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개막 3연승 전자랜드, 내국인 선수들이 중심에 섰다

-유도훈 감독 “내·외국인 모두 똑같은 농구 선수라는 것 기억해야 한다”

-“한 선수에 의존하는 팀은 강자가 될 수 없어”

-김낙현 “감독님과 선배들이 불어넣어 준 자신감과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경험이 빠른 성장 이끈다”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유도훈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유도훈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인천]

감독이나 코치는 선수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도우미입니다. 코트 위 주인공은 선수예요. 우리 선수들이 잘 돼야 팀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한국 농구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10월 8일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전을 앞두고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유도훈 감독이 한 말이다.

2019-2020시즌 KBL(한국프로농구)은 5일 개막했다. 시즌 초반인 만큼 판세를 예상하긴 어렵다.

올 시즌엔 외국인 선수 규정이 바뀌었다. 신장 제한이 철폐됐고 쿼터별 한 명씩만 코트에 나설 수 있다. KBL에서 처음 뛰는 외국인 선수는 12명이다. 각 팀은 새로운 선수와 규정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전자랜드의 시즌 초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전자랜드는 5일 KBL 공식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를 88-81로 잡았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6차례 대결에서 1승 5패, 챔피언 결정전 5경기에선 1승 4패를 기록했던 ‘천적’을 상대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그날부터 4일간 치러진 3경기를 모두 이겼다. 서울 삼성 썬더스와의 홈 개막전에선 김낙현의 경기 막판 결승 자유투로 짜릿한 승리(79-78)를 맛봤다. 내국인 센터 장재석이 발목 부상으로 빠진 오리온전에선 82-73으로 이겼다.

올 시즌 “떡장수는 없다”던 유도훈 감독의 말은 괜한 게 아니었다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머피 할로웨이(사진 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머피 할로웨이(사진 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가 시즌 초반부터 남다른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아닌 내국인 선수들이 팀 중심에 서고 있어 더욱 눈길이 간다.

전자랜드는 신장 제한이 사라진 올 시즌 200cm이상 외국인 선수를 뽑지 않았다. 키는 작지만 강한 힘을 앞세운 센터 머피 할로웨이(196.2cm), 지난 시즌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통합 우승을 이끈 가드 섀넌 쇼터(185.9cm)를 선택했다.

할로웨이는 3경기에서 뛰며 경기당 평균 13.0득점, 6.7리바운드, 3.0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할로웨이는 아직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다. 2018년 12월 전자랜드를 떠난 뒤 공식전 기록이 없다. 수술 후 재활에만 집중했다. 유도훈 감독은 할로웨이가 경기를 온전히 소화할 수 있는 체력과 감각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쇼터는 3경기에서 뛰며 평균 17.0득점(3점슛 2개), 4.3리바운드, 3.3어시스트를 올리고 있다. 골밑과 외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다재다능함을 뽐내며 팀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전현우는 쇼터는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경기가 있는 날에도 아침 운동을 빼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께서 ‘쇼터 옆에 꼭 붙어 다니어라’고 했다. 오리온전 당일에도 쇼터와 오전 8시에 운동을 했다. 힘들지만 이런 과정들이 쌓이면 지금보다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생겼다. 쇼터와 함께 생활하면서 배우는 게 아주 많다고 칭찬을 아기지 않았다.

하지만, 팀을 이끌어가고 있는 이를 외국인 선수로 단정 지을 순 없다.

시즌 초 신바람의 중심엔 김낙현이 있다. 올 시즌 포인트 가드에서 슈팅 가드로 변신한 김낙현은 3경기에서 뛰며 평균 17.0득점(3점슛 2.7개), 5.7어시스트, 3.7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서울 삼성 썬더스와의 홈 개막전에선 결승 자유투 포함 24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 농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2019 세계 남자농구 월드컵에 출전한 강상재도 3경기에서 뛰며 평균 12.3득점(3점슛 1.3개), 5.7리바운드, 1.3 어시스트를 올리고 있다. 지난 시즌 17경기 출전에 그친 전현우는 올 시즌 전자랜드가 치른 3경기에 모두 출전해 9.0득점(3점슛 1.3개), 2.3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차바위(6.3득점·6.3리바운드·2.7어시스트)가 궂은일에 비중을 두는 가운데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는 박찬희, 정영삼 등도 건재하다.

올 시즌 전자랜드엔 명확한 에이스가 없다. 누구든지 기회가 나면 슛을 던진다. 할로웨이, 쇼터 모두 패싱력에 일가견이 있는 까닭에 조직적인 농구가 초반부터 빛을 발하고 있다. 유 감독은 올 시즌 팀 색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한 선수에 의존하는 팀은 오래가지 못한다. 올 시즌 전자랜드는 누구 하나가 잘해서 이기는 팀이 아니다.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욕심내지 않고 하나로 똘똘 뭉치고 있어서 초반 분위기가 좋은 거 같다. 하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다. 각 팀이 새 외국인 선수 제도에 적응하면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잘 준비해야 한다.

김낙현 “자신감과 경험이 성장을 돕고 있다”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김낙현(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김낙현(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올 시즌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가 치른 3경기 최다득점자는 모두 내국인이다. 10월 5일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와의 KBL 공식 개막전에선 강상재가 20득점을 올렸다. 서울 삼성 썬더스와의 홈 개막전에선 김낙현이 24득점을 기록했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전에서도 김낙현이 17득점을 기록하며 3연승을 이끌었다.

아직 많은 경기를 소화한 건 아니지만 KBL 득점 순위에선 외국인 선수의 득세가 이어지고 있다. 창원 LG 세이커스 캐디 라렌이 평균 26.0득점으로 1위를 기록 중인 가운데 10위 안에 든 내국인 선수는 3명뿐이다. 규정 변화로 외국인 선수 비중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각 팀의 해결사는 외국인 선수란 뜻이다.

전자랜드의 3연승이란 결과물보다 과정에 눈이 가는 건 이 때문이다. 평균 득점 8위에 이름을 올린 프로 3년 차 김낙현은 지난 시즌까진 포인트 가드 역할에 충실했다. 정규리그 54경기에서 뛰며 평균 7.6득점, 2.5어시스트, 1.5리바운드를 올렸다. 출전 시간은 평균 19분 10초였다. 프로 데뷔 시즌(2017-2018)엔 정규리그 54경기 가운데 27경기(평균 12분 7초)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김낙현은 ‘자신감’과 ‘경험’이 한 단계 성장을 불러왔다고 말한다. 유도훈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선배들의 신뢰가 자신감을 더하고,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의 경험이 올 시즌 초반의 상승세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감독님과 형들 모두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슛을 쏘라고 한다. 공이 림을 돌아 나온다고 해서 질책하지 않는다. 팀에서 가장 강조하는 게 ‘자신감’이다. 또 하나는 경험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승부의 영향을 끼친 실수를 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주저앉지 않고 이를 악물었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비시즌 철저하게 준비했다.김낙현의 말이다.

거칠 것 없는 행보지만 전자랜드는 개막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유 감독은 3라운드쯤 돼봐야 각 팀이 적응을 마칠 것이라며 경기력이 올라와 봐야 시즌 판도를 조금이나마 예측할 수 있다. 아직 시즌을 시작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방심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시즌 초 빼어난 활약을 보이는 내국인 선수들에게 한 가지를 조언했다.

내국인 선수들이 시즌 내내 해결사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누구든지 볼을 잡자마자 슛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패스를 받기 전부터 다음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져 있어야 한다. 볼을 잡고 나서 다음 동작을 생각하면 늦는다.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팀 최고 성적(정규리그 2위·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을 발판삼아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