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혜주(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진혜주(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엠스플뉴스]

2018년은 진혜주(26·대구연맹)의 이름을 당구계에 제대로 각인시켰던 한 해였다. 당시 진혜주는 ‘2018 대한당구연맹 전국선수권대회’ 포켓9볼 여자부와 ‘제14회 대한체육회장배 2018 전국당구대회' 포켓10볼 여자부 우승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그야말로 컨디션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
가장 화려했던 2018년을 뒤로 한 채 진혜주는 거짓말처럼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슬럼프가 찾아온 것. 2019년 2월에 열린 '풀투어 1차 대회 여자부'에서 우승을 거머쥔 후 다섯 번 연속 본선에서 탈락했다.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좌절감을 느꼈다.
하지만 진혜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지난 1월 3일에 열렸던 '코리아 당구 그랑프리 풀 서바이벌 1차 대회' 결승 경기에서 진혜주는 경기 막판 극적인 역전극을 연출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대회 초대 챔피언'에 진혜주 이름을 새겼고 약 2년 만에 정상의 자리를 맛봤다. 길었던 슬럼프를 털고 비상할 수 있었던 귀중한 우승이었다.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진혜주는 오는 26일에 열릴 '코리아 당구 그랑프리 풀 서바이벌 2차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다시 한번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진혜주를 만나 볼 수 있었다. '코리아 그랑프리 1차 대회' 이야기부터 '2차 대회'에 임하는 각오까지 다채로운 대화를 나눠보았다.
Q. 선수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포켓볼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어요. 처음에 차유람 선수를 보며 예쁘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카리스마가 느껴졌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 반해서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Q. 포켓볼의 어떤 매력에 빠지게 되었나요?
바둑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어려운 공들이 멈춰 있을 때, 하나씩 생각하며 풀어나가는 매력에 빠지게 된 것 같아요.
Q. 처음 큐를 잡고 대회에 참가했던 날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기분이 어땠나요?
일화가 있었어요. 처음 대회에 나갔을 때, 초등학교 6학년이었어요. 제가 승부욕이 강한데, 경기를 지고 나서 화장실에서 두 시간 동안 울었어요. 대회 측에서 처음 경기에 참가한 초등학생 선수가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귀여웠는지, 인기상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Q. 많은 대회에서 입상하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어떤 대회였나요?
이번에 코리아 당구 그랑프리 1차 대회 결승에서 붙었던 이우진 선수와 강원도 양구 대회(제14회 대한체육회장배 2018 전국당구대회)에서도 결승에서 대결 한 적이 있어요. 제가 4-7로 지고 있었는데, 머리가 맑아지면서 냉정해졌고 그 상황에 흠뻑 빠져서 승부를 뒤집었어요. 승리를 한 뒤 ‘나도 이렇게 플레이를 할 수 있구나’라며 제 자신에게 감격스러웠어요.
Q. 지난 3일에 열렸던 ‘코리아 당구 그랑프리 풀 서바이벌 1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어요. 대회를 열어 주신 파이브앤식스 오성규 대표님과 MBC스포츠플러스 관계자분들에게 고생 많으셨고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후원해 주시는 대구시 체육회에도 감사드리고 선배님들, 동료 그리고 후배들도 항상 같이 재밌게 당구 칠 수 있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진혜주(사진=엠스플뉴스 정이수 기자)
진혜주(사진=엠스플뉴스 정이수 기자)

Q. 1대1 대결이 아닌 서바이벌 룰로 경기를 치렀습니다. 적응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너무 재밌었어요. 경기 방식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가 색다른 시도였어요. 제 당구 스타일이 원래 공격적이고 퍼팅 위주의 스타일인데, 접목이 잘돼서 재밌게 쳤어요. 즐기면서 칠 수 있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Q. ‘코리아 그랑프리 대회’ 초대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초대 챔피언 타이틀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스럽고 '내가 뭔가 하나 해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년 동안 슬럼프를 겪으면서 우승을 한 번도 못하고 준우승만 했었는데, 이런 좋은 기회를 통해서 우승을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에요.
Q.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즐겼기 때문에 제가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당구에 대한 열정도 있고 노력도 했는데 근래 자신감이 부족했었어요. 너무 긴 슬럼프를 가지고 있었는데, 즐기면서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Q. 극적으로 역전하며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짚어본다면 어땠나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잘 몰랐었고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자’라고 생각했어요. 대회가끝난 지도 모르고 한 세트를 더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경기가 끝나서 ‘내가 우승이구나!”라고 느꼈어요. 그만큼 제가 대회에 집중했고 빠져있었죠.
Q. 역전 기회를 놓치지 않은 집중력이 유독 돋보였던 것 같아요.
순간이 아닌 한 시간 반 동안 계속해서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했어요. 마지막 순간에도 집중력을 유지해서 계속 잘했던 것 같아요.
Q. 경기 중 멘탈을 관리하는 비법이 있나요?
이거는 이번 대회에서 활용했어요. 공이 잘 안 들어가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졌을 때 안 좋은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글씨를 읽어요. 옆에(당구대 주변) 보면 스폰서가 글자로 쓰여 있어요. 그런 글자를 읽으면서 불안한 심리를 잊어버리려고 하는 편이죠.
Q. 이번 ‘코리아 그랑프리 1차 대회’를 통해 느낀 점이 있었나요?
제가 경기한 것이 영상으로 남았잖아요.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또 강점인지에 대해서 많이 느꼈어요.
Q. ‘코리아 그랑프리 1차 대회’가 끝난 후 근황은 어떤가요?
그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되게 많은 노력을 했어요. 서울시 체육회에 소속되어 있는 임윤미 선수 그리고 최솔잎 언니(광주체육회)와 매일같이 서바이벌 룰 방식대로 연습을 7시간씩 했어요. 준비를 많이 하고 시합이 끝나니깐 긴장이 풀려버려서 집에서 2~3일 푹 쉬었어요. 그러고 나서 다시 코리아 그랑프리 2차 대회를 준비하는 중이에요.
Q. 오는 26일 ‘코리아 당구 그랑프리 풀 서바이벌 2차 대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각오를 알려주세요.
다른 선수와 마찬가지로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하지만 코리아 그랑프리 1차 대회와 마찬가지로 재미있게 경기에 임하고 싶어요.
Q.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예민하다 보니 연습하는 시간 외에는 밖에 잘 안 나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집에서 혼자 책을 볼 때도 있고 휴대폰을 하기도 해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멘탈 관리를 했던 것 같아요.

진혜주(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진혜주(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Q. 훈련 외적으로 기량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있나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원래 체육관에서 복싱을 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문을 닫아서 집에서 홈 트레이닝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심리와 관련된 책을 읽기도 해요. 멘탈이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해서 발전을 위해 고민하다가 책을 봐야겠다 생각해서 선택 하게 되었어요.
Q. 극복해야 할 단점이 있나요?
지금은 없는 것 같아요. 슬럼프를 다 극복하지 못했지만, 지금과 같은 멘탈이라면 극복해야 할 단점은 없다고 생각해요.

Q. 당구를 제외하고 좋아하는 스포츠나 즐겼던 취미가 있었나요?

복싱 말고도 다른 스포츠를 즐기다 보니 서핑, 웨이크 보드를 했었어요.
Q. 좋아하는 선수 혹은 롤모델이 있나요?
세계랭킹 1위 천쓰밍이요. 그 선수를 보면 머리도 짧고 남자답고 멋있어요. 플레이를 보면 씩씩하게 쳐요. 제가 그런 스타일을 좋아해요. 저도 플레이를 남자답고 당당하게 하고 싶어요.
Q. 꿈을 키워가는 어린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너무 주위 사람 말을 많이 듣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실력이 어느 정도 형성이 되면, 자기 주관에 맞게 공을 치게 돼요. 자신에게 안 맞는 스타일을 사람들이 말해 줄 때가 있는데, 그런 것들을 잘 피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것 때문에 슬럼프를 겪어봤어요. 일단 안 되더라도 해보고 난 다음에 자기 주관이 확실해야 해요. 잘 맞는다면, 자신의 스타일로 흡수를 해야 하는 데 아닐 때는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Q. 달성하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세계 챔피언이 목표입니다.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세계 대회가 없어졌어요. 지금 저는 점프하기 전 단계라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인사 부탁드립니다.
생애 첫 영상 인터뷰를 하게 되어서 생각보다 너무 떨렸는데, 그래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재밌게 할 수 있었어요. 코리아 그랑프리 2차 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많이 사랑해주세요.
박윤서 기자 fallininvo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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