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하주석, 2년 연속 부상 시련 딛고 2021시즌 준비

-마무리캠프에서 기술 훈련까지 진행…풀시즌 완주 노린다

-“시련 통해 성숙해져…필라테스 하며 부상 방지를 위해 최선 다하고 있다”

-“0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후배들과 선의의 경쟁, 올 시즌은 도전이다”

한화 이글스 내야진의 중심 하주석(사진=엠스플뉴스)
한화 이글스 내야진의 중심 하주석(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해 건강하세요’ 신년 인사말 중에 가장 널리, 흔하게, 전국민이 사용하는 문구다. 뻔해 보이지만 사실 저 짧은 문구 안에는 모든 게 다 들어 있다. 사람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는 복(다른 말로 ‘운’), 그리고 건강을 가질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못할까. 또 능력과 노력은 충분한데 불운 때문에, 건강 문제로 좌절하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한화 이글스 하주석이 새해에 가장 많이 들은 인사도 바로 ‘행운’과 ‘건강’이었다. “100이면 100, 다 하나같이 ‘올해는 건강하자’ ‘주석아, 부탁인데 제발 아프지 마라’고 하시더라고요.” 하주석의 말이다.

지난 2년간 하주석은 부상으로 큰 시련을 겪었다. 2019년엔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대수술을 받았고, 지난해엔 햄스트링이 찢어져 시즌을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팀을 시즌 첫 5연승으로 이끈 끝내기 안타를 치고 난 직후에 부상으로 쓰러졌다. 너무나 지독한 불운이었다.

2년 연속 큰 아픔을 겪으면서도 하주석은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성숙해졌다. 야구를 보는 시각은 물론 사람들을 대하는 자세, 삶을 바라보는 태도까지 달라졌다. 어느새 프로 입단 10년 차 중고참, 20대 후반이지만 이제는 선배보다 후배 선수가 더 많은 위치에 섰다. 어린 시절 대선배들에게 의지했던 것처럼, 이제는 후배들에게 의지가 되는 선배가 돼야 한다.

팀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기존 코칭스태프와 베테랑 선수들이 팀을 떠나고,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비롯한 외국인 코칭스태프가 합류했다. 외국인 감독의 가장 큰 특징은 이름값을 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저하게 자기 눈으로 확인한 실력만 갖고 평가한다. 주전 유격수 하주석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부쩍 성장한 후배 선수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해야 한다. “0부터 다시 시작해야죠.” 하주석은 각오가 돼 있다.

엠스플뉴스는 불운과 부상을 이겨내고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선 하주석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하주석은 내내 밝고 생기있는 목소리로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한 말은 ‘준비’와 ‘도전’ 그리고 ‘기대’였다.

“마무리캠프에서 기술훈련 소화할 정도로 좋아져…필라테스로 부상 방지한다”

하주석의 2021시즌 최대 과제는 건강이다(사진=엠스플뉴스)
하주석의 2021시즌 최대 과제는 건강이다(사진=엠스플뉴스)

요즘 통 소식을 듣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지냈습니까.

새로운 시즌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전에서 계속 개인 훈련을 하고 있었어요.

작년 서산 마무리캠프에도 참가했었죠.

네, 몸은 마무리캠프 때 다 만들고 나왔습니다. 기술 훈련까지 소화했어요. 예년보다 조금 더 빨리 움직이려고 했습니다. 12월 10일 정도부터 계속 움직이면서 운동을 하고 있어요.


한화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하주석 선수의 지금 몸 상태인데요.

작년 같은 경우 이맘때쯤엔 상당히 조심스러웠어요. 무릎 수술하고 나서 기술훈련을 천천히 들어가는 시기였으니까요. 그래도 지금은 수술한 뒤 2년 가까이 지났으니까, 괜찮아졌습니다. 대신 다른 부위가 다치지 않게 잘 준비해야죠.


2년 연속 부상으로 큰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랬죠, 정말……2년 전엔 그렇게 큰 부상이 찾아올 줄 몰랐어요. 그래도 옆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 힘든 시기를 재미있게 즐겁게 잘 넘길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지난 시즌 준비를 잘했었는데, 또 부상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같은 수술을 받은 NC 나성범 선수는 지명타자로 출전하며 관리가 가능했지만, 유격수 포지션을 소화하려다 보니 과부하가 왔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좀 무리한 것도 있었고, 아직 완벽한 다리나 몸 상태가 아닐 수밖에 없는 시즌이었기 때문에 부상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어요. 아쉽죠. 그래도 안 아프고 시즌을 마쳤다면 더 좋았을 텐데.

시련을 통해 얻은 것도 있나요.

재작년 처음 다쳤을 때는 심적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재활하면서 팀을 떠나 있다 보니, 외부에서 야구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야구선수로 뛰면서 그런 기회가 많지 않은데, 팀의 일부가 아닌 바깥에서 야구를 보는 기회가 됐어요.

묘한 경험이었겠네요.

그 시간 덕분에 야구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고, 그전보다 많이 성숙해졌다고 느낍니다. 무엇보다 제 곁에 좋은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감사한 일도 많았습니다. 앞으로 꼭 보답해야죠.

가장 고마운 사람 한 명만 언급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재활 과정에서 홍남일 트레이닝 코치님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옆에서 계속 좋은 얘기만 일부러 많이 해주신 것 같아요. 잘 될 거다, 100%로 돌아갈 수 있다, 내년 시즌 좋아질 거다, 그런 얘기를 계속 듣다 보니 자연히 수술한 무릎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고, 작년에도 무릎이 아팠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햄스트링이나 다른 부위를 다칠 수 있다는 건 수술해본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니까요. 과부하가 올 수밖에 없거든요.

야구가 맘대로 안 되거나, 큰 불운을 겪은 선수 중에는 변화를 시도하는 선수도 많습니다. 가령 이름을 바꾼다거나.

이름이요? 제 이름이야 좋잖아요(웃음).


야구선수 중에 하나밖에 없는 멋진 이름이죠.

저는 크게 뭘 바꾼다거나 의지하는 건 없었어요.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필라테스를 시작했다는 것 정도죠. 유연성도 보강하고, 작은 근육을 많이 만들어서 부상을 방지하려는 목적입니다. 물론 웨이트 트레이닝도 꾸준히 하지만, 올겨울엔 주로 필라테스 쪽에 중점을 두면서 하고 있어요. 제게 맞는 방법을 찾아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면서 준비 과정을 바꿔본 거죠.

“벌써 프로 10년 차, 후배들이 기댈 수 있는 선배 돼야죠”

한화 하주석은 시련을 통해 성숙해졌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 하주석은 시련을 통해 성숙해졌다(사진=엠스플뉴스)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한화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습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비롯해 외국인 지도자가 4명이나 합류했습니다.

기대되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선진야구를 경험한 분들이 오시는 거잖아요. 새로운 것, 제가 접하지 못했던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됩니다. 외국인 감독님과는 처음 해보는 거라서 더 기대되고요.

걱정되는 점은 없나요.

소통이 잘 될까 봐 조금 걱정되기도 하는데…바디랭귀지로 커버해야죠(웃음). 재미있을 것 같아요. 우리 팀 전체가 올해는 많은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린 선수도 많고, 새로운 것들에 적응도 해야 하고요. 올 시즌은 ‘도전’이 키워드가 될 것 같아요.


방금 얘기했지만 한화 선수단 연령대가 확 젊어졌습니다. 최고참 선수들이 은퇴하거나 팀을 떠나고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게 됐습니다. 하주석 선수도 20대지만 ‘중고참’이 됐는데요. 변화를 실감하나요.

입단한 뒤 줄곧 좋은 형들, 선배들 밑에서 야구를 해왔어요. 형들에게 의지했고, 의지할 선배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분들이 안 계셔서 솔직히 걱정되는 게 사실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형들에게 기댔던 것처럼, 앞으로는 후배들이 제게 기대고 의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깨가 무겁겠네요.

저부터 열심히 해야죠.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출발지점에 선 거니까요. 잘 준비해서 주전 역할도 해야 하고, 후배들도 잘 이끌어야 하고, 선배들도 잘 보필해야 하고…할 일이 더 많아졌다고 해야겠네요. 이제 저도 프로 10년 차니까, 더 잘해야죠.


지난 시즌 하주석 선수가 자릴 비운 동안, 어린 내야수들이 1군에 올라와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후배들의 활약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팀이 힘든 시기에 어린 친구들이 올라온 게 좀 안타까웠어요. 팀 상황이 좀 더 여유 있을 때 올라왔다면, 더 자신 있게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죠. 한편으로는 저도 더 경각심을 갖고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주석을 긴장하게 만드는 선수가 있었나요.

(웃음) 다 잘하고 있죠. 오선진 형과 강경학 형도 계시지만, 신인급 중에선 박정현이나 조한민 같은 선수들이 잘 해줬잖아요. 아직 어리고 경험이 없다 보니 긴장도 하고 잔 실수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됐을 거라고 봐요. 앞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다 같이 웃을 수 있는 시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원래 외국인 감독이 부임하면 기존 주전 선수들도 눈에 불을 켜고 경쟁해야 합니다.

맞아요. 저도 감독님이 새로 오셨으니까, 0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하려고요.


데뷔 당시 엄청난 기대를 받으며 입단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입단 때 기대에 비해 아직 반도 못 보여줬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해마다 그랬죠.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구단에서도 그렇고 팬들도 기대를 많이 하셨는데, 그 기대만큼 보여드리지 못했어요. ‘이제 좀 되겠다’ ‘이제 올라오는 것 같은데’ 하면 딱 거기까지. 항상 그만큼 밖에 못 한 것 같아서 죄송하기도 하고 저 스스로도 아쉽죠.


누구보다 아쉬운 건 본인이겠죠.

더 잘해야 하고, 더 기량을 끌어올려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그러지 못하는 시즌이 계속 이어지고, 다치고 하다 보니까 아쉽습니다. 이제는 진짜 뭔가 해야 할 나이가 됐어요. 그럴 만한 위치도 됐고요. 잘 준비해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올 시즌 목표는 무엇입니까.

지금으로선 개인적인 목표를 세울 수가 없어요. 최근 큰 부상을 당하고, 햄스트링을 다치고 하면서 깨달았는데 아무리 큰 목표를 세워놔도 다치면 아무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일 중요한 건 다치지 않는 게 ‘1번’입니다. 몇 안타를 치고 몇 경기, 몇 홈런, 몇 타점 이런 목표를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그보단 어떻게 하면 부상 없이 시즌을 끝까지 마무리할까, 머릿속에 그 생각밖에 없습니다.

건강하게 풀 시즌을 완주하면 기록은 알아서 따라오겠죠?

그렇게 시즌을 치르고 난 이후에 평가받아갸죠. 일단은 아프지 않고, 경기에 많이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몸을 사라진 않을 거잖아요. 수술에서 돌아온 작년에도 여러 차례 허슬 플레이를 보여줬던 게 기억납니다.

물론입니다. 저는 그런 건 못해요(웃음).


다치지도 말아야 하고, 몸도 사리면 안 되고…언뜻 생각하면 모순 같은데요.

쉽지는 않겠지만, 그러기 위해서 준비를 잘해야겠죠. 사실 제 개인 성적보단 팀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더 물러날 곳도 없고 내려갈 곳도 없으니까요. 우리 팀이 더 성장하는 시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2년 연속 불운을 겪었으니, 올해는 행운이 가득한 시즌이 될 겁니다. 올 시즌엔 건강하세요.

올해 저랑 새해 인사 주고받은 분들이 100이면 100 다 똑같은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아프지 마라, 제발 올해는 끝까지 건강하라고요. 많은 분의 응원에 보답하는 한 해를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