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시즌 챔프전 MVP 이대성, 11월 11일 라건아와 함께 전주 KCC로 트레이드

-이대성 “최근 트레이드 소문을 들었을 때 충격이 컸다”

-“단 한 번도 ‘현대모비스를 떠난다’고 얘기한 적 없다”

-“현대모비스에서 함께한 시간 평생 간직할 것”

-“개인적으론 힘들지만 KBL 흥행을 더 할 수 있는 트레이드. 포인트 가드로 뛰고 싶어”

이대성(사진 맨 왼쪽)이 11월 11일 전주 KCC 이지스로 트레이드됐다(사진=엠스플뉴스)
이대성(사진 맨 왼쪽)이 11월 11일 전주 KCC 이지스로 트레이드됐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이대성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는 11월 11일 오전 전주 KCC 이지스와 2:4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 주역 이대성, 라건아를 내주고 박지훈, 김국찬, 김세창, 리온 윌리엄스를 영입했다. 현대모비스가 올 시즌 우승보다 리빌딩에 초점을 맞추면서 성사된 트레이드다.

이대성은 2013-2014시즌 KBL에 데뷔해 통산 150경기에서 뛰며 경기당 평균 9.6득점(3점슛 1.5개), 3.0어시스트, 2.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5경기에선 평균 16.2득점(3점슛 2.8개), 3.6어시스트, 2.6리바운드를 올리며 MVP를 받았다. 올 시즌엔 11경기에서 뛰며 평균 13.5득점(3점슛 3.1개), 5.1어시스트, 2.5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이대성은 양동근, 함지훈 이후 현대모비스를 이끌어갈 대표적인 선수였다. 하지만, 올 시즌 연봉 협상 과정에서 선수와 구단 간의 마찰이 있었다. 이대성은 구단이 제시한 3억 원보다 적은 1억 9천 5백만 원을 요구했다.

KBL 제도상 FA(자유계약)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 시 보수 서열 30위 내 당사자면 원소속 구단에 보상 선수를 내줘야 한다.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취득하는 이대성은 보수 서열 30위에 들지 않는 연봉 요구액에 사인했다. 이때부터 농구계엔 ‘이대성이 차기 시즌 팀을 떠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소문은 트레이드로 이어졌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대성이 차기 시즌 팀에 남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트레이드 배경을 설명했다. 이대성은 프로 데뷔 이후 쭉 함께한 현대모비스를 떠날 생각이었을까. 엠스플뉴스는 11일 오전 트레이드 소식을 접한 이대성의 솔직한 심정을 들어봤다.

힘겹게 입 연 이대성 “현대모비스와 함께한 시간 평생 간직할 것”

2018-2019시즌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통합우승을 이끈 이대성(사진=KBL)
2018-2019시즌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통합우승을 이끈 이대성(사진=KBL)

11월 11일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에서 전주 KCC 이지스로 트레이드됐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계속 멍합니다.

트레이드될 것이란 걸 알고 있었습니까.

KCC로 팀을 옮긴다는 소식은 11일 오전에 접했습니다. 최근 ‘트레이드될 수 있다’는 얘길 듣긴 했어요.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습니다. 전 보상 선수 규정에 들지 않죠. 부상으로 시즌 초반 부진이 겹치면서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봤죠.

‘트레이드될 수 있다는 얘길 들었다’고 했습니다. 팀에서 들은 겁니까.

팀에선 11일 오전 ‘트레이드됐다’는 얘기만 들었어요. 팀원들 가운데 트레이드를 언급한 선수는 없었습니다. 아무도 몰랐어요. 그래서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판단했죠.

2013-2014시즌부터 현대모비스에만 뛰었습니다. 그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심경이었습니까.

그 얘길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솔직히 ‘트레이드될 수 있다’는 소문을 접했을 때 충격이 컸습니다. 단 한 번도 현대모비스를 떠난다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물론 밖에서 볼 땐 연봉 협상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를 떠나겠다고 언급한 적은 없어요. 그런 소문이 돈다는 것 자체가 큰 충격이었죠.

트레이드 소식을 접했을 때보다 소문을 들었을 때 충격이 더 컸다는 말이군요.

만약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트레이드 소식을 접했다면 충격이 훨씬 컸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당황스럽고 아무런 생각이 안 들어요.

그 소문은 언제부터 돌기 시작했습니까.

얼마 안 됐습니다. 올 시즌 개막하고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을 때 그 소문을 처음 접했죠. 현대모비스가 ‘네 트레이드를 알아본다’는 얘기였습니다. 현실성이 크게 떨어지는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트레이드 충격이 커 보입니다. 하지만, 농구계엔 ‘이대성이 FA가 되는 내년엔 현대모비스를 떠날 것’이란 얘기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 게 사실입니다.

많은 분이 ‘올 시즌 연봉협상 결과가 이대성의 차기 시즌 이적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한 건 전 한 번도 ‘다른 팀으로 가겠다’는 얘길 한 적이 없어요. 현대모비스 잔류나 이적에 대한 건 연봉 협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연봉 협상에선 내가 땀 흘린 만큼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개인적인 아쉬움이죠.

개인적인 아쉬움이요?

KBL은 프로입니다. 트레이드를 선택한 구단의 판단을 존중해요. 오랜 시간을 보낸 선수들과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게 아쉽죠. 유재학 감독님, (양)동근이 형, (함)지훈이 형, (배)수용이 등 2013년부터 긴 시간을 동고동락했습니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고, 힘겨운 시기를 같이 보냈습니다. 함께한 시간이 선물한 ‘정’이 아쉬움을 크게 만드네요. 프로의 세계인 걸 알지만, 복잡합니다.

2013-2014시즌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KBL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습니다. 지난 시즌엔 현대모비스 통합우승에 앞장섰고 챔피언 결정전 MVP를 받았어요. 팀을 떠난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습니까.

솔직히 상상은 많이 했죠. 좀 더 자율을 중시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농구 하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하지만, 막연했죠. 구체적으로 ‘어느 팀으로 가서 농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어요.

팬들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이 지점에 있습니다. 이대성은 항상 자율적인 농구를 추구했어요. 지난 시즌 유재학 감독에게 요구한 자유이용권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현대모비스 농구는 팀과 패턴이 우선인 농구입니다. 올 시즌 연봉 계약 결과까지 알려지면서 ‘이대성은 현대모비스에 대한 애정이 없다’고 생각하는 농구인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고요.

KBL에서 농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유니폼을 벗는 날까지 모든 걸 걸고 임할 거예요. 하지만, 농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인생에서 농구 선수로 뛸 수 있는 날은 일부에요. 코트에 나설 수 있는 순간 온 힘을 다한다는 거죠. 현대모비스는 농구 선수로 살아갈 기회를 준 팀입니다. 그런데 애정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죠.

기회를 준 팀이다?

2013-2014시즌 유재학 감독께선 일반인 신분으로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 참가한 저를 선택했습니다. 그때 현대모비스가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농구 선수의 삶을 살지 못했을 거예요. 이 팀에서 함께 땀 흘리며 세 차례의 우승을 일궜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어요. 농구선수의 삶은 평생 갈 수 없지만, 추억은 죽을 때까지 가슴 속에 남습니다. 그리고.

예.

공개적으로 유재학 감독께 자유이용권을 요구하고,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농구 하고 싶다고 얘기한 건 개인적인 바람이죠. 투정이란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만약 내가 원하는 농구를 하지 못해 불만이 컸다면, 진작 팀을 떠났을 거예요. 올 시즌에도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지만 팀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뛰었습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보다 팀이 무너지는 게 더 아팠거든요.

지난 시즌에도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경기 출전을 이어가다가 장기 부상으로 이어진 바 있습니다.

혼자서 잘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남들보다 한 발 더 뛰고 많은 연습량을 가져가는 이유는 하나에요. 팀이 승리하는 데 보탬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란 말을 누구보다 잘 알아요. 분명한 건 현대모비스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함께한 시간을 평생 간직할 거고요.

현대모비스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프로 데뷔 시즌부터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평생 감사한 마음을 잊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어떤 말씀을 전해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정리되면 팬들에게 정식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KBL 흥행만 보면 잘된 일. 포인트 가드로 뛰면서 팀 공격력 극대화하고 싶다”

전주 KCC 이지스 유니폼을 입은 이대성(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전주 KCC 이지스 유니폼을 입은 이대성(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KCC엔 바로 합류한 겁니까.

11월 11일 오전에 트레이드 소식을 접하고 오후 KCC에 합류했습니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요. 모든 게 낯서네요.

농구계가 이번 트레이드로 난리 났습니다. KCC가 단박에 우승 후보가 됐다는 평가가 많아요. 특히나 KBL 최고의 슈팅 가드 이정현과 이대성의 만남을 기대하는 농구인들이 많습니다.

솔직히 그것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KBL 흥행을 위해선 잘된 일인 거 같아요. KCC엔 현대모비스 못지않게 좋은 선수가 많습니다. (이)정현이 형, (송)교창이가 중심에 서고 찰스 로드가 새롭게 합류했죠. (라)건아는 저와 함께 KCC로 왔고요. 개인적으론 멍한 상태지만, 더 많은 팬이 KBL에 관심을 가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얼른 정신 차리고 잘해야죠.

머릿속이 복잡한 상태지만 당장 12일 원주 DB 프로미전에서 KCC 데뷔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KCC에선 어떤 역할을 맡고 싶습니까.

일단 경기를 뛰어봐야 알 것 같아요. KCC 농구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합니다. 예상해보면 KCC엔 KBL 최고의 슈팅 가드인 정현이 형이 있어요. 제가 좀 더 주변 동료를 살려줄 수 있는 플레이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포인트 가드 역할을 맡는 거죠.

고교 시절부터 ‘포인트 가드로 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현대모비스에서 뛰며 가장 아쉬웠던 겁니다. 포인트 가드로 뛰고 싶었는데 슈팅 가드로 경기에 나선 시간이 많았죠. 농구를 잘해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포인트 가드로서 KCC의 공격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보고 싶어요. 나만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팀에 잘 녹아들 수 있게끔 힘쓰겠습니다.

올 시즌 개막 직후 부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떻습니까.

솔직히 많이 안 좋습니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욕심을 채우려다가 부상(허리·아킬레스건)이 심해졌어요. 몸만 건강하면 공·수 양면에서 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몸 관리 잘해서 마지막에 웃을 수 있도록 해야죠.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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