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성폭행 피해 폭로’ 일파만파 “만 17세 때부터 상습 성폭행당해”

-젊은 빙상인 연대 “심석희 용기 있는 증언, 또 한 번 ‘이슈’로만 끝나선 안 돼”

-“심석희 외에도 빙상계 성폭력 피해자 있다…확실한 보호 이뤄지면 증언할 것”

-“대한체육회, 빙상연맹에 대한 불신이 선수 고발 막아”

심석희는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상습 성폭행을 당한 피해사실을 알렸다(사진=엠스플뉴스)
심석희는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상습 성폭행을 당한 피해사실을 알렸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빙상계 성폭력 피해자, 심석희 말고도 더 있다.

빙상개혁에 앞장서온 ‘젊은 빙상인 연대’가 자체 조사를 통해 빙상계 성폭력 추가 피해자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확실한 피해자 보호를 전제로, 추가 피해선수의 증언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 빙상을 바라는 젊은 빙상인 연대(이하 ‘젊은 빙상인 연대’)’는 1월 9일 “심석희 성폭행은 빙산의 일각. 성폭력 피해 선수 더 있다. 빙상 개혁 방해하는 ‘제2의 김종’ 있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젊은 빙상인 연대는 성명에서 1월 8일 언론을 통해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를 언급했다. 심석희는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만 17세 때부터 4년간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또 지난해 12월 조 전 코치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실을 알렸다.

이에 대해 젊은 빙상인 연대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혼자서만 가슴앓이를 하였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참담하고, 부끄럽기만 하다. 심석희 선수에게 진심을 다해 부끄러운 마음을 전한다”며 심석희 선수의 용기 있는 증언이 또 한 번 ‘이슈’로만 끝나선 안 된다는 게 우리 젊은 빙상인들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심석희 외 다른 선수들도 성폭력 시달려…진실 이야기할 것”

젊은 빙상인 연대는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에 대한 불신이 성폭력 피해 선수들이 피해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사진=MBC)
젊은 빙상인 연대는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에 대한 불신이 성폭력 피해 선수들이 피해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사진=MBC)

젊은 빙상인 연대의 성명에서 주목할 내용은 다음이었다. 젊은 빙상인 연대는 과연 심석희 선수 혼자만이 성폭력의 피해자이겠냐는 의문을 제기한 뒤그동안 꾸준히 빙상계의 고질적인 병폐와 비위를 조사하여 왔다. 조사 결과 심석희 선수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도 빙상계 실세 세력들에게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에 시달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추가 피해선수’의 존재를 알렸다.

젊은 빙상인 연대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철저한 감사로 빙상연맹의 부실 운영과 비위행위를 발표했지만, 아직 한국 빙상계엔 봄이 찾아오지 않았다. 대한체육회의 미온적인 대처와 빙상계의 요구와는 정반대로 구성된 관리위원회 구성으로, 빙상연맹은 많은 빙상인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거와 비교해 하나도 바뀌지 않은 빙상연맹 체재 아래에선, 모든 적폐를 일단 덮고 보자는 식으로 ‘적폐 보호’에만 급급한 대한체육회 수뇌부 아래에선, 오히려 고발이 선수들에 대한 2차 피해와 보복으로 돌아올 게 분명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10월 10일, 관리단체로 지정된 빙상연맹을 대리운영할 관리위원회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몇몇 관리위원을 두고서 여러 말이 나오며 빙상계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대한체육회를 믿지 못하였기에, 대한체육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였기에, 대한체육회가 빙상 적폐세력의 든든한 후원군이란 판단이 섰기에, 심석희 선수가 부득이 언론을 통해 용기 있는 발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젊은 빙상인 연대가 주장한 배경이다.

하지만 심석희의 용기 있는 고발로 추가 피해 선수들이 증언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젊은 빙상인 연대는 “우리가 2차 피해와 보복을 두려워하는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혼자서 감내할 수 없는 큰 고통을 안고서 숨죽여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2차 피해와 보복이 두려워 침묵하는 것이야말로 빙상 실세들이 바라던 결과였을지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심석희 선수처럼 빙상 실세들에게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을 당해 고통받고 있는 선수들에 대해, 정부가 확실하게 이 선수들을 보호해주고, 진정한 빙상 개혁을 위해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주신다면 우린 이 선수들과 힘을 합쳐 진실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확실한 ‘보호’를 전제로 추가 피해자 증언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젊은 빙상인 연대는 “이제 말이 아닌 행동, 구호가 아닌 참여만이 죽어가는 빙상을 살릴 수 있다”며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어 빙상 선수, 지도자, 학부모, 빙상장 노동자들이 어떤 세력들에 대해 억압받고, 탄압받았으며 여전히 공개되지 못한 채 숨죽여 있는 빙상계의 추악한 이면이 무엇인지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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