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자 프로배구 선수 고유민, 7월 3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

-고유민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 “많이 미안해 엄마. 그냥 미안하단 말밖에 못하겠네”

-“아이가 ‘힘들다. 그만두고’ 싶다고 했을 때 ‘버티라’고 말한 게 후회스럽다”

-“하루에도 스포츠 기사에 수천 개의 악플이 달린다. 성희롱 댓글도 부지기수. 왜 우린 연예인처럼 보호해 주지 않는가”

고 고유민의 개인 컴퓨터에서 발견된 유서(사진=유가족 제공)
고 고유민의 개인 컴퓨터에서 발견된 유서(사진=유가족 제공)

[엠스플뉴스=경기 광주]

죽는게 쉽진 않겠지만.. 많이 미안해 엄마 그냥 미안하단 말밖에 못하겠네

고(故) 고유민(25)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경기 광주 경찰서는 7월 30일 오후 9시 40분, 고유민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광주 경찰서는 외부인 침입 흔적이 없고, 범죄 혐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비춰 고유민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 고유민의 유서 “죽는게 쉽진 않겠지만.. 많이 미안해 엄마”

전 여자 프로배구 선수 고유민이 25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전 여자 프로배구 선수 고유민이 25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고 고유민은 2013-2014시즌 여자 프로배구에 데뷔했다. KOVO(한국배구연맹)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유니폼을 입었다.

고유민의 어머니 권00 씨는 (고)유민이가 어릴 땐 축구를 했다배구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라고 말했다.

프로 입단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유민이가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았을 때 하늘의 별을 딴 느낌이었다. 하지만, 프로 입단 뒤 아이가 ‘힘들다. 그만두고 싶다’는 얘길 자주 했다. 그때마다 ‘견디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다독이기만 했다. 딸을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너무 후회스럽다. 지금도 유민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권 씨의 얘기다.

고유민은 2019-2020시즌 백업 레프트로 뛰었다. 2월엔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리베로 김연견의 공백을 메웠다. 하지만, 다른 포지션에서 자신의 기량을 100% 펼치는 건 쉽지 않았다. 일부 팬은 기사 댓글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고유민을 비난했다.

언니가 댓글과 개인 메시지로 많이 힘들다는 얘길 했다. 폭언은 기본이었다.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내용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언니는 법적 대응을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다. 언니는 팀을 떠난 후에도 ‘그분들 또한 팬’이라고 했다. 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고유민의 동생 고00 씨의 말이다.

고유민의 팬들이 찍어준 사진들. 고유민은 팬 서비스가 으뜸이었던 선수로 알려져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고유민의 팬들이 찍어준 사진들. 고유민은 팬 서비스가 으뜸이었던 선수로 알려져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KOVO는 3월 23일 코로나19로 시즌 조기 종료를 결정했다. 고유민은 그 전에 팀을 떠났다. 결국 5월 1일 고유민은 임의탈퇴 처리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6월 중순까지 유민이에게 연락을 취했다. ‘운동할 마음이 있으면 돌아오라. 프런트에서 어떻게든 임의탈퇴를 풀어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네일아트 등을 배우면서 새 삶을 준비한다고 했다. 우리가 더 신경 썼어야 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유민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수면제를 복용했다. 가족의 말에 따르면 한 알로는 잠을 이루지 못해 두 알 이상 먹은 날도 많았다고 한다. 팀 관계자도 이를 알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 밝은 아이였다. 팀에서 나온 뒤에도 친구나 선배를 자주 만났다. 오늘(8월 1일)이 원래 유민이와 가장 친한 친구 다섯 명이 모이는 날이다. 유민이는 누굴 만나든 분위기 메이커였다. 그런 아이가 집에선 누구보다 외로웠던 거다. 유민이는 모든 걸 가슴에 묻고 떠났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어머니 권00 씨는 손으로 가슴을 쥐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배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비통한 표정으로 고유민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한 배구 선수는 연예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포탈사이트 뉴스 게시판의 댓글 작성이 중단됐다. 스포츠 선수들은 연예인 이상의 악플에 시달린다. 그런데 왜 우리를 보호하려는 노력은 누구도 하지 않는다스포츠 기사들을 보라. 오늘도 수천 개의 악플이 선수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불법 스포츠 도박꾼들이 남기는 댓글 가운데 절반이 성적 모욕과 관계된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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