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얼짱’ 주목받았던 서효원, 이제 대표팀 맏언니로 활약

-“9년 전 갑작스러운 큰 관심, 선수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 끼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8년 세계선수권 단일팀과 동메달”

-“4년 전 리우 올림픽 아쉬움, 내년 도쿄 올림픽 메달로 씻겠다.”

-“수비형 선수도 1등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서효원은 한국마사회 소속으로 2010년대 한국 여자탁구를 대표하는 얼굴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서효원은 한국마사회 소속으로 2010년대 한국 여자탁구를 대표하는 얼굴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인천]

이제 ‘얼짱’이라는 얘기가 나오기엔 시간이 많이 지났죠(웃음).

탁구선수 서효원(한국마사회·세계랭킹 23위)은 2010년대 여자탁구를 대표하는 얼굴이다. 학창 시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서효원은 2011년 인천 ITTF 월드투어 코리아 오픈 32강에서 당시 ‘일본 에이스’ 이시카와 카스미를 꺾는 이변으로 주목받게 된다.

탁구 실력뿐만 아니라 외모까지 주목받은 서효원은 당시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탁구 얼짱’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반짝 관심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서효원은 2011년 12월 제65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 대회에서 데뷔 뒤 첫 우승을 달성해 기세를 이어갔다.

1987년생 서효원은 ‘대기만성 인생’을 계속 펼쳤다. 2013년 27세의 나이에 첫 대표팀 승선에 성공한 서효원은 ITTF 월드 투어 3회 우승, 2018년 세계선수권 단체전 동메달,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단체전 동메달, 종합선수권 2회 우승 등 굵직한 커리어를 쌓았다.

이제 서효원은 베테랑이자 대표팀 맏언니로 ‘도쿄 피날레’를 그린다.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 무대에서 대표팀 후배들과 함께 4년 전 리우 올림픽 노메달의 아쉬움을 씻고자 한다. 흔치 않은 수비형 선수로서 ‘수비형은 1등을 할 수 없다’라는 편견을 깨고 싶단 서효원의 얘길 엠스플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탁구 얼짱으로 시작된 관심 "오히려 선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 줬다."

서효원은 9년 전 갑작스럽게 쏟아진 관심이 선수 인생에 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사진=gettyimages)
서효원은 9년 전 갑작스럽게 쏟아진 관심이 선수 인생에 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사진=gettyimages)

‘탁구 얼짱’으로 관심을 받은 지도 벌써 9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쑥스럽게 미소 지으며) 이제 그런 얘길 듣기엔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솔직히 저는 아직도 그런 별명이 왜 붙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럴 정도로 예쁜 외모가 아닌데 당시 제 사진을 정말 잘 찍어주셨다고 생각합니다(웃음).

그런 관심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편입니까.

갑자기 전국적인 큰 관심을 받았는데 오히려 제 선수 인생엔 긍정적인 영향을 준 듯싶습니다. 심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건 없었어요.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많이 생긴 점에 감사했죠. 또 제가 언제 남성잡지 화보도 찍어보겠어요. 처음엔 커피 광고 촬영인 줄 알았지만(웃음). 이제 재밌는 추억이 됐죠.

‘대기만성형’ 스타일인데 학창 시절 서효원의 탁구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열심히’는 하는데 ‘큰 욕심’은 안 부렸다고 보면 될까요. 솔직히 잘할 수 있단 자신감이 없었어요. 그냥 열심히만 하자는 생각뿐이었죠. 부모님도 선수 생활을 반대하셨기에 운동이 힘들어도 참고 버텼습니다. 힘들었어도 탁구 자체는 재밌었고요. 그러다가 한국마사회 팀에 입단한 게 전환점이 됐습니다.

2008년부터 한국마사회 팀에 오랜 기간 몸을 담았습니다.

현정화 감독님을 만나고 제 자존감이 높아졌습니다. 그냥 열심히만 하는 선수가 예전에 듣지 못했던 ‘너는 가능성이 있다. 탁구를 잘할 수 있는 선수다’라는 얘길 듣기 시작하니까 달라졌어요. 팀에서도 국제 대회 출전 기회를 계속 지원해주셔서 덕분에 실력을 높일 수 있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대표팀 순간은 2018년 남·북 단일팀"

2018년 대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은 8강전에서 만난 북한과 단일팀 결성해 동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단일팀 결성 뒤 북한의 김송이(왼쪽)와 복식조로 경기에 나선 서효원(왼쪽)의 경기 장면(사진=gettyimages)
2018년 대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은 8강전에서 만난 북한과 단일팀 결성해 동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단일팀 결성 뒤 북한의 김송이(왼쪽)와 복식조로 경기에 나선 서효원(왼쪽)의 경기 장면(사진=gettyimages)

27살의 늦은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게 된 점도 눈에 들어옵니다.

웬만한 국가대표 선수들은 학창 시절부터 대표팀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저는 비교적 늦게 태극마크를 달았어요. 다소 부담감을 느꼈지만,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더 인정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해 더 노력했죠. 대표팀에 들어가니까 정말 행복하고 좋았는데 책임감도 엄청나게 느껴지더라고요.

대표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2018년 대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단체전입니다. 8강부터 남·북 단일팀이 갑자기 결성됐기도 했고, 그런 큰 대회에서 첫 메달(동메달)을 땄거든요. 무엇보다 대표팀 선수들끼리 훈련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기에 더 기억이 나요.

(2018년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한국은 8강에서 만난 북한과 남·북 단일팀을 결성해 4강전에 올라 일본에 패했다. 세계선수권은 3/4위전이 없기에 한국은 홍콩과 함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만, 처음으로 출전했던 2016년 리우 올림픽은 쓰라린 추억입니다. 단체전 8강에서 싱가포르를 만나 2대 3으로 패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습니다.(8강 단체전 당시 서효원은 두 차례 단식 경기에 출전해 모두 패했다)

4년 전 올림픽은 처음 겪는 무대라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제 실력을 다 보여주고 졌으면 몰라도 실력을 다 발휘 못 하고 지니까 더 후회스러워요. 팔꿈치 상태도 안 좋아 연습을 제대로 못 하고 나가니까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거죠. 몸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계기도 됐습니다.

결국, 2016 리우 올림픽에선 남녀 탁구 모두 노메달이라는 안타까운 결과를 냈습니다.

사실 4년 전 대표팀에서 함께했던 전지희나 양하은 선수 모두 다 경험이 적은 선수였잖아요. 저도 그랬고요. 오히려 그 이후로 대표팀 분위기가 더 단단해지고 잘 뭉쳐졌어요. 도쿄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대표팀에 꼭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저도 유일하게 올림픽 메달만 없으니까 그것 하나만큼은 꼭 얻고 싶고요.

"몸 상태 생각하면 올림픽 1년 연기 긍정적, 국내 경쟁부터 신경 써야"

서효원은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에서 대표팀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한다(사진=gettyimages)
서효원은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에서 대표팀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한다(사진=gettyimages)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된 점이 어떻게 작용할 거로 보는지 궁금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똑같은 상황이잖아요. 현실을 받아들이고 계속 몸을 잘 만들어야죠. 단체전 본선 티켓을 땄지만, 아직 올림픽 본선 대표팀 선수 선발이 이뤄진 것도 아니고요. 국내에서 경쟁도 계속 펼쳐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무릎이 안 좋았는데 재활 보강 운동할 시간이 생겨 올림픽 연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지금은 9월 6일부터 열리는 국내 대회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대표팀 맏언니로서 책임감도 느끼겠습니다.

나름대로 오랜 기간 대표팀에 있었는데 선수 구성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대표팀 선수들 가운데선 나이가 가장 많죠. 부담감과 더불어 책임감도 느낍니다. 그래도 동생들이 잘 따라 와줘서 고마울 뿐이에요. 탁구 선수들이 다 착하거든요(웃음).

최근 대표팀에 합류했던 2004년생 막내 신유빈(대한항공) 선수와 나이 차가 꽤 나겠습니다.

(짧은 한숨을 내쉬며) 무려 17살 차이가 나더라고요(웃음). 그래도 국제 대회 때 숙소 방을 같이 쓴 덕분인지 이제 안 어려워하는 듯싶어요. 제가 모르는 단어들을 쓸 때 세대 차이가 약간 느껴지긴 합니다. 유빈이가 ‘BTS’ 얘길 하면 ‘나도 좋아한다’라고 맞장구쳐줍니다(웃음).

그런 어린 나이에 태극마크를 단 걸 보면 ‘떡잎부터 다르다’라는 게 느껴지겠습니다.

주위 환경에서 부담을 느낄까 싶은데 그걸 정말 잘 견디는 듯싶습니다. 독한 면도 엿보여요. 탁구를 정말 좋아하는 것도 느껴지고요. 무엇보다 신체조건이 부러울 정도로 뛰어납니다. 한국 여자탁구 미래의 에이스가 될 선수라고 확신해요.

서효원은 독하다? "탁구를 정말 좋아해서 나오는 얘기 아닐까요."

현정화 감독(왼쪽)에게 지도받고 있는 서효원(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현정화 감독(왼쪽)에게 지도받고 있는 서효원(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내년 올림픽 무대에서 원하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결국 탁구 최강 중국을 넘어야 합니다. 중국 선수들이 남다른 실력을 보여주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중국 선수들의 전반적인 기량이 훨씬 좋다고 보면 됩니다. 힘과 속도, 공에 스핀을 거는 기술이 더 뛰어난 거죠. 기술 훈련과 체력 훈련 강도도 엄청나고요. 한국 선수들도 그만큼 훈련의 질을 높여 따라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또 어릴 때부터 더 수준 높은 상대와 붙을 기회가 더 생겼으면 좋겠단 생각이에요.

개인적으로 꼭 넘고 싶은 산도 있겠습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1등을 차지한 중국의 류스원(세계랭킹 4위)이 따라잡고 싶은 선수입니다. 다른 선수들과는 어느 정도 비등한 경기를 펼치는데 이 선수와 만나면 정말 어려워요. 신장이 작은데 움직임이 빠르고 경기 운영 능력도 정말 훌륭한 선수입니다. 가장 붙고 싶고, 이기고 싶은 선수죠.

올림픽 무대에서 그 산을 넘는 게 가장 큰 의미가 있겠습니다.

그래서 내년에 꼭 올림픽 열리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올림픽만 생각하고 버티고 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올림픽이 있기에 안 좋은 몸 상태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듯싶어요. 큰 동기부여가 있는 거죠.

현재는 무릎 상태가 정말 안 좋다고 들었습니다. 무릎 연골이 다 닳았다고요.

이제 팔꿈치는 안 아픈데 무릎이 계속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무릎 연골은 완전 재생이 안 되니까 하나도 안 아플 수는 없어요. 어떻게 하면 덜 아프게 뛸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러닝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 보강 운동으로 통증을 덜 느끼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현정화 감독의 말에 따르면 그런 면에서 서효원 선수가 겉으로 보기와 다르게 정말 ‘독한 선수’라고 평가합니다.

저는 스스로 못 느끼는데 주위에선 독하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웃음). 아무래도 제가 탁구 하는 걸 정말 좋아하니까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닐까요. 올림픽 메달이란 목표도 남아 있고 할 거면 제대로 해야죠. 또 몸이 아파 힘들다고 느낀 적은 있어도 탁구를 하기 싫다는 감정은 단 한 번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몸 상태 때문에 탁구를 못 칠까 걱정 정도는 했죠.

"수비형 선수도 1등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서효원 선수의 행보가 주목받는 게 흔치 않은 수비형 선수로서 큰 발자취를 남기고 있단 점입니다.

엄청 오래전엔 김경아 선배 등 수비형 대표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최근 유럽 무대에선 수비형 선수들이 많아졌는데 국내에선 ‘수비형 선수는 1등을 할 수 없다’라는 편견이 계속 생기더라고요. 저희 부모님도 수비만 하면 성공하지 못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셨고요. 저는 수비형을 기본으로 공격에도 신경을 써서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수비형 선수로서 공격도 날카롭단 평가가 나옵니다.

올림픽 등 국제무대에서 더 잘하려면 수비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수비만 하는 게 아니라 상대 빈틈이 보이면 공격도 할 줄 알아야 전략 짜기가 더 수월해요. 그만큼 힘과 체력도 길러야 하고요.

어쩌면 수비형 선수로서 성장하는 어린 꿈나무들에게 큰 희망이 되는 존재입니다.

저도 김경아 선배를 보며 힘을 얻고 꿈을 키웠습니다. 수비형 선수는 국제대회에서 안 통한다, 1등을 할 수 없다는 편견을 제가 깨고 싶었죠. 수비형 선수도 1등을 할 수 있다는 걸 계속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 때문에 수비형 선수를 택했단 얘길 들으면 정말 뿌듯하죠. 저를 보고 꿈을 키우는 어린 선수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오랫동안 현역 수비형 선수로서 더 활약해야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을 때까지 탁구를 하고 싶습니다. 몸 상태 때문에 탁구를 아예 칠 수 없으면 몰라도 그냥 관두진 않을 거예요. 한계를 정해놓지 않고 매일 마지막 경기일 수 있단 생각으로 소중하게 탁구를 하려고요. 정말 탁구를 사랑한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습니다. 저를 변함없이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내년 올림픽 무대에서도 4년 전 아쉬움을 씻는 활약을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웃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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