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LG로 돌아온 조성원, 밝은 ‘분위기’와 ‘소통’ 강조하며 제8대 사령탑 부임

-“1980년대 훈련법 아닌 2020년에 맞는 훈련 진행할 것”

-“조니 맥도웰, 에릭 이버츠 등 쉬는 날 외국인 선수와 자주 어울렸어”

-“운전기사, 식당 아주머니, 청소부 등 팀에 없어선 안 될 분 챙겨야 한다”

-“LG를 프로농구 선수들이 오고 싶어 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캥거루 슈터' 조성원이 18년 만에 창원 LG 세이커스로 돌아왔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캥거루 슈터' 조성원이 18년 만에 창원 LG 세이커스로 돌아왔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이천]

캥거루 슈터. 농구계는 코트를 누빈 선수 조성원을 이렇게 불렀다.

조성원은 농구선수치곤 작은 키(180cm)였다. 코트 위에선 달랐다.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이란 농구계 격언을 여러 번 증명했다. 높은 점프력과 정확한 3점슛 능력을 앞세워 한국 최고의 슈터로 명성을 떨쳤다.

조성원은 1997-1998시즌 KBL(한국프로농구연맹)에 데뷔해 통산 432경기를 뛰었다. 평균 기록은 14.8득점(3점슛 2.3개), 2.2어시스트, 1.5리바운드. 2000-2001시즌엔 창원 LG 세이커스 유니폼을 입고 45경기 평균 25.7득점, 4.0어시스트, 2.2리바운드를 올렸다. LG는 그해 정규리그 45경기 평균 103.3득점을 기록했다.

LG 황금기의 주역 조성원이 지도자로 돌아왔다. 선수 시절의 명성으로 잡은 지휘봉이 아니다. 조성원 감독은 2006년 8월 29일 은퇴 후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WKBL(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 천안 KB 국민은행 세이버스(청주 KB 스타즈의 전신)에서 코치와 감독으로 활약했다. 이후엔 KBL 서울 삼성 썬더스 코치, 수원대학교 여자농구부 감독, 명지대학교 감독 등을 거쳤다.

조 감독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건 팀 분위기와 소통이다. 엠스플뉴스가 ‘명장’으로 남는 것보다 농구계에서 한 번쯤 대화해보고 싶은 ‘좋은 사람’을 꿈꾼다는 조 감독을 만났다.

LG로 돌아온 조성원 감독 “밝은 분위기부터 만들겠습니다”

창원 LG 세이커스 조성원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창원 LG 세이커스 조성원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창원 LG 세이커스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선수가 아닌 감독입니다.

기대 반 부담 반입니다(웃음). 감독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함께 예년과 다른 색깔의 팀을 만들어야 합니다. 핵심은 이거예요. 빠르고, 재밌고, 신나는 농구. 팀 분위기부터 바꿀 겁니다.

분위기를 바꾼다?

어떤 분위기에서 훈련하고 경기에 나서느냐가 아주 중요합니다. 밝은 분위기에서 훈련하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한 팀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나부터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앞장설 겁니다. 선수들과 웃으면서 대화하고, 훈련 외적인 시간엔 자유를 보장하는 거죠. 전 선수들 앞에서 인상 쓰고 싶지 않아요.

이유가 있습니까.

선수 은퇴 후 코치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예요. 아무것도 모를 시기죠. 다른 지도자들처럼 인상 쓰고 선수들을 크게 혼냈습니다. 그 방식이 저랑 안 맞더라고요. 전 가장 화났을 때 나오는 말이 ‘인마’예요.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능률이 올라가는 게 아닙니다. 밝은 분위기 속 선수들과 대화하며 나아가는 게 중요해요.

밝은 분위기와 소통을 강조합니다.

명지대학교 2학년 때 운동을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강단에 서고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 후배들의 고민을 많이 들었습니다.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해도 힘든 걸 공유하고 해법을 찾으려고 했죠. 심리학을 공부해서 더 많은 선수를 만나고 싶었어요. 그렇게 한 달을 고민했죠.

한 달 후 농구부로 돌아온 거군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농구 한 시간들이 아깝더라고(웃음). 농구부로 돌아온 거죠. 하지만, 강단에 서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건 아니었어요. 강단에 서는 건 어렵지만 후배들이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선배가 되자고 다짐했죠.

감독께선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는 환경에서 성장한 겁니까.

아니죠(웃음). 그러다 보니 더 아쉬웠습니다. 내가 힘들 때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후배인 (이)상민이와 (추)승균이뿐이었죠. 후배들에게 매달 생활비를 지급할 순 없어요. 대신 내가 가진 능력을 공유할 순 있죠. 정답을 같이 찾아가는 친구 역할도 해줄 수 있고요.

감독께선 이 악물고 운동에만 집중한 선수로 유명했습니다. 보통 선수보다 농구를 늦게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말에 농구를 시작했습니다. 동기들은 보통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프로농구 선수를 향해 나아갔어요. 출발이 약 5년 늦었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운동해선 살아남을 수가 없었어요. 개인 운동에 시간을 쏟아부었죠. 처음 2년은 새벽 3시에 운동을 시작해서 오전, 오후, 야간 훈련을 했어요.

새벽 3시에 운동을 시작해 오전, 오후, 야간 훈련을 한다? 상상이 안 됩니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동대문운동장 인근에서 납 조끼와 모래주머니를 샀어요. 이걸 착용하고 매일 새벽 산을 뛰었습니다. 운동장에서도 장비를 활용했죠. 솔직히 빠른 변화는 없었습니다. 농구 시작이 늦은 까닭에 ‘꾸준히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렇게 2년을 하니까 경기에 투입되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매일 새벽 납 조끼와 모래주머니를 착용하고 산을 뛰었습니다. 이 훈련이 큰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어요. LG 선수들이 긴장할 것 같습니다.

절대 안 합니다(웃음). 내가 이렇게 했으니까 너희도 따라야 한다? 이건 잘못됐다고 봐요. 시대가 변했습니다. 지도자라면 1980년대 훈련법이 아닌 시대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죠. 그래야 선수들이 따릅니다. 효과도 훨씬 크죠. 전 정답을 가진 사람이 아니에요. 코치진, 선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훈련법으로 시즌을 준비할 겁니다.

팀엔 내국인 선수뿐 아니라 외국인 선수도 있습니다. 외국인 선수들과는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 나아갈 것인지 궁금합니다.

외국인 선수들과 항상 같이 다닐 거예요(웃음). 선수 때부터 그랬습니다. 지금은 합숙소가 폐지됐지만 우리 땐 숙소에서 생활했어요. 내국인 선수들은 쉬는 날이면 시내로 나갔습니다. 맛있는 걸 먹고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죠. 외국인 선수들은 달랐어요. 통역이나 매니저가 없으면 못 나갑니다. 텅 빈 숙소에서 하루를 보내야 해요. 이건 아니다 싶었죠.

어떻게 했습니까.

처음엔 숙소에 남아서 외국인 선수들과 어울렸어요.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까닭에 소통이 원활하진 않았지만 큰 힘이 될 것으로 판단했죠. 누군가 타지에서 고생한다는 걸 알아주고 먼저 다가와 주니까 얼마나 고맙겠어요. 그렇게 가까워지면 함께 시내로 나갔습니다. 이태원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운전기사 역할을 해주는 거죠(웃음).

외국인 선수들과 호흡이 좋았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제가 1997-1998시즌부터 뛰었습니다. 처음 만난 외국인 선수가 조니 맥도웰이었죠. 맥도웰이랑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가까워졌어요. LG에서 함께한 에릭 이버츠, 말릭 에반스와도 아주 가까웠죠. 국외로 전지훈련을 가면 ‘내가 외국인 선수 챙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습니까.

국외에선 그 친구들이 날 챙겨줍니다(웃음). 외국인 선수들이 쉬는 날 불러요. 주변 관광지와 맛집을 데려갑니다. 전 공짜로 가이드와 통역을 쓰는 거죠. 외국인 선수들을 대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소통이란 게 꼭 말을 주고받아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힘이 될 수 있어요. 나에 대한 신뢰도 올라가죠. 내국인 선수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내국인 선수도 다르지 않다?

전 항상 먼저 다가갑니다. 감독이 마음을 닫고 있는데 선수들이 다가올 수 있을까요. 어렵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사이가 되면 성적은 저절로 따라올 거예요.

“선수 못지않게 운전기사, 청소부, 식당 아주머니도 중요합니다”

조성원 감독은 2000-2001시즌 창원 LG 세이커스 주 득점원으로 활약했다(사진=KBL)
조성원 감독은 2000-2001시즌 창원 LG 세이커스 주 득점원으로 활약했다(사진=KBL)

선수, 코치진 등과 원활한 소통이 밝은 팀 분위기를 만드는 데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창원 LG 세이커스엔 선수, 코치 못지않게 중요한 구성원이 있습니다. 우리의 발이 되어주는 버스 운전기사, 식단을 책임지는 영양사와 아주머니, 쾌적한 운동 환경을 책임지는 청소부 등이죠. 프로농구 선수로 살면서 배운 게 있어요. 위에 있는 사람보다 밑에 있는 분들에게 잘해야 한다는 겁니다.

밑에 계신 분들에게 잘해야 한다?

운전기사나 식당 아주머니가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 LG는 KBL에 참여할 수 없을 겁니다. 이분들은 팀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요. 존재가 도드라지지 않을 뿐이죠. 부모님께선 늘 이런 분들을 챙겼어요. 먼저 가서 인사하고, 시원한 음료 한잔 건네는 게 당연했죠. 전 국외를 나갈 일이 있으면 윗분들 선물은 안 사요. 그 돈으로 운전기사, 식당 아주머니, 청소해주시는 분들의 선물을 사죠.

보통 어떤 선물을 합니까.

운전해주시는 분들은 햇빛 노출이 잦습니다. 선글라스를 하죠. 식당 아주머니나 청소해주시는 분들께는 영양제나 화장품 같은 걸 선물하고요. 솔직히 프로농구 선수로 한창 잘 나갈 때까진 이해를 못 했습니다. 속으로 ‘나는 A급인데 부모님께선 왜 저분들을 하나하나 챙길까’란 의구심이 들었어요. 이런 분들을 챙기는 지도자도 본 적이 없죠. 시간이 지나면서 알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았다?

이분들은 팀이 잘 나갈 때나 주춤할 때나 변함없이 일합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 일에 충실히 하는 분들이죠. 코치진과 선수들도 이분들의 중요성을 알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이분들이 있어 편한 게 한둘이 아니에요. 또 이분들과 대화하다 보면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사회 경험이 풍부하신 분들이 많거든요.

KBL에 ‘소통상’이 있다면 감독께서 유력한 후보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학 2학년 때 괜히 강단에 서는 걸 꿈꾼 게 아닙니다(웃음). 제가 운동한 시절엔 ‘힐링’이란 단어가 없었어요. 다치고 지친 마음을 치유할 방법이 흔치 않았죠. 주변 사람들의 ‘힐링’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선수들에게 ‘명장’으로 불리는 것보다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감독께서 소통할 때 특별히 중요시하는 게 있습니까.

다짜고짜 ‘고민이 뭐야’라고 묻지 않아요. 그렇게 다가가면 마음을 열 수가 없습니다. 내 얘기를 먼저하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묻는 거죠. 일상적인 얘기만 해도 돼요. 중요한 이야기는 다음에 해도 좋습니다. 마음 편한 대화가 쌓일수록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어지거든요. 우리 선수들은 저와 같은 고민을 안 했으면 합니다.

어떤 고민이죠.

찬란했던 시기 뒤엔 힘든 시간이 많았습니다.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됐을 땐 어디에 말도 못 하고 혼자 술만 마셨어요(웃음). 은퇴할 때도 마찬가지였죠.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가족 역시 기사를 통해 은퇴 사실을 접했어요. 힘든 데 털어놓을 곳이 없더라고. 은퇴 후 무얼 하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수백 번 다짐했죠. 사람 관계는 넓을수록 좋은 건 같아요.

어떨 때 그런 걸 느꼈습니까.

제가 대학 다닐 적엔 학교 축제에 참석한다는 건 꿈도 못 꿨어요. 축제 기간엔 훈련 마치고 숙소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나가면 술 마시니까(웃음). 전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수원대와 명지대 지휘봉을 잡았을 때 축제 기간엔 ‘자유롭게 놀라’는 미션을 줬어요. 대학은 고등학교랑 다릅니다. 친구들과 가까워질 기회를 박탈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봤죠.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습니다.

보통 고등학교엔 거주하는 지역 친구들이 모입니다. 대학은 다르죠.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을 만납니다. 축제 땐 다른 전공을 공부하는 친구를 사귈 수도 있죠. 그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게 얼마나 많겠어요. 세월이 지나니까 알겠더라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습니다.

‘소통’ ‘자유’ 등은 감독께서 말한 대로 좋은 팀 분위기를 만드는 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프로는 경쟁의 연속이고 성적으로 평가받습니다.

농구를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선수들이 프로의 기본만 지켜준다면 크게 문제 될 게 없습니다. 제 철학대로 나아간다면 예전보다 신나고, 재밌고, 빠른 농구가 가능하다고 봐요. 책임은 감독인 제 몫입니다. 자신 있어요(웃음).

감독께선 농구 지도자이기 전에 가장이기도 합니다. 집에서도 ‘소통’에 능한 남편이자 아버지입니까.

집에선 좀 차죠(웃음). 아내가 서운한 게 많을 거예요. 미안하죠.

‘캥거루 슈터’ 조성원의 피를 물려받은 조종민 군은 현재 중앙대학교에서 프로농구 선수의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지도자를 하면서 크게 느낀 게 있어요. 자식을 가르치는 거랑 선수를 지도하는 건 확실히 다릅니다(웃음). 고등학교 때까진 매우 엄한 아버지였어요. 거짓말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줬을 땐 매우 크게 혼냈죠. (조)종민이가 성인이 된 후엔 친구처럼 지내요. 가끔 아들 녀석이 저에게 ‘형’이라고 합니다. 그럼 웃으면서 티격태격하죠. 소주 한잔하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감독께선 KBL 최고 슈터였습니다. 농구를 가르치진 않습니까.

운동은 학교 감독, 코치가 가르치는 거죠. 전 슛과 관련된 질문을 할 때만 답해줘요. 그 외엔 전문 분야가 아니니까 말을 안 합니다(웃음). LG 감독직을 수락하고 종민이랑 얘기했어요. ‘내가 감독으로 있는 한 LG가 널 뽑을 일은 없다. 네가 땀 흘려 실력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사람이니까 안주할 수 있거든. 아버지가 프로팀 감독이니까.

조종민 군은 용산중 시절부터 농구계 눈을 사로잡은 유망주입니다.

많은 분이 물어봐요. ‘아들이 운동하는데 어떻게 평가하냐’고. 현재 대학교 3학년입니다. 조성원의 대학교 3학년 때보다 잘해요(웃음). 이제부터가 중요하죠. 초심을 잃지 않고 쭉 나아가야 프로에 입성할 수 있습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예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친구가 많습니다. 누구든지 땀 흘리면 제 선수 시절보다 뛰어난 슈터가 될 수 있어요.

“‘LG에서 한 번 운동해보고 싶다’는 얘길 들어보겠습니다”

창원 LG 세이커스 조성원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창원 LG 세이커스 조성원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창원 LG 세이커스는 지난 시즌 42경기에서 16승 26패를 기록하며 9위에 머물렀습니다. 부담은 없습니까.

‘자신감’만 찾으면 돼요. 팀에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선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고요. 슛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던지는 게 중요해요. 전 슛 안 들어갔다고 인상 쓰지 않습니다. 박수 한 번 더 쳐주죠. 새 시즌 선수들이 훈련장에서부터 온 힘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활짝 웃는 날이 늘어날 겁니다.

웃는 날이 늘어난다?

농구도 결국엔 생계를 위해 하는 겁니다. 기왕 하는 거 웃으면서 했으면 해요. 제가 말하는 웃음은 장난칠 때 나오는 게 아닙니다. 즐겁게 훈련하고 온 힘을 다하면 웃음이 절로 나요. 훈련 효과도 올라가죠. 선수들의 눈빛과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어요.

프로농구는 치열한 경쟁의 연속입니다. 어떤 분들은 코트 안에서 웃는 걸 긴장이 풀린 것으로 해석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한 학생 앞에 안 풀리는 수학 문제가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답을 찾아요. 그렇게 정답을 맞췄을 때 그 학생의 얼굴엔 미소가 번집니다. 이런 거예요. 새 시즌부터 팀 훈련은 1시간 30분을 넘지 않을 겁니다. 이 순간만큼은 온 힘을 다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KBL 선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전, 오후, 야간 훈련까지 진행하는 팀이 있습니다. 1시간 30분, 훈련 시간이 적은 것 아닙니까.

오전엔 자율적으로 훈련하고 오후에 1시간 30분 팀 훈련하는 겁니다. 이 순간 모든 걸 쏟아내면 더 하고 싶어도 못 해요. 충분합니다. 경기는 10분씩 4쿼터로 진행해요. 작전타임을 비롯한 쉬는 시간을 모두 합쳐 2시간을 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1시간 30분간 쏟아낼 체력이에요. 그 이상이 필요한 게 아니죠. 개인 연습은 말 그대로 개인에게 맡길 겁니다.

선수에 대한 믿음입니까.

프로고 성인입니다. 자기가 부족한 걸 찾아낼 수 있어요. 농구를 잘하는 선수에겐 특징이 있습니다. 감독이 원하는 걸 코트에서 보여주는 거예요. 여기 A, B 선수가 있습니다. 두 선수에게 슛을 가르쳐요. 성과가 같을 순 없습니다. A는 슛 성공률이 높아지는 데 B는 제자리걸음일 수 있어요. 여기서가 중요합니다.

슛 성공률이 떨어지는 선수는 훈련량을 늘려야 하는 겁니까.

아니죠. 선수마다 잘하는 게 다릅니다. 슛은 약하지만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가 있어요. 리바운드나 패스 등에 강점이 뚜렷한 선수도 많죠. 모두가 슛 성공률이 높을 필요는 없어요. 하나의 무기를 가진 선수들이 모여 팀을 이룹니다. 선수의 강점을 살려서 강한 팀을 만들 거예요. 그게 지도자의 역할입니다.

확고한 지도 철학을 가지고 KBL에 도전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은퇴 후 WKBL 천안 KB 국민은행 세이버스에서 2년간 코치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지휘봉을 잡았죠. 느낀 게 정말 많았습니다. 배운 게 부족한 상태에서 감독직을 맡다 보니 잘될 일이 없었죠. 당시엔 솔직히 이런 생각을 했어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니까 ‘그만둬야겠다. 나 불러줄 곳이 여기 말고 또 없을까’란 거만한 생각을 했죠.

국민은행에서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한 채 지휘봉을 내려놨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겸손해져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감독이 어떤 분위기를 만들고 팀을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서 선수들의 운명이 바뀔 수 있어요. 선수 시절은 잊고 처음부터 공부해야 한다는 걸 안 거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코치, 선수들과 힘을 합쳐 새로운 팀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LG는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박경상, 최승욱을 영입했습니다. 선수단 구성은 만족합니까.

LG엔 좋은 선수가 많습니다. 김시래, 조성민, 강병현 등 스타플레이어도 즐비하죠. 많은 분이 김종규가 떠난 이후 LG의 약점은 골밑이라고 합니다. 제 생각은 달라요. 팀엔 주지훈, 박정현 등 지금보다 성장할 수 있는 선수가 있습니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프로에 입문하는 거예요. 이 선수들이 자기 강점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도울 겁니다.

LG엔 캥거루 슈터의 뒤를 잇는 조성민도 있습니다. 조성민은 지난 시즌 12경기에서 뛰며 평균 2.8득점, 1.7리바운드를 잡았습니다. 3시즌 연속 평균 한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죠. 조선의 슈터 조성민, 부활할 수 있습니까.

(조)성민이는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슈터입니다. 성민이의 강점을 살릴 패턴을 만들어 줄 거예요. 한동안 부진한 게 사실이지만 부활할 거라고 믿습니다. 슛은 던지면 들어가요. 많은 기회를 잡도록 코치진과 도와야죠.

KBL에서 처음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슈퍼스타 출신이지만 감독으론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처음 LG에서 감독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어요. 프로는 대학과 달리 내일을 보장하지 않으니까. 농구 인생을 걸고 결심했습니다. 후회 없이 도전할 거예요. 창원은 농구 열기가 뜨거운 곳입니다.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잘하겠습니다.

지금도 농구가 좋습니까.

안 좋으면 못 하죠(웃음). 여전히 농구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코트 앞에 서면 가슴이 뛰죠. 선수들과 행복한 추억을 남기고 싶어요. 다른 구단 선수들이 ‘조성원 감독 한 번 만나보고 싶다. LG에서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좋은 팀을 만들겠습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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