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예비엔트리 116인, 3일 코로나19 백신 접종

-mRNA 백신인 화이자 백신 맞아…하루 지난 4일까지 큰 부작용 없어

-백신 맞은 선수들 “주사 맞은 쪽 팔에 근육통…오한, 발열 등은 없어”

-1차 접종보다 2차 접종 때 통증 심해…KBO, 2차 휴식일 가질까

올 시즌 리그 최고 유격수로 올라선 하주석(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리그 최고 유격수로 올라선 하주석(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뭐랄까요, 147km/h 짜리 데드볼 한 방 맞은 듯한 느낌입니다. 살짝 아프긴 한데, 그렇다고 운동에 지장을 받을 정도는 아닌 그 정도예요.”

한화 이글스 유격수 하주석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다음 날 찾아온 근육통을 ‘몸에 맞는 볼’의 고통에 비유했다. 야구선수에게 몸에 맞는 볼은 일상이다. 맞는 순간엔 아프지만, 그래도 툭툭 털고 1루로 걸어가듯 백신 접종의 부작용이 우려만큼 심하지 않다는 얘기다.

“오한, 발열 없다…주사 맞은 팔만 아파요” 선수들 이구동성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면(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면(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김경문호’ 야구 대표팀 예비 엔트리 선수들은 5월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국외리그 소속 선수를 제외한 116명이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백신을 맞은 한 선수는 “서울 사는 선수는 자가용으로, 지방 선수는 구단 버스를 타고 의료원에 왔다. 번호표를 뽑고 순서대로 주사를 맞고 바로 귀가했다”며 “시간대가 안 맞아 김경문 감독님과 몇몇 선수들은 얼굴도 못 봤다”고 전했다.

대표팀이 맞은 백신은 mRNA 백신의 일종인 화이자 백신이다. 약하거나 비활성화된 세균을 몸에 주입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mRNA 백신은 신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 또는 단백질 조각 생성 방법을 세포에 가르쳐 항체를 생성한다.

화이자 백신은 접종 후 사람에 따라 3일 이내에 근육통, 오한, 발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면역계가 활성화된 20대 젊은 선수들의 경우 주사를 맞은 부위에 심한 근육통을 느끼기도 한다. KBO도 각 팀 주축인 대표팀 선수들의 부작용을 우려해 4일 예정된 5경기를 모두 취소했다.

하루 지난 4일 밤까지 다행히 큰 부작용을 호소한 선수는 나오지 않았다. KBO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중인데 아직 이상 반응을 보인 선수는 없었다”고 안도했다. 지방구단 트레이너도 “우리 팀 선수들은 다 괜찮다. 다음날 야구장에 나왔을 때 다시 체크해야겠지만, 현재까지는 별다른 부작용이 없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선수들도 대부분 ‘가벼운 근육통만 있고 다른 부작용은 없다’는 반응이다. 오한, 발열 등의 부작용을 호소한 선수가 없어서 다행이다. SSG 랜더스 투수 김상수는 “아무 이상이 없다. 주사 맞은 부위의 근육이 살짝 뭉친 느낌이 들고, 뻐근한 정도”라고 전했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원태인도 “큰 후유증 없이 팔 부위만 살짝 아픈 상태”라고 했다. 한화 하주석은 “딱히 이상 반응이 없다. 확실히 맞은 자리가 아프긴 하지만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두통이나 열 같은 부작용도 없다”고 말했다.

NC 다이노스 내야수 박민우는 “맞은 날 당일엔 괜찮았는데, 이틀째에는 팔이 조금 아프다. 팀 동료 중에 함께 맞은 선수들도 다 팔이 아프다고 한다. 독감 예방주사보다 더 아픈 건 확실하다”고 후기를 남겼다.

백신 접종 다음 날 일상생활을 하는 데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완전 휴식을 취한 팀도 있지만, 개인 훈련이나 가벼운 팀 훈련을 소화한 구단도 있었다. SSG 김상수는 “오늘은 자율 운동을 했다. 가볍게 몸 정도만 풀었다”고 했고 한화 하주석은 “우리 팀은 다들 운동장에 나와서 훈련도 했다”고 밝혔다.

5일 열리는 경기 출전에도 큰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대표팀 선수들은 혹시라도 모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 던지는 쪽이 아닌 글러브를 끼는 쪽 팔에 주사를 맞았다. 삼성 원태인은 “오른쪽이 아닌 왼쪽 팔에 주사를 맞았다”며 “지금 상태로는 이번 주 선발 등판에 큰 문제는 없을 듯싶다”고 밝혔다.

화이자 백신은 1차보다 2차 접종 때 부작용 심해…KBO, 2차 휴식일 가질까

SSG 랜더스 김상수(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SSG 랜더스 김상수(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다만 mRNA 백신인 화이자의 특성상 3주 뒤에 있을 2차 접종 때는 1차 때보다 좀 더 심한 통증을 겪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에는 2차보다 1차 접종 때 강한 면역 반응이 나타나고, 화이자 백신은 반대로 1차보다 2차 접종 때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3월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 유튜브 방송에서 이 교수는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전달체인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왔을 때 일어나는 반응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 후 발열이나 오한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이라며 대신 2차 접종 때는 부작용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mRNA 백신은 1회 접종만으로는 중화항체가 많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2회 접종을 한다. 항체 반응률이 접종 후 2주 뒤 50% 정도 생기고 3~4주 뒤 2차 접종 때 부스터 역할을 하면서 항체가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백신이 1차보다 2차 접종 때 발열, 오한 등 부작용을 동반하는 이유다.

이 교수는 “백신을 만드는 플랫폼 때문에 생기는 차이”라며 “현재 국내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사람이 더 많고 1차 접종 후 더 힘들다는 특징 때문에 (화이자보다 부작용이) 많아 보이는 것”이라 말했다. 일부 과장된 언론 보도와 쇼닥터의 영향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이 널리 퍼져 있지만, 실제 부작용은 다른 백신과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SSG 김상수는 “2차 때가 좀 힘들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다”고 했다. 한화 하주석도 “들어보니 2차 접종 때가 더 아프다고 한다. 발열 등이 생길 수도 있어서, 그때는 아스피린을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KBO는 2차 접종 다음 날에도 경기를 취소할지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팬데믹이 전 세계를 뒤덮은 시대에 백신 접종은 큰 특권이다. 최근 서울 강남지역 병원에선 ‘노쇼’로 폐기처리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먼저 맞으려는 대기자들이 줄을 섰다. 이들은 고급정보에 밝고 정확한 과학적 지식을 알기에 아스트라제네카 공포를 유발하는 거짓 정보에 속지 않는다. 또 남들보다 먼저 백신을 맞고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에서 해방되는 게 ‘경쟁력’이란 걸 알고 있다.

백신을 맞은 대표팀 예비명단 선수들도 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나 올림픽 준비와 경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한 구단 관계자는 “백신 2차 접종까지 끝내도 면역률은 8~90% 정도로 100% 예방되는 건 아니다. 여전히 마스크 착용과 방역 지침은 지켜야겠지만, 백신을 맞았다는 것만으로도 한결 심적으로 편해지는 면은 있을 것”이라 했다.

삼성 원태인은 “백신 접종을 하니까 올림픽이 다가온단 실감이 난다.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들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더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한화 하주석은 “백신을 맞아서 좋긴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가 사라져서 모두가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한화가 잘할 때, 많은 팬 앞에서 경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선수와 야구팬이 코로나19에서 해방되는 날, 하주석 혼자만의 꿈은 아닐 것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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