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진(사진=엠스플뉴스)
이우진(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지난 1월에 열린 '코리아 당구 그랑프리 풀 서바이벌 1차 대회' 결승 경기에서는 경기 막판 극적인 승부가 연출됐다. 덩달아 선수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간발의 차이로 우승을 놓친 이우진(22·부산시체육회)은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설욕을 다짐했던 이우진은 2차 대회에서는 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1, 2차 대회에서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엄연히 1차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고 '최다 런아웃상'을 수상하며 정상급 기량을 발휘했다.
게다가 대회에서 이우진은 다양한 색상의 큰 리본을 달고 경기에 임하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리본 공주'라는 귀여운 별칭을 얻었다. 여기에 중국어를 구사하는 모습도 선보이며 다양한 매력을 뽐냈다.
대회를 마친 이우진은 일상생활을 보내며 틈틈이 연습을 하고 있다. 포켓볼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느껴졌던 이우진. '코리아 그랑프리 1, 2차 대회'부터 당구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대화를 이우진과 나누어 보았다.
Q. 언제 처음 포켓볼을 시작했나요?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10살 때 부모님이 포켓볼을 치러 당구장에 가셨어요. 저도 해보겠다고 당구채를 들어봤죠.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정식으로 시작한 건 14살 때였어요.
Q. 선수의 꿈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당구를 시작한 계기는 대학 진학 때문이었어요. 대학에 진학하면 당구를 그만둘 생각도 있었어요. 그런데 국제 경기를 몇 번 출전해 보면서 '잘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포켓볼의 어떤 매력에 빠지게 되었나요?
포켓볼은 점프샷이 묘미에요. 적구를 뛰어넘어서 제가 맞혀야 하는 적구를 포켓에 퍼팅하는 기술이 있어요. 그 기술을 처음 배웠을 때 '영상으로만 봤던 거를 나도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재밌었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어떤 대회였나요?
세계 주니어 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2017년에 열린 아시아 주니어 선수권 대회 우승을 하고 바로 세계 주니어 대회가 있었어요. 거기서 제가 2등을 차지했어요. 아시아 대회에서 우승을 해봐서 세계 대회도 우승을 노려볼 만했다고 생각했는데 잘 안됐어요. 그 대회가 기억에 남아요.
Q. '코리아 당구 그랑프리 풀 서바이벌 1, 2차 대회'에 참가했어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아쉽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해요. 방송이 되는 국내 대회가 오랜만에 열렸다고 들었어요. 저는 처음 참가해봤어요.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새로웠고 좋은 경험을 했어요. 아무래도 포켓볼이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대회가 많이 없어요. 2차로 끝났다는 게 조금 아쉽고 3차까지 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Q. 서바이벌 룰이 생소하지 않았나요?
엄청 생소했어요. 모두가 다 같은 조건이니까, 다들 생소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 상황에서는 적응이 관건이었던 것 같아요. 20초 룰이어서 경기 진행을 빠르게 하려고 연습을 했어요. 또 수비가 없어서 공격 부분을 많이 연습을 했던 것 같아요.

1차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이우진(사진=엠스플뉴스 정이수 기자)
1차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이우진(사진=엠스플뉴스 정이수 기자)

Q. 1차 대회 결승에서 다잡은 우승을 놓쳤어요.

그때 울었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마지막 공 하나를 놓쳐서 역전을 당했어요. 멘탈도 실력의 일부분이고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진)혜주 언니한테 진짜 대단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역전하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공의 배치를 떠나서 정말 힘든 상황이었는데, 다 이겨냈어요.
Q. 경기 막판에 어떤 부분이 잘 안됐나요?
1차 대회 첫 번째 경기에서도 권보미 선수한테 똑같은 상황에서 역전패를 당했어요. 경기 중에 그때 생각이 자꾸 떠올랐어요. 갑자기 불안해지고 정말 왼손으로도 칠 수 있는 쉬운 배치였는데 두려워졌어요. 그래서 실수를 한 것 같아요.
Q. 2차 대회에서는 큰 리본을 달고 경기에 나서며 주목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큰 리본이 눈에도 잘 띄고 예뻐서 착용했어요. 생각보다 예쁘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여러 개를 준비했어요. 결승에서 달려고 했던 리본만 착용을 못 했어요.
Q. '리본 공주'라는 별칭을 얻었어요. 기분이 어땠나요?
오글거렸어요. 어떠한 별칭이 붙는다는 것은 관심을 받고 기분이 좋은 일이에요.

파란색 리본을 단 이우진(사진=엠스플뉴스)
파란색 리본을 단 이우진(사진=엠스플뉴스)

Q. 어떤 색깔이 가장 잘 어울렸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파란색이요. 마지막이었던 준결승에서 착용했던 거였는데 당구 대회 천도 파란색이고 세트장 조명, 분위기랑도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근데 사실 오만하게도 당연히 결승을 갈 줄 알고 착용하고 싶었던 분홍색을 준비했는데, 결승에 못 가서 그거를 달지 못했어요.
Q. 앞으로도 리본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설 계획이 있나요?
네 있습니다. 보시는 분들은 지겨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의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쓰고 싶어요.
Q. 대회 인터뷰에서 중국어를 구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만 유학을 2년 반 동안 다녀왔어요. 처음에는 사실 언어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고 당구만 배우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중국에서 경기를 치를 때 오심이 난 적이 있어요. 편파 판정이 나왔는데 영어도 잘 못 하고 중국어를 할 수도 없어서 따지지 못하고 경기에서 패했어요. 그런 상황을 겪고 난 후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신경을 많이 썼어요.
Q. 대만 유학이 기량 발전에 도움이 되었나요?
엄청나게 도움이 됐고 실력이 200% 정도 향상된 것 같아요. 대만은 일주일에 한 번씩 클럽 토너먼트가 있어요. 거기에 매주 참가를 하면서 남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얻었어요. 대만 환경이 날씨 기후 때문에 테이블 상태가 다 달라요. 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어려운 환경인데, 그런 테이블에서 경기를 하니깐 적응력도 향상이 된 거 같아요.
Q. 이번 대회를 통해 느낀 점이 있었나요?
있어요. 멘탈이요. 저는 당구가 멘탈 스포츠라는 것을 인정을 안 했어요. 실력만 있으면 멘탈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서 확실히 느꼈어요. 실력도 중요하지만, 멘탈 관리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공부를 하고 연구도 해야 할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멘탈을 관리하는 비법이 궁금합니다.
제가 여태까지 해왔던 방법은 책을 많이 읽었어요. 다른 스포츠 스타들의 책을 많이 읽었는데 지금은 다른 분야와 관련된 책도 보면서 멘탈을 키워야 할 것 같아요.

이우진의 롤모델 커빙종(왼쪽)와 커빙이(오른쪽)(사진=이우진 제공)
이우진의 롤모델 커빙종(왼쪽)와 커빙이(오른쪽)(사진=이우진 제공)

Q. 롤모델이 있나요?

대만에서 제 선생님이기도 했는데, 남자 선수들 중에 커빙이, 커빙종, 커빈한이라고 삼 형제가 있어요. 이분들이 제 롤모델이고 이 중에서 첫째는 제 당구 선생님이었어요. 경기 스타일, 내용, 커리어도 훌륭하지만, 인성이 너무 좋으세요. 그런 점을 많이 닮고 싶어요. 제가 만약 실력이 좋아지고 유명해져도 겸손함을 갖추고 싶어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좋은 선수로 남아 있는 게 제 꿈이에요.
Q.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은퇴하고 나서도 '이런 선수가 있었다'라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인사와 각오 부탁드립니다.
제 인터뷰를 봐주시고 저를 좋아해 주시는 팬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는 행복한 일들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올해 저도 행복하고 웃음 가득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사그라들어서 대회가 많이 열린다면, 올해는 국내 1위에 오르고 싶어요.
박윤서 기자 fallininvo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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