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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고유민 母 “우리 딸은 악플 때문에 생을 마감한 게 아닙니다” [엠스플 인터뷰]

  • 기사입력 2020.08.05 15:17:42   |   최종수정 2020.08.05 15: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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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민 유가족 “임의탈퇴 족쇄로 더는 배구할 수 없다는 절망감 심했다” 

-“2017년 4월 이도희 감독이 부임 후 수시로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것 같다’며 고통 호소”

-새로 가스레인지 산 날, 생을 마감한 고유민. 유가족 "등번호가 사라진 거 알고 큰 충격 받아"

-“유민이가 왜 생을 마감해야 했는지 진실을 알고 싶을 뿐” 

 

가족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고 고유민(사진=엠스플뉴스)

가족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고 고유민(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많은 분이 지금 잘못 알고 계신 게 있어요. (고)유민이가 악성 댓글, SNS 개인 메시지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목숨을 끊었다는 겁니다.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유민이가 정말 힘들어 한 건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코칭스태프의 냉대와 임의탈퇴 족쇄였습니다.” 고(故) 고유민의 어머니 권OO 씨의 절규다.

 

고유민은 2013-2014시즌 KOVO(한국배구연맹)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은 유망주였다. 

 

고유민은 프로선수로 뛴 날보다 뛸 날이 더 많을 25살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고유민은 어머니의 주장대로 팀 생활에서의 스트레스로 생을 마감한 것일까. 엠스플뉴스가 권 씨의 얘기를 들어봤다.     

 

“유민이는 악성댓글 때문에 힘들어했지만, 정작 유민이가 극단적 선택을 한 건 팀 생활 때문이었다”  

 

고유민은 2013-2014시즌 KOVO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했다. 고유민은 올해 2월 26일까지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나섰다(사진=KOVO)

고유민은 2013-2014시즌 KOVO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했다. 고유민은 올해 2월 26일까지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나섰다(사진=KOVO)

 

경찰이 고 고유민 선수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악성 댓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구단 내 갈등 등을 종합적으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휴우-.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유민이가 올해 25살입니다. 팀에서 나온 후엔 승무원에 도전하겠다고 열심히 준비했어요. 유민이가 ‘힘들다. 죽고 싶다’고 했을 때 ‘참고 버티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했어요. 그게 너무 후회스러워요. 그때 유민이를 잡아줬다면 이런 일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어머니에게 ‘힘들다. 죽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군요.   

 

경찰이 유민이 일기장을 다 찍어갔어요. 조사하고 있을 거예요. 사람들이 지금 잘못 알고 있는 게 있어요. 

 

그게 뭡니까.

 

유민이가 악성 댓글, SNS 개인 메시지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목숨을 끊었다는 거예요. 유민이가 원래 잘 웃었어요. 그것 때문에 경기에서 부진하면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의 험한 소릴 듣곤 했어요. 그렇다고 유민이가 일부 팬들의 악성 댓글과 SNS 개인 메시지 때문에 목숨을 끊을 아이는 아니에요. 유민이가 정말 힘들어한 건 팀 생활이었어요. 

 

팀 생활이라면 현대건설에서의 생활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유민이가 처음부터 힘들어했던 건 아니에요. 2017년 4월 이도희 감독이 현대건설 지휘봉을 잡고 나서부터 유민이가 변해갔어요. 

 

어떻게 변했습니까.

 

수면제를 복용하기 시작했어요. 한 알 먹던 수면제가 두 알로 늘어났죠. ‘엄마, 나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고 말하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부터였어요. 

 

어떤 이유로 힘들어한 겁니까.  

 

코칭스태프가 정상적인 훈련을 안 시키고, 의사소통까지 거부한다고 했어요. 지금도 유민이가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해요. ‘엄마, 나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것 같아’. 한 번도 아니고 똑같은 얘기를 여러 번 했어요. 

 

음. 

 

한 달 동안 말 한마디 걸지 않은 적도 있다고 했어요.

 

코칭스태프와 갈등이 있던 겁니까. 

 

(한숨을 길게 내쉰 뒤) 현대건설 숙소에 자해하는 애들이 있었어요. 한 선수는 숙소에서 ‘죽겠다’고 했답니다. 유민이가 그 친구들을 감싸줬어요. 그래서 선배들에게 왕따를 당했죠. 그때부터 유민이가 코칭스태프, 선배들 눈 밖에 난 거예요. 남들이 미워한 아이를 감싸준 게 큰 잘못이었던 겁니다. 

 

상황을 바꿀 방법은 없었던 겁니까.  

 

유민이가 눈앞에 있어도 말 한마디 안 걸어주는데 어쩌겠어요. 사람 취급을 안 해주는 게 폭언, 폭행보다 더 무서운 겁니다. 유민이는 현대건설 숙소에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어요. 유민이가 휴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아세요?

 

어떻게 보냈습니까.

 

집에 와서 종일 잠만 잤어요. 숙소에선 잠을 못 잤던 거지. 유민이가 친구들 만날 땐 참 밝았다는데….

 

친구들이요?

 

유민이 친구들이 그래요. 유민이가 ‘분위기 메이커’라고. 유민이 친구들이 ‘우리랑 있을 땐 많이 웃어서 이렇게까지 힘들 줄 몰랐다’고 해요. 밖에선 아무 일 없다는 듯 활짝 웃고 있던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얼마나 외로웠을까 싶어요. 다 제 잘못 같습니다.  

 

고 선수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십니까. 

 

어버이날 전날이에요. 5월 7일이었을 거예요. 집에 왔길래 당연히 하룻밤 자고 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8일 근무 마치고 집에 오니까 불이 다 꺼져있는 거예요. 유민이한테 바로 전화했죠. 유민이가 ‘엄마, 나 간다’ 하는 거예요. 제가 ‘오늘 같은 날 밥 한 끼 먹고 가야지’ 하니까 유민이가 ‘동생이랑 사 먹어’ 하면서 10만 원을 보내더라고요. 우리 딸…우리 예쁜 딸…그게…마지막이었어요.  

 

“유민이가 왜 생을 마감했는지 진실을 알고 싶을 뿐. 가족이 바라는 건 그거 하나다”  

 

전 여자 프로배구 선수 고유민의 시즌별 기록(표=엠스플뉴스)

전 여자 프로배구 선수 고유민의 시즌별 기록(표=엠스플뉴스)

 

고유민 선수가 배구계 복귀를 준비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유민이가 배구를 시작한 게 초교 6학년 때에요. 평생 배구만 한 아이가 어디 배구를 쉽게 그만둘 수 있겠어요. 제가 그걸 알고 유민이한테 그랬어요. ‘지금은 네 자존심이 중요한 게 아니다. 네가 감독님께 전화를 해봐라. 트레이드라도 부탁드려봐라’고 했어요. 이도희 감독은 유민이가 팀을 나간 뒤 전화 한 통 없던 분이었어요.  

 

고 선수가 이 감독에게 연락했습니까.  

 

드렸죠. ‘감독님, 죄송합니다’ 사과한 다음 정중히 트레이드를 말씀드렸어요. 그때 이 감독님이 뭐라고 하신 줄 아세요? ‘너, 실업팀 중에서 오라는 데 있는 거 아냐?’하고 전화를 끊으셨어요. 

 

네.

 

유민이는 임의탈퇴 신분이라, 다시 배구를 하려면 반드시 현대건설로 복귀해 뛰어야 했어요. 코칭스태프의 냉대와 멸시로 힘들어했던 유민이에게 현대건설 복귀는 죽는 것보다 힘들었을 거예요. 감독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고 했던 아이예요. 감독만 보면 놀란 가슴 안고 도망가고. 그렇다고 트레이드를 허락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때 유민이가 또 한 번 큰 절망감을 느꼈던 거로 기억해요.

 

어머니가 이도희 감독에게 전화한 적은 없습니까.  

 

프로팀 감독님께 제가 감히 어떻게 전활 드리겠어요. 프로는 학교하고 달라요. 배경이 든든한 선수 아니면 프로팀 감독님께 전화 드리는 건 상상도 못 해요. 큰일 납니다. 그땐 유민이가 성인이니까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해결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어요. 

 

음.

 

이도희 감독님은 주전 선수만 그대로 쓰세요. 다른 선수들은 기회를 잡지 못해요. 그럼 기회 못 받는 애들은 결국 낙오되고 떨어져 나가게 돼요. 현대건설도 똑같아요. 한번은

 

네.

 

유민이 코뼈가 부러졌어요. 팀에선 ‘괜찮다’고 했어요. 자고 일어나서 코가 퉁퉁 부어있으니까 병원에 갔어요. ‘코뼈 부러진 게 맞다’고 했어요. 그래, 부랴부랴 수술을 했다고. 또 한 번은 손등뼈가 부러졌는데 그때도 팀에선 ‘괜찮다’고 했어요. 그때도 손등이 퉁퉁 부어서 병원 갔더니 수술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때도 수술했습니까.

 

2주 후에 했죠. 나중에 핀을 빼야 한다고 했더니 경기 끝나고 빼라고 하더라고. 시즌 중엔 못 뺀다고. 주전 선수 아니면 아프다고 해도 들은 척도 안 하는 사람들이었어요.

 

고 선수가 세상을 떠났을 때 현대건설 구단으로부터 연락받은 게 있습니까.  

 

8월 3일이 유민이 발인이었어요. 현대건설에 분명히 말씀드렸어요. ‘다른 건 바라지 않는다. 유민이가 왜 생을 마감했는지 알리고 진심으로 사과하시라’고. 현대건설에선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등번호가 사라진 소식을 듣고 절망감을 느낀 고유민. 새로 가스레인지 샀던 날 생을 마감했다 

 

고유민의 개인 컴퓨터에서 발견된 유서(사진=엠스플뉴스)

고유민의 개인 컴퓨터에서 발견된 유서(사진=엠스플뉴스)

 

고유민 선수를 기억하는 많은 배구인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야무지고, 알뜰한 젊은이였다’는 말입니다.

 

그랬어요. 저 혼자 애 셋을 키웠어요. 제가 낮에 근무하고, 밤에 대리운전하면서 운동하는 애 셋을 뒷바라지했어요. 그 탓에 남들은 아이 배구화 3개월에 한 번씩 바꿔줄 때 전 우리 유민이 배구화 1, 2년에 한 번씩 바꿔줄 수밖에 없었어요. 유민이가 장학생으로 학교 다니지 못했으면 아마 중간에 배구를 포기했을 거예요. 그렇게 큰 아이라서 알뜰할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도 한이 되는 게.

 

 

유민이가 초교 때부터 프로까지 달고 다닌 등번호가 7번이에요. 유민이에게 등번호 7번은 이름보다 중요한 거였어요. 그런데 유민이가 임의탈퇴 신분이 되니까 구단에선 곧바로 유민이 등번호를 다른 선수에게 내줘버렸어요. 다른 팀 감독님께 여쭤봤습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것인지.  

 

뭐라고 하던가요? 

 

‘팀을 영원히 떠났거나 은퇴했으면 등번호를 넘겨줄 수 있다. 하지만, 언제든 복귀가 가능한 임의탈퇴 선수를, 거기다 팀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 등번호를 다른 선수에게 넘겨주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하셨어요. 유민이가 그걸 보고서 충격이 컸어요. 친구한테 전활 걸어 ‘내가 지금까지 선수로 뛰면서 남긴 게 없다.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펑펑 울었답니다. 생각할수록 마음이 찢어져요.

 

아.

 

제가 아까 왜 ‘지금도 한이 된다’고 말씀드렸냐면요. 유민이가 현대건설에서 뛸 때 청년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마련했어요. 숙소에 있는 게 너무 힘들었으니까. 유민이가 그렇게 떠나고 그 집에 갔더니 가스레인지 새로 산 영수증이 있더라고. 영수증 날짜를 보니까 7월 27일이었어요. 유민이가 세상을 떠난 날이었어요. 새 가스레인지를 살 정도면 유민이는 죽을 생각이 없던 아이였던 거예요. 그런데 등번호 얘기 듣고서 얘가 갑자기 무너졌던 거예요. 

 

네.

 

우리 유민이가 쑥떡을 좋아했어요. 현대건설에서 뛸 때 집에 오면 밥 먹고 또 쑥떡을 먹곤 했어요. 그럼 제가 “넌 밥 먹은 지가 언젠데 떡까지 먹냐”고 타박을 줬어요. 이젠 그 좋아하던 쑥떡을…엄마가 우리 딸 밥도 해주고 쑥떡도 해주고 싶은데….우리 유민이가 왜 세상을 그렇게 빨리 떠나야 했는지 꼭 알고 싶어요. 그게 제 마지막 소원이에요.

*8월 4일 현대건설 홈페이지에서 오전까지 등번호 7번이던 선수의 등번호가 같은 날 오후부터 다른 번호로 바뀌었다.

 

이근승, 박동희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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