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강릉고 좌완 에이스 김진욱 2차 1라운드 1순위 지명

-주형광, 장원준 이후 완전히 끊긴 롯데 좌완 에이스 대 이을까

-2라운드 지명 나승엽은 롯데의 승부수, 계약 성공하면 대박

-3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 8연속 투수 지명, 야수 강세 드래프트에서 차별화된 행보

이제는 오피셜로 롯진욱(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이제는 오피셜로 롯진욱(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엠스플뉴스]

롯데 자이언츠는 전통적으로 좌완 에이스 투수에 목마른 팀이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좌완투수는 주형광 전 투수코치. 1994년 데뷔해 11승을 거둔 뒤 첫 6시즌 가운데 5차례 두 자리 승수를 거뒀다. 2007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통산 87승으로 롯데 좌완 역대 최다승 투수로 남았다.

주형광의 뒤를 이어 장원준(현 두산)이 등장했다. 2004년 데뷔한 장원준은 주형광의 은퇴 바로 다음 해인 2008년 12승으로 처음 두 자리 승수를 거뒀다. 이후 2015년 FA(자유계약선수) 이적하기 전까지 5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챙겼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85승, 역대 롯데 좌완 최다승 2위다.

하지만 무형문화재처럼 힘겹게 이어온 롯데 좌완 선발 계보는 장원준 이후로 완전히 끊겼다. 브룩스 레일리는 외국인 투수였고 강영식, 이명우, 김유영은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 롯데 좌완 투수가 거둔 역대 승리는 423승으로 프로야구 원년 6개 팀 가운데 가장 적고, 나중에 창단한 한화(598승)에도 못 미친다.

올 시즌 현재도 여전히 좌완투수와는 별 인연이 없는 롯데다. 현재 1군 엔트리에 좌완이라곤 37살 동갑내기 장원삼-고효준 두 명뿐. 한동안은 좌투수 없이 우투수만으로 1군 엔트리를 꾸려간 시기도 있었다. 역회전 포크볼을 던지는 우완투수가 많은 것도 있지만, 1군에서 기용할 만한 눈에 띄는 좌투수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올해 롯데 좌투수 등판 경기 수는 리그 10개 팀 중에 가장 적은 41경기에 그쳤다.

그런 롯데에게 9월 21일 열린 2021 KBO 신인드래프트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날 롯데는 2차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강릉고 특급 좌완투수 김진욱을 지명해, 장원준 이후 대가 끊긴 좌완 에이스 계보를 다시 이어갈 유망주를 품에 안았다.

모두가 예상한 롯진욱, “1군에서 바로 통할 투수” 호평

고교 최고의 좌투수 김진욱(사진=엠스플뉴스)
고교 최고의 좌투수 김진욱(사진=엠스플뉴스)

김진욱은 누구나 인정하는 현 고교야구 최고 좌완투수다. 구위, 컨트롤, 경기 운영, 멘탈 등 모든 면에서 흠잡을 곳이 없다.

2학년 때인 지난해 유신고 3학년 소형준(KT)을 제치고 ‘고교 최동원상’을 수상해 일찌감치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해 21경기에 등판해 91이닝 동안 11승 1패 평균자책 1.58로 말도 안 되는 기록을 세웠다. 볼넷은 단 18개만 내줬고 탈삼진은 132개를 잡아냈다. 오락실 야구 게임 ‘마투수’같은 기록을 남긴 김진욱이다.

3학년인 올해도 김진욱의 활약은 여전하다. 10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평균자책 1.70을 기록했다. 36.2이닝 동안 볼넷은 단 8개, 삼진은 55개를 잡아내며 타자를 압도했다. 강원도 고교 사상 첫 전국대회 우승(대통령 배)과 MVP도 차지했다. 시즌 초 황금사자기 결승전 패배의 아픔을 딛고 이뤄낸 우승이라 더 의미 있는 성과다.

김진욱은 올해 패스트볼 최고 147km/h를 기록했다. 보통은 140km/h 초·중반대 속구를 던진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의 강속구는 아니지만, 대신 몸 전체를 잘 활용해 공을 던지고 특히 하체 활용이 뛰어나다. 크지 않은 체격에도 힘 있고 강한 공을 경기 내내 꾸준하게 던지는 비결이다.

변화구로는 슬라이더를 주 무기로 던진다. 패스트볼과 비슷한 궤적으로 오다 타자 앞에서 변화해 터널링 효과를 극대화한다. 여기에 비밀무기로 준비 중인 체인지업이 향후 슬라이더만큼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속구 위주 승부를 주문하는 강릉고 최재호 감독의 방침에 따라 아직은 구사율이 높지 않지만, 움직임과 제구 모두 수준급이다.

투수 출신인 롯데 김풍철 스카우트 팀장도 “빠른 볼 구속이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구종이나 구속은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충분히 보완 및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고 평했다.

김진욱을 오랫동안 지켜본 롯데 성민규 단장은 “1군에서도 바로 통할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김 팀장 역시 “고교선수로서 완성형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고, 향후 선발은 물론 불펜에서도 보탬이 될 선수로 판단했다”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역사가 오래된 롯데의 좌완 투수 기근을 해소할 적임자라는 게 롯데의 기대다.

김진욱은 지명 후 구단을 통해 “지난해부터 주위에서 ‘롯진욱’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셨는데, 정말 지명이 됐다. 아직까지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앞으로 비시즌 동안 몸을 잘 만들어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여기에 “강릉고 선배인 박진형 선배를 만나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며 사회생활도 잊지 않았다.

롯데, 3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 8연속 투수 지명

롯데는 3라운드 이후 10라운드까지 내리 8번 연속 투수를 지명했다(사진=엠스플뉴스)
롯데는 3라운드 이후 10라운드까지 내리 8번 연속 투수를 지명했다(사진=엠스플뉴스)

‘당연했던’ 김진욱 지명 이후로는 파격적인 선택이 이어졌다. 2라운드에서는 미국 진출 이슈로 1차 지명을 포기했던 덕수고 내야수 나승엽을 지명했다. 미국행이 무산됐을 때를 대비한 승부수. 만약 나승엽과 계약에 성공하면 롯데는 포수 손성빈(1차), 좌투수 김진욱(2차 1R)에 이어 나승엽까지 1라운드급 대어 셋을 손에 넣게 된다.

김풍철 스카우트 팀장은 “2라운드 선수인 나승엽은 해외 진출이라는 이슈가 아직 남아있으나 선수의 재능을 생각한다면 지명권을 잃게 되더라도 2라운드에서 지명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해 지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1차 지명을 포함, 2차 2라운드까지 1차 지명급 선수 세 명을 확보하게 된다면 팀 미래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나승엽 선수를 포함해 세 선수 모두 계약을 성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3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는 내리 8장의 지명권을 모두 투수에 사용했다. 올해 드래프트에서 투수가 52명, 야수가 48명으로 거의 1대 1의 비율로 지명된 점을 고려하면 ‘투수 위주’ 지명으로 차별화된 행보를 펼친 롯데다. 현재 퓨처스팀 야수진이 나이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만큼 마운드 강화에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3라운더 김창훈은 연고지 고교 팀인 경남고 에이스. 키 185cm에 몸무게 98kg의 좋은 신체조건에 공격적 투구로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이다. 140km/h 초·중반대 구속을 경기 내내 유지할 정도로 스태미너가 좋고, 커터성 빠른 볼로 땅볼 유도도 잘한다. 두 종류의 슬라이더를 구사할 정도로 변화구 던지는 감도 있다. 짧은 이닝을 집중력 있게 던지는 불펜투수에 적합한 유형이다.

이후 4라운드에서는 라온고 좌완 송재영을, 5라운드에선 야탑고 사이드암 우강훈을 뽑아 마운드 구성의 다양성을 꾀했다. 6라운드에서는 다시 우완인 강릉영동대 정우준을, 7라운드에서는 개성고 우완 이병준을 선택했다.

사상 최초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한 신인드래프트(사진=엠스플뉴스)
사상 최초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한 신인드래프트(사진=엠스플뉴스)

8라운드에서는 지난겨울 서울권 1차지명 후보로 거론됐던 서울고 우완 최우인을 뽑았다. 최우인은 키 192cm의 뛰어난 신체조건에 140km/h 중반대 강속구로 큰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현재는 속구 구속이 140km/h를 밑도는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변화구 감각, 수비 기본기가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신체조건이 워낙 뛰어나 체계적 훈련과 실전 경험을 쌓으면, 다시 유망주로 반등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8라운드에서 해볼 만한 픽이었다는 평가다.

롯데는 9라운드에서는 제물포고 사이드암 김정주를, 10라운드에서는 부경고의 장신 우완투수 권동현을 뽑고 드래프트를 마무리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롯데가 뽑은 선수는 투수 9명에 타자 1명. 이에 대해 김풍철 스카우트 팀장은 “포지션별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선수의 기량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야구 실력 및 개인이 가지고 있는 운동 능력과 뛰어난 모습을 찾는 데 집중했다”며 특별히 투수를 우선순위로 고려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팀장은 “선수의 자질을 판단할 때도 지금 보이는 모습보다 향후 3~4년 이후를 내다봤다”며 “올해 지명 선수들이 향후 팀 전력에 큰 힘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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