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광 교수 "대학 신입생 실기 테스트를 실내 운동 방역지침 마련을 위한 연구 기회로 삼자"

-체육계 "정부, 체육 시설 폐쇄에만 매달려. 폐쇄 조치와 관련한 과학적 근거나 기준 없다"

-문체부, 대한체육회 '나몰라라'하는 사이, 체육인들은 생활고로 벼랑 끝에 몰려

-이종걸 후보 “실내운동 방역지침 마련을 위한 연구 예산과 안전은 대한체육회가 담당. 연구 방향과 진행 등은 학계가 맡도록 할 것”

대학 신입생 실기 테스트를 실내 운동 방역지침 마련을 위한 연구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대한체육회가 체육 시설 폐쇄에만 몰두한 사이 교수들이 직접 나서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사진=엠스플뉴스)
대학 신입생 실기 테스트를 실내 운동 방역지침 마련을 위한 연구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대한체육회가 체육 시설 폐쇄에만 몰두한 사이 교수들이 직접 나서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뭘 하고 있기에….”

대한체육회장 이종걸 후보의 탄식이다. 이 후보는 이기광 국민대 스포츠건강재활학과 교수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읽고서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우선은 미안해서다.

“코로나19 감염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많은 체육인이 적극 협조했다. 덕분에 하루 1천 명 이상의 감염자가 500명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피해를 감수하면서 정부 정책에 따라준 체육인들은 정작 실직 위기에 놓여 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이다.” 이종걸 후보의 진심이다.

이기광 교수는 자신의 SNS에서 “전국 4년제 대학에 체육계열 학과가 411개”라며 “요즘 많은 스포츠 지도자와 트레이너가 코로나에 인한 체육시설 폐쇄 조치로 실직하고 있다. 이들이 직장을 떠나면서 하는 말이 ‘평생 체육을 전공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정말 뼈저리게 후회한다. 앞으로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종걸 후보의 반문 “체육인들의 생존이 걸린 시설 폐쇄 조치에 대해 정부는 지금껏 어떤 과학적 근거와 기준을 제시한 적이 있는가”

체육계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킨 이기광 국민대 교수의 SNS 글
체육계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킨 이기광 국민대 교수의 SNS 글

이종걸 후보가 이기광 교수의 글을 읽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두 번째 이유는 ‘어처구니가 없어서’다.

이기광 교수는 자신의 SNS에서 “정부의 탁상행정식 일방적 체육시설 폐쇄 조치에 대한 대응 논리를 만들자는 뜻에서 생뚱맞지만 실질적인 제안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언급한 ‘실질적 제안’은 대학 신입생 실기 테스트를 실내 운동 방역지침 마련을 위한 연구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1월 중 전국 대학에서 3만 명 가량의 체대 입시생이 거의 동시에 실기고사를 치른다. 대부분 실내에서 진행하는 실기고사엔 대학당 수백 명의 수험생이 참여한다.

이 교수는 “실기고사가 주로 왕복달리기, 윗몸일으키기 등 거친 호흡을 동반한 종목으로 치러진다“며 ”수험생들의 점수를 기록하기 위한 봉사자들이 2, 3일 내내 수험생들과 가까이 지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수험생 중에 무증상 감염, 감염 의심자, 감염환자 접촉자가 포함됐을 수 있다. 호흡이 가뿐 종목의 경우 학생들의 안전(?)과 기량 발휘를 위해 마스크를 벗고 뛰는 것을 허용하는 대학도 있을 것”이라며 “어쩔 수 없이 단기간에 수만 명이 실내에서 운동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체육시설 폐쇄’의 기준을 설정할 수 있는 소중한 연구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혹시 이 글을 보신 각 대학 체육학과 교수님들께선 이번 체육 실기고사를 관리, 감독하시면서 방역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꼼꼼하게 기록하시기 바란다. 각 대학의 이러한 조치를 모두 모아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입시 중 감염과의 관계를 분석한다면, 세계적인 연구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제자들의 소중한 일자리를 일방적으로 폐쇄할 때, 이를 막는 훌륭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다행히 3만 명 중 감염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다면, 유사한 환경과 조치로 체육시설을 오픈해달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교수의 바람이다.

이 후보가 이 대목을 읽고 ‘어처구니 없어’한 건 실내 운동 방역지침 마련을 위한 연구를 문체부나 대한체육회가 아닌 일선 대학교수들이 제안하고, 추진하려는 데 있다.

이 후보는 “많은 체육인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직접적 계기가 무엇이었나? 체육시설 폐쇄였다. 여러 교수의 얘기를 종합해 들어보면 체육인들의 생존이 걸린 이 폐쇄 조치에 대해 정부는 지금껏 어떤 과학적 근거와 기준을 제시한 적이 없다”며 “그 과학적 근거와 기준을 제시하려는 노력조차도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대신 대학교수들이 맡겠다고 하니 속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몇 번이고 “문체부는 왜 있고, 대한체육회는 왜 존재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프로스포츠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무관중 경기도 하고, 연봉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으니. 하지만, 아마추어 스포츠는 다르다. 대회 자체가 연기되고, 아예 사라지기 일쑤다. 선수, 지도자들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벌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대한체육회는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몇 개를 따니 마니’하는 한가로운 목표나 제시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대한체육회가 대한민국 스포츠 위기를 타개할 콘트롤타워가 돼야 한다.” 이 후보의 말이다.

이종걸 후보 “실내운동 방역지침 마련을 위한 연구 예산과 안전은 대한체육회가 담당. 연구 방향과 진행 등은 학계가 맡도록 할 것”

이종걸(사진=엠스플뉴스)
이종걸(사진=엠스플뉴스)

이종걸 후보는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되면 가장 우선적으로 학교 체육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기광 교수처럼 학계의 신망을 받는 학자들과도 만나 대한체육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의견을 구할 생각이다.

이 후보는 “실내운동 방역지침 마련을 위한 모든 연구를 대한체육회가 주도할 계획이다. 예산, 안전은 당연히 대한체육회 몫이고, 연구 방향과 진행 등은 교수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후원하자는 게 내 생각”이라며 “현장의 체육인들 옆에 가장 가까이 있는 조직이 대한체육회라는 평범한 사실을 많은 체육인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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