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미국에서 시작된 비보잉, 2024년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됐다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은 비보잉 대중화할 절호의 기회”

-“미국이나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은 비보잉 인구 꾸준히 증가···한국은 후진 양성 쉽지 않은 게 사실”

-“당장 올림픽이 열린다면 금메달 확신···3년 후에도 이 자릴 지킬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비보잉은 1등이 아니면 생계유지 어려워···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비보잉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가장 시급”

2019년 11월 23일 중국 상해에서 열린 비보잉 대회에 참가한 진조크루(사진=진조크루 제공)
2019년 11월 23일 중국 상해에서 열린 비보잉 대회에 참가한 진조크루(사진=진조크루 제공)

[엠스플뉴스=부천]

비보잉. 1970년대 미국 뉴욕 흑인 젊은이들이 추기 시작한 길거리 춤의 한 종류다. 이 춤은 시간이 지나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는 하나의 예술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최고 비보이 팀 진조크루 김헌준 대표는 비보잉을 “눈으로 보고 느껴야만 알 수 있는 춤의 끝판왕이자 예술”이라고 표현한다.

2020년 12월 8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비보잉을 2024년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젊은 세대의 관심을 붙잡으려고 선택한 변화다.

한국은 비보잉 최강국이다. 진조크루는 2001년 결성해 수상 경력만 200회에 이르는 한국을 대표하는 팀이다. 2012년엔 세계 최초 5대 메이저 대회(R16 KOREA·BATTLE OF THE YEAR·FREE STYLE SESSION·UK BBOY CHAMPIONSHIP·RED BULL BC ONE)를 석권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2020년 12월 31일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2020 브레이크 프리 월드 와이드 어워드’에선 세계 최고의 비보이 팀으로 선정됐다.

김 대표는 “2021년이면 창단 20주년”이라며 “아주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비보잉이 2024년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책임감을 느낀다. 어린 친구들에게 비보잉을 알려야 한다. 비보잉의 대중화와 발전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엠스플뉴스가 김 대표를 만났다.

세계 최초 그랜드슬램 달성 진조크루 김헌준 대표 “비보잉은 말로 백 번 설명하는 것 보다 한 번 보고 느끼면 그 매력을 알 수 있다”

진조크루 김헌준 대표(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진조크루 김헌준 대표(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IOC가 2020년 12월 8일 비보잉을 2024년 프랑스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습니다.

비보잉을 더 널리 알릴 기회입니다. 올림픽을 대표하는 종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잘 준비해야 해요. 정신이 없습니다(웃음). 춤 연습으로 하루를 시작해 비보잉과 관련한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비보잉 저변 확대에 초점을 맞춘 일이죠.

저변 확대요?

많은 분이 비보잉은 고급 춤이라고 생각해요. 쉽게 말해 어려운 춤이란 거죠. 누구든지 따라서 출 수 있는 춤도 많습니다. 그런 걸 유튜브나 여러 매체를 통해서 보여주려고 해요.

비보잉이 정확히 무엇입니까.

비보잉은 1970년대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춤이에요. 홈 파티에서 디제이의 음악에 맞춰 즐기던 춤이죠. 여러 선율에 고급 기술이 더해지면서 아주 멋진 아티스트의 춤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진조크루가 비보잉 세계 최고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1년 비보잉을 사랑하는 사람이 모여 팀을 꾸렸습니다. ‘불살라 오르다’는 뜻을 가진 팀이고요(웃음). 진조크루는 세계 최초 5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팀입니다. 자부심이 있죠. 지금 당장 올림픽이 열린다면 금메달을 목에 걸 자신이 있습니다.

그 중심에 김헌준 대표가 있습니다.

학창 시절 ‘힙합’이란 만화책이 유행했습니다. 그 만화책에 푹 빠져 있는데 친한 친구가 비보잉을 시작한다는 거예요. 따라가서 마음을 빼앗겼죠. 눈을 뗄 수 없는 춤에 ‘내 길이다’ 싶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평범한 삶을 살기 원한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여기까지 왔네요(웃음). 당시엔 비보잉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어서 가족들이 더 걱정했어요.

지금 비보잉을 시작하는 친구들은 주변의 반대에 부딪히는 일이 없습니까.

인식이 많이 바뀌었죠. 1990년대엔 비보잉 하나에만 몰두해야 했어요.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죠. 2021년엔 아닙니다. 취미로 비보잉을 즐겨요. 멋있는 춤을 따라 추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겁니다. 운동 효과도 크고요. 한 가지 걱정인 건 비보잉을 새로 시작하는 인구가 늘지 않는다는 겁니다.

비보잉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 적다는 겁니까.

미국이나 프랑스, 네덜란드, 러시아, 일본 등은 매해 비보잉 인구가 증가하고 있어요. 2024년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더 늘어날 겁니다. 학교에서부터 직장까지 비보잉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돼 있어요. 한국은 그런 부분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많죠. 진조크루가 유튜브 영상을 최대한 활용해 비보잉을 알리려고 하는 이유예요.

혈기왕성한 청소년, 청년들에게 비보잉의 매력을 가르쳐줄 수 있습니까.

비보잉은 말로 백번 설명하는 것보다 영상으로 한 번 접하는 게 좋습니다. 비보잉은 눈으로 보고 온몸으로 느껴야 하는 예술이에요. 많은 분이 비보잉 영상을 보면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그래서 비보잉을 더 노출하려고 하는 거고요.

비보잉은 이제 스포츠 아닙니까.

비보잉이 2024년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긴 했지만 여전히 예술이라고 봐요. 음악에서 출발해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서로의 문화, 가치 등을 춤으로 표현하는 게 비보잉이에요. 그 안에 스포츠 요소가 들어 있는 거죠.

스포츠 요소가 들어있다?

비보잉은 다이내믹합니다. 화려한 기술이 많죠. 스포츠인처럼 뼈를 깎는 노력이 없으면 후회 없는 무대를 꾸미는 게 어려워요. 그런 부분이 스포츠와 닮았죠. IOC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 이유고요.

“2024년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은 비보잉 대중화 절호의 기회”

김헌준 대표가 이끄는 진조크루는 비보잉 세계 최초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팀이다(사진=진조크루 제공)
김헌준 대표가 이끄는 진조크루는 비보잉 세계 최초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팀이다(사진=진조크루 제공)

첫 올림픽이 3년 남았습니다. 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까.

한국은 어떤 상황에서든 비보잉 세계 최고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요. 대단한 일이죠. 아쉬운 건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입니다. 한국에도 비보잉의 가치를 인정하고 널리 알리는 데 힘써주는 분들이 많아요. 다만 큰 결정권을 가진 분들 가운데 비보잉에 대한 확신이 없는 이들이 있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비보잉의 가치와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요. IOC가 인정했습니다. 미국이나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비보잉 대회가 열리면 평균 3만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메워요. 축구장에서나 느낄 수 있는 열기를 접할 수 있죠. 1970년대 그들만의 문화로 시작해 세계적인 예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확신을 하고 비보잉을 지원하면 좋은데 반대 목소리에 주춤하는 걸 자주 봐요.

2024년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에도 그렇습니까.

이전보다 관심이 생기긴 했죠. 재단이나 단체 등에서 비보잉과 연계한 사업에 관심을 보이세요. 하지만, 더 늘어나야 합니다. 한국이 당장은 세계 최고지만 3년 후에도 이 자릴 지킬 것이란 보장이 없어요. 후진 양성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도움이 필요해요. 비보잉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관심 등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 비보잉의 힘을 올림픽에서도 보일 수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 겁니까.

대회 개최가 절실합니다. 코로나19와 별개로 2010년 이후 비보잉 대회가 빠르게 줄고 있어요. 대중에 노출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진 거죠. 미국이나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은 달라요. 매해 비보잉 대회가 늘고 있습니다. 재능있는 소년, 소녀가 비보잉에 도전하고 있죠. 서두에도 말했지만 꼭 비보잉을 직업으로 삼을 필요는 없어요.

비보잉에 모든 걸 쏟아부을 필요는 없다?

대중화가 중요합니다. 비보잉을 쉽게 접하고 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해요. 누군가는 자기도 모르는 재능을 발견해 세계적인 비보이, 비걸이 될 겁니다. 또 다른 이는 비보잉으로 스트레스를 날려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거고요. 어떤 사람은 비보잉 행정가, 교육자, 심판 등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아.

비보잉이 2024년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고민이 늘었어요. 준비해야 할 게 한둘이 아닙니다. 한국 비보잉의 중심은 대부분 30대예요. 노장이죠(웃음).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젊은 피가 필요합니다.

“비보잉은 1등이 아니면 생계유지가 어렵습니다”

2001년 창단한 진조크루는 우승 경력이 200회에 달한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2001년 창단한 진조크루는 우승 경력이 200회에 달한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비보잉 세계 최고로 인정받기 위해선 어느 정도로 연습해야 하는 겁니까.

비보잉이 한국에서 큰 관심을 받던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가장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당시엔 국내 대회가 많았습니다(웃음). 새벽 연습을 시작으로 하루 10시간 이상 춤을 춘 것 같아요. 주말이나 명절은 존재하지 않았죠. 1년 365일 가운데 쉬는 날이 일주일도 안 됐습니다. 음악이 나오면 몸이 먼저 반응할 정도로 연습만 했어요.

2000년대엔 국내대회가 많았군요.

비보잉이 큰 관심을 받았죠. 2000년대 초반 비보잉을 시작한 세대가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른 이유는 명확해요. 동기부여가 확실했습니다. 대회에 맞춰 죽을힘을 다해 준비했어요. 국내 대회 정상에 오르면 세계 1위를 목표로 구슬땀을 아끼지 않았죠. 실력이 향상될 수밖에 없었어요.

비보잉에 대한 관심과 대회가 줄어든 이유가 있습니까.

2010년 이후 빠르게 줄었어요.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비보잉을 유행으로 본 것 같아요. 잠시 큰 인기를 구가하는 춤으로 본 거죠. 지금 비보잉을 한다고 하면 이런 반응이 있어요. “아직도 비보잉 하는 사람이 있어?”라고 합니다. 옛날 문화, 춤으로 인식하는 거죠. 매체 역시 한물간 비보잉을 다룰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요. 우리가 바꾸어야 합니다.

아.

비보잉이 2024년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이 말을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많은 분이 “비보잉? 한국이 금메달 따겠다”고 합니다. 그게 끝이에요. 현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습니다. 과거엔 진조크루 대표로 세계 최고가 되는 것만 생각했어요. 어떤 대회든 정상에 서야 한다는 간절함이 세계 최초 그랜드슬램을 비롯한 여러 수상으로 이어졌죠.

지금은 다릅니까.

한국이 2024년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 합니다. 꼭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진조크루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비보잉이 하계올림픽의 양궁, 동계올림픽의 쇼트트랙처럼 효자 종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힘을 더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세계 최고 자리에 설 수 있는지 방법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합니다. 힘써야죠.

코로나19로 일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지 않습니까.

비보잉은 춤으로 관객과 소통해야 합니다. 소통을 못하니 어려움이 많죠(웃음). 영상으로 보는 것과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느끼는 데는 대단한 차이가 있어요.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고 하죠? 비보잉을 현장에서 보면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비보이, 비걸들도 관객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느낄 거에요.

관객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느낀다?

관객의 함성을 등에 업고 춤을 추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이겠구나. 우린 관객의 호응에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이곤 합니다. 관객과 하나 된다는 게 이런 거구나 느끼죠. 또 있습니다.

어떤?

국제대회에 나가면 태극마크를 달고 춤을 춰요. 세계 정상에 서면 시상대 가장 높은 위치에서 애국가를 듣곤 하죠. 현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우리의 힘을 알린 것 같아서 뿌듯할 때가 많았습니다. 이렇듯 비보잉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네?

학창 시절부터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란 표현을 자주 썼습니다. 비보잉이 유독 심해요. 비보잉은 1등이 아니면 생계유지가 불가능해요. 보통 비보잉 대회는 준우승팀까지 상금을 줍니다. 최고가 아니면 꿈을 이어갈 수 없는 구조죠. 나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떠나는 걸 수없이 봤습니다.

비보잉에 재능있는 친구들이 떠나는 걸 수없이 봤다?

5년 전 춤을 아주 잘 췄던 친구가 지금은 고기를 굽고 있습니다. 고기 굽는 일을 비하하는 게 아니에요. 춤으로 세계 최고 자리에 설 재능이 있는데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마음이 너무 아프죠. 어떻게든 비보잉을 알리고 지금보다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에 힘을 쓰는 이유예요.

아.

10대부터 20대까지 돌아보면 1등만 생각하고 달려왔습니다. 1등 말곤 의미가 없다고 봤어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지금도 결과가 없으면 내일이 없어요. 프로스포츠와 다르죠. 프로스포츠 팀은 2021년 꼴찌 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내년에 우승에 도전하면 돼요. 비보잉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꿈을 포기해야 합니다. 당장 먹고살 걱정을 해야 하고요.

10년 후 한국 비보잉은 지금보다 발전할 수 있습니까.

어린 소년, 소녀가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놀이로 만들고 싶습니다. 태권도처럼 접하기 쉽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한국 대표 종목을 꿈꿔요. 2024년 올림픽에서 비보잉의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도록 더 땀 흘리겠습니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실력과 열정만큼은 세계 최고인 한국입니다. 여기에 날개를 달아주십시오(웃음).

비보잉의 대중화를 이야기했습니다. 꼭 비보이, 비걸을 꿈꾸지 않아도 된다고 했죠. 몸치도 비보잉을 배울 수 있습니까.

진실만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진조크루의 80%는 몸치였어요. 비만이고 춤을 늦게 시작한 친구가 수두룩했죠. 학창 시절 학업에만 열중한 친구가 많았어요. 그런 친구들이 비보잉을 접한 뒤 세계 최고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장담해요. 누구든지 접할 수 있고 최고가 될 수 있는 게 비보잉입니다. 도전하는 데 돈 안 듭니다(웃음). 가벼운 마음과 의지만 있다면 음악에 맞춰 비보잉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습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ro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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