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국가대표 감독 선발, 규정부터 심각한 오류투성이

-말로는 성적과 면접 50대 50, 실제론 성적과 면접에 다른 배점 기준 적용

-객관적 성적보다 주관적 면접이 더 큰 비중 차지하는 이상한 평가

-협회 “지난해 이사회에서 승인했다” 주장, 이사진 “모르는 얘기”

U-23 야구대표팀 감독 선발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감독 선임 규정에 중대한 오류와 문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U-23 야구대표팀 감독 선발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감독 선임 규정에 중대한 오류와 문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엠스플뉴스]

과거보다 더 투명하고 적법하고 절차에 따라 국가대표 감독을 선발하기 위해 공개채용 방식을 도입했다. 예전처럼 특정인의 입김에 좌우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가능한 한 공정하게 감독 선발을 하려고 노력했다.

제2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U-23)대표팀 감독을 둘러싼 ‘불공정 선임' 논란이 불거진 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관계자가 내놓은 설명이다.

KBSA는 이 대회와 제12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U-18)를 앞두고 국가대표 지도자 공개 채용을 진행했다. 5월 4일까지 서류를 접수한 뒤 경기력향상위원회 면접 평가를 통해 U-23 대회 감독으론 성균관대 이연수 감독, U-18 대회 감독으론 분당 야탑고 김성용 감독을 선임했다. KBSA는 규정과 절차에 따라 선임을 진행한 만큼 뒷말이 나오는 걸 이해할 수 없단 반응이다.

하지만 KBSA가 감독 선발에 적용한 ‘규정’ 자체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엠스플뉴스는 앞서 대표팀 감독 선임을 둘러싼 논란과, 면접 평가에서 일부 면접관이 특정인에 최고점을 주고, 경쟁자에 최하점을 주면서 당락이 결정됐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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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추가 취재 결과 KBSA의 국가대표 감독 선발 규정 자체에 중대한 오류와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말로만 50대 50, 실제론 면접 점수 비중이 ‘압도적’. 객관적 성적보다 주관적 면접 결과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이상한 규정'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공개한 국가대표 감독 선발 기준. 국내대회 성적과 경기력향상위원회 평가 성적을 똑같이 50점씩 적용하게 돼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공개한 국가대표 감독 선발 기준. 국내대회 성적과 경기력향상위원회 평가 성적을 똑같이 50점씩 적용하게 돼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국내대회 성적 배점 방식이 대표적인 예다. KBSA의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 평가 기준 ‘배점 개요’ 항목을 보면 총점 100점을 만점으로 국내대회 성적 50점,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 평가 성적(면접) 50점 및 기타 가점 사항을 선발 시 주요 기준으로 참고한다고 돼 있다.

국내대회에서 거둔 성적과 면접 평가를 똑같이 50대 50으로 반영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국내대회 성적 점수와 면접 점수의 배점 방식도 동일해야 한다. 하지만 규정을 살펴보니 두 항목의 배점 방식은 전혀 딴판이었다. 50대 50이라면서 국내대회 성적과 면접에 전혀 다른 배점 기준을 적용한 게 확인됐다.

국내대회 성적 배점기준은 50점 만점 기준으로 1위 50점, 2위 45점, 3위 40점, 4위 35점, 5위 30점, 6위 25점, 7위 20점, 8위 15점, 9위 10점, 10위 5점을 배점한다고 돼 있다.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에 따라 배점이 5점씩 차이나는 방식이다.

성인대회 감독의 경우 ‘최근 2년간’ 국내대회에서 우승은 30점, 준우승은 20점, 4강은 10점을 주는 방식으로 합산해 총점을 산출한다. 청소년대회는 주말리그 권역 우승에 10점, 그 외 전국대회는 우승 30점, 준우승 20점, 4강에 10점을 매긴다.

이런 배점 기준을 적용하면 1위와 2위의 성적이 아무리 큰 차이가 나도, 성적점수로 환산하면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일례로 U-23 대표팀 채용에 응한 감독 가운데 1위는 성적점수 170점, 2위는 110점, 3위는 50점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실제 배점은 1위 50점, 2위 45점, 3위 40점으로, 1위와 3위 차이는 10점에 불과했다.

물론 면접 점수에도 성적 점수와 동일한 배점 기준이 적용됐다면 문제 될 게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면접 점수는 1위가 50점, 2위가 30점, 3위 20점으로 성적 점수와 전혀 다른 배점 기준이 적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성적 점수와 달리 면접은 1위 50점, 2위 30점, 3위 20점으로 전혀 다른 배점 기준을 적용했다(사진=엠스플뉴스)
성적 점수와 달리 면접은 1위 50점, 2위 30점, 3위 20점으로 전혀 다른 배점 기준을 적용했다(사진=엠스플뉴스)

경기력향상위원회 면접은 위원들이 면접관으로 나서 지도통솔력, 경기운영능력, 지도자품행 등 세 항목을 10점부터 6점까지 채점한 뒤 합산해 순위에 따라 50점, 30점, 20점씩 배점하는 방식이다. 4위부턴 아예 점수를 주지 않는다. 10위에게도 5점을 안겨준 성적평가 배점과는 전혀 딴판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1위와 2위가 면접에서 거의 비슷한 점수를 받아도, 실제 배점에서 받는 점수는 하늘과 땅 차이가 된다. 앞서 엠스플뉴스가 보도한 대로 U-23 감독 면접에서 1위 성균관대 이연수 감독은 264점을, 2위 홍익대 장채근 감독은 261점을, 3위 건국대 차동철 감독은 260점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배점은 이 감독이 50점, 장 감독이 30점, 차 감독이 20점으로 천양지차였다. 특히 위원 가운데 3명은 이 감독에게는 최고점을, 장 감독에게 최하점을 주는 방식으로 전체 면접 판도를 180도 뒤엎은 것으로 드러났다.

U-23 대표팀 감독 면접 점수. 3점 차이가 20점 차이가 되고, 1점 차이가 10점 차로 벌어졌다(사진=엠스플뉴스)
U-23 대표팀 감독 면접 점수. 3점 차이가 20점 차이가 되고, 1점 차이가 10점 차로 벌어졌다(사진=엠스플뉴스)

이런 시스템에선 성적보다는 면접이, 특히 면접관 가운데 몇 명의 점수가 전지전능한 권위를 갖는다. 성적 점수에서 아무리 압도적으로 1위를 해도, 면접에서 한두 명이 작정하고 최하점을 주면 감독직에서 밀려나게 돼 있다.

실제 이런 사례가 U-18 대표팀 감독 선임에서 나왔다. 최종 감독으로 선임된 분당 야탑고 김성용 감독은 성적 점수에선 35점으로 4위에 그쳤지만, 면접에서 299점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성적점수 1위 마산용마고 김성훈 감독은 면접에서 290점으로 2위를 했고, 서울고 유정민 감독은 289점으로 3위를 했다.

U-18 아시아대회 대표팀 감독 평가 결과. 성적점수와 면접점수에 다른 배점을 적용한 결과, 김성용 감독이 총점 85점으로 감독으로 선임됐다(사진=엠스플뉴스)
U-18 아시아대회 대표팀 감독 평가 결과. 성적점수와 면접점수에 다른 배점을 적용한 결과, 김성용 감독이 총점 85점으로 감독으로 선임됐다(사진=엠스플뉴스)

당시 면접에 참여한 위원 가운데 한 명은 김성용 감독에게 만점에 가까운 29점을 준 반면, 경쟁자 유정민 감독에겐 최하점인 20점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배점을 통해 50점, 30점, 20점의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었다. 결국 성적점수 35점에 면접 50점을 더해, 총 85점을 받은 김성용 감독이 총점 80점의 김성훈 감독을 제치고 대표팀 감독이 됐다.

협회 “2017년에 개정한 규정” 이사진 “모르는 얘기”

김응용 회장이 '아마야구 개혁'을 외치며 회장직에 올랐지만, 상식을 초월하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행정은 여전하다(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김응용 회장이 '아마야구 개혁'을 외치며 회장직에 올랐지만, 상식을 초월하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행정은 여전하다(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성적과 면접을 50대 50으로 적용한다고 규정해 놓고 실제론 전혀 다른 배점 기준을 적용하는 건 일반인 상식에 비춰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말만 50대 50이지 실제로는 면접의 비중이 7, 80%를 차지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KBSA의 대표팀 감독 선발 기준은 이렇지 않았다. 2016년까진 성적 점수도 면접과 똑같이 50:30:20의 배점 기준을 적용했다.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감독 선임을 위해” 만들었다는 새 규정이 오히려 ‘개악’이 된 셈이다.

이에 대해 KBSA 김용균 사무국장은 “새 규정은 작년 7월 열린 2차 이사회에서 통과된 내용이다. 대한체육회에 이미 보고도 마쳤다”고 밝혔다. KBSA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게 아니라, 이사진들이 모두 승인한 규정이란 설명이다. “성적점수 비중이 지나치게 커서, 면접 비중을 늘리려다 보니 미진한 점이 있었다”는 해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엠스플뉴스가 접촉한 복수의 KBSA 이사는 “당시 이사회에 참석하긴 했지만 그런 규정이 통과된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누가 이런 규정을 통과시켰나”하고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력향상위원회 면접관으로도 참여한 한 이사는 “그런 규정이 있는 줄 전혀 알지 못했다”며 “면접 당시 KBSA 기술위원회 이사들에게 ‘성적점수도 50:30:20으로 적용한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2017년 7월 열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2차 이사회 회의록. 국가대표 선발규정 개정안이 별다른 설명이나 토론 없이 속전속결로 통과됐다(사진=엠스플뉴스)
2017년 7월 열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2차 이사회 회의록. 국가대표 선발규정 개정안이 별다른 설명이나 토론 없이 속전속결로 통과됐다(사진=엠스플뉴스)

회의록 확인 결과, 당시 이사회에선 국가대표 선발규정에 대해 별도의 자료설명이나 토론 절차 없이 속전속결로 의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KBSA 관계자는 “이사들이 관심을 갖는 사안이나 중요한 안건에 대해선 치열한 토론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가대표 선발규정만큼 중요한 안건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불합리한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관해 설명을 들은 한 야구 원로는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 초등학생끼리 규칙을 정해도 이보다는 더 상식적으로 꼼꼼하게 만들 것”이라며 혀를 찼다. 회장이 바뀌고, 이사진이 바뀌어도 여전히 KBSA의 행정은 ‘관리단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엠스플뉴스는 KBSA가 야구계와 팬들을 어떻게 기만했는지 지속 보도할 예정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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