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상연맹의 중심 ‘상임이사회’, 알고 보니 실체없는 기구”

- “정관서 사라진 상임위원회, 전명규 복귀와 함께 부활했다”

- 빙상연맹, 내부 회의비로만 1억 원 가까이 책정. 상임이사들에게 규정에도 없는 보수성 경비로 1억 2천만 원 넘게 지급

정관상 실체가 없는 대한빙상경기연맹 상임이사회 회의비로 연 3,000만 원이 책정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정관상 실체가 없는 대한빙상경기연맹 상임이사회 회의비로 연 3,000만 원이 책정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엠스플뉴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1945년 설립 이래 최대 위기이자 최적의 변화 기회를 맞았다.

빙상연맹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후로 수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심석희 폭행 사건, 팀추월 왕따 논란, 매스스타트 탱크 논란 등 경기 내적인 잡음으로 빙상연맹은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빙상연맹이 비난의 화살을 더 받은 건 경기 외적인 문제, 바로 원칙 없는 행정’ 때문이었다. 빙상연맹은 주니어 쇼트트랙 대표팀 엔트리 확장, 노선영 올림픽 출전 불가사태, NTO(국내 심판) 명단 제외 일방 통보 등 부실 행정으로 빙상계 신뢰마저 잃었다.

빙상연맹은 4월 1일부터 30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로부터 ‘특별감사’를 받았다. 문체부 감사 결과 빙상연맹의 '부실 행정'은 사실이었음이 밝혀졌다. 5월 23일 문체부는 빙상연맹 ‘부실 행정’의 배후로 '상임이사회' 지목했다.

전명규와 함께 부활한 상임이사회, 알고 보니 실체 없는 의사결정기구

2016년 정관에서 사라진 상임이사회는 2017년 전명규 부회장 부임과 함께 부활했다(사진=엠스플뉴스)
2016년 정관에서 사라진 상임이사회는 2017년 전명규 부회장 부임과 함께 부활했다(사진=엠스플뉴스)

상임이사회는 빙상연맹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최고 기구다. 하지만, 실체가 알려진 적은 거의 없다. 상임이사회는 연맹 부회장단과 전무이사, 분과위원장 6명(쇼트, 스피드, 피겨 종목별 경기·심판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정작 상임이사회의 정체가 드러난 건 문체부 감사 발표에서였다. 5월 23일 문체부 노태강 2차관은 “2016년 빙상연맹은 정관에서 상임이사회를 삭제·폐지했다. 하지만, 이후 규정에도 없는 상임이사회를 계속 운영해왔다”고 밝혔다.

상임이사회는 ‘조직 운영 시 신속한 의사 결정을 돕는다’는 순기능이 있다. 반대로 ‘소수 임원이 조직을 사유화할 수 있다’는 역기능 또한 있다. 상임이사회 제도가 2016년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규정에서 삭제된 것도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빙상연맹은 2017년 상임이사회 제도를 조용히 부활시켰다. ‘빙상 대통령’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가 빙상연맹 부회장으로 복귀하자마자 이뤄진 부활이었다.

부활한 상임이사회의 권력은 막강했다. 전명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상임이사회는 무려 410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안건 가운덴 ‘국가대표 선발’, ‘후원사 계약’ 등 굵직한 사안들이 포함돼 있었다.

2016년 상임이사회는 정관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상임이사회는 410건에 달하는 중요 안건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했다(사진=엠스플뉴스)
2016년 상임이사회는 정관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상임이사회는 410건에 달하는 중요 안건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했다(사진=엠스플뉴스)

연맹 정관에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 의사결정 기구’가 빙상연맹의 핵심 사안을 마음껏 결정했던 것이다. 상임이사회의 일방적인 의사 결정에 많은 빙상인은 꾸준히 이의를 제기해왔다. 빙상인 A 씨의 얘기는 다음과 같다.

“빙상연맹 의사 결정 과정은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경기력향상위원회나 심판위원회 같은 분과위원회가 어떤 사안을 논의해도 최종 결정은 늘 상임이사회 몫이다. 정관상 최고 결정기구인 이사회는 상임이사회 결정을 통보받는 곳에 지나지 않는다. 상임이사회는 빙상연맹을 좌지우지하는 명실공히 빙상계 최고의 권력 집단이다.”

실제로 문체부는 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부활한 상임이사회가 전명규 전 부회장의 빙상계 영향력 행사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단독 입수, 빙상연맹 내부 회의비로만 9천 700만 원 책정. 규정에도 없는 보수성 경비에 1억 2천만 원 써왔다

엠스플뉴스가 단독 입수한 '2018 빙상연맹 예산안'. 상임이사회 회의비는 월 250만 원씩 총 3,000만 원이 책정돼 있으며, 기타 회의비가 월 200만 원씩 2,400만 원이 편성돼 있다. 빙상연맹은 연 회의비 예산으로만 9,700만 원을 책정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엠스플뉴스가 단독 입수한 '2018 빙상연맹 예산안'. 상임이사회 회의비는 월 250만 원씩 총 3,000만 원이 책정돼 있으며, 기타 회의비가 월 200만 원씩 2,400만 원이 편성돼 있다. 빙상연맹은 연 회의비 예산으로만 9,700만 원을 책정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상임이사회의 위상은 ‘2018년 빙상연맹 예산안’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빙상연맹은 해마다 상임이사회 회의비로 3,000만 원을 책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달마다 한 번 열리는 회의에 250만 원씩을 쓴 셈이다.

빙상연맹 전 이사인 빙상인 B 씨는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상임이사회엔 적으면 10명, 많게는 15명 정도가 참석한다. 아무리 특별한 날이어도 식사만 하고 끝날 때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식비 정도 밖에 나갈 돈이 없다" "정관상 상임이사회가 실체 없는 조직이란 것도 처음 알았지만, 한 번 모일 때마다 250만 원씩 썼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빙상연맹은 올해 예산에서 상임이사회를 비롯한 총회, 이사회, 기타 회의비로 총 9,700만 원을 책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1억 원 가까운 돈을 '국제 회의'도 아니고, 연맹 내부 회의에 쓴다는 건 좀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게 체육계의 중평이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문체부 감사 발표에 따르면 빙상연맹은 '호화 회의비'는 둘째치고, 상임이사들에게 규정에도 없는 보수성 경비를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자료엔 2015년 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빙상연맹이 상임이사 22명에게 업무활동비와 통신비로 1억 2천200만 원을 쓴 것으로 나와 있다. 이는 '비상근 임원에겐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빙상연맹 정관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그간 빙상연맹이 '실체 없는' 의사결정기구에 '억대'에 가까운 회의비와 '억'이 넘는 보수성 경비를 펑펑 써온 것이 밝혀지면서 많은 빙상인은 '철저한 추가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동섭, 박동희 기자 dinoegg509@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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