 적절한 조화가 필요해 보인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