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고희진 감독,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 1980년대 생 사령탑

-“수직적인 문화를 수평적인 문화로 바꿔야, 능동적인 팀 만들고 싶다.”

-“대형 트레이드 통해 리빌딩 방향성 잡아, 황경민 간판스타로 키우겠다.”

-“성실한 외국인 선수 바토즈, 과거 가빈처럼 활약해주길 기대”

-“현대캐피탈은 이제 라이벌 아닌 동반자, 오랜만에 결승전에서 만나길”

-“서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공감 배구’가 목표, 같이 일하고 싶은 팀 만들고파”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로 1980년대 생 사령탑으로 오른 삼성화재 배구단 고희진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로 1980년대 생 사령탑으로 오른 삼성화재 배구단 고희진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용인]

국내 4대 프로스포츠 구단 가운데 처음으로 1980년대에 태어난 사령탑이 나왔다. 그 주인공은 바로 삼성화재 배구단 고희진 감독이다. 2003년 팀에 입단해 13년 동안 원 클럽 맨으로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왕조 시절을 함께한 고 감독은 최근 몇 년 동안 침체에 빠졌던 삼성화재 배구를 재건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고 감독이 그리는 배구는 바로 ‘공감 배구’다. ‘남의 감정과 의견, 주장에 대해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그렇게 느끼는 기분’의 뜻을 지닌 공감이란 단어는 고 감독에게 삼성화재를 예전과 다른 팀으로 만들어줄 마법의 단어로 느껴졌다. 팀 내 모든 구성원이 서로 공감하며 어떤 상황에서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조직을 만드는 게 고 감독의 목표다. 엠스플뉴스가 감독 부임 뒤 하루하루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고 감독의 ‘공감 배구론’을 직접 들어봤다.

‘제이슨’ 고희진 감독의 영어 이름 부르기 “수평적인 문화로 변화가 목표”

고희진 감독은 2016년 현역 은퇴 뒤에도 삼성화재 코치직을 맡아 팀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도자다(사진=KOVO)
고희진 감독은 2016년 현역 은퇴 뒤에도 삼성화재 코치직을 계속 맡아왔기에 팀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도자다(사진=KOVO)

나이가 때로는 뜻하지 않은 주목을 부르기도 합니다. 국내 프로스포츠 첫 1980년대 생 감독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80년대 생으로 처음 감독 자리에 올라 영광입니다(웃음). 80년생이라는 것 빼고는 저보다 더 이른 나이에 감독이 되신 분들도 있잖아요. 그래도 이른 나이에 감독 제의를 받았을 때 짜릿한 느낌을 받았던 건 사실이었어요.

고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까.

선수 때부터 항상 지도자의 꿈을 키웠습니다. 막상 감독 제의를 받으니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다고 감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것도 삼성화재 배구단 사령탑 자리니까 바로 생각이 정리됐습니다.

구단이 믿어준 만큼 부담감도 느끼겠습니다.

구단이 얼마나 많은 고민 끝에 저에게 감독 제의를 했을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를 감독으로 추천하고 임명해주신 분들을 생각하면 실망감을 안겨드리면 안 됩니다. 그래도 비시즌 동안 향후 계획을 세우며 하루하루 즐겁고 재밌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당장 강력한 전력은 아니지만, 리빌딩을 구상하며 조금 더 길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부임 뒤 평소 팀 분위기를 바꾸는 것에 집중했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팀 성적이 안 좋다 보니까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깊어졌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그 상처를 치료해줘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당장 배구보단 숙소 생활부터 달라지게 하고 싶었어요. 숙소와 훈련장에서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죠. 최근 선수들을 보면 표정이 많이 밝아졌어요. 서로 대화도 많이 하고요. 주장 박상하 선수가 외국인 선수 바토즈를 집에 초대해 같이 어울렸단 얘기도 인상적이었고요.

팀 분위기 변화를 위해 시도한 방법이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수직적인 분위기를 수평적인 분위기로 바꾸는 변화입니다. 코치의 지도뿐만 아니라 서로 영어 이름을 쓰는 것도 한 방법이죠. 선수들을 저를 보고 ‘감독님’이 아니라 영어 이름인 ‘제이슨’으로 부릅니다(웃음). 저도 선수들을 영어 이름으로 부르고요. 신장호의 영어 이름인 ‘미라클’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확실히 영어 이름을 사용하니까 더 편안하게 말을 걸고 자기 의견을 전달할 수 있더라고요.

“좋은 전통은 계승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건 버리겠다.”

고희진 감독은 신치용 전 감독과 함께 9연패와 7연패를 이룬 압도적인 왕조 시절 멤버다(사진=KOVO)
고희진 감독은 신치용 전 감독과 함께 7연패를 이룬 압도적인 왕조 시절 멤버다(사진=KOVO)

삼성화재 구단이 과감한 감독 선임을 결정한 이유는 그만큼 ‘원 클럽 맨’인 고희진 감독이 그 누구보다도 팀 내부 사정을 잘 파악하고 앞서 나온 변화처럼 팀에 맞는 해결책을 내려줄 거로 믿었기 때문일 겁니다.

(입술을 굳게 깨물며) 구단에서 믿어주는 만큼 제가 보답을 해야 합니다. 제가 실패한 감독으로 끝나면 우리 팀 출신 사령탑이 당분간 나오기 쉽지 않을 겁니다. 아마추어 리그 시절을 포함한 9연패 뒤 제가 2연속 준우승을 경험하고 다시 7연패를 경험했습니다. 왕조 시절을 경험해본 건 이제 저밖에 안 남았죠. 더 사명감을 느끼며 감독직에 임하고 싶어요.

과거 왕조 시절과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당연히 선수 전력 구성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아무리 명성이 있는 팀이라도 좋은 선수가 없으면 쉽지 않아요.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보면 최근 몇 년 동안 어려움을 겪었잖아요. 조제 모리뉴 등 아무리 좋은 명장들이 와도 선수가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힘들 수밖에 없죠. 물론 감독으로서 선수가 없다고 변명하거나 탓을 하면 안 됩니다. 주어진 상황에 따라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렇지만, 삼성화재가 최근 세대교체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은 사실은 부인할 수 없어요.

삼성화재만의 전통을 유지하고 새로운 변화를 준다는 게 쉬운 과제는 아닙니다.

(감독실 게시판에 붙어 있는 사자성어를 가리키며) 이런 좋은 삼성화재만의 문화는 계승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없애는 게 제 목표입니다. 사실 무언가 딱딱하고 경직된 팀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어요. 예전엔 대단한 지도자인 신치용 선생님이 계셨기에 카리스마가 넘치는 한 마디에 선수들이 저절로 따라갔죠. 하지만, 지금은 젊은 선수들의 생각이나 받아들이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어요. 자유롭고 능동적인 팀이 돼야 하는 게 맞습니다.

고희진 감독이 지키고 싶은 삼성화재만의 전통(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고희진 감독이 지키고 싶은 삼성화재만의 전통(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게시판에 다른 곳에 적힌 ‘솔직함’, ‘단순함’, ‘속도’, ‘자신감’이라는 단어도 눈에 들어옵니다.

제가 원하는 팀 방향성을 응축하는 단어들이라 게시판에 붙어놨습니다. 솔직하고 단순하게 표현하고 자신감 있게 빠른 행동을 한다면 그 조직이 잘 굴러간다고 봅니다. 저도 선수가 무조건 틀렸다는 생각하면 안 되고 서로가 맞춰나가는 조직 문화가 잘 만들어져야 하는 거죠. 자기 의사를 확고히 표출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국내 구단들이 비시즌 ‘연례행사’로 하는 등산 훈련도 없앴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등산 훈련을 누구보다도 많이 해봤습니다(웃음). 옛날에 뛰던 선수들은 그걸 참을 수 있었어요. 사실 하고 나서도 허리와 무릎, 발목에 후유증이 컸죠. 지금 등산 훈련을 하면 젊은 선수들이 다 앓아누워요. 다시 회복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고 훈련 효율성이 떨어지죠. 지금은 오히려 기술적인 부족함을 키우는 것에 시간을 더 쏟아야 합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젊은 선수들의 기술적인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해요.

다른 종목에서도 그렇고 최근 신인 선수들은 프로의 몸을 만드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단 얘기가 종종 들립니다.

최근 신인 선수들을 보면 강훈련을 소화하기엔 몸 상태가 약하다고 봅니다. 대부분 다칠 수밖에 없어요. 아무래도 학교 수업과 운동을 병행하다 보니까 그런 면이 있죠. 한 시즌 리그 36경기를 소화하는 건 아마추어 무대와 비교해 차원이 다른 얘기입니다. 결국, 어린 선수들도 평소 시키는 것만 하면 오랫동안 정체할 겁니다. 자기 자신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법부터 배워야 해요.

“트레이드로 리빌딩 방향성 잡아, 황경민 성장이 가장 중요해”

고희진 감독이 뽑은 차기 시즌 키플레이어는 레프트 황경민(왼쪽)와 세터 김형진(오른쪽)이다(사진=KOVO)
고희진 감독이 뽑은 차기 시즌 키플레이어는 레프트 황경민(왼쪽)와 세터 김형진(오른쪽)이다(사진=KOVO)

팀 전력 얘길 시작하자면 팀 간판 공격수였던 박철우가 FA 자격을 얻어 한국전력으로 떠난 점이 아쉬웠겠습니다.

(고갤 내저으며) 아쉬움이 있다고 표현하진 않겠습니다. (박)철우는 FA 선수였고 저희 쪽에서 합리적인 수준에서 계약을 제시했으니까요.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는 표현이 더 맞겠죠. 오히려 철우가 떠나 리빌딩 방향성을 더 편안하게 정할 수 있었어요. 외국인 선수 선발도 쉬웠고요.

오히려 우리카드와 4대 3 대형 트레이드(황경민·노재욱·김광국·김시훈<->류윤식·송희채·이호건)로 팀 색깔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철우가 떠난 뒤 트레이드를 통해 우리 팀이 가야 할 길을 빨리 찾았습니다. 우리 팀에 부족한 포지션과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같이 뛸 선수를 고려해 결정한 트레이드였어요. 다행히 우리카드 쪽과 얘기가 잘 통한 거죠. 그 트레이드로 향후 우리 팀 방향성이 완전히 잡혔습니다.

레프트 황경민이 트레이드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듯싶습니다.

(황)경민이가 더 성장해야 합니다. 지금 능력이 리그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팀 간판스타로 발전해야 해요. 그만큼 저도 경민이에게 요구하는 게 많습니다. 그만큼 대우도 해주고 있고요. 학창 시절 에이스 역할이었는데 우리카드에선 나경복 선수에 가려져 있었다고 봐요. 여기선 에이스 역할을 맡길 테니까 원 없이 해보라고 말해놨죠(웃음).

가장 큰 고민은 세터진으로 파악됩니다.

트레이드로 온 노재욱이 군대에 갔으니까 지금 김형진과 김광국 두 세터 체제로 가야 합니다. 세터 출신 김영래 코치 지도 아래 (김)형진이가 정말 좋아졌어요. 지난해 세터가 정말 큰 고민이었는데 형진이의 경우 손 모양도 그렇고 쉽지 않을 거라고 봤죠. 그런데 김영래 코치가 하나하나 세세하게 가르치니까 구질이 달라지고 생각도 달라지더라고요.

그러면 주전 세터가 정해진 겁니까.

당장은 5대 5 경쟁 구도로 봅니다. 김광국의 경우 군대 복무 2년을 포함한 3년의 공백을 잘 메워야 합니다. (김)광국이는 나이가 있다 보니까 마지막이라는 절박함도 더 클 겁니다. 형진이도 지난 시즌이 끝나고 입대하겠다고 했는데 제가 말렸죠. 지금은 그때 입대를 안 해 행복하다고 하더군요(웃음). 지난 시즌보단 세터 부문에선 더 발전할 거로 믿습니다.

센터와 리베로 자리는 어떻게 바라봅니까.

주장인 (박)상하가 든든하게 있고, (지)태환이는 재활 중입니다. (김)시훈도 조금씩 발전하는 그림이 보이는데 젊은 센터들이 더 성장한다면 큰 걱정은 없고요. 리베로가 한 명(이지석)밖에 없어서 문제죠. 전문 리베로 출신이 아닌 데다 백업도 없으니까 걱정입니다. 다른 팀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오기도 쉽지 않네요. 다가오는 신인 드래프트까지 기다려야 할 듯싶습니다.

“준비성이 철저한 바토즈, 과거 가빈처럼 활약해주길 기대한다.”

고희진 감독(왼쪽 첫 번째)은 팀을 우승을 이끈 레오(왼쪽에서 세 번째) 등 리그를 뒤흔든 외국인 선수들과 함께 코트에서 뛰었다. 그만큼 바토즈를 향해 거는 기대감도 클 수밖에 없다(사진=KOVO)
고희진 감독(왼쪽 첫 번째)은 과거 팀을 우승을 이끈 레오(왼쪽에서 세 번째) 등 리그를 뒤흔든 외국인 선수들과 함께 코트에서 뛰었다. 그만큼 바토즈를 향해 거는 기대감도 클 수밖에 없다(사진=KOVO)

외국인 공격수 바토즈가 팀 훈련에 합류했다고 들었습니다. 직접 본 실력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감탄사를 내뱉으며) 직접 보니까 확실히 느낌이 있습니다. 정말 좋았어요. 제가 삼성화재에서 내로라하는 외국인 선수들을 다 봤잖아요.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준비성이 철저한 선수입니다. 이미 국내 입국 전부터 한국 배구 관련한 모든 정보를 미리 다 달라고 하더라고요. 훈련 태도도 정말 성실하고요.

STC 훈련 시설에 만족하지 않을 선수는 없을 듯싶습니다(웃음).

보통 외국인 선수들은 한국 배구 훈련 시스템을 싫어합니다. 배구 훈련만 조금 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스타일이 대부분인데 바토즈는 훈련 하나하나를 다 지시하는 스타일에 만족하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이렇게 훈련했으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됐을 거라며 여기서 더 성장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기특했습니다(웃음).

바토즈를 향한 기대치도 그만큼 높아지겠습니다.

제가 같이 뛰었던 가빈 정도로만 해줘도 좋겠습니다(웃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2순위를 얻어 이 선수를 뽑았는데 1순위를 뽑은 KB손해보험이 다른 선수를 뽑아 정말 다행이었어요. 제 눈이 틀리지 않았단 걸 바토즈가 증명해줬으면 합니다.

삼성화재는 왕조 시절부터 높은 외국인 선수 의존도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외국인 선수 득점력이 좋고 공을 많이 때려도 문제가 없다면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만약 외국인 선수 능력이 부족하거나 몸이 약하다면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고요. 감독으로서 공격 성공률이 높은 쪽을 당연히 바라볼 수밖에 없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바깥에서 비난을 듣는 건 상관없습니다. 팀 승리를 위한 선택을 할 겁니다. 저희 팀을 향해 흔히 나왔던 얘기가 있잖아요.

어떤 얘기인가요.

소위 말하는 ‘몰빵 배구’라는 비난입니다.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팀 구성원 전체가 피해를 보는 겁니다. 저는 승리하는 배구가 목적이지 공격 점유율 비난으로 피해 가는 건 싫어요. 물론 한 명만 계속 때려 이기는 건 쉽지 않아요. 풀세트로 갈수록 체력 부담도 커지고요. 그만큼 레프트에서 경민이가 크게 성장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공격수 5명이 20%씩 나눠 공격하는 건 쉽지 않아요. 이기는 배구를 우선 생각하겠습니다.

‘동반자’ 된 현대캐피탈과 결승전 그리는 고희진표 ‘공감 배구’

고희진 감독은 현대캐피탈과의 결승전을 소망하며 달라진 삼성표 공감 배구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고희진 감독은 현대캐피탈과의 결승전을 소망하며 달라진 삼성표 공감 배구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전통의 라이벌인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와의 맞대결 구도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과거엔 라이벌 현대캐피탈이 있었기에 우리 팀도 경쟁하며 서로 발전하려고 노력했던 거고요. 이제 현대캐피탈과는 라이벌보단 동반자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과거와 다르게 이제 리딩 구단이 된 현대캐피탈에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도 많고요. 제가 존경하는 최태웅 감독님과 함께 남자배구 인기를 더 끌어 올려야죠. 그래서 비시즌 때 서로 훈련장에 찾아가 합숙 연습경기도 펼친 거고요.

클래식 매치’가 챔피언 결정전에서 열린 것도 벌써 6년 전 얘기입니다.

2013~2014시즌 때 현대캐피탈과 챔피언결정전에서 붙어 우승한 게 마지막입니다. 그 뒤론 클래식 매치가 클래식 매치답지 않은 분위기였어요. 한국 남자배구판 전체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요. 다시 클래식 매치답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저희가 더 노력해야죠. 현대캐피탈과 오랜만에 결승전에서 만나길 바라는 목소리를 자주 듣는데 현실로 이뤄질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습니다(웃음).

그렇다면 다가오는 시즌 목표는 꽤 높게 잡아야겠습니다(웃음).

솔직히 팀 전력을 객관적으로 보면 하위권인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변수도 크고 우리 팀의 잠재력을 확인했으니까 일단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플레이오프만 간다면 단기전 승부는 모른다고 봐요. 단기전 노하우도 있고 바토즈라는 확실한 카드도 있으니까요. 플레이오프에만 진출하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고희진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배구를 어떤 단어로 표현하고 싶습니까.

(거침없이 곧바로) ‘공감 배구’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타인의 기분과 상황을 느낄 줄 아는 배구죠. 코치진의 마음, 코트 안 6명 동료의 마음, 상대 선수와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의 마음 등 모든 걸 느낄 수 있는 배구입니다.

음.

다른 사람에 공감하려면 눈치도 있어야 하고요. 배구에서 유일하게 혼자 할 수 있는 게 서브에요. 나머지 모든 건 서로 마음이 맞아야 하는 거죠. ‘삼성표 공감 배구가 보기 좋다’, ‘공감대가 형성된다’라는 얘길 듣고 싶어요. 모든 배구인이 삼성화재에서 같이 일하고 싶다는 말을 듣는 게 최고의 꿈이자 목표입니다. 그런 팀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감독 고희진의 격한 공감 세리모니도 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감독 옷을 입고 있으니 선수 때처럼 하면 안 됩니다(웃음). 신나는 분위기에서 흥을 느끼면 선수들과 격한 하이파이브나 어퍼컷 세리모니 정도는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고릴라 세리모니를 할 수는 없죠(웃음). 물론 우승한다면 못할 세리모니는 없을 겁니다.

삼성화재 팬들도 예년과 달라진 삼성표 ‘공감 배구’를 기대해야겠습니다.

변화하는 삼성화재를 느낄 수 있도록 준비를 많이 하겠습니다. 팬들에게 응원해달라고 제가 부탁하려면 지난 시즌과 다른 경기를 보여드려야 합니다. 사랑을 공짜로 받을 순 없으니까요. 팬들이 없는 프로스포츠는 의미가 없습니다. 선수들도 흥이 안 날 거고요.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해결돼 팬들과 코트에서 만나는 날이 얼른 왔으면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팀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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