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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캡틴’ 조재호 “당구의 매력? 희로애락 담겨 있어 관둘 수 없다” [엠스플 피플]

  • 기사입력 2021.09.12 06:50:02   |   최종수정 2021.09.12 04: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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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조재호 앞세운 NH 농협카드, 2021-2022시즌 PBA 팀 리그 플레이오프 진출 확정

-“첫 팀 리그 경험, 모든 게 새롭다”

-“뱅크샷 2득점제? 나도 모르게 욕심낼 때 많다”

-“기량 우수한 여자 선수 늘 수 있도록 남자 선수들이 더 도와줘야 한다”

-“‘당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란 얘기 듣고 싶다”

 

NH 농협카드 주장 조재호(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NH 농협카드 주장 조재호(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춘천]

 

조재호(41). 당구계가 한국 3쿠션의 자존심으로 부르는 선수다. 

 

조재호는 2014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UMB(세계캐롬연맹) 3쿠션 당구 월드컵 우승을 비롯해 2017년 한국인 최초 버호벤 오픈 마스터스 우승, 2018년 아시아캐롬선수권 우승 등의 성과를 냈다.

 

조재호는 2008년 이후 꾸준한 기량을 유지하며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평가받았다. 

 

조재호는 2020년 12월 21일 프로당구 PBA 진출을 확정했다. 2021-2022시즌 PBA 팀 리그에선 신생팀 NH 농협카드 주장으로 맹활약 중이다. 조재호의 활약을 앞세운 NH 농협카드는 2021-2022시즌 PBA 팀 리그 전반기를 2위로 마무리하며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확보했다. 처음 참가한 팀 리그부터 정상을 노린다. 

 

조재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많은 팬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개인전에서도 정상 도전을 이어간다. 엠스플뉴스가 ‘슈퍼 캡틴’으로 변신해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조재호를 만났다. 

 

조재호 “PBA만의 독특한 룰인 뱅크샷 2득점제, 욕심낼 때 많다”

 

NH 농협카드 주장 조재호(사진=PBA)

NH 농협카드 주장 조재호(사진=PBA)

 

2021-2022시즌 프로당구 PBA 팀 리그 전반기를 마쳤습니다. NH 농협카드는 2위를 확정하며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확보했습니다. 

 

2021-2022시즌 PBA 팀 리그 3라운드는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 강촌 스키하우스에서 열렸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PBA 팀 리그 1, 2라운드와 달랐죠. 장소만 다른 게 아니었어요. 

 

장소만 다른 게 아니었다?

 

빛마루방송센터에서 팀 리그를 진행했을 땐 주변 클럽에서 연습한 후 경기를 치렀어요. 오후 12시 30분 경기가 잡히면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아침부터 연습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했죠. 클럽은 선수들만 사용하는 게 아니에요. 당구를 좋아하는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죠. 테이블을 기다려야 할 때가 있었어요. 

 

3라운드는 달랐습니까. 

 

엘리시안 강촌 스키하우스는 달랐습니다. 대회장 안에 연습장을 마련해놨어요. 경기 3시간 전부터 편하게 연습할 수 있었죠. 경기에만 집중하면서 전반기를 잘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팀 리그를 경험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모든 게 새롭습니다(웃음). 특히나 NH 농협카드 주장입니다.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주장은 항상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팀원들이 최고의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죠. 결과와 관계없이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신경 쓰고 있고요. 함께 잘해야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게 팀 리그입니다. 많이 배우고 있어요.

 

PBA엔 독특한 룰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뱅크샷 2득점제입니다. 

 

뱅크샷은 쿠션을 먼저 맞힌 후 목적구를 공략하는 샷입니다. 국제대회에서 뱅크샷은 1점이에요. PBA는 경기 흥미를 더하기 위해 뱅크샷 2득점제를 만들었죠. 흥미 요소가 더해진 건 맞습니다. 점수 차가 크더라도 한 번 흐름을 타면 뒤집을 가능성이 커졌죠. 하지만, 선수들은 힘든 점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힘들다? 

 

저도 모르게 욕심을 내요. PBA에 도전하기 전엔 공을 먼저 봤어요. 이 공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한 뒤 샷을 했죠.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쿠션부터 봐요. 뱅크샷을 먼저 생각하는 거죠. 뱅크샷은 성공 확률이 떨어집니다. 뱅크샷을 노릴수록 실수가 늘어나죠. 뱅크샷은 양날의 검입니다(웃음). 팀원들과 뱅크샷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요. 

 

어떤 이야기를 나눕니까. 

 

욕심을 줄여야 합니다. 확신이 서지 않으면 타임아웃을 활용하자고 해요. 무작정 뱅크샷을 노리면 후회할 때가 많습니다.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확률 높은 샷을 구사할 필요가 있어요. 저부터 뱅크샷 욕심을 줄이려고 합니다. 

 

PBA는 방송 중계를 중요시합니다. 그러다 보니 팀 리그엔 밤 11시 경기가 있습니다.

 

더 많은 팬에게 PBA와 선수들을 알릴 수 있다는 건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밤 11시 경기가 쉬운 건 아니에요. 경기엔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경기 후 컨디션 관리가 어렵죠. 경기를 마치면 새벽 1, 2시입니다. 곧장 잠자리에 들기가 어려워요. 잠자는 시간을 놓쳐 5, 6시에 잠드는 경우가 많죠. 최대한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컨디션 관리에 더 힘써야 합니다. 

 

“좋은 기량 갖춘 여자 선수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남자 선수들이 더 도와줘야 한다”

 

'슈퍼맨' 조재호가 '슈퍼 캡틴'으로 2021-2022시즌 PBA 팀 리그 정상에 도전한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슈퍼맨' 조재호가 '슈퍼 캡틴'으로 2021-2022시즌 PBA 팀 리그 정상에 도전한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PBA는 팬 중심으로 당구를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당연해요. 팬이 없으면 프로스포츠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선수들은 지금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힘써야 해요. 선수가 프로다운 플레이를 보여줘야 팬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실수를 반복하는 경기를 마지막까지 지켜볼 팬은 없어요. PBA는 선수들이 당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보답해야죠. 

 

아.

 

PBA 출범 후 여자 선수가 늘어나고 있어요. 아주 긍정적입니다. 가끔 유튜브에 올라온 당구 영상을 찾아봐요. 여자 선수들의 경기나 연습 영상이 아주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합니다. 큰 관심을 받는 거죠. 여자 선수들이 지금보다 빠르게 경기력 향상을 꾀한다면 더 많은 팬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남자 선수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남자 선수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볼게요. 일반인이 여자 프로 골퍼를 이기는 건 불가능합니다. 테니스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당구는 아니에요. 한국은 어딜 가든 당구장이 수두룩합니다. 쉽게 찾아요. 남자들에게 당구는 일상이죠. 그만큼 실력이 대단합니다. 여자 프로 선수가 남자 동호인 중 최고로 꼽히는 이를 이기기 어려워요. 

 

남자 선수들이 어떻게 여자 선수들을 도와줘야 하는 겁니까. 

 

남자 선수들은 자기가 출전하는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까닭에 여자 선수들의 실력 향상을 돕지 못했어요. 이젠 아닙니다. 팀 리그에서 승리하려면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여자 선수들이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있죠. 

 

NH 농협카드의 성적보다 당구 발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늘 고민했습니다. 당구가 더 큰 사랑을 받는 스포츠로 자리 잡는 데 힘쓰고 싶어요. 선수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PBA로 향하기 전부터 그랬어요. 제 경기를 보고 당구를 시작한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만날수록 책임감이 커져요. 

 

책임감이 커진다?

 

10년 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처럼 오전에 당구장으로 나가 연습을 하고 있었죠. 어떤 분이 제게 “아침 일찍 나오셨네요. 원래 당구 선수는 점심 이후에나 연습 시작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하는 거예요.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당구 선수들이 어떤 이미지인지 느꼈습니다. 남들과 달리 점심 이후 일과를 시작해 밤늦게까지 당구 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죠. 바꾸고 싶었습니다. 규칙적인 생활 하고 남들이 존중하는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저는 오전 8시 30분에 일어나 늦어도 10시엔 연습을 시작합니다. 오후 6시면 연습을 마무리하고요. 

 

오후 6시요?

 

남들처럼 오후 6시에 퇴근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연습량이 다른 선수들보다 크게 많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연습 시간만큼은 당구에만 집중합니다. 2008년 결혼 후 성과로 나타났어요. 국내 랭킹 1위에 올랐습니다. 대한당구연맹 산하 선수위원회 회장을 맡은 2018년을 제외하곤 10년 이상 3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죠.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어려움이요?

 

당구장에서 연습하고 있으면 ‘한 게임 치자’고 제안하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결혼 전엔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쳤어요. 바꿨습니다.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고 제 연습에만 집중했죠. 뒷말이 나왔어요. 많은 분이 ‘조재호가 건방져졌다’는 얘길 했죠. 시간이 지나니 모두가 인정했습니다. 누군가 제게 ‘한 게임 치자’고 하면 다른 분들이 대신 답했어요. 

 

뭐라고 답했습니까. 

 

다른 분들이 “조재호는 훈련 시간엔 자기가 해야 할 것에만 집중한다”고 답해줬죠. 당구 선수로 인정받고 싶다면 프로답게 생활하는 게 중요해요. 프로페셔널한 마음가짐도 필수입니다. 후배들에게 가끔 이런 얘길 했습니다. 

 

어떤?

 

대회 출전만으론 생계유지가 어려운 선수들이었습니다. 그 선수들은 밤늦게까지 내기당구를 치곤 했죠. 당구장 매니저로 일하면서 친한 분들에게 밥을 얻어먹기도 했고요. 후배들에게 “이미지는 자기가 쌓는 거다. 밥은 자기가 번 돈으로 먹자. 한 번 얻어먹기 시작하면 습관이 된다. 차라리 내게 이야기를 해라. 언제든지 밥 사주겠다. 열심히 연습해서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는 데만 집중하자”고 했죠. 

 

프로가 생기기 전부터 ‘진짜 프로’였군요. 

 

남에게 빚지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당구장에서처럼 늘 당당하고 싶어요. 그래야 누군가에게 존중받을 수 있는 당구 선수일 수 있습니다. 당구 선수가 존중받아야 더 많은 학생이 당구를 접할 거고요. 선수들이 자기 행동 하나하나가 당구계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당구를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2021-2022시즌 PBA 팀 리그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NH 농협카드(사진=PBA)

2021-2022시즌 PBA 팀 리그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NH 농협카드(사진=PBA)

 

지금도 당구가 재밌습니까. 

 

당구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이에요. 당구로 종일 웃고 웁니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뜻대로 풀렸다면 일찌감치 당구를 관뒀을 거예요. 매일 연구하고 노력해도 뜻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 당구에만 집중하죠. 원하는 목표를 이뤘을 때의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2020년 12월 21일 조재호의 PBA 도전이 알려졌습니다. 

 

당구선수로 살면서 한동안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았어요(웃음). PBA가 처음 출범한 2019년 2월부터 새 도전을 생각했습니다. 당시엔 소속팀 서울시청과의 계약이 남아 있어서 함께하지 못했어요. 서울시청은 당구선수 조재호를 만들어준 팀입니다.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하는 게 도리였죠. 

 

아. 

 

PBA 도전을 택했을 때 많은 말이 나왔어요. 주변에서 ‘조재호가 PBA 성장을 지켜보다가 도전을 선택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죠. 사실이 아닌 까닭에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 힘든 건 PBA로 향한 뒤였습니다. 큰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각보다 컸어요. 머릿속에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성적이 따라주질 않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죠. 또 있습니다. 

 

뭡니까. 

 

제 이름 앞엔 항상 ‘아마 최강’이란 수식어가 붙습니다. PBA로 왔는데 아마 최강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이젠 NH 농협카드 주장으로 불리고 싶습니다. 3쿠션 슈퍼맨이란 별명이 있어요. ‘슈퍼 캡틴’도 좋을 것 같습니다(웃음). 

 

‘슈퍼 캡틴’으로 이루고 싶은 건 2021-2022시즌 팀 리그 우승이겠군요. 

 

개인전에서도 기대에 부응해야죠(웃음). 팀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주장이란 걸 개인전에서도 보여주고 싶어요. 언제 어디서나 응원해주는 팬들에게도 보답해야 합니다.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고요. 

 

향후 어떤 당구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누군가에게 조재호가 어떤 선수냐고 물었을 때 ‘당구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란 애길 듣고 싶어요. 어떤 대회에서든 공격적이고 시원시원한 플레이를 보여줬던 선수로 기억된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PBA에서 이뤄야 할 게 많아요. 결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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